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유 이용해 부당이득 취하는 주유소, 어떤 원리?

입력 2016.01.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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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도입된 면세유 제도는 농민을 돕기 위한 제도다. 휘발유나 경유 같은 유류는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농민이 농기계 등을 사용할 때 드는 연료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런 면세유를 팔면서 농협 등 일부 주유소들이 가격이 낮다는 점을 이용해 일반 유류(과세 유류)에 비해 과도한 마진을 붙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최규성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OO 농협의 경우 지난해 10월 8일 기준으로 일반인에게는 휘발유를 리터 당 1490원에 팔고, 농민에게는 790원에 팔았다. 농민에게 파는 휘발유가 분명 싸다.

하지만 가격 책정 구조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즉 일반인에게 파는 휘발유에는 세금 880원이 붙는다. 따라서 농민에게 주는 면세유는 일반 판매가격(1490원)에서 과세금액(880원)을 뺀 610원에 파는 게 맞다. 하지만 이 농협은 790원을 받고 있다. 즉 과세 휘발유에 비해 면세 휘발유에 대해 180원이나 더 마진을 붙여 팔고 있는 셈이다.

oo농협의 휘발유 가격oo농협의 휘발유 가격


최 의원은 "면세유를 취급하는 주유소들이 일반인에게는 보통 60~70원 정도 유통마진을 남기면서 농민에게는 170~270원의 마진을 남기고 있다"며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세금 혜택을 농협과 일반 주유소들이 편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최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런 이중 가격을 통해 과도한 마진을 붙이는 것이 관례처럼 된 것을 알 수 있다.

농협 주유소 면세유 판매 현황농협 주유소 면세유 판매 현황


즉 지난해 2월 농협주유소들의 면세유(휘발유) 판매현황을 보면 농협중앙회로부터 리터당 1338원에 휘발유를 구매해, 1395원에 판다. 마진은 57원이다.

상식대로라면 일반 판매 가격(1395원)에서 면세액 872.7원(휘발유 면세액 745.89원+부가가치세 126.81원)을 뺀 리터당 522.3원에 면세유를 공급해야한다.

하지만 농협주유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반인 판매금액 1395원에 131원에 더 붙인 1526원에서 판매 금액을 정해 면세액 885원을 제한 641원에 면세유를 공급했다.

일반 휘발유에는 57원의 마진을 붙으면서 농민에게 파는 면세유에는 170원의 마진을 붙인 것이다.

◆농민과 어민도 차별

이에 대해 해당 주유소 측은 과세유의 경우 배달 비용 등이 들어 과세유보다 원가가 비싸다고 주장한다.

농협중앙회 에너지사업팀 박하완 팀장은 “과세유는 일반적으로 차량이 주유소에 방문해 구매하지만, 면세유는 배달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과세유보다 가격이 다소 높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성격이 비슷한 농협 주유소와 수협 주유소의 판매 가격만 비교해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농협과 수협의 농어업용 면세유 공급가격 현황농협과 수협의 농어업용 면세유 공급가격 현황


농협 주유소는 수협과 비교해서도 리터당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월 별로 최고 200원 이상 비싸다. 경유의 경우 지난해 9월에는 농협이 수협 보다 208.2원이 높았다. 농민들은 어민에 비해서도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면세유 가격 책정을 놓고 주유소들이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면서 농협 지역 조합 간에도 면세유 공급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1월 기준으로 경북산동농협과 경북 서안동농협의 휘발유 공급가는 무려 490.4원 차이가 난다. 또 같은 기간 경남신원농협은 전남 서지농협보다 398.7원이나 비싸다.

농협 지역조합별 면세유 공급가격 최고 최저 현황농협 지역조합별 면세유 공급가격 최고 최저 현황


면세유 판매 과정에서 주유소들의 과도한 마진 실태가 드러나자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들어서 정부는 ‘석유류 가격표시제 등 실시요령’이라는 고시를 개정해 모든 주유소에서 면세유 가격표시판에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즉 이제는 주유소에 가면, ‘면세전 가격’ ‘면세액’ ‘면세유 판매가격’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즉 면세전 가격에서 면세액을 빼면, 일반 휘발유와 같은 마진을 적용할 경우 책정돼야 할 면세유 판매가격을 계산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보다 높은 가격에 면세유 가격이 책정돼 있는지를 소비자들이 알 수 있게 했다.

현행과 개선 비교표현행과 개선 비교표


이 문제가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자 농협은 일부 가격 조정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각 주유소별로 리터당 평균 30원 가량을 내려서 마진을 축소했다. 또 면세유 판매가격은 과세유 판매가격(정상가격)에서 면세액을 단순 차감해 결정하는 식으로 각 주유소에게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일반 주유소들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면세유 시장에서 점유율은 농협(47%)보다 일반주유소(53%)가 더 높다. 농협중앙회라는 중앙 기관에 의해 어느 정도 통일적 집행이 가능한 농협 주유소와는 달리 일반 주유소들이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

실제로 지난 연말 기준으로 농협주유소와 비교해 일반 주유소의 면세유 가격을 보면 휘발유의 경우 평균 105원, 경유는 68원 가량 높다. 면세유를 취급하는 일반 주유소들의 경우 가격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정부는 면세유 판매가격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내용의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 방침을 내놨지만, 아직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즉 한국석유공사가 운영 중인 유가정보 서비스인 오피넷(www.opinet.co.kr)에서 면세유 가격을 공개해 가격 비교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면세유 과다 마진에 대해 개선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에 농협과 주유소들이 거둔 막대한 이익은 '과거지사'가 됐다.

농협용 면세유는 연간 16억리터가 공급됐으니, 연간 최소 3000억원 이상 농민 세제 해택을 농협과 일반주유소들이 가져간 셈이다.

최규성 의원은 "농협주유소는 뒤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가격을 내렸지만 면세유 취급 일반 주유소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며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면세 혜택이 엉뚱하게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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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08 08:59:56
    경제
1986년 도입된 면세유 제도는 농민을 돕기 위한 제도다. 휘발유나 경유 같은 유류는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농민이 농기계 등을 사용할 때 드는 연료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런 면세유를 팔면서 농협 등 일부 주유소들이 가격이 낮다는 점을 이용해 일반 유류(과세 유류)에 비해 과도한 마진을 붙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최규성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OO 농협의 경우 지난해 10월 8일 기준으로 일반인에게는 휘발유를 리터 당 1490원에 팔고, 농민에게는 790원에 팔았다. 농민에게 파는 휘발유가 분명 싸다. 하지만 가격 책정 구조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즉 일반인에게 파는 휘발유에는 세금 880원이 붙는다. 따라서 농민에게 주는 면세유는 일반 판매가격(1490원)에서 과세금액(880원)을 뺀 610원에 파는 게 맞다. 하지만 이 농협은 790원을 받고 있다. 즉 과세 휘발유에 비해 면세 휘발유에 대해 180원이나 더 마진을 붙여 팔고 있는 셈이다.
oo농협의 휘발유 가격
최 의원은 "면세유를 취급하는 주유소들이 일반인에게는 보통 60~70원 정도 유통마진을 남기면서 농민에게는 170~270원의 마진을 남기고 있다"며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세금 혜택을 농협과 일반 주유소들이 편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최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런 이중 가격을 통해 과도한 마진을 붙이는 것이 관례처럼 된 것을 알 수 있다.
농협 주유소 면세유 판매 현황
즉 지난해 2월 농협주유소들의 면세유(휘발유) 판매현황을 보면 농협중앙회로부터 리터당 1338원에 휘발유를 구매해, 1395원에 판다. 마진은 57원이다. 상식대로라면 일반 판매 가격(1395원)에서 면세액 872.7원(휘발유 면세액 745.89원+부가가치세 126.81원)을 뺀 리터당 522.3원에 면세유를 공급해야한다. 하지만 농협주유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반인 판매금액 1395원에 131원에 더 붙인 1526원에서 판매 금액을 정해 면세액 885원을 제한 641원에 면세유를 공급했다. 일반 휘발유에는 57원의 마진을 붙으면서 농민에게 파는 면세유에는 170원의 마진을 붙인 것이다. ◆농민과 어민도 차별 이에 대해 해당 주유소 측은 과세유의 경우 배달 비용 등이 들어 과세유보다 원가가 비싸다고 주장한다. 농협중앙회 에너지사업팀 박하완 팀장은 “과세유는 일반적으로 차량이 주유소에 방문해 구매하지만, 면세유는 배달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과세유보다 가격이 다소 높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성격이 비슷한 농협 주유소와 수협 주유소의 판매 가격만 비교해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농협과 수협의 농어업용 면세유 공급가격 현황
농협 주유소는 수협과 비교해서도 리터당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월 별로 최고 200원 이상 비싸다. 경유의 경우 지난해 9월에는 농협이 수협 보다 208.2원이 높았다. 농민들은 어민에 비해서도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면세유 가격 책정을 놓고 주유소들이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면서 농협 지역 조합 간에도 면세유 공급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1월 기준으로 경북산동농협과 경북 서안동농협의 휘발유 공급가는 무려 490.4원 차이가 난다. 또 같은 기간 경남신원농협은 전남 서지농협보다 398.7원이나 비싸다.
농협 지역조합별 면세유 공급가격 최고 최저 현황
면세유 판매 과정에서 주유소들의 과도한 마진 실태가 드러나자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들어서 정부는 ‘석유류 가격표시제 등 실시요령’이라는 고시를 개정해 모든 주유소에서 면세유 가격표시판에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즉 이제는 주유소에 가면, ‘면세전 가격’ ‘면세액’ ‘면세유 판매가격’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즉 면세전 가격에서 면세액을 빼면, 일반 휘발유와 같은 마진을 적용할 경우 책정돼야 할 면세유 판매가격을 계산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보다 높은 가격에 면세유 가격이 책정돼 있는지를 소비자들이 알 수 있게 했다.
현행과 개선 비교표
이 문제가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자 농협은 일부 가격 조정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각 주유소별로 리터당 평균 30원 가량을 내려서 마진을 축소했다. 또 면세유 판매가격은 과세유 판매가격(정상가격)에서 면세액을 단순 차감해 결정하는 식으로 각 주유소에게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일반 주유소들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면세유 시장에서 점유율은 농협(47%)보다 일반주유소(53%)가 더 높다. 농협중앙회라는 중앙 기관에 의해 어느 정도 통일적 집행이 가능한 농협 주유소와는 달리 일반 주유소들이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 실제로 지난 연말 기준으로 농협주유소와 비교해 일반 주유소의 면세유 가격을 보면 휘발유의 경우 평균 105원, 경유는 68원 가량 높다. 면세유를 취급하는 일반 주유소들의 경우 가격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정부는 면세유 판매가격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내용의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 방침을 내놨지만, 아직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즉 한국석유공사가 운영 중인 유가정보 서비스인 오피넷(www.opinet.co.kr)에서 면세유 가격을 공개해 가격 비교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면세유 과다 마진에 대해 개선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에 농협과 주유소들이 거둔 막대한 이익은 '과거지사'가 됐다. 농협용 면세유는 연간 16억리터가 공급됐으니, 연간 최소 3000억원 이상 농민 세제 해택을 농협과 일반주유소들이 가져간 셈이다. 최규성 의원은 "농협주유소는 뒤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가격을 내렸지만 면세유 취급 일반 주유소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며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면세 혜택이 엉뚱하게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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