[뉴스 따라잡기] 서해대교 화재 원인 의문…낙뢰 있었나?

입력 2015.12.07 (08:32) 수정 2015.12.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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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3일, 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을 잇는 서해대교 주탑에서 불이 났습니다.

이 불로 소방관 1명이 숨졌고, 서해대교가 통제되면서 주말 내내 우회도로는 혼잡이 극심했습니다.

궁금한 건 그 높은 다리 위의 강철로 이뤄진 케이블에서 어떻게 불이 났을까 하는 점입니다.

민관 합동조사단은 '낙뢰로 인한 불이다' 이렇게 밝혔지만, 기상청에선 그 시간대에 낙뢰가 관측되지 않았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의문이 커지는 서해대교 화재,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저녁. 경기도 평택에서 충남 당진을 잇는 서해대교 주탑에서 불길이 솟아오릅니다.

케이블로 옮겨 붙은 불길은 점점 거세집니다.

<인터뷰> 이하철(목격자) : “(서해대교)올라오기 전부터 차가 밀리더라고요. 우리 생각에는 교통 사고인 줄 알았는데 크진 않았는데 위에서 불꽃이 떨어지는 걸 봤어요.”

서해대교를 교각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케이블에 불이 붙은 것입니다.

<녹취> 김경일(본부장/한국도로공사 대전충청본부) : “목포 방향에 있는 72번 케이블에 화재가 발생해서 케이블이 절단되었고 절단되면서 주탑에 매달려있던 72번 잔여 케이블 불길이 56번, 57번 케이블로 옮겨져서 손상이 발생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소방관 백여 명이 출동했지만 좀처럼 불을 끌 수가 없었습니다.

불이 난 곳이 주탑 꼭대기인 데다 강풍이 불어 헬기도 뜰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에 안간힘을 쓰고 있던 순간, 갑자기 케이블이 불길에 끊어져 떨어집니다.

이 케이블에 맞은 평택 소방서 이병곤 포승 안전센터장은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녹취> 신재상(본부장/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본부) : “긴박한 상황에서 어떻게든지 소화방법을 강구하고 그 소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을 강구하다가 소방관님께서 순직하셨습니다.”

소방관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다친 이 화재는 3시간 반 만에야 간신히 진화됐습니다.

<인터뷰> 이민원(서장/경기 평택소방서) : “(주탑으로) 올라가서 거기서 로프를 아래로 내려서 소방차에서 고압의 물을 끌어올려서 그걸로 가까스로 (진화했습니다.)”

그런데, 이 높은 주탑 상층부의 강철로 만들어진 케이블에서 어떻게 불이 났을까.

사고 다음날인 지난 4일, 전문가 30여명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조사단이 현장검증을 벌였습니다.

합동조사단이 밝힌 원인은 낙뢰였습니다.

<인터뷰> 신재상(본부장/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본부) : “케이블 절단 원인은 저희가 낙뢰로 추정을 했고요. 그 이후에 오늘 여러 가지 조사와 또 민간인의 제보를 종합할 때 낙뢰가 확실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낙뢰로 인해 케이블에 불이 붙어 절단됐다는 겁니다.

케이블 안에 부식을 막기 위해 넣은 물질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신재상(본부장/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본부) : “(왁스는) 기름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불이 붙으면 발화하는 데 불을 잘 붙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검증 이후에도 의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시각, 서해대교에 인근에선 낙뢰가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녹취> 기상청 관계자(음성변조) : “그 시간대에는 관측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장비로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낙뢰가 원인이라 하더라도, 의문점이 남습니다.

서해대교 주탑에는 천둥 벼락으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한 피뢰침이 4개가 설치돼 있습니다.

당시, 낙뢰가 피뢰침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피뢰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녹취> 김경일(본부장/한국도로공사 대전충청본부) : “피뢰침은 정상적으로 가동, 작동한 상태였고 피뢰침에 반경이 어느 정도인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낙뢰가 원인이라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김찬오(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 “낙뢰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수평이나 대각선 방향으로 이런 식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뢰침 주변에 있는 금속체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서해대교 낙뢰도 그런 형태로 진행된 게 아닌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리 소홀 등 다른 원인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인터뷰> 김상효(교수/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템공학부) : “발화를 할 수 있는 어떤 개척 장비라던가 배터리라든가 이런 것들이 전기가 누전되어서 합선될 수 있다든가……. 그 원인이 다음에 다른 교량에서 유사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원인을 좀 더 시간을 두고 잘 검토를 해봐야 할 것입니다.”

서해대교는 현재 케이블 해체 작업으로 통행이 금지됐고, 주말 내내 고속도로가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면서 시민들도 불편을 겪었습니다.

<녹취> 김경일(본부장/한국도로공사 대전충청본부) : “현재 화재로 절단된 72번과 손상된 56번 57번 케이블을 해체해서 철거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해체, 철거 그리고 케이블 설치 이런 순서로 진행되는데 완료되는 시점을 12월 24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고통스러운 주말을 보낸 사람들은 갑작스레 가족을 잃은 고 이병곤 센터장의 가족들입니다.

<인터뷰> 이병하(故 이병곤 센터장의 작은 형) : “어제저녁 7시경에 전화 연락을 받았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동생, 하나밖에 없는 동생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어서 너무나 참담한 심정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인터뷰> 이병수(故 이병곤 센터장의 큰 형) : “제가 형이지만 존경스러울 정도로 동생에 대한 마음속에 그런 인식을 하게 하는 사람이었어요.”

수많은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며 모범이 되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 센터장.

가족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소방관에 대한 처우가 나아지길 바라봅니다.

<인터뷰> 이병수(故 이병곤 센터장의 큰 형) : “소방관에 대한 가치 평가를 국민들이 남다르게 평가를 해줘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장비라든가 사회적 평가가 훨씬 더 나은 쪽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죠.”

소방관 1명의 숭고한 목숨을 앗아간 서해대교 화재. 경찰은 화재원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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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07 08:42:09
    • 수정2015-12-07 12: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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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을 잇는 서해대교 주탑에서 불이 났습니다.

이 불로 소방관 1명이 숨졌고, 서해대교가 통제되면서 주말 내내 우회도로는 혼잡이 극심했습니다.

궁금한 건 그 높은 다리 위의 강철로 이뤄진 케이블에서 어떻게 불이 났을까 하는 점입니다.

민관 합동조사단은 '낙뢰로 인한 불이다' 이렇게 밝혔지만, 기상청에선 그 시간대에 낙뢰가 관측되지 않았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의문이 커지는 서해대교 화재,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저녁. 경기도 평택에서 충남 당진을 잇는 서해대교 주탑에서 불길이 솟아오릅니다.

케이블로 옮겨 붙은 불길은 점점 거세집니다.

<인터뷰> 이하철(목격자) : “(서해대교)올라오기 전부터 차가 밀리더라고요. 우리 생각에는 교통 사고인 줄 알았는데 크진 않았는데 위에서 불꽃이 떨어지는 걸 봤어요.”

서해대교를 교각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케이블에 불이 붙은 것입니다.

<녹취> 김경일(본부장/한국도로공사 대전충청본부) : “목포 방향에 있는 72번 케이블에 화재가 발생해서 케이블이 절단되었고 절단되면서 주탑에 매달려있던 72번 잔여 케이블 불길이 56번, 57번 케이블로 옮겨져서 손상이 발생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소방관 백여 명이 출동했지만 좀처럼 불을 끌 수가 없었습니다.

불이 난 곳이 주탑 꼭대기인 데다 강풍이 불어 헬기도 뜰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에 안간힘을 쓰고 있던 순간, 갑자기 케이블이 불길에 끊어져 떨어집니다.

이 케이블에 맞은 평택 소방서 이병곤 포승 안전센터장은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녹취> 신재상(본부장/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본부) : “긴박한 상황에서 어떻게든지 소화방법을 강구하고 그 소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을 강구하다가 소방관님께서 순직하셨습니다.”

소방관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다친 이 화재는 3시간 반 만에야 간신히 진화됐습니다.

<인터뷰> 이민원(서장/경기 평택소방서) : “(주탑으로) 올라가서 거기서 로프를 아래로 내려서 소방차에서 고압의 물을 끌어올려서 그걸로 가까스로 (진화했습니다.)”

그런데, 이 높은 주탑 상층부의 강철로 만들어진 케이블에서 어떻게 불이 났을까.

사고 다음날인 지난 4일, 전문가 30여명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조사단이 현장검증을 벌였습니다.

합동조사단이 밝힌 원인은 낙뢰였습니다.

<인터뷰> 신재상(본부장/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본부) : “케이블 절단 원인은 저희가 낙뢰로 추정을 했고요. 그 이후에 오늘 여러 가지 조사와 또 민간인의 제보를 종합할 때 낙뢰가 확실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낙뢰로 인해 케이블에 불이 붙어 절단됐다는 겁니다.

케이블 안에 부식을 막기 위해 넣은 물질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신재상(본부장/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본부) : “(왁스는) 기름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불이 붙으면 발화하는 데 불을 잘 붙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검증 이후에도 의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시각, 서해대교에 인근에선 낙뢰가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녹취> 기상청 관계자(음성변조) : “그 시간대에는 관측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장비로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낙뢰가 원인이라 하더라도, 의문점이 남습니다.

서해대교 주탑에는 천둥 벼락으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한 피뢰침이 4개가 설치돼 있습니다.

당시, 낙뢰가 피뢰침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피뢰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녹취> 김경일(본부장/한국도로공사 대전충청본부) : “피뢰침은 정상적으로 가동, 작동한 상태였고 피뢰침에 반경이 어느 정도인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낙뢰가 원인이라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김찬오(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 “낙뢰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수평이나 대각선 방향으로 이런 식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뢰침 주변에 있는 금속체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서해대교 낙뢰도 그런 형태로 진행된 게 아닌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리 소홀 등 다른 원인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인터뷰> 김상효(교수/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템공학부) : “발화를 할 수 있는 어떤 개척 장비라던가 배터리라든가 이런 것들이 전기가 누전되어서 합선될 수 있다든가……. 그 원인이 다음에 다른 교량에서 유사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원인을 좀 더 시간을 두고 잘 검토를 해봐야 할 것입니다.”

서해대교는 현재 케이블 해체 작업으로 통행이 금지됐고, 주말 내내 고속도로가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면서 시민들도 불편을 겪었습니다.

<녹취> 김경일(본부장/한국도로공사 대전충청본부) : “현재 화재로 절단된 72번과 손상된 56번 57번 케이블을 해체해서 철거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해체, 철거 그리고 케이블 설치 이런 순서로 진행되는데 완료되는 시점을 12월 24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고통스러운 주말을 보낸 사람들은 갑작스레 가족을 잃은 고 이병곤 센터장의 가족들입니다.

<인터뷰> 이병하(故 이병곤 센터장의 작은 형) : “어제저녁 7시경에 전화 연락을 받았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동생, 하나밖에 없는 동생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어서 너무나 참담한 심정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인터뷰> 이병수(故 이병곤 센터장의 큰 형) : “제가 형이지만 존경스러울 정도로 동생에 대한 마음속에 그런 인식을 하게 하는 사람이었어요.”

수많은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며 모범이 되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 센터장.

가족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소방관에 대한 처우가 나아지길 바라봅니다.

<인터뷰> 이병수(故 이병곤 센터장의 큰 형) : “소방관에 대한 가치 평가를 국민들이 남다르게 평가를 해줘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장비라든가 사회적 평가가 훨씬 더 나은 쪽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죠.”

소방관 1명의 숭고한 목숨을 앗아간 서해대교 화재. 경찰은 화재원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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