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슈&뉴스] 치료시설 전전하다 사경 헤매는 중증 장애아 ‘수희’

입력 2016.01.14 (21:23) 수정 2016.01.1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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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혼자 힘으로 걷지도 앉아있지도 못하고, 의사소통도 어려운 중증 장애 아동.

현재 우리나라에는 4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병원을 찾아다니는 중증 장애아동들의 열악한 복지상황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건이 최근 일어났습니다.

어머니 차를 타고 병원에 가던 5살짜리 장애 아동이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단독보도 이재희 기자입니다.

▼ 시설 전전하다 사경 헤매는 ‘수희’ ▼

<리포트>

작은 몸 여기저기에 주사 바늘이 꽂혀 있습니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숨을 쉬는 아이.

이제 5살이 된 수희입니다.

아빠는 의식불명인 딸에게 계속 말을 겁니다.

<녹취> 박문수(수희 양 아버지) : "아빠가 내일 책 가져와서 책 읽어줄까? 책 읽어줘? 내일 또 올게. 잘 하고 있어."

생후 2개월 때 뇌병변 1급 진단을 받은 중증장애아동 수희는 지난 8일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집이 있는 충남 논산에는 치료 시설이 없어 1시간 반 떨어진 대전의 병원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사고 당일 수희는 오전 9시부터 병원 두 곳을 오가며 30분 씩 네 가지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5년 째 계속돼온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박문수(수희 양 아버지) : "제 시간에 못 가면 치료를 못 하는 거예요 그 날은. 그니까 서두를 수 밖에 없고. 눈길에 미끄러져서 사고가 났다고."

이날 사고로 차를 몰던 수희의 어머니와 동생까지 크게 다쳤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극은 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문 치료 시설이 거의 없다보니 대부분의 장애 아동 가족들은 병원을 찾아 전국을 떠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문수(수희 양 아버지) : "매일 이렇게 반복 되는거죠. 치료 받으러 가고 치료 없는 날은 어린이집 가고. 계속 이렇게 다녀야죠.. 치료는 해야 되니까."

▼ 중증장애아동 전문시설이 없다 ▼

중증 장애 아동 전문 병원의 물리 치료실입니다.

이처럼 몸을 고정시킨 채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 등 각종 치료 기구와 학교 교육 시설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전문 재활 병원이 독일에는 140개, 미국 40개, 가까운 일본만 해도 무려 2백 개가 넘게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오는 4월 처음으로 전문 병원이 생깁니다.

4만 명이 넘는 중증장애아동들은 현재 일반 병원의 재활 시설들을 전전하면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치료 기관을 찾아 떠도는 이들은 스스로를 재활 난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증 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의 실태를 김민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일반병원 재활시설도 태부족▼

<리포트>

<녹취> "옳지"

혼자서는 물도 삼킬 수 없는 8살 건우.

사흘만 치료를 걸러도 몸이 뒤틀리는 중증 장애 아동이지만 조만간 이 병원을 떠나야합니다.

치료를 기다리는 다른 장애 아동을 위해 병실을 비워야합니다.

<인터뷰> 이은미(중증장애아동 어머니) : "급하면 타지라도 지금은 가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예요. 생명의 위협을 받는거죠."

옮겨갈 병원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은미(중증장애아동 어머니) : "일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안 와요. 사실. 외래조차도 자리가 없는거죠."

<녹취> "가자~ 이제 집에 가자"

4살 인영이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병실을 비워주고 외래 치료를 전전해야 하는 이른바 재활 난민인 겁니다.

<인터뷰> 강연지(중증장애아동 어머니) : "(집 근처에) 아예 치료할 장소가 없어요. 치료 횟수가 적어지니까 힘이 들고요."

대전의 경우 천 8백여 명의 중증장애아동이 있지만 이들이 쓸 수 있는 병상은 단 30개에 불과합니다.

전국적으로 사정은 비슷하다보니 70%가 넘는 장애아동들이 장애인 복지관이나 민간 사설 기관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대표) : "(장애아동들이)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재활난민을 만드는 이런 사태는 사라져야 될 것입니다."

재활 난민 어린이를 막자고 발의된 이른바 '건우법'은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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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이슈&뉴스] 치료시설 전전하다 사경 헤매는 중증 장애아 ‘수희’
    • 입력 2016-01-14 21:25:04
    • 수정2016-01-14 22:19:22
    뉴스 9
<앵커 멘트>

혼자 힘으로 걷지도 앉아있지도 못하고, 의사소통도 어려운 중증 장애 아동.

현재 우리나라에는 4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병원을 찾아다니는 중증 장애아동들의 열악한 복지상황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건이 최근 일어났습니다.

어머니 차를 타고 병원에 가던 5살짜리 장애 아동이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단독보도 이재희 기자입니다.

▼ 시설 전전하다 사경 헤매는 ‘수희’ ▼

<리포트>

작은 몸 여기저기에 주사 바늘이 꽂혀 있습니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숨을 쉬는 아이.

이제 5살이 된 수희입니다.

아빠는 의식불명인 딸에게 계속 말을 겁니다.

<녹취> 박문수(수희 양 아버지) : "아빠가 내일 책 가져와서 책 읽어줄까? 책 읽어줘? 내일 또 올게. 잘 하고 있어."

생후 2개월 때 뇌병변 1급 진단을 받은 중증장애아동 수희는 지난 8일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집이 있는 충남 논산에는 치료 시설이 없어 1시간 반 떨어진 대전의 병원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사고 당일 수희는 오전 9시부터 병원 두 곳을 오가며 30분 씩 네 가지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5년 째 계속돼온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박문수(수희 양 아버지) : "제 시간에 못 가면 치료를 못 하는 거예요 그 날은. 그니까 서두를 수 밖에 없고. 눈길에 미끄러져서 사고가 났다고."

이날 사고로 차를 몰던 수희의 어머니와 동생까지 크게 다쳤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극은 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문 치료 시설이 거의 없다보니 대부분의 장애 아동 가족들은 병원을 찾아 전국을 떠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문수(수희 양 아버지) : "매일 이렇게 반복 되는거죠. 치료 받으러 가고 치료 없는 날은 어린이집 가고. 계속 이렇게 다녀야죠.. 치료는 해야 되니까."

▼ 중증장애아동 전문시설이 없다 ▼

중증 장애 아동 전문 병원의 물리 치료실입니다.

이처럼 몸을 고정시킨 채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 등 각종 치료 기구와 학교 교육 시설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전문 재활 병원이 독일에는 140개, 미국 40개, 가까운 일본만 해도 무려 2백 개가 넘게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오는 4월 처음으로 전문 병원이 생깁니다.

4만 명이 넘는 중증장애아동들은 현재 일반 병원의 재활 시설들을 전전하면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치료 기관을 찾아 떠도는 이들은 스스로를 재활 난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증 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의 실태를 김민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일반병원 재활시설도 태부족▼

<리포트>

<녹취> "옳지"

혼자서는 물도 삼킬 수 없는 8살 건우.

사흘만 치료를 걸러도 몸이 뒤틀리는 중증 장애 아동이지만 조만간 이 병원을 떠나야합니다.

치료를 기다리는 다른 장애 아동을 위해 병실을 비워야합니다.

<인터뷰> 이은미(중증장애아동 어머니) : "급하면 타지라도 지금은 가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예요. 생명의 위협을 받는거죠."

옮겨갈 병원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은미(중증장애아동 어머니) : "일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안 와요. 사실. 외래조차도 자리가 없는거죠."

<녹취> "가자~ 이제 집에 가자"

4살 인영이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병실을 비워주고 외래 치료를 전전해야 하는 이른바 재활 난민인 겁니다.

<인터뷰> 강연지(중증장애아동 어머니) : "(집 근처에) 아예 치료할 장소가 없어요. 치료 횟수가 적어지니까 힘이 들고요."

대전의 경우 천 8백여 명의 중증장애아동이 있지만 이들이 쓸 수 있는 병상은 단 30개에 불과합니다.

전국적으로 사정은 비슷하다보니 70%가 넘는 장애아동들이 장애인 복지관이나 민간 사설 기관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대표) : "(장애아동들이)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재활난민을 만드는 이런 사태는 사라져야 될 것입니다."

재활 난민 어린이를 막자고 발의된 이른바 '건우법'은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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