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왜 스키장은 눈이 와도 인공 눈을 뿌릴까?

입력 2015.12.18 (09:04) 수정 2015.12.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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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에 있는 A 스키장을 찾았다. 개장 직후 함박눈이 쏟아지며 눈이 제법 쌓였다. 스키장의 표정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도 제설기를 총동원해 쉴 새 없이 인공 눈을 뿌리고 있었다. 슬로프에 최소 40cm의 눈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다 스키가 잘 미끄러지도록 하는 '설질'도 주요한 문제라 했다.

인공 눈은 자연 눈과 어떻게 다를까? 왜 눈이 와도 인공 눈을 뿌리는 걸까?

제설기제설기

▲ 스키장에 인공 눈을 뿌리는 제설기.


■ 인공 눈, 단단해서 잘 미끄러진다

함박눈 덕분에 스키장 주변에 20cm 안팎의 눈이 쌓였다. 동시에 슬로프에 뿌리고 있는 인공 눈도 볼 수 있었다. 강원도 산간의 기온은 한낮에도 영하 5도에 머물고 있었다. 먼저 자연 눈을 밟았다. 예상대로 발목까지 깊숙이 빠져 들어간다. '뽀드득'하는 경쾌한 소리도 난다. 다음은 제설기가 뿌린 인공 눈을 밟았다. 눈이 약간 눌리기는 하지만, 발이 빠지지 않고 버텨낸다. 체중을 실어 밟아야 신발의 3분의 1 정도가 빠지는 정도다. 눈이 눌리지 않으니 당연히 소리도 시원찮다.

자연 눈과 인공 눈자연 눈과 인공 눈

▲ 밟으면 푹 빠지는 자연 눈(위)과 단단한 인공 눈(아래).


인공 눈을 만져보니 마치 덜 얼은 진눈깨비 같았다. 물기가 많아 잘 뭉쳐졌다. 한 움큼 모아 쉽게 축구공만 한 눈덩이를 만들었다. 반면 영하 5도에서 내린 자연 눈은 가루 같은 느낌이었다. 눈을 뭉치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남은 눈은 얼마 되지 않았다.

눈 결정을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자연 눈은 구름에서 땅으로 내리는 동안 수증기가 달라붙어 결정 구조가 만들어진다. 육각 모형이다. 수소 분자 2개, 산소 분자 1개라는 구조 때문에 육각 모형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반면 인공 눈은 순식간에 만들어져서 그냥 얼음 알갱이가 모인 것이다.

결정 비교결정 비교

▲ 자연 눈과 인공 눈 결정 비교.


자연 눈은 결정 사이에 공간이 많다. 그러나 알갱이인 인공 눈은 자연 눈만큼 틈이 없다. 그래서 자연 눈보다 덜 눌리는 것이다. 부피로 따지면 인공 눈이 자연 눈의 절반 정도라고 한다. 보통 10mm 내릴 비가 눈으로 내리면 10cm가량 쌓인다. 그런데 이 물로 인공 눈을 만들면 5cm 정도 쌓인다.

부피 비교부피 비교

▲ 자연 눈과 인공 눈 부피 비교


따라서 스키를 타면 덜 눌리는 인공 눈이 훨씬 잘 미끄러진다. 스키가 미끄러지는 원리는 누르는 압력에 눈이 물로 녹아 윤활유 역할을 하는 데 있다. 인공 눈이 녹는 점도 낮아서 잘 미끄러진다고 한다.

더구나 전문가나 선수들을 위해서는 인공 눈이 필수다. 계속 같은 구간을 지나거나 방향 전환을 하는 부분은 패이게 마련이다. 슬로프가 패이면 나중에 스키를 탄 선수는 손해를 보게 돼 있다. 따라서 국제 대회가 열리는 스키장은 슬로프 바닥을 빙판처럼 얼려서 탄다고 한다. 반드시 인공 눈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인공 눈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잘 미끄러지기 때문에 넘어졌을 때는 단단한 인공 눈보다는 푹신한 자연 눈이 좋을 거다. 그래서 스키 초보자들은 자연 눈을 선호한다.

현재 스키장은 인공 눈과 자연 눈의 적절한 혼합으로 운영하고 있다. 먼저 인공 눈으로 슬로프를 다지고, 그 위에 자연 눈이 내리면 가장 좋다고 말한다.

■ 제설기, 물방울 순간 얼려 눈 만든다

최초의 인공 눈은 1936년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홋카이도 대학에 저온연구소를 만든 '나카야 우키치로' 교수가 처음으로 인공 눈 결정을 만들어냈다. 지금 같은 방식의 제설기는 1952년 미국 뉴욕 인근의 한 리조트에서 처음 선보였다. 1970년대 이후부터는 스키장에 널리 쓰이고 있다.

제설기는 아주 작은 물방울과 압축 공기를 분사한다. 물방울 크기는 머리카락 굵기와 비슷한 50㎛ 정도에 불과하다. 압축 공기는 분사되면서 부피가 팽창한다. 순간 주변의 열을 빼앗아가며 물방울을 얼리는 역할을 한다. 이때 공기 속에 들어있는 미세먼지는 얼음 결정의 핵 역할을 한다.

여기에다 제설기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기온이 영하 3도 이하, 습도는 60% 이하가 되어야 한다. 기온이 조금 높거나 습도가 높으면 눈보다는 물에 가깝게 떨어진다. 제설기의 효율에 따라 운영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압축 공기를 어떻게 뿌리느냐, 결정핵에 무엇을 넣느냐에 달라진다. 따라서 기온이 영상 1~2℃라도 눈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곧바로 녹아버리기 때문에 외부 기온은 0도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

제설기 운영 조건제설기 운영 조건

▲ 제설기 운영 조건.


■ 온난화로 우려되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 2월 대관령면은 평균 기온 -4.0℃, 적설은 37.1cm로 나타나, 최적의 기상조건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강원발전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이다. 하지만 다음 문장이 덧붙여진다. "기온은 지난 10년간 0.6℃의 상승을 나타내고, 강설은 10.8cm 감소했으며, 눈 대신 비 오는 날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강원도에 눈이 오는 날이 줄어들고 있다. 제설기는 지금도 스키장 운영에 필수 장비이지만,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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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왜 스키장은 눈이 와도 인공 눈을 뿌릴까?
    • 입력 2015-12-18 09:04:05
    • 수정2015-12-18 09:08:43
    취재후·사건후
강원도 평창에 있는 A 스키장을 찾았다. 개장 직후 함박눈이 쏟아지며 눈이 제법 쌓였다. 스키장의 표정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도 제설기를 총동원해 쉴 새 없이 인공 눈을 뿌리고 있었다. 슬로프에 최소 40cm의 눈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다 스키가 잘 미끄러지도록 하는 '설질'도 주요한 문제라 했다.

인공 눈은 자연 눈과 어떻게 다를까? 왜 눈이 와도 인공 눈을 뿌리는 걸까?

제설기
▲ 스키장에 인공 눈을 뿌리는 제설기.


■ 인공 눈, 단단해서 잘 미끄러진다

함박눈 덕분에 스키장 주변에 20cm 안팎의 눈이 쌓였다. 동시에 슬로프에 뿌리고 있는 인공 눈도 볼 수 있었다. 강원도 산간의 기온은 한낮에도 영하 5도에 머물고 있었다. 먼저 자연 눈을 밟았다. 예상대로 발목까지 깊숙이 빠져 들어간다. '뽀드득'하는 경쾌한 소리도 난다. 다음은 제설기가 뿌린 인공 눈을 밟았다. 눈이 약간 눌리기는 하지만, 발이 빠지지 않고 버텨낸다. 체중을 실어 밟아야 신발의 3분의 1 정도가 빠지는 정도다. 눈이 눌리지 않으니 당연히 소리도 시원찮다.

자연 눈과 인공 눈
▲ 밟으면 푹 빠지는 자연 눈(위)과 단단한 인공 눈(아래).


인공 눈을 만져보니 마치 덜 얼은 진눈깨비 같았다. 물기가 많아 잘 뭉쳐졌다. 한 움큼 모아 쉽게 축구공만 한 눈덩이를 만들었다. 반면 영하 5도에서 내린 자연 눈은 가루 같은 느낌이었다. 눈을 뭉치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남은 눈은 얼마 되지 않았다.

눈 결정을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자연 눈은 구름에서 땅으로 내리는 동안 수증기가 달라붙어 결정 구조가 만들어진다. 육각 모형이다. 수소 분자 2개, 산소 분자 1개라는 구조 때문에 육각 모형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반면 인공 눈은 순식간에 만들어져서 그냥 얼음 알갱이가 모인 것이다.

결정 비교
▲ 자연 눈과 인공 눈 결정 비교.


자연 눈은 결정 사이에 공간이 많다. 그러나 알갱이인 인공 눈은 자연 눈만큼 틈이 없다. 그래서 자연 눈보다 덜 눌리는 것이다. 부피로 따지면 인공 눈이 자연 눈의 절반 정도라고 한다. 보통 10mm 내릴 비가 눈으로 내리면 10cm가량 쌓인다. 그런데 이 물로 인공 눈을 만들면 5cm 정도 쌓인다.

부피 비교
▲ 자연 눈과 인공 눈 부피 비교


따라서 스키를 타면 덜 눌리는 인공 눈이 훨씬 잘 미끄러진다. 스키가 미끄러지는 원리는 누르는 압력에 눈이 물로 녹아 윤활유 역할을 하는 데 있다. 인공 눈이 녹는 점도 낮아서 잘 미끄러진다고 한다.

더구나 전문가나 선수들을 위해서는 인공 눈이 필수다. 계속 같은 구간을 지나거나 방향 전환을 하는 부분은 패이게 마련이다. 슬로프가 패이면 나중에 스키를 탄 선수는 손해를 보게 돼 있다. 따라서 국제 대회가 열리는 스키장은 슬로프 바닥을 빙판처럼 얼려서 탄다고 한다. 반드시 인공 눈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인공 눈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잘 미끄러지기 때문에 넘어졌을 때는 단단한 인공 눈보다는 푹신한 자연 눈이 좋을 거다. 그래서 스키 초보자들은 자연 눈을 선호한다.

현재 스키장은 인공 눈과 자연 눈의 적절한 혼합으로 운영하고 있다. 먼저 인공 눈으로 슬로프를 다지고, 그 위에 자연 눈이 내리면 가장 좋다고 말한다.

■ 제설기, 물방울 순간 얼려 눈 만든다

최초의 인공 눈은 1936년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홋카이도 대학에 저온연구소를 만든 '나카야 우키치로' 교수가 처음으로 인공 눈 결정을 만들어냈다. 지금 같은 방식의 제설기는 1952년 미국 뉴욕 인근의 한 리조트에서 처음 선보였다. 1970년대 이후부터는 스키장에 널리 쓰이고 있다.

제설기는 아주 작은 물방울과 압축 공기를 분사한다. 물방울 크기는 머리카락 굵기와 비슷한 50㎛ 정도에 불과하다. 압축 공기는 분사되면서 부피가 팽창한다. 순간 주변의 열을 빼앗아가며 물방울을 얼리는 역할을 한다. 이때 공기 속에 들어있는 미세먼지는 얼음 결정의 핵 역할을 한다.

여기에다 제설기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기온이 영하 3도 이하, 습도는 60% 이하가 되어야 한다. 기온이 조금 높거나 습도가 높으면 눈보다는 물에 가깝게 떨어진다. 제설기의 효율에 따라 운영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압축 공기를 어떻게 뿌리느냐, 결정핵에 무엇을 넣느냐에 달라진다. 따라서 기온이 영상 1~2℃라도 눈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곧바로 녹아버리기 때문에 외부 기온은 0도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

제설기 운영 조건
▲ 제설기 운영 조건.


■ 온난화로 우려되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 2월 대관령면은 평균 기온 -4.0℃, 적설은 37.1cm로 나타나, 최적의 기상조건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강원발전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이다. 하지만 다음 문장이 덧붙여진다. "기온은 지난 10년간 0.6℃의 상승을 나타내고, 강설은 10.8cm 감소했으며, 눈 대신 비 오는 날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강원도에 눈이 오는 날이 줄어들고 있다. 제설기는 지금도 스키장 운영에 필수 장비이지만,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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