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관용’ 흔드는 ‘난민들의 성폭력’

입력 2016.01.11 (17:57) 수정 2016.01.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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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으로 넘어가기 직전 밤 독일 쾰른에서 난민들이 자행한 성폭력 사건의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쾰른 경찰은 10일(현지시간) 이 사건과 관련해 516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약 40%가 성폭력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신고 규모로 단순 계산하면 여성 200명 이상이 그날 밤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쾰른에서는 9일(현지시간)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극우주의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1주년에 파리 경찰관을 흉기로 공격하다 사살된 남성이 독일에서 난민 쉼터에 머무른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래저래 유럽에서 포용적 난민 정책을 주도해온 메르켈 총리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용 정신을 토대로 하는 유럽의 난민 정책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급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경찰 수사와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2015년 12월 31일 밤 수많은 쾰른 시민들은 중앙역 광장에모여 2016년 새 해를 축제 분위기 속에서 맞고 있었다. 군중 중에는 난민으로 추정되는 남자 수 천명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30명씩 떼를 지어 다니며 젊은 여성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강제로 키스하거나 신체 특정부위를 만지고, 휴대전화나 지갑 등을 빼앗기도 했다. 한 경찰은 당시 상황을 '통제 불능의 카오스'로 규정하며 여기저기서 싸움, 절도, 성추행이 있었고 특히 공포에 질린 여성과 소녀들의 울음이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경찰은 상황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

누가 성폭력 저질렀나?

독일 연방 내무부가 밝힌 내용을 보면 수사당국이 신원을 확인한 용의자는 31명이고 이 가운데 18명이 난민 신청자이다. 이들 용의자를 출신 국가별로 보면 알제리 9명, 모로코 8명, 이란 5명, 시리아 4명 등이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출신이다. 하지만 경찰은 용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모로코 출신 용의자 2명도 성폭력이 아니라 절도 혐의가 적용됐다고 빌트지는 전했다. 수사당국은 수 십명 씩 떼지어 다닌 당시의 정황을 고려할 때 우발적이라기보다는 계획적 범행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이를 입증하지는 못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메르켈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포용적 난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 등 극우주의자들은 9일(현지시간) 쾰른에서 격렬한 시위를 하며 '메르켈 아웃(Merkel Out)'을 외쳤다. 한 페기다 회원은 "메르켈은 우리나라에 위험이 됐다.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에서 독일 국민의 49%는 같은 형태의 집단 폭력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메르켈 총리는 20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에 불참하기로 했다.

독일 난민정책 변화 분기점 되나?



2015년 한해 독일에 유입된 난민의 수는 109만 1,894명이라고 독일 정부는 밝혔다. 시리아 출신이 428,46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아프가니스탄 154,046명, 이라크 121,662명 순이다. 지금도 하루 평균 3,200명이 독일 국경을 넘고 있다. 독일 기독사회당(CSU)은 독일이 감당할 수 있는 난민 수는 한해 10만~20만 명이라며 올해 난민 상한선을 20만 명으로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도 난민정책의 변화를 언급하고 있다. 메르켈은 난민 과다 유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통제 가능'하다고 말해왔지만 더 이상 이런 태도를 고수하지 않는다. 9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는 "범죄를 저지른 난민을 더 쉽게 추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이 충분하지 않다면 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와 관련해 메르켈이 이끄는 집권 기민당 부총재는 "쾰른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난민 포용정책에)의구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정책의 변화가 가시화되면 유럽의 다른 나라도 영향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이주기구(IOM)집계에 의하면 2015년 유럽으로 향하던 도중 지중해에서 사망한 난민은 3,771명이다. 이들의 비극이 알려질 때마다 유럽에서는 인도주의적 움직임이 일어나곤 했다. 특히 2015년 9월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시리아 출신 아이 쿠르디의 사진은 난민 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쾰른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으로 외부인에 대한 유럽인의 마음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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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의 관용’ 흔드는 ‘난민들의 성폭력’
    • 입력 2016-01-11 17:57:12
    • 수정2016-01-11 17:58:43
    취재K
2016년으로 넘어가기 직전 밤 독일 쾰른에서 난민들이 자행한 성폭력 사건의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쾰른 경찰은 10일(현지시간) 이 사건과 관련해 516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약 40%가 성폭력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신고 규모로 단순 계산하면 여성 200명 이상이 그날 밤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쾰른에서는 9일(현지시간)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극우주의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1주년에 파리 경찰관을 흉기로 공격하다 사살된 남성이 독일에서 난민 쉼터에 머무른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래저래 유럽에서 포용적 난민 정책을 주도해온 메르켈 총리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용 정신을 토대로 하는 유럽의 난민 정책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급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경찰 수사와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2015년 12월 31일 밤 수많은 쾰른 시민들은 중앙역 광장에모여 2016년 새 해를 축제 분위기 속에서 맞고 있었다. 군중 중에는 난민으로 추정되는 남자 수 천명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30명씩 떼를 지어 다니며 젊은 여성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강제로 키스하거나 신체 특정부위를 만지고, 휴대전화나 지갑 등을 빼앗기도 했다. 한 경찰은 당시 상황을 '통제 불능의 카오스'로 규정하며 여기저기서 싸움, 절도, 성추행이 있었고 특히 공포에 질린 여성과 소녀들의 울음이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경찰은 상황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

누가 성폭력 저질렀나?

독일 연방 내무부가 밝힌 내용을 보면 수사당국이 신원을 확인한 용의자는 31명이고 이 가운데 18명이 난민 신청자이다. 이들 용의자를 출신 국가별로 보면 알제리 9명, 모로코 8명, 이란 5명, 시리아 4명 등이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출신이다. 하지만 경찰은 용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모로코 출신 용의자 2명도 성폭력이 아니라 절도 혐의가 적용됐다고 빌트지는 전했다. 수사당국은 수 십명 씩 떼지어 다닌 당시의 정황을 고려할 때 우발적이라기보다는 계획적 범행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이를 입증하지는 못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메르켈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포용적 난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 등 극우주의자들은 9일(현지시간) 쾰른에서 격렬한 시위를 하며 '메르켈 아웃(Merkel Out)'을 외쳤다. 한 페기다 회원은 "메르켈은 우리나라에 위험이 됐다.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에서 독일 국민의 49%는 같은 형태의 집단 폭력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메르켈 총리는 20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에 불참하기로 했다.

독일 난민정책 변화 분기점 되나?



2015년 한해 독일에 유입된 난민의 수는 109만 1,894명이라고 독일 정부는 밝혔다. 시리아 출신이 428,46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아프가니스탄 154,046명, 이라크 121,662명 순이다. 지금도 하루 평균 3,200명이 독일 국경을 넘고 있다. 독일 기독사회당(CSU)은 독일이 감당할 수 있는 난민 수는 한해 10만~20만 명이라며 올해 난민 상한선을 20만 명으로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도 난민정책의 변화를 언급하고 있다. 메르켈은 난민 과다 유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통제 가능'하다고 말해왔지만 더 이상 이런 태도를 고수하지 않는다. 9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는 "범죄를 저지른 난민을 더 쉽게 추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이 충분하지 않다면 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와 관련해 메르켈이 이끄는 집권 기민당 부총재는 "쾰른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난민 포용정책에)의구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정책의 변화가 가시화되면 유럽의 다른 나라도 영향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이주기구(IOM)집계에 의하면 2015년 유럽으로 향하던 도중 지중해에서 사망한 난민은 3,771명이다. 이들의 비극이 알려질 때마다 유럽에서는 인도주의적 움직임이 일어나곤 했다. 특히 2015년 9월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시리아 출신 아이 쿠르디의 사진은 난민 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쾰른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으로 외부인에 대한 유럽인의 마음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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