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권 신도시라는 위례, 가보니 서울의 ‘섬’

입력 2016.01.12 (06:57) 수정 2016.01.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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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신도시라고 해서 왔는데, 강남구 가는 버스가 딱 한 대, 그것도 막힐 때는 시간이 1시간 30분이 넘게 걸리네요”(위례 주민 나모 씨)

11일 출근길 아침위례신도시에 만난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위례 신도시는 강남권 신도시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지난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곳이다.

기자가 직접 한번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보기로 했다. 위례 신도시안에 있는 한국군사문제연구소 건너편 위례힐스테이트(성남시 수정구 창곡동)에서부터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신사역(지하철 3호선)까지 가보기로 했다.



네이버 길 찾기를 통해 검색해보면 거리는 16~18km, 소요시간은 33분 정도다.

아침 7시 40분부터 기다린 440번 버스가 7시 52분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표시판에는 노선이 딱 3개에 불과하다.



버스를 타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버스 노선이 많지 않다보니 위례 곳곳을 거쳐서 빠져가나기 때문에 이동 거리가 짧지 않았다. 아직 입주 초기라 정체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버스에 있다가 보니 깜빡 잠이 들었다.



8호선 장지역과 강남구 세곡동, 양재동 등을 거쳐 버스는 목적지인 신사역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9시를 조금 넘긴 시간. 새벽 7시 40분부터 버스 정류장에 기다렸고, 집에서 나오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신사역까지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된 셈이다. ‘강남권 신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위례신도시는 강남권과 인접한 대규모 택지지구로 관심이 높았던 지역이다. 서울 송파와 경기도 성남, 하남 일대 면적 677만m² 규모로 세워지는 위례신도시는 강남에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위치에다 지난해 부동산 호황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분양권에 억대 프리미엄이 붙고 다운계약서가 판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여왔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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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말 입주가 속속 시작되자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분양권 거래는 뚝 끊겼고, 매물이 쏟아지면서 전셋값은 5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왜 그럴까.

출근 지옥을 체험한 뒤 기자는 다시 위례신도시로 돌아왔다.

돌아본 위례신도시는 도시라기보다는 공사판에 가까웠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등 공사 차량이 다니며 먼지를 날려 목이 아팠다. 특히 신도시 내 대부분의 도로가 아직 포장이 안된 흙길이어서 비산먼지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편의 시설 부족도 문제지만, 거대 신도시가 조성됐음에도 교통대책은 심각한 상태다. 거의 서울의‘섬’처럼 고립된 느낌이다.

현재 서울과 위례 신도시를 오가는 버스편은 고작 5편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단지마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극심한 교통정체 때문에 주요 강남지역에 가는데 1시간이 훌쩍 넘는다. 버스를 타고 장지역이나 복정역(분당선, 8호선)에서 지하철을 탈 경우 시간을 다소 줄일 수 있지만, 분당선과 8호선의 노선이 제한적이어서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야 한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위례는 서울공항이 가까운 입지 탓에 수시로 낮게 나는 비행기의 ‘웅~’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김정환(39)씨는 “대중교통이 너무 열악해 결국 자가용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며 “이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 자가용이 몰리면서 정체가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위례신도시의 교통난은 정부 당국이 사실상 방치했다고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위례신도시 조성 당시 시민들을 위해 광역교통대책 21개를 발표하고 차질 없는 추진을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까지 1만명이 넘게 이주하는 위례신도시에선 정부가 약속한 교통대책은, 제대로 추진된 게 거의 없다.

핵심인 위례신사선 지하철은 서울시와 강남구가 서로 다른 노선을 주장하면서 1년이상 지연됐고, 지금은 민자사업자(삼성물산)이 경제성을 이유로 노선 변경을 검토하면서 기약이 없다.

위례신도시 내외부를 연결하는 트램(위례선)은 당초 2018년 완공이 목표였지만, 지금으로선 빨라야 2021년에나 완공이 예상된다. 위례신도시를 돌다보면 곳곳에서 이 트램을 내세우며 상가 분양을 하는 광고가 곳곳에 보인다.



출근길 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도로 확충도 거의 진전된 게 없다.

헌릉로~삼성로간 대모산 터널 신설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터널을 뚫는데 드는 돈이 엄청난데다, 강남구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다. 또 이 사업의 대체사업으로 추진되던 탄천변 동측도로 확장 사업도 사업비 부족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위례신도시에서 과천으로 가는 교통망도 ‘제2 양재대로’라는 이름으로 추진됐지만 과천시의 반대로 물 건너갔다.

이렇게 위례 교통대책이 표류하는 것은 행정구역상 서울송파, 경기도 성남, 하남으로 나뉘어있는 데다 사업별로 주체가 다르다 보니 추진 동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편의 시설 부족과 교통 대책이 표류하면서 매물 거래가 활발해야 할 입주 시기에 분양권 거래는 실종됐다. 이 때문에 전세 매물이 많이 나오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전셋값도 뚝 떨어졌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 ‘사랑으로 부영’의 전용 85m² 전세 가격은 한 달만에 1억원 이상 하락했다. 입주 직전까지 4억5000만~5억원 이던 전세가는 최근 3억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신도시 입주와 맞춰 교통대책이 시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가격이 조정받고 있다”며 “교통 문제가 성격상 빠른 해결이 어려워 상당기간 입주민 입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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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강남권 신도시라는 위례, 가보니 서울의 ‘섬’
    • 입력 2016-01-12 06:57:29
    • 수정2016-01-12 08:56:28
    사회


“강남권 신도시라고 해서 왔는데, 강남구 가는 버스가 딱 한 대, 그것도 막힐 때는 시간이 1시간 30분이 넘게 걸리네요”(위례 주민 나모 씨)

11일 출근길 아침위례신도시에 만난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위례 신도시는 강남권 신도시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지난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곳이다.

기자가 직접 한번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보기로 했다. 위례 신도시안에 있는 한국군사문제연구소 건너편 위례힐스테이트(성남시 수정구 창곡동)에서부터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신사역(지하철 3호선)까지 가보기로 했다.



네이버 길 찾기를 통해 검색해보면 거리는 16~18km, 소요시간은 33분 정도다.

아침 7시 40분부터 기다린 440번 버스가 7시 52분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표시판에는 노선이 딱 3개에 불과하다.



버스를 타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버스 노선이 많지 않다보니 위례 곳곳을 거쳐서 빠져가나기 때문에 이동 거리가 짧지 않았다. 아직 입주 초기라 정체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버스에 있다가 보니 깜빡 잠이 들었다.



8호선 장지역과 강남구 세곡동, 양재동 등을 거쳐 버스는 목적지인 신사역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9시를 조금 넘긴 시간. 새벽 7시 40분부터 버스 정류장에 기다렸고, 집에서 나오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신사역까지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된 셈이다. ‘강남권 신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위례신도시는 강남권과 인접한 대규모 택지지구로 관심이 높았던 지역이다. 서울 송파와 경기도 성남, 하남 일대 면적 677만m² 규모로 세워지는 위례신도시는 강남에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위치에다 지난해 부동산 호황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분양권에 억대 프리미엄이 붙고 다운계약서가 판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여왔다.

[연관기사]
☞수억 웃돈 거래…강남 아파트 ‘다운 계약’ 기승
☞[취재후] 세금 빼내 내 배 불리기…삼각 밀약 다운계약서

하지만 지난해말 입주가 속속 시작되자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분양권 거래는 뚝 끊겼고, 매물이 쏟아지면서 전셋값은 5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왜 그럴까.

출근 지옥을 체험한 뒤 기자는 다시 위례신도시로 돌아왔다.

돌아본 위례신도시는 도시라기보다는 공사판에 가까웠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등 공사 차량이 다니며 먼지를 날려 목이 아팠다. 특히 신도시 내 대부분의 도로가 아직 포장이 안된 흙길이어서 비산먼지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편의 시설 부족도 문제지만, 거대 신도시가 조성됐음에도 교통대책은 심각한 상태다. 거의 서울의‘섬’처럼 고립된 느낌이다.

현재 서울과 위례 신도시를 오가는 버스편은 고작 5편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단지마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극심한 교통정체 때문에 주요 강남지역에 가는데 1시간이 훌쩍 넘는다. 버스를 타고 장지역이나 복정역(분당선, 8호선)에서 지하철을 탈 경우 시간을 다소 줄일 수 있지만, 분당선과 8호선의 노선이 제한적이어서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야 한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위례는 서울공항이 가까운 입지 탓에 수시로 낮게 나는 비행기의 ‘웅~’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김정환(39)씨는 “대중교통이 너무 열악해 결국 자가용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며 “이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 자가용이 몰리면서 정체가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위례신도시의 교통난은 정부 당국이 사실상 방치했다고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위례신도시 조성 당시 시민들을 위해 광역교통대책 21개를 발표하고 차질 없는 추진을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까지 1만명이 넘게 이주하는 위례신도시에선 정부가 약속한 교통대책은, 제대로 추진된 게 거의 없다.

핵심인 위례신사선 지하철은 서울시와 강남구가 서로 다른 노선을 주장하면서 1년이상 지연됐고, 지금은 민자사업자(삼성물산)이 경제성을 이유로 노선 변경을 검토하면서 기약이 없다.

위례신도시 내외부를 연결하는 트램(위례선)은 당초 2018년 완공이 목표였지만, 지금으로선 빨라야 2021년에나 완공이 예상된다. 위례신도시를 돌다보면 곳곳에서 이 트램을 내세우며 상가 분양을 하는 광고가 곳곳에 보인다.



출근길 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도로 확충도 거의 진전된 게 없다.

헌릉로~삼성로간 대모산 터널 신설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터널을 뚫는데 드는 돈이 엄청난데다, 강남구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다. 또 이 사업의 대체사업으로 추진되던 탄천변 동측도로 확장 사업도 사업비 부족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위례신도시에서 과천으로 가는 교통망도 ‘제2 양재대로’라는 이름으로 추진됐지만 과천시의 반대로 물 건너갔다.

이렇게 위례 교통대책이 표류하는 것은 행정구역상 서울송파, 경기도 성남, 하남으로 나뉘어있는 데다 사업별로 주체가 다르다 보니 추진 동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편의 시설 부족과 교통 대책이 표류하면서 매물 거래가 활발해야 할 입주 시기에 분양권 거래는 실종됐다. 이 때문에 전세 매물이 많이 나오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전셋값도 뚝 떨어졌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 ‘사랑으로 부영’의 전용 85m² 전세 가격은 한 달만에 1억원 이상 하락했다. 입주 직전까지 4억5000만~5억원 이던 전세가는 최근 3억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신도시 입주와 맞춰 교통대책이 시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가격이 조정받고 있다”며 “교통 문제가 성격상 빠른 해결이 어려워 상당기간 입주민 입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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