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알에 2억 투자했는데…알 깨고 나온 건 병아리

입력 2015.12.22 (16:21) 수정 2015.12.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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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 전 모(58) 씨가 앵무새를 통해 돈을 벌어 볼 생각을 하게 된 건 지인을 통해 신 모(42) 씨와 최 모(31) 씨를 알게 된 지난 8월부터다.

평소 앵무새 키우기에 관심이 많던 전 씨에게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인터넷 앵무새 동호회 출신 최씨가 지난 8월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자신들이 앵무새 알을 구해다 줄 테니, 그 알을 부화시켜서 잘 키워만 달라고 했다. 그렇게 키워주면 본인들이 동호회를 통해 대신 팔아서 수익을 나눠주겠다는 제안이었다.

홍금강앵무홍금강앵무

▲ 홍금강앵무 [출처=에버랜드 홈페이지]


고수익을 만들어줄 주인공은 앵무새 분양의 ‘끝판왕’이라고도 불리는 홍금강앵무. 2급 멸종위기동물이기도 한 홍금강앵무는 750만 원에서 1천만 원까지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최 씨는 전 씨에게 "새끼는 250만 원에 팔리고, 다 자란 것은 750만 원에 팔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최 씨와 신 씨는 처음엔 500만 원짜리 독일제 부화기에 앵무새 알 서른 개를 넣어서 줬다. 전 씨는 알을 애지중지했지만, 부화는 쉽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앵무새 알 하나에서 껍질을 깨고 새 생명이 태어났다. 하지만 태어난 생명은 앵무새가 아니라 '삐악삐악' 우는 노란 병아리였다.

앵무새알앵무새알

▲ 지난 2007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수하다 세관에 적발된 동남아산 앵무새 알 [출처 = 연합]


거의 전 재산을 투자한 전 씨는 기가 막혔다. 부화기에 들어 있던 건 앵무새 알이 아니라 달걀이었다. 속았다고 생각한 전 씨는 최 씨에게 항의했지만, 최 씨는 본인도 수입업자에게 속은 거라고 했다. 그는 이내 직접 태국에 가서 앵무새를 구해다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한 마리를 구해다 줬다. 하지만 그 한 마리도 이내 죽어버렸다. 다시 앵무새를 구해주겠다고 한 최 씨는 소식이 없었다.

버스기사 일을 하며 모아온 돈과 친척에게 빌린 돈, 대출받은 돈까지 모두 최 씨에게 투자해 지금까지 최 씨에게 들어간 돈만 2억 원이었다. 앵무새 알로 돈을 벌어보려 했던 전 씨는 결국 전 재산을 날리고 최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22일 최 씨와 전 씨를 붙잡아 사기 및 야생동물 보호·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 씨를 구속하고 전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전 씨로부터 홍금강앵무 알과 부화기 구입비, 외국 출장 경비 등을 명목으로 총 16차례에 걸쳐 2억 원을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실제로 지난 3월과 4월 2차례에 걸쳐 태국에 나가 홍금강앵무 8마리(4마리씩 두 차례)를 플라스틱 파이프에 넣어 감추고 국내로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처음 4마리 중 한 마리만 살아남아 전 씨에게 전해졌고, 나머지 7마리는 반입 과정에서 모두 질식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희귀한 애완동물이나 반려동물과 관련해서는 분양받기 전 동물병원이나 관련 협회에서 충분한 정보를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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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무새 알에 2억 투자했는데…알 깨고 나온 건 병아리
    • 입력 2015-12-22 16:21:26
    • 수정2015-12-22 16:27:37
    사회
버스기사 전 모(58) 씨가 앵무새를 통해 돈을 벌어 볼 생각을 하게 된 건 지인을 통해 신 모(42) 씨와 최 모(31) 씨를 알게 된 지난 8월부터다. 평소 앵무새 키우기에 관심이 많던 전 씨에게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인터넷 앵무새 동호회 출신 최씨가 지난 8월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자신들이 앵무새 알을 구해다 줄 테니, 그 알을 부화시켜서 잘 키워만 달라고 했다. 그렇게 키워주면 본인들이 동호회를 통해 대신 팔아서 수익을 나눠주겠다는 제안이었다.
홍금강앵무 ▲ 홍금강앵무 [출처=에버랜드 홈페이지]
고수익을 만들어줄 주인공은 앵무새 분양의 ‘끝판왕’이라고도 불리는 홍금강앵무. 2급 멸종위기동물이기도 한 홍금강앵무는 750만 원에서 1천만 원까지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최 씨는 전 씨에게 "새끼는 250만 원에 팔리고, 다 자란 것은 750만 원에 팔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최 씨와 신 씨는 처음엔 500만 원짜리 독일제 부화기에 앵무새 알 서른 개를 넣어서 줬다. 전 씨는 알을 애지중지했지만, 부화는 쉽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앵무새 알 하나에서 껍질을 깨고 새 생명이 태어났다. 하지만 태어난 생명은 앵무새가 아니라 '삐악삐악' 우는 노란 병아리였다.
앵무새알 ▲ 지난 2007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수하다 세관에 적발된 동남아산 앵무새 알 [출처 = 연합]
거의 전 재산을 투자한 전 씨는 기가 막혔다. 부화기에 들어 있던 건 앵무새 알이 아니라 달걀이었다. 속았다고 생각한 전 씨는 최 씨에게 항의했지만, 최 씨는 본인도 수입업자에게 속은 거라고 했다. 그는 이내 직접 태국에 가서 앵무새를 구해다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한 마리를 구해다 줬다. 하지만 그 한 마리도 이내 죽어버렸다. 다시 앵무새를 구해주겠다고 한 최 씨는 소식이 없었다. 버스기사 일을 하며 모아온 돈과 친척에게 빌린 돈, 대출받은 돈까지 모두 최 씨에게 투자해 지금까지 최 씨에게 들어간 돈만 2억 원이었다. 앵무새 알로 돈을 벌어보려 했던 전 씨는 결국 전 재산을 날리고 최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22일 최 씨와 전 씨를 붙잡아 사기 및 야생동물 보호·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 씨를 구속하고 전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전 씨로부터 홍금강앵무 알과 부화기 구입비, 외국 출장 경비 등을 명목으로 총 16차례에 걸쳐 2억 원을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실제로 지난 3월과 4월 2차례에 걸쳐 태국에 나가 홍금강앵무 8마리(4마리씩 두 차례)를 플라스틱 파이프에 넣어 감추고 국내로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처음 4마리 중 한 마리만 살아남아 전 씨에게 전해졌고, 나머지 7마리는 반입 과정에서 모두 질식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희귀한 애완동물이나 반려동물과 관련해서는 분양받기 전 동물병원이나 관련 협회에서 충분한 정보를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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