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무쟁점 법안만 처리…‘선진화법’ 해법은?

입력 2016.01.08 (21:20) 수정 2016.01.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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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1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오늘(8일) 열렸습니다.

여야는 무쟁점 안건만 처리하고, 한시가 급한 선거구 획정안과 경제 관련 주요 쟁점 법안은 끝내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요구로, 내일(9일)부터 한달간 다시 임시국회가 소집됐지만,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선거 국면에 묻혀 회의도 제대로 열지 못한 채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간 힘겨루기만 하다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새해 첫날부터 초유의 선거구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선거구 획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어서 4월 총선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야가 맞서는 안건들이 국회에서 잘 처리되지 않는 핵심 원인 중 하나는 국회 선진화법입니다.

먼저,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어떤 문제들이 생기고 있는지 이승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끼어넣기-처리지연…법안 동맥경화 ▼

<리포트>

지난달 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 대표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법 처리를 호소했습니다.

<녹취> 박병원(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노동)법률들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 경제계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정부가 나서 노동관계법 처리에 나섰지만 국회 선진화법에 막혀 진척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몰이 지난 대부업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도 법안 연계 처리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상임위 단위 보다는 원내지도부간 협상에 따라 쟁점 법안 처리가 좌우되다 보니, 끼워넣기식 법안 거래도 횡횡합니다.

지난달 2일 여야 합의에서도 국제의료지원법은 모자보건법과 전공의법에 묶였고 관광진흥법과 대리점법이 한 쌍이 됐습니다.

기업활력제고법과 중소기업상생법, 서비스산업발전법과 사회경제기본법도 한 묶음이 됐습니다.

한쪽이 특정 법안을 요구하면 다른 쪽은 연계 법안을 내세운 것.

결국 기업활력제고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처리가 막히자, 다른 법안도 논의가 안되고 있습니다.

여야는 상대 탓만 합니다.

<인터뷰> 원유철(새누리당 원내대표) : "야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법안을 재단하고 포퓰리즘에 사로잡혀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몰두한 것이.."

<인터뷰> 이종걸(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저희들이 요구하고 있는 아주 일부분의 (쟁점법안) 개정사항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구 획정 협상에서도 선거연령 인하와 법안 연계처리가 논의되는 지경입니다.

▼ 선진화법 실상은? ▼

<기자 멘트>

과거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국회 충돌 장면입니다.

국회 선진화법은 여야가 이렇게 충돌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안건을 처리하자며 2012년에 만든 법입니다.

우선 다수당이 안건을 쉽게 단독으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었습니다.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등을 제외하고는 여야 합의 없이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없게 한 것입니다.

대신 보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법사위나 본회의에 안건을 자동으로 넘기는 안건신속처리제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선진화법 시행 이후 단 한 차례도 쓰인 적이 없습니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려면 재적의원의 60%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전체 의원 가운데 새누리당은 53% 더불어민주당 40%를 차지해 모두 60%에 미달하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보완장치도 있습니다.

상임위 안에 안건조정위를 구성해서 여야간 이견이 큰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제도도 있지만 역시 3분의 2 찬성이 필요해 실효성이 없습니다.

이처럼 신속처리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직권상정도 할 수 없게 되면서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실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도저히 이대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기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 선진화법 해법을 찾아라 ▼

<리포트>

선진화법은 민주주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새누리당 입장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입법권을 침해한다며 권한쟁의 심판도 청구했습니다.

<녹취> 김정훈(새누리당 정책위의장) : "법의 취지는 좋았다고 하더라도 법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바로 잡는 것이 도리입니다."

당론으로 법 개정도 추진합니다.

안전과 경제 관련 위협이 현저할 경우 등에 의원 과반수 요구로 직권 상정을 허용하고, '신속처리 법안' 지정 요건을 낮추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에겐 선진화법 개정안의 직권 상정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정의화 의장은 직권 상정엔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이번 19대 국회에서의 개정 필요성엔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정의화(국회의장) : "선진화법에 문제가 있는 것을 내가 의장 되면서도 그걸 보완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했고..."

야당은 여당이 선진화법 무력화를 시도한다며 반발했습니다.

새누리당 스스로 만든 법을 바꾸려는 것은 국회와 법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박수현(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 "자신들이 가진 다수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칼을 손에 쥐어달라고 하는 억지가 아닐 수 없다."

법이 만들어진 지 3년 7개월, 여야의 대립 속에 선진화법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헌재에서는 오는 28일 권한쟁의 심판을 위한 공개 변론이 열립니다.

KBS 뉴스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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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08 21:21:39
    • 수정2016-01-08 21: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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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오늘(8일) 열렸습니다.

여야는 무쟁점 안건만 처리하고, 한시가 급한 선거구 획정안과 경제 관련 주요 쟁점 법안은 끝내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요구로, 내일(9일)부터 한달간 다시 임시국회가 소집됐지만,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선거 국면에 묻혀 회의도 제대로 열지 못한 채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간 힘겨루기만 하다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새해 첫날부터 초유의 선거구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선거구 획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어서 4월 총선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야가 맞서는 안건들이 국회에서 잘 처리되지 않는 핵심 원인 중 하나는 국회 선진화법입니다.

먼저,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어떤 문제들이 생기고 있는지 이승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끼어넣기-처리지연…법안 동맥경화 ▼

<리포트>

지난달 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 대표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법 처리를 호소했습니다.

<녹취> 박병원(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노동)법률들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 경제계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정부가 나서 노동관계법 처리에 나섰지만 국회 선진화법에 막혀 진척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몰이 지난 대부업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도 법안 연계 처리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상임위 단위 보다는 원내지도부간 협상에 따라 쟁점 법안 처리가 좌우되다 보니, 끼워넣기식 법안 거래도 횡횡합니다.

지난달 2일 여야 합의에서도 국제의료지원법은 모자보건법과 전공의법에 묶였고 관광진흥법과 대리점법이 한 쌍이 됐습니다.

기업활력제고법과 중소기업상생법, 서비스산업발전법과 사회경제기본법도 한 묶음이 됐습니다.

한쪽이 특정 법안을 요구하면 다른 쪽은 연계 법안을 내세운 것.

결국 기업활력제고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처리가 막히자, 다른 법안도 논의가 안되고 있습니다.

여야는 상대 탓만 합니다.

<인터뷰> 원유철(새누리당 원내대표) : "야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법안을 재단하고 포퓰리즘에 사로잡혀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몰두한 것이.."

<인터뷰> 이종걸(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저희들이 요구하고 있는 아주 일부분의 (쟁점법안) 개정사항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구 획정 협상에서도 선거연령 인하와 법안 연계처리가 논의되는 지경입니다.

▼ 선진화법 실상은? ▼

<기자 멘트>

과거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국회 충돌 장면입니다.

국회 선진화법은 여야가 이렇게 충돌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안건을 처리하자며 2012년에 만든 법입니다.

우선 다수당이 안건을 쉽게 단독으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었습니다.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등을 제외하고는 여야 합의 없이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없게 한 것입니다.

대신 보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법사위나 본회의에 안건을 자동으로 넘기는 안건신속처리제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선진화법 시행 이후 단 한 차례도 쓰인 적이 없습니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려면 재적의원의 60%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전체 의원 가운데 새누리당은 53% 더불어민주당 40%를 차지해 모두 60%에 미달하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보완장치도 있습니다.

상임위 안에 안건조정위를 구성해서 여야간 이견이 큰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제도도 있지만 역시 3분의 2 찬성이 필요해 실효성이 없습니다.

이처럼 신속처리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직권상정도 할 수 없게 되면서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실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도저히 이대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기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 선진화법 해법을 찾아라 ▼

<리포트>

선진화법은 민주주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새누리당 입장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입법권을 침해한다며 권한쟁의 심판도 청구했습니다.

<녹취> 김정훈(새누리당 정책위의장) : "법의 취지는 좋았다고 하더라도 법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바로 잡는 것이 도리입니다."

당론으로 법 개정도 추진합니다.

안전과 경제 관련 위협이 현저할 경우 등에 의원 과반수 요구로 직권 상정을 허용하고, '신속처리 법안' 지정 요건을 낮추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에겐 선진화법 개정안의 직권 상정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정의화 의장은 직권 상정엔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이번 19대 국회에서의 개정 필요성엔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정의화(국회의장) : "선진화법에 문제가 있는 것을 내가 의장 되면서도 그걸 보완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했고..."

야당은 여당이 선진화법 무력화를 시도한다며 반발했습니다.

새누리당 스스로 만든 법을 바꾸려는 것은 국회와 법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박수현(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 "자신들이 가진 다수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칼을 손에 쥐어달라고 하는 억지가 아닐 수 없다."

법이 만들어진 지 3년 7개월, 여야의 대립 속에 선진화법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헌재에서는 오는 28일 권한쟁의 심판을 위한 공개 변론이 열립니다.

KBS 뉴스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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