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여기가 교도소입니까? 축사입니까?

입력 2016.01.15 (08:58) 수정 2016.0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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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축산 ‘최대의 위협’ 가축 질병

우리나라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참 맛있죠. 요즘엔 외국산 축산물이 많이 들어오는데요. 가끔 외국산을 먹어보는데 왠지 우리 고기와는 달라요. 이 땅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지금까지 먹어온 고기 맛에 익숙해지고 맛의 판단 기준이 우리 고기에 맞춰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우리 축산업은 최근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최대의 시련을 겪었습니다. 전에 없던 확산 속도로 가축 질병이 전국을 휩쓸면서 상상을 초월한 희생을 치른 겁니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엔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했습니다. 지금까지 닭과 오리 1,934만 마리와 소, 돼지 365만 마리를 매몰 처분했습니다. 보상금 등으로 3조 원이 들어갔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축 질병 발생국’으로 분류돼 축산물 수출이 거의 막혀 있습니다. 자식처럼 키우던 가축을 땅에 묻어야 했던 축산 농민들의 심정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가축을 키우고 도축해서 먹습니다. 하지만 가축도 생존 본능을 가지고 고통을 느끼는 소중한 생명체입니다. 가축들도 좋은 환경에서 사육된 뒤 적절한 방법으로 도살되고 생을 마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온몸을 인간에게 바치는 가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죄가 없는 가축 2천 마리가 땅에 묻혔습니다. 허술한 방역 시스템으로 우왕좌왕한 정부의 잘못일까요? 축산업 종사자들의 허술한 방역 의식이 문제일까요?

■ 입국할 때 수하물 엑스레이 검사하는 칠레

도착까지 꼬박 이틀이 걸리는 남미의 칠레는 사실 우리나라와 교역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 거리에는 우리의 자동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국산 휴대폰도 고가이지만 칠레 사람들이 무척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고요.

우리나라는 구제역 사태 이후 칠레의 삼겹살을 많이 수입합니다. 또 칠레산 와인은 우리나라에서 8년째 수입 1위를 지키고 있고요. 칠레는 다른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농축산물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농축산업을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농축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본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방역입니다. 농산물이나 가축에 중대한 질병이 생긴다면 수출이 바로 중단되기 때문입니다. 방역에 구멍이 뚫려 병해충이 발생한다면 국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 겁니다.

사실 방역은 국경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출입국 주요 관문인 공항과 항만의 방역 시스템은 정말 중요합니다. 공항과 항만이 뚫리면 다른 나라의 병해충이 바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입국한다고 생각하면요. 수하물 엑스레이 검사는 출국할 때 한 번만 합니다. 입국할 때는 간단한 신고서에 농축산물을 가졌는지 아닌지를 작성하면 끝나죠. 비행기가 도착해 그 나라에 들어갈 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곤 짐 검사를 하지 않죠.

그런데 칠레 공항은 달랐습니다. 입국 심사를 거치고 짐을 찾고 나가려는데 마지막에 수하물 엑스레이 검사를 하더군요. 물론 입국하는데 시간이 더 걸려서 불편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칠레 방역 당국은 간단한 신고서에 의존하지 않고 일일이 검사를 했습니다. 승객들이 다소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만에 하나 농축산물에 묻어오는 병해충까지 끝까지 막아보겠다는 칠레 방역 당국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철조망 있는 농장철조망 있는 농장


농장 출입여권 사진농장 출입여권 사진


■ 여기가 교도소입니까? 축사입니까?

칠레의 축산 기업, 아그로수퍼의 돼지 농장을 찾아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곳 농장엔 외부인과 외부 차량의 출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농장 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했는데 출입 절차가 사실 좀 짜증 날 정도였습니다.

우선 농장 출입 전에 출입여권을 발급받아야 했습니다. 칠레로 가기 전에 설문을 통해 다른 가축 농장 방문 경험이 있는지 등을 먼저 조사하더군요.

출입여권을 들고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돼지 축사 주변에 높이 3m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마침 새끼 돼지와 사료를 싣고 온 차량이 있었는데요. 외부 차량인 셈이죠. 그런데 이 축산 차량조차 철조망 안의 축사 근처로 가는 것이 금지돼 있었습니다. 바깥에서 안쪽 축사로 연결되는 통로로 새끼 돼지와 사료를 옮기더군요. 농장 시설 자체를 그렇게 지어놨습니다.

축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옷을 다 벗고 샤워를 해야 했습니다. 농장 관계자들과 취재진 7~8명이 좁은 곳에서 함께 샤워했는데 좀 민망했던 기억도 납니다. 축사로 가지고 들어가는 모든 촬영 장비도 소독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농장 측이 제공하는 위생복과 양말, 신발을 신은 다음에야 축사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축사 시설에는 농장 직원들이 있었는데요. 이들도 출퇴근하면서 똑같은 위생 절차를 거칩니다. 위생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외부인, 외부의 물건과 접촉하는 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이게 방역 규칙인데, 직원이 이를 어길 경우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 해고된다더군요. 농장 책임자에게 ‘정말 해고합니까? 너무한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더니 '네, 해고합니다. 원칙이니까요!’라고 답하더군요.

촬영하다가 카메라 배터리가 모두 소모돼 교체해야 하는데 여분의 배터리가 축사 바깥에 있었습니다. 그냥 철조망 너머로 배터리 하나 건네 받아도 될 것 같았는데 농장 책임자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 한 명이 샤워하고 나가서 배터리를 소독하고 다시 샤워하고 들어오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냄새나는 축사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축사 안에서 4시간 정도 취재를 했는데요, 사실 교도소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갇혀 있다는 느낌, 그래서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또 저 자신이 외부 바이러스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구제역 같은 질병 하나로 돼지 농장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구제역 발생국, 한국에서 온 취재진을 ‘외부 바이러스’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새끼 돼지를 낳은 어미 돼지 사육장이 있었는데 촬영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모든 위생 절차를 거쳐도 거기에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어미돼지는 돼지 사육의 최정점에 있는 중요한 곳이고 이곳에 만약 질병이 발생하면 상상할 수 없는 피해가 나기 때문에 취재진도 출입할 수 없다는 겁니다.

철조망 앞 차량철조망 앞 차량


■ “그럼 일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칠레는 28년 동안 수출에 영향을 주는 중대 가축 질병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칠레는 생산되는 축산물의 3분의 1 정도를 45개 나라에 수출하는 축산 강국이 됐습니다.

아그로수퍼 농장의 방역 담당자는 이런 방역 체계를 한국의 축산 생산자에게 강연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강연을 들은 한국 축산 종사자들의 반응은 이랬다고 합니다. “좋은데.. 그럼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지?”

취재 과정에서 느낀 칠레의 가축 방역 원칙은 모든 접촉을 최대한 막는 것이었습니다. 가축과 사람, 차량,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접촉이 가축 질병의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칠레는 단순하지만 ‘접촉’의 위험성을 깨닫고 방역 원칙을 세운 뒤 그렇게 실천하는 것입니다.

물론 일할 때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불편하다고 방역 원칙을 세우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수천만 마리 가축을 또다시 땅에 묻고 수조 원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불편한 방역 시스템과 가축 질병에 확산에 따른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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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여기가 교도소입니까? 축사입니까?
    • 입력 2016-01-15 08:58:51
    • 수정2016-01-15 09:00:06
    취재후·사건후
■ 한국 축산 ‘최대의 위협’ 가축 질병 우리나라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참 맛있죠. 요즘엔 외국산 축산물이 많이 들어오는데요. 가끔 외국산을 먹어보는데 왠지 우리 고기와는 달라요. 이 땅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지금까지 먹어온 고기 맛에 익숙해지고 맛의 판단 기준이 우리 고기에 맞춰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우리 축산업은 최근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최대의 시련을 겪었습니다. 전에 없던 확산 속도로 가축 질병이 전국을 휩쓸면서 상상을 초월한 희생을 치른 겁니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엔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했습니다. 지금까지 닭과 오리 1,934만 마리와 소, 돼지 365만 마리를 매몰 처분했습니다. 보상금 등으로 3조 원이 들어갔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축 질병 발생국’으로 분류돼 축산물 수출이 거의 막혀 있습니다. 자식처럼 키우던 가축을 땅에 묻어야 했던 축산 농민들의 심정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가축을 키우고 도축해서 먹습니다. 하지만 가축도 생존 본능을 가지고 고통을 느끼는 소중한 생명체입니다. 가축들도 좋은 환경에서 사육된 뒤 적절한 방법으로 도살되고 생을 마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온몸을 인간에게 바치는 가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죄가 없는 가축 2천 마리가 땅에 묻혔습니다. 허술한 방역 시스템으로 우왕좌왕한 정부의 잘못일까요? 축산업 종사자들의 허술한 방역 의식이 문제일까요? ■ 입국할 때 수하물 엑스레이 검사하는 칠레 도착까지 꼬박 이틀이 걸리는 남미의 칠레는 사실 우리나라와 교역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 거리에는 우리의 자동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국산 휴대폰도 고가이지만 칠레 사람들이 무척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고요. 우리나라는 구제역 사태 이후 칠레의 삼겹살을 많이 수입합니다. 또 칠레산 와인은 우리나라에서 8년째 수입 1위를 지키고 있고요. 칠레는 다른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농축산물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농축산업을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농축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본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방역입니다. 농산물이나 가축에 중대한 질병이 생긴다면 수출이 바로 중단되기 때문입니다. 방역에 구멍이 뚫려 병해충이 발생한다면 국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 겁니다. 사실 방역은 국경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출입국 주요 관문인 공항과 항만의 방역 시스템은 정말 중요합니다. 공항과 항만이 뚫리면 다른 나라의 병해충이 바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입국한다고 생각하면요. 수하물 엑스레이 검사는 출국할 때 한 번만 합니다. 입국할 때는 간단한 신고서에 농축산물을 가졌는지 아닌지를 작성하면 끝나죠. 비행기가 도착해 그 나라에 들어갈 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곤 짐 검사를 하지 않죠. 그런데 칠레 공항은 달랐습니다. 입국 심사를 거치고 짐을 찾고 나가려는데 마지막에 수하물 엑스레이 검사를 하더군요. 물론 입국하는데 시간이 더 걸려서 불편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칠레 방역 당국은 간단한 신고서에 의존하지 않고 일일이 검사를 했습니다. 승객들이 다소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만에 하나 농축산물에 묻어오는 병해충까지 끝까지 막아보겠다는 칠레 방역 당국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철조망 있는 농장 농장 출입여권 사진
■ 여기가 교도소입니까? 축사입니까? 칠레의 축산 기업, 아그로수퍼의 돼지 농장을 찾아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곳 농장엔 외부인과 외부 차량의 출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농장 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했는데 출입 절차가 사실 좀 짜증 날 정도였습니다. 우선 농장 출입 전에 출입여권을 발급받아야 했습니다. 칠레로 가기 전에 설문을 통해 다른 가축 농장 방문 경험이 있는지 등을 먼저 조사하더군요. 출입여권을 들고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돼지 축사 주변에 높이 3m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마침 새끼 돼지와 사료를 싣고 온 차량이 있었는데요. 외부 차량인 셈이죠. 그런데 이 축산 차량조차 철조망 안의 축사 근처로 가는 것이 금지돼 있었습니다. 바깥에서 안쪽 축사로 연결되는 통로로 새끼 돼지와 사료를 옮기더군요. 농장 시설 자체를 그렇게 지어놨습니다. 축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옷을 다 벗고 샤워를 해야 했습니다. 농장 관계자들과 취재진 7~8명이 좁은 곳에서 함께 샤워했는데 좀 민망했던 기억도 납니다. 축사로 가지고 들어가는 모든 촬영 장비도 소독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농장 측이 제공하는 위생복과 양말, 신발을 신은 다음에야 축사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축사 시설에는 농장 직원들이 있었는데요. 이들도 출퇴근하면서 똑같은 위생 절차를 거칩니다. 위생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외부인, 외부의 물건과 접촉하는 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이게 방역 규칙인데, 직원이 이를 어길 경우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 해고된다더군요. 농장 책임자에게 ‘정말 해고합니까? 너무한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더니 '네, 해고합니다. 원칙이니까요!’라고 답하더군요. 촬영하다가 카메라 배터리가 모두 소모돼 교체해야 하는데 여분의 배터리가 축사 바깥에 있었습니다. 그냥 철조망 너머로 배터리 하나 건네 받아도 될 것 같았는데 농장 책임자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 한 명이 샤워하고 나가서 배터리를 소독하고 다시 샤워하고 들어오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냄새나는 축사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축사 안에서 4시간 정도 취재를 했는데요, 사실 교도소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갇혀 있다는 느낌, 그래서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또 저 자신이 외부 바이러스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구제역 같은 질병 하나로 돼지 농장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구제역 발생국, 한국에서 온 취재진을 ‘외부 바이러스’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새끼 돼지를 낳은 어미 돼지 사육장이 있었는데 촬영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모든 위생 절차를 거쳐도 거기에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어미돼지는 돼지 사육의 최정점에 있는 중요한 곳이고 이곳에 만약 질병이 발생하면 상상할 수 없는 피해가 나기 때문에 취재진도 출입할 수 없다는 겁니다.
철조망 앞 차량
■ “그럼 일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칠레는 28년 동안 수출에 영향을 주는 중대 가축 질병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칠레는 생산되는 축산물의 3분의 1 정도를 45개 나라에 수출하는 축산 강국이 됐습니다. 아그로수퍼 농장의 방역 담당자는 이런 방역 체계를 한국의 축산 생산자에게 강연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강연을 들은 한국 축산 종사자들의 반응은 이랬다고 합니다. “좋은데.. 그럼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지?” 취재 과정에서 느낀 칠레의 가축 방역 원칙은 모든 접촉을 최대한 막는 것이었습니다. 가축과 사람, 차량,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접촉이 가축 질병의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칠레는 단순하지만 ‘접촉’의 위험성을 깨닫고 방역 원칙을 세운 뒤 그렇게 실천하는 것입니다. 물론 일할 때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불편하다고 방역 원칙을 세우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수천만 마리 가축을 또다시 땅에 묻고 수조 원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불편한 방역 시스템과 가축 질병에 확산에 따른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득일까요? [연관 기사] ☞ [앵커&리포트] 28년 가축 질병 ‘0’…방역 강국 칠레의 비결은? (20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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