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르는 국산 애니메이션, 과제는?

입력 2015.12.20 (17:24) 수정 2015.12.2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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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애니메이션’하면 어떤 작품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예전엔 미국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이 대세였지만, 최근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앞날이 밝다는 얘기도 되는데, 그렇지만 몇몇 작품의 성공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 애니메이션 산업의 실태와 과제, 김진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평범한 장난감 자동차처럼 보이지만, 카드와 만나면 로봇으로 변신합니다.

올해 초부터 TV에서 방영중인 이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검색 사이트‘구글 코리아’의 ‘어린이 콘텐츠’ 분야에서 ‘파워레인저’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제치고, 올해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캐릭터 완구는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습니다.

내수시장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우리 애니메이션은 통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택배 비행기가 지구촌을 돌며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한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처음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북미 주요 어린이채널에 진출해 시청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 기획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점이 주효했습니다.

<인터뷰>정길훈(퍼니플럭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 "글로벌 시장을 타켓으로 처음부터 제작을 했고요. 그래서 저희가 작가도 미국작가들을 섭외해서 미국에서 시나리오와 더빙을 진행하고 또 교육적인 감수도 저희가 다 받았고요. 전세계/ 방송규정이나/ 다 맞을 수 있도록 기획을 해서 제작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2009년 4100억 원 대에서 2014년 5100억 원 대로 연 평균 4.1% 증가했습니다.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뒷받침됐습니다.

과거엔 미국이나 일본 회사의 수주를 받아 밑그림을 그리는 등 ‘하청 작업’ 이 주를 이뤘지만, 2007년부터는 기획과 제작 등 전 단계를 아우르는 '창작 제작'이 더 많아졌습니다.

2013년엔 애니메이션 창작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하청 매출을 압도했습니다.

<녹취> 윤태용(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2월, 애니메이션캐릭터산업 중장기 계획 발표) : "창작 매출이 거의 70%를 차지하면서 창작 중심으로 상당히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고 있다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애니메이션 창작이 늘게 된 데에는 2003년 만들어진 '뽀로로'의 영향이 컸습니다.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뽀로로는 세계 100여개 국에 수출됐고, 완구와 학용품, 뮤지컬, 테마파크 등 2000여 종의 연계상품을 창출해 냈습니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은 뽀로로의 경제적 효과가 5조 7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후에도 세계 100여 개국으로 수출되는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애니메이션 한류의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성과가 아직은 몇몇 에니메이션에 불과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찮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애니메이션 업체 상당수가 TV 애니메이션 제작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TV 애니메이션 1회당 평균 제작비는 1억 원 정도.

하지만, 업체의 80%가 연간 매출액 10억 미만의 중소업체입니다.

재원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면 질 낮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TV 시청률 하락과 광고 수익 감소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는 투자를, 방송사는 방영을 기피해 방영에 따른 수익인 방영권료도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다음 작품의 제작비도 넉넉할 수가 없고, 결국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김강덕(애니메이션발전연대 집행위원장) : "방영권료 현실화 부분. 이부분에서 제대로 안됨으로 인해서 산업 자체가 무너지게 되는 겁니다. 물론 여기서 살아남은 업체들, 몇 개 업체들은 계속 살아가겠죠. 마치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같은 겁니다. 살아나겠죠. 그렇지만 중소기업들은 망가지는 것처럼..."

때문에, 지난 2월, 정부는 2017년부터 방송사업자가 애니메이션을 구매할 때 방영권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방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수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전국 대학의 관련 학과에서 매년 8천명 이상이 졸업하지만 열악한 현실 때문에 애니메이션 종사 희망자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인터뷰>정길훈(퍼니플럭스 대표) : "학생들은 많이 졸업을 하는데 대부분 요즘엔 웹툰이나 게임 쪽으로 많이 진출을 해요. 그런게 굉장히 우려스러워요. 그래서 모든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인력 수급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거든요."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벗어야 합니다.

미국 월트디즈니사가 만든 ‘겨울왕국’, 일본 지브리스튜디오에서 만든 ‘하울의 움직이는 성’.

모두‘가족용'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런 작품이 드뭅니다.

영유아용 애니메이션의 성공이 잇따르다보니, 청소년·가족용은 손에 꼽을 만큼 제작물이 영유아 대상에 편중되는 겁니다.

<인터뷰> 이도형(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애니캐릭터팀장) : "어떻게 보면 수익구조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예를 들어,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완구를 중심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그런 쪽으로 많이 치중돼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전연령층을 타겟으로 한 기획이나 스토리 같은 것들이 아직 부족하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5위입니다.

언뜻 ‘5대 강국’처럼 보이지만, 점유율은 4.5%에 불과하고, 1,2위인 미국과 일본이 전체 시장 점유율의 60%를 거머쥐고 있습니다.

또,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애니메이션 육성 정책 아래 2012년부터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를 앞질렀습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2019년까지 애니메이션 분야에 2천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은 지난해 17조 원에서 3년 후엔 26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급성장하는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도 더욱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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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12-20 22: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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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애니메이션’하면 어떤 작품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예전엔 미국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이 대세였지만, 최근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앞날이 밝다는 얘기도 되는데, 그렇지만 몇몇 작품의 성공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 애니메이션 산업의 실태와 과제, 김진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평범한 장난감 자동차처럼 보이지만, 카드와 만나면 로봇으로 변신합니다.

올해 초부터 TV에서 방영중인 이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검색 사이트‘구글 코리아’의 ‘어린이 콘텐츠’ 분야에서 ‘파워레인저’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제치고, 올해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캐릭터 완구는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습니다.

내수시장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우리 애니메이션은 통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택배 비행기가 지구촌을 돌며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한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처음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북미 주요 어린이채널에 진출해 시청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 기획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점이 주효했습니다.

<인터뷰>정길훈(퍼니플럭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 "글로벌 시장을 타켓으로 처음부터 제작을 했고요. 그래서 저희가 작가도 미국작가들을 섭외해서 미국에서 시나리오와 더빙을 진행하고 또 교육적인 감수도 저희가 다 받았고요. 전세계/ 방송규정이나/ 다 맞을 수 있도록 기획을 해서 제작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2009년 4100억 원 대에서 2014년 5100억 원 대로 연 평균 4.1% 증가했습니다.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뒷받침됐습니다.

과거엔 미국이나 일본 회사의 수주를 받아 밑그림을 그리는 등 ‘하청 작업’ 이 주를 이뤘지만, 2007년부터는 기획과 제작 등 전 단계를 아우르는 '창작 제작'이 더 많아졌습니다.

2013년엔 애니메이션 창작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하청 매출을 압도했습니다.

<녹취> 윤태용(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2월, 애니메이션캐릭터산업 중장기 계획 발표) : "창작 매출이 거의 70%를 차지하면서 창작 중심으로 상당히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고 있다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애니메이션 창작이 늘게 된 데에는 2003년 만들어진 '뽀로로'의 영향이 컸습니다.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뽀로로는 세계 100여개 국에 수출됐고, 완구와 학용품, 뮤지컬, 테마파크 등 2000여 종의 연계상품을 창출해 냈습니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은 뽀로로의 경제적 효과가 5조 7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후에도 세계 100여 개국으로 수출되는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애니메이션 한류의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성과가 아직은 몇몇 에니메이션에 불과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찮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애니메이션 업체 상당수가 TV 애니메이션 제작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TV 애니메이션 1회당 평균 제작비는 1억 원 정도.

하지만, 업체의 80%가 연간 매출액 10억 미만의 중소업체입니다.

재원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면 질 낮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TV 시청률 하락과 광고 수익 감소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는 투자를, 방송사는 방영을 기피해 방영에 따른 수익인 방영권료도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다음 작품의 제작비도 넉넉할 수가 없고, 결국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김강덕(애니메이션발전연대 집행위원장) : "방영권료 현실화 부분. 이부분에서 제대로 안됨으로 인해서 산업 자체가 무너지게 되는 겁니다. 물론 여기서 살아남은 업체들, 몇 개 업체들은 계속 살아가겠죠. 마치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같은 겁니다. 살아나겠죠. 그렇지만 중소기업들은 망가지는 것처럼..."

때문에, 지난 2월, 정부는 2017년부터 방송사업자가 애니메이션을 구매할 때 방영권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방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수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전국 대학의 관련 학과에서 매년 8천명 이상이 졸업하지만 열악한 현실 때문에 애니메이션 종사 희망자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인터뷰>정길훈(퍼니플럭스 대표) : "학생들은 많이 졸업을 하는데 대부분 요즘엔 웹툰이나 게임 쪽으로 많이 진출을 해요. 그런게 굉장히 우려스러워요. 그래서 모든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인력 수급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거든요."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벗어야 합니다.

미국 월트디즈니사가 만든 ‘겨울왕국’, 일본 지브리스튜디오에서 만든 ‘하울의 움직이는 성’.

모두‘가족용'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런 작품이 드뭅니다.

영유아용 애니메이션의 성공이 잇따르다보니, 청소년·가족용은 손에 꼽을 만큼 제작물이 영유아 대상에 편중되는 겁니다.

<인터뷰> 이도형(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애니캐릭터팀장) : "어떻게 보면 수익구조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예를 들어,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완구를 중심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그런 쪽으로 많이 치중돼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전연령층을 타겟으로 한 기획이나 스토리 같은 것들이 아직 부족하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5위입니다.

언뜻 ‘5대 강국’처럼 보이지만, 점유율은 4.5%에 불과하고, 1,2위인 미국과 일본이 전체 시장 점유율의 60%를 거머쥐고 있습니다.

또,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애니메이션 육성 정책 아래 2012년부터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를 앞질렀습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2019년까지 애니메이션 분야에 2천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은 지난해 17조 원에서 3년 후엔 26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급성장하는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도 더욱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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