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 ‘작가주의’ 인가, 그냥 ‘지루한 영화’ 인가

입력 2015.12.22 (17:40) 수정 2015.12.22 (18: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주의' 인가, 그냥 '지루한 영화' 인가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마지막 '상남자' 포수와의 대결... 을 상상하셨나요?

예고편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며 극장을 찾았다면 이 영화는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영화 속 큰 호랑이 '대호'와 최민식이 분한 사냥꾼 천만덕은 '대결'보다는 '교감'을 나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신세계'라는 이름 만으로 이번 영화의 기대감을 높였던 박훈정 감독은 이 영화로 다소 관객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이야기 전개가 다소 지루하고, 화면 구성이 답답하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영혼의 상처'를 갖고 있는 두 존재가 병렬적으로 극을 끌어나가며

이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진짜 수컷'은 무엇인가하는

'작가주의적'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 대호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셨나요?

이번주 무비부비2, 영화 '대호'와 함께 합니다.



무비부비2무비부비2
‘작가주의’ 인가 , 그냥 ‘지루한 영화’ 인가…‘대호’
다시보기다시보기



강승화 엠씨(이하 엠): 최근 우리 영화의 흐름을 보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영화들이 참 많았고 흥행도 했습니다. 오늘 다룰 영화도 시대극을 살펴보겠는데요. 오늘 다룰 영화는 박훈정 감독 최민식 주연의 영화 대호입니다. 대호.

최광희 평론가(이하 최): 대자에다가 힘을 확 주시네. 대호. 대호!

엠: 제가 아는 대호 맞죠? 호랑이.

최: 큰 호랑이 그런 뜻입니다.

엠: 저도 큰 호랑이를 동물원에서만 보고 다른데서 당연히 못 봤겠죠

강유정 평론가(이하 강): 근데 동물원에서 보는 호랑이보다 더 큰 호랑이인거 같아요 영화에서 얘기하는 건 그정도가 아닌가 봐요. 진짜진짜.

최: 영화의 설정은 400kg 정도 되는 거대한 체구의 호랑이

강: 3.86m 길이가?

최: 사람들과의 대립을 다룬 영화인데요

엠: 줄거리 한 번 들어볼까요

[ '대호'의 줄거리 :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그를 쫓는 사냥꾼 ]

최: 네. 줄거리 제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영화의 시대배경은 1920년대입니다. 일제강점기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천만덕이라는 포수 즉 사냥꾼이예요. 지리산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야생동물들을 사냥하는 명 포수인데요. 이제는 포수 생활을 접고 아내의 비운의 사고로 잃은 뒤에 16살 아들하고 지리산 두메산골에서 약초나 캐면서 그렇게 생계를 이으면서 살고 있는데 일제강점기기 때문에 일본군들이 지리산에 있는 호랑이 특히 대호라고 하는 지역 사람들이 산군으로 모시는 큰 호랑이를 죽이려고 계속 시도를 합니다. 거기에 계속 천만덕을 끌어들이려고 하는데 천만덕은 산군은 죽여선 안된다면서 거부를 하죠. 이런 와중에 인근의 포수들이 일본군에 동원이 돼서 계속 지리산에서 산군 호랑이를 잡으려고 노력을 하다가 결국은 나중에 천만덕과 대호 산군이 운명의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엠: 이번 대호도 시대극인데 지금까지 나왔던 시대극과 차이점이 있나요

강: 저는 일단 시대극이 필요할 때 호랑이가 있어야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호랑이가 언제쯤 있었을까 라는 점에서 개연성에서도 필요하다고 보여지고 그리고 호랑이를 잡는 이야기거든요. 그러다보니 왜 잡는가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시대로 거꾸로 올라갔다 호랑이가 있어야 되는 시절인데 영화를 보시게 되면 이게 시대극이란 느낌 보다는 시대를 초월한듯한 이야기. 신화적인 이야기 내지는 동화적인 이야기에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서 시대극이라 부르긴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모노노케 히메처럼 대호와 명포수가 딱 서로를 쳐다보는데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듯한 눈빛으로 그래 알겠다 대화들이 나오는데 이게 이 영화의 딱 포인트예요. 이걸 관객들이 그럴듯하다고 보면 영화가 성공하는 거고 갑자기 키득키득 뭐야 갑자기 왜 지금 둘이 왠 영혼의 대화 이렇게 되면 탁 이탈돼서 나오거든요. 이 부분이 좀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납득도 설득도 안 되는 설정" ]

최: 저는 그 설정 자체가 동의가 안돼요. 설득이 안돼요.

엠: 시대극이라고 봤을 땐

최: 일제 강점기 당시에 일본군이 왜 자꾸 대호를 잡으려고 하는지 그 대호 잡다가 수십 수백명이 죽어요. 그런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왜 저 대호를 그렇게까지 고집스럽게 잡으려고 하는지 처음에 동기 자체가 미약하다보니까 산이라는 공간이 강유정 교수 말씀처럼 신화적인 혹은 동화적인 공간화 되어버리는 상황이 됐는데 결국은 동기 자체가 미약하다보니까 몰입이 안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천만덕의 대립자가 없는 거예요.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대립자가 없는 거죠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재밌게 본 영화 가운데 이를테면 암살은 친일파라는 대립자가 있는 거고 베테랑은 네 재벌3세라는 대립자가 있잖아요.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대립자는 누구예요. 없어요. 없는 거예요

엠: 말씀하신대로 보면 대호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고 최민식의 역인 천만덕은

강: 명포수죠. 천만덕도 호랑이예요 대호에서는. 두 마리 대호가 있는 겁니다. 진짜 대호가 있던 시절의 이야기 제가 자꾸 신화라고 얘기하는게 그때 진짜 지리산에 호랑이도 있었고 진짜 호랑이를 알아보는 진짜 남자도 있었던 거죠. 지금은 다 없다라는 전제하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 두 영혼의 상처가 서로 계속 반복이 되요. 가령 대호도 새끼와 아내를 잃고 포수도 새끼와 한편으로 또 아내를 잃거든요. 이 두 개가 나란히 가게 돼서 대호는 말 그대로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라 모노노케 히메를 얘기했던 것처럼 둘은 하나의 소울메이트처럼 이를테면 거울을 보고 있는 두 개의 짝처럼 같이 가고 있는데

최: 그러니까 영화는 결국 정서 이를테면 나라 잃은 슬픔 그 다음에 새끼를 잃은 슬픔이라고 하는 그 정서를 병렬적으로 이렇게 갖고 가는데 이 병렬로 흐를 뿐이지 맞물려가서 어떤 새로운 정서로 만들어내는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 "대중성은 떨어질 것... 그러나 짜릿한 영화" ]

강: 묘해요 저는 이게 대중성이 떨어질 것 같다는 예감은 들었는데 그 대중적인 대립구도를 피해서 박훈정 감독이 뭔가 시나리오를 쓰고자 했다는 의도는 왜 이렇게 사고 싶은가 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를테면 이게 어떤 점에서 패착은 있죠. 이런 영화는 백사십억씩 들이게 되면 대중을 많이 끌어당겨야 되는데 이 영화는 애초에 조금은 작가주의 영화에 가깝습니다.어떤 점에서 쾌락주의적이 미학자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시나리오 되게 어떤 점에선 짜릿했어요. 나름대로 탕진하고 가고 있구나 박훈정 감독이.

최: 결국은 저나 강유정 교수는 똑같은 부분을 상반된 상황에서 보는 거예요. 저는 대중영화면 철저하게 대중적으로 가라 이거예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박훈정 감독이 여기서 작가적으로 시도했냐 저는 그렇다고 보지도 않아요. 왜냐면 어정쩡하거든요. 감동을 주려고 무진장 노력하는 포인트도 있어요.

강: 저는 어쨌든 이런 박훈정 감독의 두 개 세계가 있다고 봐요 신세계처럼 부당거래처럼 수컷들이 서로를 할퀴고 모략을 짜서 어떻게든 상대를 상처낸 만큼 내가 얻고싶어하는 지독한 야수들의 세계가 있는가 하면 낭만적인 꿈이 있는 거 같아요. 남자들끼리의 의리 수컷들끼리 우리 말 안해도 아는 거 있잖아 한 번 말하자면 한 잔 마시고 푸는 거 있잖아 이런 낭만적인 세계를 꿈꾸는 거 같은데

최: 수컷들은 의리가 없어요 .인간 남자가 의리가 있지

엠: 저는 그래도 최민식씨가 주연이기 때문에 살짝 기대가 있긴 한데 최민식씨의 연기는 어땠나요

[ 믿고 보는 최민식... 역시 '이름값' ]

최: 최민식씨야 언제나 자기 이름값을 하죠. 언제나 이름값을 하고 특히나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라는 작품에서 감독과 인연을 맺었는데 박훈정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던 악마를 보았다에서 먼저 인연이 된 거죠. 어떻게 보면 박훈정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건데 그만큼 최민식씨가 박훈정 감독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거고 박감독도 최민식씨의 연기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거거든요.

강: 늘 훌륭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는 이번에 조금 아쉬웠던 건 젊은 시절 포수 역할할 땐 좀 몸이 가벼웠으면 어땠을까 몸이 무거워 보였어요. 많이. 말 그대로 조금 활동적인 포수 젊은 포수 역할을 해야되는데 조금 더 노력했으면 됐지 않았을까. 농담같은 얘기지만 대호 같은 시나리오가 와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해볼 거 같아서. 배우라면 해보고 싶을 거 같아요. 대적하는 거. 이게 뭔가 흥행은 둘째치더라도 해볼만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엠: 엄지를 통해서 영화의 평점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들어주세요! 아. 확고하시네요.

[ 이 영화의 한줄 평은? ]

강: 지금 여기 없는 진짜 수컷의 대화요.

엠: 그 수컷 어떤 수컷인지 되게 궁금하네요.

강: 지금 여기 없는 건 확실해요.

엠: 갑자기 자존심 상하는 이유는 뭐죠

최: 확실한 거는 강유정 교수님이 수컷을 좋아하신다는 거

강: 좋아합니다.

최: 저의 한줄평은 이렇습니다. 비장함이 넘쳐서 감동을 다시할게요.

엠: 수컷 냄새 안 났어요 실망스러워요

최: 넘치는 비장함이 감동을 덮어버렸다.

엠: 알겠습니다.

최: 영화 내내 굉장히 비장하거든요 모든 사람들이 다. 감동은 없단 얘깁니다.

엠: 오늘 박훈정 감독 영화 최민식 주연의 대호 이야기 재밌게 나눠봤습니다.

강유정의 클릭!다시보기강유정의 클릭!다시보기
‘선한 의지’가 행하는 기적…‘마리 이야기’
다시보기다시보기



강유정 평론가 : 12월 연말입니다.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불을 켜서 따뜻한 집안 내부를 바라보며 꿈을 꾸기도 하고 부러워 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합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슬픈 일이 참 많죠. 화가 날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따뜻한 일도 많은데요. 오늘은 좀 따뜻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바로 마리 이야기입니다.

마리는 우리가 헬렌켈러하면 알고 있는 그런 고통,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의 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수녀원에 온 그녀는 그래서 난폭한 짐승과 다를바가 없는데요. 그녀에게는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이 세상이 그저 덫이자 지옥과 같습니다.

이때 한 수녀가 다가가 그녀에게 대화상대 친구 그리고 선생님 엄마 노릇까지 해 주게 됩니다. 마치 신에게 이유 없이 끌려가 수녀가 되었듯이 그녀는 마리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봉사를 하게 되는데요. 그녀의 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영화는 인간에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선한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그리고 그 선한 의지야말로 한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임을 보여줍니다. 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곧 기적 아닐까요. 그래서 마리 이야기는 인간이 이룩해낸 기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올 한해 기뻐한다거나 남에게 연민을 베풀 일 보다는 화가 나거나 혹은 질투할 일이 더 많지 않았을까 돌아봅니다. 그렇다면 내년만큼은 조금 더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인간이 생각보다 여유롭고 한편으로는 자애로운 동물이구나 라고 스스로 느껴보면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추천하는 영화, 마리 이야기입니다.

까칠한 시선까칠한 시선
‘로봇 태권 V’의 2위 기록…언제 깨지나
다시보기다시보기



최: 연말 즘에서 극장가에 애니메이션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강승화씨는 혹시 애니메이션 한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고 흥행작품 뭔지 아십니까

엠: 갑자기 여쭤보시니까 선뜻 기억나는 건 없어요. 뽀로로 정도? 티비에서 봤던 거 같은데요

최: 그렇게 따지면 저도 아기공룡 둘리는 수십번 봤습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말하는 건데요.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가운데 이렇다할만한 흥행성적을 낸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엠: 반대로 할리우드나 이런데 보면 겨울왕국도 천만관객이 돌파했고 최근에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도 굉장히 좋았잖아요

최: 500만명 정도의 관객을 불러 모았죠. 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흥행이 잘 안되는 걸까요. 오늘 까칠한 시선에서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 최고 흥행 '마당을 나온 암탉'...220만이 최고? ]

자 앞서 제가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작품 물어봤는데 정답 나갑니다. 바로 이 작품입니다.

엠: 왜 이 작품이 생각이 안 났을까요. 마당을 나온 암탉 맞죠

최: 네 맞습니다 지난 2011년 여름에 개봉했죠. 동원 관객수는 220만명입니다

엠: 아니 최고기록이라고 해서 저는 500만 명은 넘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오진 않았어요.

최: 네 220만명도 따지고 보면 엄청난 겁니다. 이 작품 전까지 한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100만 명을 넘는 작품은 단 한편도 없었습니다.

엠: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 작품이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기록일 뿐만 아니라 최초의 백만 돌파 영화군요

최: 맞습니다. 이 작품 전에 최고 흥행기록은 어떤 작품이 가지고 있었을까요

엠: 뽀로로?

최: 아시는 애니메이션이 그거밖에 없죠?

엠: 아니에요?

[ 한국 애니 흥행 2위는 무려 9년 전! ]

최: 아닙니다. 바로 이 작품 로봇 태권V 되겠습니다.

엠: 정말 고색창연한 애니메이션이네요

최: 원래는 1976년에 김청기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었는데요. 지난 2007년에 재개봉했죠. 그 때 당시 70만 명이 이 영화를 봤고요. 당시까지는 최고기록이었습니다.

엠: 그렇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흥행 성적이 그만큼 저조했다는 말씀이네요.

최: 네 맞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참신한 시도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이를테면 94년에는 한국 최초의 성인용 애니메이션 블루시걸이라는 작품이 나와서 당시 약 45만 명 정도의 관객을 모았으니까요 꽤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엠: 성인용 애니메이션 좋아요.

최: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애니메이션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원더풀 데이즈같은 SF 애니메이션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야심찬 도약을 시도했습니다만 도약만 시도하고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엠: 실패의 원인이 뭐였어요

최: 일단 우리나라 애니메이터들의 작화실력은요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사실 할리우드에서도요 적지않은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일하고 있고요. 세계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이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도 많은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할 정도죠.

엠: 그렇게 실력이 좋은데 왜 관객들을 매료시킬만한 국산 애니메이션 나오지 않고 있는 겁니까

[ '스토리라인'의 후진성...빈약한 투자 구조의 악순환 ]


최: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일단 그림은 잘 그려요. 근데 애니메이션다운 스토리라인을 짜내는데 있어서 여전히 후진적인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요. 이렇다할 흥행작이 없으니까 또 투자도 잘 안되는 악순환인거죠

엠: 그러고보니까 지난주에 한국 애니메이션 한 편이 개봉을 했던데 타이밍이라는 작품이거든요. 이 작품 어떻게 보시나요

최: 앞서 말씀드린대로 애니메이션다운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내는데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봤습니다

엠: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잖아요 그런데도 그런가요

최: 웹툰은 연재에 따라서 독자들이 시차를 두고 보기 때문에 에피소드마다 강렬한 뭔가가 있죠. 근데 그 강렬함이 애니메이션으로 쭉 이어지다보면 이게 거꾸로 이상해집니다. 그러니까 러닝타임에 따라서 완급 조절을 해줘야 되는데 타이밍은 아쉽게도 완급조절을 잘 못했다 이런 아쉬움을 남깁니다.

[ 인재들은 우수한데...'멍석'이 안 깔려 ]

엠: 애니메이터의 실력은 세계적인데 그 훌륭한 인재들이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굉장히 아쉬운 현실이에요

최: 현실이 그렇다 보니까 국내에 그 사람들이 남아있지 않고 자꾸 밖으로 나갑니다. 이를테면 할리우드에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죠. 픽사라든가 드림웍스같은데는 적지 않은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다시 한국에 와서 작품 활동을 해야되는데 그게 안되니까 안타깝습니다.

엠: 멍석이 깔려 있어야 되는데 제대로 안 깔려있다 저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다라는 그런 말씀이죠

최: 그쵸 멍석. 중요한 말씀 하셨습니다. KBS에서도 저한테 이런 멍석을 깔아주시니까 제가 이렇게 다른 데서 못하는 말 다 하잖습니까.

엠: 멍석이 아니라 저희는 소파를 깔아드리는데 좀 저렴한 소파 위에서도 항상 좋은 말씀 해주시는 최평론가님 감사드립니다. 최광희의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대호] ‘작가주의’ 인가, 그냥 ‘지루한 영화’ 인가
    • 입력 2015-12-22 17:40:15
    • 수정2015-12-22 18:52:09
    무비부비2
'작가주의' 인가, 그냥 '지루한 영화' 인가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마지막 '상남자' 포수와의 대결... 을 상상하셨나요?

예고편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며 극장을 찾았다면 이 영화는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영화 속 큰 호랑이 '대호'와 최민식이 분한 사냥꾼 천만덕은 '대결'보다는 '교감'을 나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신세계'라는 이름 만으로 이번 영화의 기대감을 높였던 박훈정 감독은 이 영화로 다소 관객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이야기 전개가 다소 지루하고, 화면 구성이 답답하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영혼의 상처'를 갖고 있는 두 존재가 병렬적으로 극을 끌어나가며

이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진짜 수컷'은 무엇인가하는

'작가주의적'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 대호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셨나요?

이번주 무비부비2, 영화 '대호'와 함께 합니다.



무비부비2‘작가주의’ 인가 , 그냥 ‘지루한 영화’ 인가…‘대호’다시보기



강승화 엠씨(이하 엠): 최근 우리 영화의 흐름을 보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영화들이 참 많았고 흥행도 했습니다. 오늘 다룰 영화도 시대극을 살펴보겠는데요. 오늘 다룰 영화는 박훈정 감독 최민식 주연의 영화 대호입니다. 대호.

최광희 평론가(이하 최): 대자에다가 힘을 확 주시네. 대호. 대호!

엠: 제가 아는 대호 맞죠? 호랑이.

최: 큰 호랑이 그런 뜻입니다.

엠: 저도 큰 호랑이를 동물원에서만 보고 다른데서 당연히 못 봤겠죠

강유정 평론가(이하 강): 근데 동물원에서 보는 호랑이보다 더 큰 호랑이인거 같아요 영화에서 얘기하는 건 그정도가 아닌가 봐요. 진짜진짜.

최: 영화의 설정은 400kg 정도 되는 거대한 체구의 호랑이

강: 3.86m 길이가?

최: 사람들과의 대립을 다룬 영화인데요

엠: 줄거리 한 번 들어볼까요

[ '대호'의 줄거리 :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그를 쫓는 사냥꾼 ]

최: 네. 줄거리 제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영화의 시대배경은 1920년대입니다. 일제강점기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천만덕이라는 포수 즉 사냥꾼이예요. 지리산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야생동물들을 사냥하는 명 포수인데요. 이제는 포수 생활을 접고 아내의 비운의 사고로 잃은 뒤에 16살 아들하고 지리산 두메산골에서 약초나 캐면서 그렇게 생계를 이으면서 살고 있는데 일제강점기기 때문에 일본군들이 지리산에 있는 호랑이 특히 대호라고 하는 지역 사람들이 산군으로 모시는 큰 호랑이를 죽이려고 계속 시도를 합니다. 거기에 계속 천만덕을 끌어들이려고 하는데 천만덕은 산군은 죽여선 안된다면서 거부를 하죠. 이런 와중에 인근의 포수들이 일본군에 동원이 돼서 계속 지리산에서 산군 호랑이를 잡으려고 노력을 하다가 결국은 나중에 천만덕과 대호 산군이 운명의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엠: 이번 대호도 시대극인데 지금까지 나왔던 시대극과 차이점이 있나요

강: 저는 일단 시대극이 필요할 때 호랑이가 있어야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호랑이가 언제쯤 있었을까 라는 점에서 개연성에서도 필요하다고 보여지고 그리고 호랑이를 잡는 이야기거든요. 그러다보니 왜 잡는가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시대로 거꾸로 올라갔다 호랑이가 있어야 되는 시절인데 영화를 보시게 되면 이게 시대극이란 느낌 보다는 시대를 초월한듯한 이야기. 신화적인 이야기 내지는 동화적인 이야기에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서 시대극이라 부르긴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모노노케 히메처럼 대호와 명포수가 딱 서로를 쳐다보는데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듯한 눈빛으로 그래 알겠다 대화들이 나오는데 이게 이 영화의 딱 포인트예요. 이걸 관객들이 그럴듯하다고 보면 영화가 성공하는 거고 갑자기 키득키득 뭐야 갑자기 왜 지금 둘이 왠 영혼의 대화 이렇게 되면 탁 이탈돼서 나오거든요. 이 부분이 좀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납득도 설득도 안 되는 설정" ]

최: 저는 그 설정 자체가 동의가 안돼요. 설득이 안돼요.

엠: 시대극이라고 봤을 땐

최: 일제 강점기 당시에 일본군이 왜 자꾸 대호를 잡으려고 하는지 그 대호 잡다가 수십 수백명이 죽어요. 그런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왜 저 대호를 그렇게까지 고집스럽게 잡으려고 하는지 처음에 동기 자체가 미약하다보니까 산이라는 공간이 강유정 교수 말씀처럼 신화적인 혹은 동화적인 공간화 되어버리는 상황이 됐는데 결국은 동기 자체가 미약하다보니까 몰입이 안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천만덕의 대립자가 없는 거예요.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대립자가 없는 거죠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재밌게 본 영화 가운데 이를테면 암살은 친일파라는 대립자가 있는 거고 베테랑은 네 재벌3세라는 대립자가 있잖아요.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대립자는 누구예요. 없어요. 없는 거예요

엠: 말씀하신대로 보면 대호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고 최민식의 역인 천만덕은

강: 명포수죠. 천만덕도 호랑이예요 대호에서는. 두 마리 대호가 있는 겁니다. 진짜 대호가 있던 시절의 이야기 제가 자꾸 신화라고 얘기하는게 그때 진짜 지리산에 호랑이도 있었고 진짜 호랑이를 알아보는 진짜 남자도 있었던 거죠. 지금은 다 없다라는 전제하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 두 영혼의 상처가 서로 계속 반복이 되요. 가령 대호도 새끼와 아내를 잃고 포수도 새끼와 한편으로 또 아내를 잃거든요. 이 두 개가 나란히 가게 돼서 대호는 말 그대로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라 모노노케 히메를 얘기했던 것처럼 둘은 하나의 소울메이트처럼 이를테면 거울을 보고 있는 두 개의 짝처럼 같이 가고 있는데

최: 그러니까 영화는 결국 정서 이를테면 나라 잃은 슬픔 그 다음에 새끼를 잃은 슬픔이라고 하는 그 정서를 병렬적으로 이렇게 갖고 가는데 이 병렬로 흐를 뿐이지 맞물려가서 어떤 새로운 정서로 만들어내는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 "대중성은 떨어질 것... 그러나 짜릿한 영화" ]

강: 묘해요 저는 이게 대중성이 떨어질 것 같다는 예감은 들었는데 그 대중적인 대립구도를 피해서 박훈정 감독이 뭔가 시나리오를 쓰고자 했다는 의도는 왜 이렇게 사고 싶은가 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를테면 이게 어떤 점에서 패착은 있죠. 이런 영화는 백사십억씩 들이게 되면 대중을 많이 끌어당겨야 되는데 이 영화는 애초에 조금은 작가주의 영화에 가깝습니다.어떤 점에서 쾌락주의적이 미학자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시나리오 되게 어떤 점에선 짜릿했어요. 나름대로 탕진하고 가고 있구나 박훈정 감독이.

최: 결국은 저나 강유정 교수는 똑같은 부분을 상반된 상황에서 보는 거예요. 저는 대중영화면 철저하게 대중적으로 가라 이거예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박훈정 감독이 여기서 작가적으로 시도했냐 저는 그렇다고 보지도 않아요. 왜냐면 어정쩡하거든요. 감동을 주려고 무진장 노력하는 포인트도 있어요.

강: 저는 어쨌든 이런 박훈정 감독의 두 개 세계가 있다고 봐요 신세계처럼 부당거래처럼 수컷들이 서로를 할퀴고 모략을 짜서 어떻게든 상대를 상처낸 만큼 내가 얻고싶어하는 지독한 야수들의 세계가 있는가 하면 낭만적인 꿈이 있는 거 같아요. 남자들끼리의 의리 수컷들끼리 우리 말 안해도 아는 거 있잖아 한 번 말하자면 한 잔 마시고 푸는 거 있잖아 이런 낭만적인 세계를 꿈꾸는 거 같은데

최: 수컷들은 의리가 없어요 .인간 남자가 의리가 있지

엠: 저는 그래도 최민식씨가 주연이기 때문에 살짝 기대가 있긴 한데 최민식씨의 연기는 어땠나요

[ 믿고 보는 최민식... 역시 '이름값' ]

최: 최민식씨야 언제나 자기 이름값을 하죠. 언제나 이름값을 하고 특히나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라는 작품에서 감독과 인연을 맺었는데 박훈정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던 악마를 보았다에서 먼저 인연이 된 거죠. 어떻게 보면 박훈정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건데 그만큼 최민식씨가 박훈정 감독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거고 박감독도 최민식씨의 연기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거거든요.

강: 늘 훌륭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는 이번에 조금 아쉬웠던 건 젊은 시절 포수 역할할 땐 좀 몸이 가벼웠으면 어땠을까 몸이 무거워 보였어요. 많이. 말 그대로 조금 활동적인 포수 젊은 포수 역할을 해야되는데 조금 더 노력했으면 됐지 않았을까. 농담같은 얘기지만 대호 같은 시나리오가 와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해볼 거 같아서. 배우라면 해보고 싶을 거 같아요. 대적하는 거. 이게 뭔가 흥행은 둘째치더라도 해볼만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엠: 엄지를 통해서 영화의 평점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들어주세요! 아. 확고하시네요.

[ 이 영화의 한줄 평은? ]

강: 지금 여기 없는 진짜 수컷의 대화요.

엠: 그 수컷 어떤 수컷인지 되게 궁금하네요.

강: 지금 여기 없는 건 확실해요.

엠: 갑자기 자존심 상하는 이유는 뭐죠

최: 확실한 거는 강유정 교수님이 수컷을 좋아하신다는 거

강: 좋아합니다.

최: 저의 한줄평은 이렇습니다. 비장함이 넘쳐서 감동을 다시할게요.

엠: 수컷 냄새 안 났어요 실망스러워요

최: 넘치는 비장함이 감동을 덮어버렸다.

엠: 알겠습니다.

최: 영화 내내 굉장히 비장하거든요 모든 사람들이 다. 감동은 없단 얘깁니다.

엠: 오늘 박훈정 감독 영화 최민식 주연의 대호 이야기 재밌게 나눠봤습니다.

강유정의 클릭!다시보기‘선한 의지’가 행하는 기적…‘마리 이야기’ 다시보기



강유정 평론가 : 12월 연말입니다.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불을 켜서 따뜻한 집안 내부를 바라보며 꿈을 꾸기도 하고 부러워 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합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슬픈 일이 참 많죠. 화가 날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따뜻한 일도 많은데요. 오늘은 좀 따뜻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바로 마리 이야기입니다.

마리는 우리가 헬렌켈러하면 알고 있는 그런 고통,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의 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수녀원에 온 그녀는 그래서 난폭한 짐승과 다를바가 없는데요. 그녀에게는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이 세상이 그저 덫이자 지옥과 같습니다.

이때 한 수녀가 다가가 그녀에게 대화상대 친구 그리고 선생님 엄마 노릇까지 해 주게 됩니다. 마치 신에게 이유 없이 끌려가 수녀가 되었듯이 그녀는 마리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봉사를 하게 되는데요. 그녀의 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영화는 인간에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선한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그리고 그 선한 의지야말로 한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임을 보여줍니다. 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곧 기적 아닐까요. 그래서 마리 이야기는 인간이 이룩해낸 기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올 한해 기뻐한다거나 남에게 연민을 베풀 일 보다는 화가 나거나 혹은 질투할 일이 더 많지 않았을까 돌아봅니다. 그렇다면 내년만큼은 조금 더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인간이 생각보다 여유롭고 한편으로는 자애로운 동물이구나 라고 스스로 느껴보면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추천하는 영화, 마리 이야기입니다.

까칠한 시선‘로봇 태권 V’의 2위 기록…언제 깨지나다시보기



최: 연말 즘에서 극장가에 애니메이션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강승화씨는 혹시 애니메이션 한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고 흥행작품 뭔지 아십니까

엠: 갑자기 여쭤보시니까 선뜻 기억나는 건 없어요. 뽀로로 정도? 티비에서 봤던 거 같은데요

최: 그렇게 따지면 저도 아기공룡 둘리는 수십번 봤습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말하는 건데요.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가운데 이렇다할만한 흥행성적을 낸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엠: 반대로 할리우드나 이런데 보면 겨울왕국도 천만관객이 돌파했고 최근에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도 굉장히 좋았잖아요

최: 500만명 정도의 관객을 불러 모았죠. 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흥행이 잘 안되는 걸까요. 오늘 까칠한 시선에서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 최고 흥행 '마당을 나온 암탉'...220만이 최고? ]

자 앞서 제가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작품 물어봤는데 정답 나갑니다. 바로 이 작품입니다.

엠: 왜 이 작품이 생각이 안 났을까요. 마당을 나온 암탉 맞죠

최: 네 맞습니다 지난 2011년 여름에 개봉했죠. 동원 관객수는 220만명입니다

엠: 아니 최고기록이라고 해서 저는 500만 명은 넘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오진 않았어요.

최: 네 220만명도 따지고 보면 엄청난 겁니다. 이 작품 전까지 한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100만 명을 넘는 작품은 단 한편도 없었습니다.

엠: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 작품이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기록일 뿐만 아니라 최초의 백만 돌파 영화군요

최: 맞습니다. 이 작품 전에 최고 흥행기록은 어떤 작품이 가지고 있었을까요

엠: 뽀로로?

최: 아시는 애니메이션이 그거밖에 없죠?

엠: 아니에요?

[ 한국 애니 흥행 2위는 무려 9년 전! ]

최: 아닙니다. 바로 이 작품 로봇 태권V 되겠습니다.

엠: 정말 고색창연한 애니메이션이네요

최: 원래는 1976년에 김청기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었는데요. 지난 2007년에 재개봉했죠. 그 때 당시 70만 명이 이 영화를 봤고요. 당시까지는 최고기록이었습니다.

엠: 그렇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흥행 성적이 그만큼 저조했다는 말씀이네요.

최: 네 맞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참신한 시도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이를테면 94년에는 한국 최초의 성인용 애니메이션 블루시걸이라는 작품이 나와서 당시 약 45만 명 정도의 관객을 모았으니까요 꽤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엠: 성인용 애니메이션 좋아요.

최: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애니메이션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원더풀 데이즈같은 SF 애니메이션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야심찬 도약을 시도했습니다만 도약만 시도하고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엠: 실패의 원인이 뭐였어요

최: 일단 우리나라 애니메이터들의 작화실력은요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사실 할리우드에서도요 적지않은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일하고 있고요. 세계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이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도 많은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할 정도죠.

엠: 그렇게 실력이 좋은데 왜 관객들을 매료시킬만한 국산 애니메이션 나오지 않고 있는 겁니까

[ '스토리라인'의 후진성...빈약한 투자 구조의 악순환 ]


최: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일단 그림은 잘 그려요. 근데 애니메이션다운 스토리라인을 짜내는데 있어서 여전히 후진적인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요. 이렇다할 흥행작이 없으니까 또 투자도 잘 안되는 악순환인거죠

엠: 그러고보니까 지난주에 한국 애니메이션 한 편이 개봉을 했던데 타이밍이라는 작품이거든요. 이 작품 어떻게 보시나요

최: 앞서 말씀드린대로 애니메이션다운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내는데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봤습니다

엠: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잖아요 그런데도 그런가요

최: 웹툰은 연재에 따라서 독자들이 시차를 두고 보기 때문에 에피소드마다 강렬한 뭔가가 있죠. 근데 그 강렬함이 애니메이션으로 쭉 이어지다보면 이게 거꾸로 이상해집니다. 그러니까 러닝타임에 따라서 완급 조절을 해줘야 되는데 타이밍은 아쉽게도 완급조절을 잘 못했다 이런 아쉬움을 남깁니다.

[ 인재들은 우수한데...'멍석'이 안 깔려 ]

엠: 애니메이터의 실력은 세계적인데 그 훌륭한 인재들이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굉장히 아쉬운 현실이에요

최: 현실이 그렇다 보니까 국내에 그 사람들이 남아있지 않고 자꾸 밖으로 나갑니다. 이를테면 할리우드에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죠. 픽사라든가 드림웍스같은데는 적지 않은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다시 한국에 와서 작품 활동을 해야되는데 그게 안되니까 안타깝습니다.

엠: 멍석이 깔려 있어야 되는데 제대로 안 깔려있다 저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다라는 그런 말씀이죠

최: 그쵸 멍석. 중요한 말씀 하셨습니다. KBS에서도 저한테 이런 멍석을 깔아주시니까 제가 이렇게 다른 데서 못하는 말 다 하잖습니까.

엠: 멍석이 아니라 저희는 소파를 깔아드리는데 좀 저렴한 소파 위에서도 항상 좋은 말씀 해주시는 최평론가님 감사드립니다. 최광희의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