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결선 투표서 극적 역전승…‘농민 대통령’ 맞지요?
입력 2016.01.12 (14:13)
수정 2016.01.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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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된 김병원씨가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12일 열린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는 결선 투표와 역전승 등 대통령 후보 경선을 방불케 하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접전 끝에 김병원(63) 전 남평농협 조합장이 당선됐다.
1차 투표에서 2위로 결선에 오른 김씨는 결선투표에서 나머지 후보들의 표를 공략하는 데 성공하면서 역전승을 일궈냈다. 2007년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결선투표에서 현 최원병 회장에게 패한 한(恨)을 9년 만에 푸는 순간이었다.
김병원(63)씨는 오는 3월부터 임기 4년의 제5대 민선 농협중앙회장에 오른다. 전남 나주 출신인 김 신임회장은 첫 호남 출신 선출직 농협중앙회장이다.
이날 선거는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의원과 농협중앙회장 등 선거인 289명(불참자, 기권자 제외)이 참석한 가운데 후보자 6명에 대한 투표가 이뤄졌다. 선거전 여론조사에서는 김병원씨외에 이성희 전 낙생농협조합장, 최덕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등 3명의 각축전이 예상됐다. 각각 경기(이성희), 영남(최덕규), 호남(김병원) 지역의 농심(農心)을 대변하는 후보로 간주됐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상위 득표자인 이성희(104표, 1위)씨와 김병원(91표, 2위)씨를 놓고 결선 투표에 들어갔다. 영남권 후보(최덕규)가 탈락하면서 2차 투표의 관건은 영남권 대의원들의 표심을 누가 가져가는지 여부였다. 대의원은 경북(40명) 경남(32명) 등 영남권이 87명으로 가장 많고, 전남(36) 전북(26) 등 호남권 64명, 충청과 수도권이 각각 55명, 강원 23명, 제주 7명 등이다.
결선 투표에서는 극적인 역전승이 연출됐다. 1차에서 2위를 한 김병원씨가 163표를 득표하며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성희 후보는 126표) 김 씨의 역전승은 영남권 대의원들이 대거 김 씨에게 표를 던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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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대 농협 중앙회장 선출을 위한 2차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광주농고와 광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1978년 전남 나주 남평농협에 입사해 전무를 거쳐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조합장 3선을 지냈다.
2007년 농협중앙회장에서 낙선한 뒤 2011년에는 최원병 회장에게 다시 도전했지만, 큰 표차로 패했고, 선거 후 최 회장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이후 김씨는 NH무역과 농협양곡 대표이사를 역임했는데, 이를 두고 소송 취하에 따른 보은(報恩)용 인사가 아니냐는 설이 돌기도 했다.
◆과열, 혼탁 양상 농협회장 선거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직이지만 조합원 235만여명, 자산 약 400조원, 31개 계열사, 임직원 8천800여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을 대표하면서 각종 인사권을 행사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농민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도 중반 이후 각종 흑색선전과 비방으로 물들었다.
후보들은 선거 과정에서 상대편 후보의 비리 의혹과 조합원 자격, 청와대 지원설 등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이면서 과열 양상을 빚어왔다.
과거 대통령이 임명하던 중앙회장은 1990년 처음으로 조합장이 뽑는 직선제로 바뀌었다. 이후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시비가 불거졌다.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선 선거인단을 대폭 줄여 대의원 간선제로 선거 방식을 바꿨지만 투표권자가 292명으로 줄어들면서 대의원 매수설까지 제기되는 등 과열, 혼탁 양상은 계속되고 있다. 최원병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2011년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대의원 향응 제공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역대 농협 중앙회장의 마지막 모습은 대부분 좋지 않았다.
민선 초대 회장인 한호선(1988년 3월~1994년 3월)씨는 1994년 3월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2대 원철희(1994년 3월~1999년 3월) 회장 역시 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3대 정대근 회장은 2005년 12월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285평을 현대차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최원병 회장도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최근 검찰은 농협 비리에 대해 수사해 각종 뇌물과 특혜 등을 주고 받은 혐의로 농협 전·현직 간부 25명을 적발해 10명을 구속하고 15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최원병 현 회장의 최측근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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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제 앞에 놓인 농협중앙회
최원병 체제 8년을 마감하고 새롭게 농협중앙회를 이끌게 된 김병원씨는 과거 농협중앙회장의 흑역사를 마감하고 농협중앙회를 농민들을 위한 지원조직으로 탈바꿈시켜야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또 개방화 물결 속에서 맞고 있는 농업성장 정체와 농민조합원 감소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해 농업 활로를 개척해야하라는 농업계의 요구도 충족시켜야 한다.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값싼 중국 농산물의 유입이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농업계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관세 인하가 없어도 해마다 값싼 중국 농수산물 수입은 급증해왔는데 FTA를 발판으로 중국 농수산물이 대량으로 들어와 국내 농수산업이 피해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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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중앙회장 투표가 진행되던 12일 오전 중구 세문안로 농협중앙회 앞에서 열린 농협비리규탄 및 농가우선경영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의 경우도 수익성 악화 추세가 뚜렸다.농협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7천788억원에서 2014년 5천227억원으로 줄었다.
아울러 새 수장은 그동안 진행되어온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완료해야할 과제도 안고 있다. 농협금융을 지주회사로 분리한 데 이어 내년 2월까지 농협경제도 지주회사로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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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된 김병원씨가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12일 열린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는 결선 투표와 역전승 등 대통령 후보 경선을 방불케 하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접전 끝에 김병원(63) 전 남평농협 조합장이 당선됐다.
1차 투표에서 2위로 결선에 오른 김씨는 결선투표에서 나머지 후보들의 표를 공략하는 데 성공하면서 역전승을 일궈냈다. 2007년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결선투표에서 현 최원병 회장에게 패한 한(恨)을 9년 만에 푸는 순간이었다.
김병원(63)씨는 오는 3월부터 임기 4년의 제5대 민선 농협중앙회장에 오른다. 전남 나주 출신인 김 신임회장은 첫 호남 출신 선출직 농협중앙회장이다.
이날 선거는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의원과 농협중앙회장 등 선거인 289명(불참자, 기권자 제외)이 참석한 가운데 후보자 6명에 대한 투표가 이뤄졌다. 선거전 여론조사에서는 김병원씨외에 이성희 전 낙생농협조합장, 최덕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등 3명의 각축전이 예상됐다. 각각 경기(이성희), 영남(최덕규), 호남(김병원) 지역의 농심(農心)을 대변하는 후보로 간주됐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상위 득표자인 이성희(104표, 1위)씨와 김병원(91표, 2위)씨를 놓고 결선 투표에 들어갔다. 영남권 후보(최덕규)가 탈락하면서 2차 투표의 관건은 영남권 대의원들의 표심을 누가 가져가는지 여부였다. 대의원은 경북(40명) 경남(32명) 등 영남권이 87명으로 가장 많고, 전남(36) 전북(26) 등 호남권 64명, 충청과 수도권이 각각 55명, 강원 23명, 제주 7명 등이다.
결선 투표에서는 극적인 역전승이 연출됐다. 1차에서 2위를 한 김병원씨가 163표를 득표하며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성희 후보는 126표) 김 씨의 역전승은 영남권 대의원들이 대거 김 씨에게 표를 던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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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대 농협 중앙회장 선출을 위한 2차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광주농고와 광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1978년 전남 나주 남평농협에 입사해 전무를 거쳐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조합장 3선을 지냈다.
2007년 농협중앙회장에서 낙선한 뒤 2011년에는 최원병 회장에게 다시 도전했지만, 큰 표차로 패했고, 선거 후 최 회장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이후 김씨는 NH무역과 농협양곡 대표이사를 역임했는데, 이를 두고 소송 취하에 따른 보은(報恩)용 인사가 아니냐는 설이 돌기도 했다.
◆과열, 혼탁 양상 농협회장 선거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직이지만 조합원 235만여명, 자산 약 400조원, 31개 계열사, 임직원 8천800여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을 대표하면서 각종 인사권을 행사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농민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도 중반 이후 각종 흑색선전과 비방으로 물들었다.
후보들은 선거 과정에서 상대편 후보의 비리 의혹과 조합원 자격, 청와대 지원설 등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이면서 과열 양상을 빚어왔다.
과거 대통령이 임명하던 중앙회장은 1990년 처음으로 조합장이 뽑는 직선제로 바뀌었다. 이후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시비가 불거졌다.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선 선거인단을 대폭 줄여 대의원 간선제로 선거 방식을 바꿨지만 투표권자가 292명으로 줄어들면서 대의원 매수설까지 제기되는 등 과열, 혼탁 양상은 계속되고 있다. 최원병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2011년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대의원 향응 제공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역대 농협 중앙회장의 마지막 모습은 대부분 좋지 않았다.
민선 초대 회장인 한호선(1988년 3월~1994년 3월)씨는 1994년 3월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2대 원철희(1994년 3월~1999년 3월) 회장 역시 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3대 정대근 회장은 2005년 12월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285평을 현대차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최원병 회장도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최근 검찰은 농협 비리에 대해 수사해 각종 뇌물과 특혜 등을 주고 받은 혐의로 농협 전·현직 간부 25명을 적발해 10명을 구속하고 15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최원병 현 회장의 최측근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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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제 앞에 놓인 농협중앙회
최원병 체제 8년을 마감하고 새롭게 농협중앙회를 이끌게 된 김병원씨는 과거 농협중앙회장의 흑역사를 마감하고 농협중앙회를 농민들을 위한 지원조직으로 탈바꿈시켜야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또 개방화 물결 속에서 맞고 있는 농업성장 정체와 농민조합원 감소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해 농업 활로를 개척해야하라는 농업계의 요구도 충족시켜야 한다.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값싼 중국 농산물의 유입이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농업계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관세 인하가 없어도 해마다 값싼 중국 농수산물 수입은 급증해왔는데 FTA를 발판으로 중국 농수산물이 대량으로 들어와 국내 농수산업이 피해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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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중앙회장 투표가 진행되던 12일 오전 중구 세문안로 농협중앙회 앞에서 열린 농협비리규탄 및 농가우선경영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의 경우도 수익성 악화 추세가 뚜렸다.농협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7천788억원에서 2014년 5천227억원으로 줄었다.
아울러 새 수장은 그동안 진행되어온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완료해야할 과제도 안고 있다. 농협금융을 지주회사로 분리한 데 이어 내년 2월까지 농협경제도 지주회사로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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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희 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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