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北 모란봉악단 철수’ 파문…후폭풍은?

입력 2015.12.19 (07:49) 수정 2015.12.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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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입니다.

‘악단 외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북한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이 공연을 불과 3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됐습니다.

북한판 걸 그룹에서 최근 들어 체제 선전의 전위대로 변신한 모란봉악단의 공연 내용이 결국 발목을 잡았는데요,

외교적 결례와 함께 북한 정권의 예측불가성이 다시 확인돼 파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모란봉악단 공연 취소의 전말과 그 후폭풍을 집중 진단했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지난 9일, 평양역.

제복 차림의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환송객들의 배웅을 받으며 열차에 오릅니다.

공연이 갖는 비중을 반영하듯, 북측에서는 당 서열 5위 김기남 비서가, 중국에서는 리진쥔 북한 주재 대사가 직접 현장을 찾았습니다.

<녹취> 지난 8일, 조선중앙TV : "공훈국가합창단과 모란봉악단의 친선방문은 조중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친선의 정을 두터이 하고 문화예술교류를 더욱 발전시키는데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날 오전 베이징 역,

22시간을 달려 도착한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공훈국가합창단과 함께 전용열차에서 내립니다.

이어 버스 편으로 숙소로 이동한 모란봉악단 단원들, 짙은 황갈색 군복으로 갈아입은 단원들은 숙소 안팎에서 KBS 취재에 응하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녹취> 모란봉악단 단원 : "(첫 번째 해외 공연을 북경으로 나왔는데, 심경이 어떠신지 한 말씀 해 주세요.) 환대해주신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중국 측에서?) 네"

사진 촬영은 물론, 난감한 질문에도 환하게 웃으며 재치 있는 말솜씨를 뽐냅니다.

<녹취> 모란봉악단 단원 :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공연 오십시오."

베이징 도착 둘째 날, 시내 관광을 마친 단원들이 손마다 하얀 쇼핑백을 들고 호텔로 들어섭니다.

특히, 공연단을 이끈 현송월 단장은 내외신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도 여유 있는 자세로 응수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현송월(모란봉악단 단장) : "누구신지 소개부터 하십시오. (서울에서 왔습니다.) 서울에서 왔습니까? (네.) 아니 그런데 어떻게 중국에 오셨습니까?"

당정의 주요 인사들에게 대거 초청장을 발송한 중국 정부는 모란봉악단 공연이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화춘잉(중국 외교부 대변인) : "이번 공연이 양국 인민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두 나라간의 우호 관계를 촉진시키기를 희망합니다."

이어 중국 문화예술의 상징인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이뤄진 리허설 공연,

세련된 헤어스타일에 무대화장까지 한 단원들은, 현란한 악기 연주와 노래 실력을 뽐내며 실전 같은 리허설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모란봉악단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었던 베이징 국가대극원 무대입니다.

모란봉악단은 공연 전날인 지난 11일, 5천 4백석 규모를 자랑하는 이 곳에서 최종 리허설까지 진행했는데요,

정작, 공연 당일 이곳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첫 공연이 예정됐던 지난 12일 오후, 커다란 짐 가방을 든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차례로 숙소를 나섭니다.

한 시간 뒤 이들은 공연장이 아닌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녹취> 중국 CCTV 보도 : "오후 1시쯤 짐을 든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공항에서 목격됐습니다. 왜 공항에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전날의 밝은 표정은 자취를 감춘 채 어두운 표정으로 굳게 입을 다문 단원들,

모란봉악단 단원들은 결국, 공연을 불과 3시간 앞두고 돌연 귀국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비슷한 시각, 호텔 숙소에서는 이번 공연을 주도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등 북측 인사들이 철수하는 모습도 KBS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녹취>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 : "(공연이 왜 취소된 겁니까?) 이제 그만 하죠.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입니까?) 바쁩니다. 바빠요. 나중에."

이에 앞서 중국 측은 시진핑 주석의 측근인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왕자루이 전 부장을 호텔로 보내 귀국을 만류했지만,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공연장 측은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공연 취소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녹취> 국가대극원 관계자 : "사정이 있어서 취소됐습니다. (공연표는 어떻게 하나요?) 죄송합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녹취> 공연 관람객 : "무척 보고 싶어서 왔는데 이렇게 취소가 되니까 정말 유감스럽습니다."

‘악단 외교’란 말이 나올 정도로 북·중 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 걸로 기대를 모았던 모란봉악단의 첫 해외 공연이 공연 당일 취소 사태를 낳으며 끝내 무산된 겁니다.

공연 취소의 발단이 된 건 모란봉악단의 공연 내용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단숨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을 무대 배경으로 한 모란봉악단의 대표곡, 단숨에!

그리고 인민의 환희 등 상당수 공연 예정곡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개인숭배와 찬양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녹취> '자나 깨나 원수님 생각' : "갈수록 더 잘 모실 불타는 생각 안녕만을 바라는 마음..."

리허설을 지켜 본 중국 측이 김정은 찬양일색의 가사내용을 문제 삼자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고, 이에 맞서 중국 측이 공연 참석자의 급을 낮추자 북한이 공연을 취소했다는 게 우리 정보 당국의 분석입니다.

<인터뷰>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김정은의 찬양일색으로 되어있는 그 내용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왜냐면 중국은 이미 개혁개방 30년 이상의 길을 걸었고, 북한은 여전히 수십 년 독재체제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양국 지도부가 갖는 정서상의 인식의 괴리라는 것도 상당히 무시할 수가 없거든요."

모란봉악단의 도착 당일인 지난 10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뱉어낸 ‘수소폭탄’ 발언도 공연 취소에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연 당일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북한과 중국 모두 일단 파장 최소화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중국 측은 단순한 소통의 문제일 뿐이라며 여전히 공연 취소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중국 CCTV(지난 13일) : "업무 측면에서 서로의 소통 연결에 원인이 있어서 모란봉악단 공연이 무산됐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 인터넷에 올라온 모란봉악단 관련 댓글을 모두 삭제하는 등 전면적인 보도 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녹취> 홍레이(중국 외교부 대변인) : "신화통신에서 이미 보도했습니다. 더 이상 제공할 새로운 소식 없습니다."

중국 공연을 앞두고 연일 모란봉악단 띄우기에 나섰던 북한 매체들도 공연 취소 이후에는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끌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이 이 문제에 관해서 지금 함구하고 있습니다. 이 얘기는 뭐냐면 북한이 조심하고 있다는 거죠. 중국이 알아서 풀라고 얘기를 하는 거죠."

중국 관영 매체들은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가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북·중관계에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신들은 갑작스런 공연 취소가 북중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모란봉악단 철수 이후 북·중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이번 공연 취소 사태는 우선, 과거 혈맹 관계였던 북·중 두 나라의 달라진 눈높이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G2의 일원으로 국제규범을 만들어가는 중국과 여전히 과거의 인식에 머물러 있는 북한의 눈높이가 이제는 공연조차 조율하지 못할 정도로 달라졌다는 겁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김일성 시대에는 정말 양측이 혈맹으로 맺어져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지 뭐 다 서로 용인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에 그것이 급이 낮아졌고, 이 손자인 김정은 시대에는 벌써 그건 과거의 추억에 이제 불과하기 때문에 특수 관계에서 정상적인 국가로 지금 변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이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때문에 지난 10월 류윈산 방북을 계기로 복원 조짐을 보였던 북·중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북한이 원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입니다.

또, 단순한 외교적 결례를 넘어 북한 정권의 예측 불가성이 재확인되면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행동반경이 더 좁아졌다는 관측입니다.

<인터뷰>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 "북한 사회가 중요한 정책 결정에 있어서 합리적이고 유연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그러한 것이 쌓이게 되면 결국은 북한 사회가 국제 사회에서 고립을 계속 면할 수가 없게 되고 그것은 결국 자칫하면 체제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북·중 관계의 이상 기류가 남북 관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 당일, 개성공단에서 진행중이던 남북 당국회담마저 결렬되면서, 남북관계는 당분간 냉각기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모란봉 악단도 사실 북한으로선 기분이 나쁜 거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지금 왔기 때문에 그것이 자기들의 입장을, 자기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다시 도발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거든요. 그러나 내년도 북한의 정치 일정을 고려한다면 그렇다면 도발 쪽보다는 좀 더 대화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하는 그런 조심스러운 전망을 하는 거죠."

모처럼 마련된 북·중 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를 모두 놓친 채 또 다시 침묵에 들어간 북한.

김정은 집권 5년차를 맞아 북한이 내놓을 신년사 메시지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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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19 08:51:17
    • 수정2015-12-19 09:06:42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입니다.

‘악단 외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북한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이 공연을 불과 3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됐습니다.

북한판 걸 그룹에서 최근 들어 체제 선전의 전위대로 변신한 모란봉악단의 공연 내용이 결국 발목을 잡았는데요,

외교적 결례와 함께 북한 정권의 예측불가성이 다시 확인돼 파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모란봉악단 공연 취소의 전말과 그 후폭풍을 집중 진단했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지난 9일, 평양역.

제복 차림의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환송객들의 배웅을 받으며 열차에 오릅니다.

공연이 갖는 비중을 반영하듯, 북측에서는 당 서열 5위 김기남 비서가, 중국에서는 리진쥔 북한 주재 대사가 직접 현장을 찾았습니다.

<녹취> 지난 8일, 조선중앙TV : "공훈국가합창단과 모란봉악단의 친선방문은 조중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친선의 정을 두터이 하고 문화예술교류를 더욱 발전시키는데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날 오전 베이징 역,

22시간을 달려 도착한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공훈국가합창단과 함께 전용열차에서 내립니다.

이어 버스 편으로 숙소로 이동한 모란봉악단 단원들, 짙은 황갈색 군복으로 갈아입은 단원들은 숙소 안팎에서 KBS 취재에 응하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녹취> 모란봉악단 단원 : "(첫 번째 해외 공연을 북경으로 나왔는데, 심경이 어떠신지 한 말씀 해 주세요.) 환대해주신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중국 측에서?) 네"

사진 촬영은 물론, 난감한 질문에도 환하게 웃으며 재치 있는 말솜씨를 뽐냅니다.

<녹취> 모란봉악단 단원 :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공연 오십시오."

베이징 도착 둘째 날, 시내 관광을 마친 단원들이 손마다 하얀 쇼핑백을 들고 호텔로 들어섭니다.

특히, 공연단을 이끈 현송월 단장은 내외신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도 여유 있는 자세로 응수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현송월(모란봉악단 단장) : "누구신지 소개부터 하십시오. (서울에서 왔습니다.) 서울에서 왔습니까? (네.) 아니 그런데 어떻게 중국에 오셨습니까?"

당정의 주요 인사들에게 대거 초청장을 발송한 중국 정부는 모란봉악단 공연이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화춘잉(중국 외교부 대변인) : "이번 공연이 양국 인민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두 나라간의 우호 관계를 촉진시키기를 희망합니다."

이어 중국 문화예술의 상징인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이뤄진 리허설 공연,

세련된 헤어스타일에 무대화장까지 한 단원들은, 현란한 악기 연주와 노래 실력을 뽐내며 실전 같은 리허설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모란봉악단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었던 베이징 국가대극원 무대입니다.

모란봉악단은 공연 전날인 지난 11일, 5천 4백석 규모를 자랑하는 이 곳에서 최종 리허설까지 진행했는데요,

정작, 공연 당일 이곳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첫 공연이 예정됐던 지난 12일 오후, 커다란 짐 가방을 든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차례로 숙소를 나섭니다.

한 시간 뒤 이들은 공연장이 아닌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녹취> 중국 CCTV 보도 : "오후 1시쯤 짐을 든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공항에서 목격됐습니다. 왜 공항에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전날의 밝은 표정은 자취를 감춘 채 어두운 표정으로 굳게 입을 다문 단원들,

모란봉악단 단원들은 결국, 공연을 불과 3시간 앞두고 돌연 귀국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비슷한 시각, 호텔 숙소에서는 이번 공연을 주도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등 북측 인사들이 철수하는 모습도 KBS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녹취>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 : "(공연이 왜 취소된 겁니까?) 이제 그만 하죠.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입니까?) 바쁩니다. 바빠요. 나중에."

이에 앞서 중국 측은 시진핑 주석의 측근인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왕자루이 전 부장을 호텔로 보내 귀국을 만류했지만,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공연장 측은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공연 취소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녹취> 국가대극원 관계자 : "사정이 있어서 취소됐습니다. (공연표는 어떻게 하나요?) 죄송합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녹취> 공연 관람객 : "무척 보고 싶어서 왔는데 이렇게 취소가 되니까 정말 유감스럽습니다."

‘악단 외교’란 말이 나올 정도로 북·중 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 걸로 기대를 모았던 모란봉악단의 첫 해외 공연이 공연 당일 취소 사태를 낳으며 끝내 무산된 겁니다.

공연 취소의 발단이 된 건 모란봉악단의 공연 내용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단숨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을 무대 배경으로 한 모란봉악단의 대표곡, 단숨에!

그리고 인민의 환희 등 상당수 공연 예정곡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개인숭배와 찬양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녹취> '자나 깨나 원수님 생각' : "갈수록 더 잘 모실 불타는 생각 안녕만을 바라는 마음..."

리허설을 지켜 본 중국 측이 김정은 찬양일색의 가사내용을 문제 삼자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고, 이에 맞서 중국 측이 공연 참석자의 급을 낮추자 북한이 공연을 취소했다는 게 우리 정보 당국의 분석입니다.

<인터뷰>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김정은의 찬양일색으로 되어있는 그 내용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왜냐면 중국은 이미 개혁개방 30년 이상의 길을 걸었고, 북한은 여전히 수십 년 독재체제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양국 지도부가 갖는 정서상의 인식의 괴리라는 것도 상당히 무시할 수가 없거든요."

모란봉악단의 도착 당일인 지난 10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뱉어낸 ‘수소폭탄’ 발언도 공연 취소에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연 당일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북한과 중국 모두 일단 파장 최소화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중국 측은 단순한 소통의 문제일 뿐이라며 여전히 공연 취소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중국 CCTV(지난 13일) : "업무 측면에서 서로의 소통 연결에 원인이 있어서 모란봉악단 공연이 무산됐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 인터넷에 올라온 모란봉악단 관련 댓글을 모두 삭제하는 등 전면적인 보도 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녹취> 홍레이(중국 외교부 대변인) : "신화통신에서 이미 보도했습니다. 더 이상 제공할 새로운 소식 없습니다."

중국 공연을 앞두고 연일 모란봉악단 띄우기에 나섰던 북한 매체들도 공연 취소 이후에는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끌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이 이 문제에 관해서 지금 함구하고 있습니다. 이 얘기는 뭐냐면 북한이 조심하고 있다는 거죠. 중국이 알아서 풀라고 얘기를 하는 거죠."

중국 관영 매체들은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가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북·중관계에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신들은 갑작스런 공연 취소가 북중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모란봉악단 철수 이후 북·중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이번 공연 취소 사태는 우선, 과거 혈맹 관계였던 북·중 두 나라의 달라진 눈높이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G2의 일원으로 국제규범을 만들어가는 중국과 여전히 과거의 인식에 머물러 있는 북한의 눈높이가 이제는 공연조차 조율하지 못할 정도로 달라졌다는 겁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김일성 시대에는 정말 양측이 혈맹으로 맺어져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지 뭐 다 서로 용인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에 그것이 급이 낮아졌고, 이 손자인 김정은 시대에는 벌써 그건 과거의 추억에 이제 불과하기 때문에 특수 관계에서 정상적인 국가로 지금 변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이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때문에 지난 10월 류윈산 방북을 계기로 복원 조짐을 보였던 북·중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북한이 원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입니다.

또, 단순한 외교적 결례를 넘어 북한 정권의 예측 불가성이 재확인되면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행동반경이 더 좁아졌다는 관측입니다.

<인터뷰>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 "북한 사회가 중요한 정책 결정에 있어서 합리적이고 유연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그러한 것이 쌓이게 되면 결국은 북한 사회가 국제 사회에서 고립을 계속 면할 수가 없게 되고 그것은 결국 자칫하면 체제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북·중 관계의 이상 기류가 남북 관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 당일, 개성공단에서 진행중이던 남북 당국회담마저 결렬되면서, 남북관계는 당분간 냉각기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모란봉 악단도 사실 북한으로선 기분이 나쁜 거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지금 왔기 때문에 그것이 자기들의 입장을, 자기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다시 도발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거든요. 그러나 내년도 북한의 정치 일정을 고려한다면 그렇다면 도발 쪽보다는 좀 더 대화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하는 그런 조심스러운 전망을 하는 거죠."

모처럼 마련된 북·중 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를 모두 놓친 채 또 다시 침묵에 들어간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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