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지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입력 2016.01.12 (15:12)
수정 2016.01.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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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 마다야 마을에서 한 소년이 굶주림으로 심하게 말라 있다.
시리아 마다야 마을 봉쇄 6개월..."개, 고양이까지 잡아먹어"
내전이 6년째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에서 한 산악 마을의 비극적 상황이 국제적 조명을 받고 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서쪽으로 24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마다야라는 곳이다.
인구 4만2천명의 마다야는 반군이 장악하고 있지만 그 외곽을 시리아 정부군이 포위하고 있다. 양측은 주민 이탈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마을을 봉쇄했다. 이 때문에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6개월 이상 막혀 있다. 식량은 물론 전기, 의약품 등 필수품의 반입이 금지됐다.
봉쇄의 결과는 참혹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전한 내용을 보면, 주민들은 풀을 뜯어 수프를 끓이고 개와 고양이, 당나귀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참혹한 생활을 수개월째 하고 있다.
집단 영양실조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거리에서 만나도 앙상해진 이웃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현지 의료 관계자는 지난 두 달 동안 주민 67명이 기아와 의약품 부족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대부분 여성, 어린이, 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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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 못받으면 사망자 크게 늘 것"
영양실조가 심각해져도 주민들은 의약품 부족으로 변변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현지 의료 관계자는 지난 10일에도 9세 남자 어린이를 포함해 5명이 영양실조로 숨졌다고 전했다.
병원에 즉시 입원해야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주민이 10여 명이며, 앞으로 1주일 후에는 200명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병원 관계자는 우려했다.
AP가 공개한 한 영상에서는 깡마른 청년이 침대 위에 누워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이 청년은 "먹을 것이 없어 풀을 뜯어먹었다가 독성이 몸에 퍼졌다"고 말했다.
청년은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약 보름간 그냥 누워 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청년은 "세상 사람들이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고 듣기를 바란다"며 "굶주림에 죽어가는 우리를 도와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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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품 공급 시작... '아사 위기' 한숨 돌리나?
이 청년의 바람대로 마다야의 비극이 바깥에 알려지면서 희망이 생겨나고 있다. AP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식량과 의약품, 연료, 담요, 비누 등의 물자를 실은 구호 트럭이 마다야를 포함한 마을 세 곳에 도착해 주민들에게 물자를 나눠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긴급 구호 요청에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봉쇄를 풀어줬다. 이날 전달한 식량은 주민들이 3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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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마스쿠스를 떠난 구호차량이 마다야 마을 등으로 향하고 있다.
외신들은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수십 대가 도착하자 추위에 떨면서도 마을 입구까지 나와서 기다리던 마다야 주민들은 애타게 음식을 찾으면서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크르지식 적십자 대변인은 "주민들의 상황을 보니 정말로 가슴이 아프다"면서 "방금 전 어린 여자아이가 내게 와서 처음으로 물어본 말은 '음식 가져왔어요?'였다"고 말했다.
옥스팜과 세이브더칠드런 등 8개 국제구호단체는 성명을 내 "6개월간 이어진 봉쇄를 완전히 풀고 지속가능한 구호물자 전달을 보장해야만 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뉴질랜드와 스페인이 마다야 기아 사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을 요청해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주변 마을을 포함해 마다야와 비슷한 상태에 있는 시리아 주민이 10배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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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구없는 지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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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1-12 15:12:56
- 수정2016-01-12 17: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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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 마다야 마을에서 한 소년이 굶주림으로 심하게 말라 있다.
시리아 마다야 마을 봉쇄 6개월..."개, 고양이까지 잡아먹어"
내전이 6년째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에서 한 산악 마을의 비극적 상황이 국제적 조명을 받고 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서쪽으로 24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마다야라는 곳이다.
인구 4만2천명의 마다야는 반군이 장악하고 있지만 그 외곽을 시리아 정부군이 포위하고 있다. 양측은 주민 이탈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마을을 봉쇄했다. 이 때문에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6개월 이상 막혀 있다. 식량은 물론 전기, 의약품 등 필수품의 반입이 금지됐다.
봉쇄의 결과는 참혹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전한 내용을 보면, 주민들은 풀을 뜯어 수프를 끓이고 개와 고양이, 당나귀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참혹한 생활을 수개월째 하고 있다.
집단 영양실조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거리에서 만나도 앙상해진 이웃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현지 의료 관계자는 지난 두 달 동안 주민 67명이 기아와 의약품 부족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대부분 여성, 어린이, 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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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 못받으면 사망자 크게 늘 것"
영양실조가 심각해져도 주민들은 의약품 부족으로 변변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현지 의료 관계자는 지난 10일에도 9세 남자 어린이를 포함해 5명이 영양실조로 숨졌다고 전했다.
병원에 즉시 입원해야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주민이 10여 명이며, 앞으로 1주일 후에는 200명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병원 관계자는 우려했다.
AP가 공개한 한 영상에서는 깡마른 청년이 침대 위에 누워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이 청년은 "먹을 것이 없어 풀을 뜯어먹었다가 독성이 몸에 퍼졌다"고 말했다.
청년은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약 보름간 그냥 누워 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청년은 "세상 사람들이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고 듣기를 바란다"며 "굶주림에 죽어가는 우리를 도와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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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품 공급 시작... '아사 위기' 한숨 돌리나?
이 청년의 바람대로 마다야의 비극이 바깥에 알려지면서 희망이 생겨나고 있다. AP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식량과 의약품, 연료, 담요, 비누 등의 물자를 실은 구호 트럭이 마다야를 포함한 마을 세 곳에 도착해 주민들에게 물자를 나눠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긴급 구호 요청에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봉쇄를 풀어줬다. 이날 전달한 식량은 주민들이 3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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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마스쿠스를 떠난 구호차량이 마다야 마을 등으로 향하고 있다.
외신들은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수십 대가 도착하자 추위에 떨면서도 마을 입구까지 나와서 기다리던 마다야 주민들은 애타게 음식을 찾으면서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크르지식 적십자 대변인은 "주민들의 상황을 보니 정말로 가슴이 아프다"면서 "방금 전 어린 여자아이가 내게 와서 처음으로 물어본 말은 '음식 가져왔어요?'였다"고 말했다.
옥스팜과 세이브더칠드런 등 8개 국제구호단체는 성명을 내 "6개월간 이어진 봉쇄를 완전히 풀고 지속가능한 구호물자 전달을 보장해야만 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뉴질랜드와 스페인이 마다야 기아 사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을 요청해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주변 마을을 포함해 마다야와 비슷한 상태에 있는 시리아 주민이 10배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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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강 기자 run200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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