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사상 첫 여성 총통 탄생하나?

입력 2016.01.15 (16:51) 수정 2016.01.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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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유세차이잉원 유세


타이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통이 탄생할까? 결과는 내일이면 나온다. 타이완 총통 선거가 내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타이완 전역의 만 5천여 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이번 총통 선거에는 집권 국민당에서는 주리룬(朱立倫·55) 후보가, 야당인 민진당에서는 여성인 차이잉원(蔡英文·60·여)후보와 쑹추위(宋楚瑜·70) 친민당 주석 등 세명이 출마했다.

이미 대세는 야당인 차이잉원 후보에게로 기울었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현재 지지율 조사에서 차이잉원 후보가 20% 포인트 차이로 나머지 두 후보를 앞서고 있다. 대선 후보 선출 이후부터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려온 그녀는 지난 5일 실시된 대만 TVBS 방송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4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미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얘기다. 차이잉원 후보가 당선되면 중화권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최고지도자가 탄생하고 민진당은 8년 만에 재집권하게 된다.

☞ 타이완 총통선거 D-1, 정권 교체 확실시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현재 집권당인 국민당 마잉주 현 총통의 친중국 정책으로 타이완 경제가 중국 종속화가 심해지고 경제난이 악화했다고 보는 여론 때문이다.

차이잉원 후보는 그동안 친중 정책에 따른 국민당의 경제 실정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한국에서 남북한 관계가 중요하듯이 타이완에서는 중국과의 외교 전략인 양안 정책이 주요 쟁점이다. 그런데 차이잉원 후보는 중국과의 경제교류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중국 의존에는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해 보수와 진보 양측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차이잉원이 당선되면 중국보다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정책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독신인 그녀는 젊은 층으로부터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혼이기 때문에 부패 등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정치인으로 통한다. 덕분에 그녀는 특히 20∼30대 젊은 층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차이잉원 후보의 공약은 젊은 층을 위한 사회임대주택·공공주택 건설, 식품안전 확보, 노인 등에 대한 지역돌봄시스템 강화, 연금 개혁, 치안시스템 개선 등 이른바 '5대 사회안정 계획'으로 요약된다.

주리룬 후보 유세주리룬 후보 유세


반면 여당인 주리룬 후보는 힘 빠진 유세를 벌이고 있다. 애초 총통 후보에 나설 생각도 없었다. 이번 총통 선거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공언해왔지만, 당의 후보로 선출됐던 훙슈주(洪秀柱) 전입법원(국회격) 부원장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하자 '당을 구하라'는 특명을 받고 대타로 전격 출마하게 된 것이다.

그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명확하게 계승하고 있다. 그는 양안 관계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차이 후보가 당선되면 양안 관계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보수층 세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공약은 기본임금 인상, 빈부격차 축소, 92공식 결집 등 이른바 '전략 3책'으로 압축할 수 있다.

'안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대한 집권 국민당에 대한 심판을 극복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대만 총통 후보 비교대만 총통 후보 비교


차이잉원은 누구인가?

그럼 사상 첫 여성 총통이 될 것이 유력한 차이잉원은 어떤 사람일까?



그녀의 별명은 '선거의 여왕'이다. 선거에 연전연승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2008년 민진당이 대선에서 국민당에 완패하고, 민진당 출신 총통이었던 천수이볜(陳水扁)의 부패 문제가 불거지자 당의 새로운 구심점이 됐다.

취임 후 3년 동안 각종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집권 국민당에 7차례나 승리했다. 특히 2014년 11월 말 치러진 역대 최대 규모의 지방선거에서는 국민당을 대파해 8년 만에 정권 탈환을 위한 최대 교두보를 확보했다.

민진당에 불가능할 것 같았던 정권탈환의 꿈을 실현해줄 차이 후보는 입당한 지 11년밖에 되지 않는 정치신인이다. 그녀는 타이완의 소수민족 가정에서 첩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출생지는 타이베이(台北)이지만 차이 후보의 혈통은 산악거주 대만 원주민인 파이완(排灣)족 혈통을 지닌 푸젠성 출신의 객가(客家)인 후예로 분류된다.

차이 후보의 아버지 차이제성(蔡潔生)은 2차 대전 직후 자동차 수리업체를 운영하며 돈을 벌어 부동산과 건설, 호텔 사업을 하는 기업인으로 처첩을 5명이나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 후보는 11명의 형제자매 가운데 막내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총명해 아버지의 남다른 사랑을 받았던 차이 후보는 뛰어난 학업성적으로 대만 최고의 명문인 대만 국립대 법대에 입학해 미국 코넬대학 법학석사, 영국 런던정경대학(LSE) 법학박사 학위를 땄다. 차이 후보는 대만 국립정치대 법대 교수를 지내다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정권 시절이던 2000년 양안 관계 사무를 맡는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을 맡으며 처음 학계를 떠났다.

4년 뒤인 2004년 민진당 가입과 함께 총선에 출마하면서 차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민진당의 비례대표 순위 6번으로 입법위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이어 2006년에 행정부 부원장(부총리)으로 올라서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던 차이 후보는 2008년 대선에서 민진당 정권이 천 전 총통의 부패 스캔들과 함께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만신창이가 된 민진당을 이끌 책임이 그녀에게 주어졌다. 아무도 주석직을 맡으려 하지 않은 상황에서 차이 후보는 담담히 야당 주석직을 맡았고 당을 일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취임 후 3년간 각종 선거에서 국민당에 7차례나 승리하며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성공적인 정치 신화를 만든 것과는 별개로 그녀는 언론 앞에 나서는 것도 수줍어할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이런 성품은 첩실이었던 어머니 장진펑(張金鳳)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한다. 마잉주(馬英九) 정부 실정의 덕을 본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그녀의 소신과 결단력, 소통 친화력이 당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는 대학교수에 이르는 동안 오랜 기간의 독신 미혼 생활로 동성연애자라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별다른 화장을 하지 않은 채 단발머리에 검정 머리인 차이 후보는 스밍더(施明德) 전 민진당 주석으로부터 레즈비언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이 같은 의혹에 답을 한 적이 없다.

대만 언론은 차이 후보가 미국 유학시절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교통사고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녀는 그 후 어떤 추문도 나온 적이 없다.

그러나 분한 성품과 달리 차이 후보는 운전이 취미라고 한다. 한 측근은 차이 후보가 타이베이에서 정부 회의가 열리는 핑둥까지 400㎞를 홀로 운전하고 간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녀가 스피드를 즐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과의 양안 관계와 경제회복이라는 난제를 원만히 풀기 위해선 타이완을 어떤 속도로 어떤 방식으로 운전해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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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15 16:51:28
    • 수정2016-01-15 16:52:54
    취재K
차이잉원 유세


타이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통이 탄생할까? 결과는 내일이면 나온다. 타이완 총통 선거가 내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타이완 전역의 만 5천여 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이번 총통 선거에는 집권 국민당에서는 주리룬(朱立倫·55) 후보가, 야당인 민진당에서는 여성인 차이잉원(蔡英文·60·여)후보와 쑹추위(宋楚瑜·70) 친민당 주석 등 세명이 출마했다.

이미 대세는 야당인 차이잉원 후보에게로 기울었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현재 지지율 조사에서 차이잉원 후보가 20% 포인트 차이로 나머지 두 후보를 앞서고 있다. 대선 후보 선출 이후부터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려온 그녀는 지난 5일 실시된 대만 TVBS 방송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4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미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얘기다. 차이잉원 후보가 당선되면 중화권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최고지도자가 탄생하고 민진당은 8년 만에 재집권하게 된다.

☞ 타이완 총통선거 D-1, 정권 교체 확실시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현재 집권당인 국민당 마잉주 현 총통의 친중국 정책으로 타이완 경제가 중국 종속화가 심해지고 경제난이 악화했다고 보는 여론 때문이다.

차이잉원 후보는 그동안 친중 정책에 따른 국민당의 경제 실정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한국에서 남북한 관계가 중요하듯이 타이완에서는 중국과의 외교 전략인 양안 정책이 주요 쟁점이다. 그런데 차이잉원 후보는 중국과의 경제교류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중국 의존에는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해 보수와 진보 양측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차이잉원이 당선되면 중국보다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정책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독신인 그녀는 젊은 층으로부터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혼이기 때문에 부패 등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정치인으로 통한다. 덕분에 그녀는 특히 20∼30대 젊은 층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차이잉원 후보의 공약은 젊은 층을 위한 사회임대주택·공공주택 건설, 식품안전 확보, 노인 등에 대한 지역돌봄시스템 강화, 연금 개혁, 치안시스템 개선 등 이른바 '5대 사회안정 계획'으로 요약된다.

주리룬 후보 유세


반면 여당인 주리룬 후보는 힘 빠진 유세를 벌이고 있다. 애초 총통 후보에 나설 생각도 없었다. 이번 총통 선거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공언해왔지만, 당의 후보로 선출됐던 훙슈주(洪秀柱) 전입법원(국회격) 부원장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하자 '당을 구하라'는 특명을 받고 대타로 전격 출마하게 된 것이다.

그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명확하게 계승하고 있다. 그는 양안 관계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차이 후보가 당선되면 양안 관계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보수층 세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공약은 기본임금 인상, 빈부격차 축소, 92공식 결집 등 이른바 '전략 3책'으로 압축할 수 있다.

'안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대한 집권 국민당에 대한 심판을 극복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대만 총통 후보 비교


차이잉원은 누구인가?

그럼 사상 첫 여성 총통이 될 것이 유력한 차이잉원은 어떤 사람일까?



그녀의 별명은 '선거의 여왕'이다. 선거에 연전연승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2008년 민진당이 대선에서 국민당에 완패하고, 민진당 출신 총통이었던 천수이볜(陳水扁)의 부패 문제가 불거지자 당의 새로운 구심점이 됐다.

취임 후 3년 동안 각종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집권 국민당에 7차례나 승리했다. 특히 2014년 11월 말 치러진 역대 최대 규모의 지방선거에서는 국민당을 대파해 8년 만에 정권 탈환을 위한 최대 교두보를 확보했다.

민진당에 불가능할 것 같았던 정권탈환의 꿈을 실현해줄 차이 후보는 입당한 지 11년밖에 되지 않는 정치신인이다. 그녀는 타이완의 소수민족 가정에서 첩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출생지는 타이베이(台北)이지만 차이 후보의 혈통은 산악거주 대만 원주민인 파이완(排灣)족 혈통을 지닌 푸젠성 출신의 객가(客家)인 후예로 분류된다.

차이 후보의 아버지 차이제성(蔡潔生)은 2차 대전 직후 자동차 수리업체를 운영하며 돈을 벌어 부동산과 건설, 호텔 사업을 하는 기업인으로 처첩을 5명이나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 후보는 11명의 형제자매 가운데 막내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총명해 아버지의 남다른 사랑을 받았던 차이 후보는 뛰어난 학업성적으로 대만 최고의 명문인 대만 국립대 법대에 입학해 미국 코넬대학 법학석사, 영국 런던정경대학(LSE) 법학박사 학위를 땄다. 차이 후보는 대만 국립정치대 법대 교수를 지내다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정권 시절이던 2000년 양안 관계 사무를 맡는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을 맡으며 처음 학계를 떠났다.

4년 뒤인 2004년 민진당 가입과 함께 총선에 출마하면서 차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민진당의 비례대표 순위 6번으로 입법위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이어 2006년에 행정부 부원장(부총리)으로 올라서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던 차이 후보는 2008년 대선에서 민진당 정권이 천 전 총통의 부패 스캔들과 함께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만신창이가 된 민진당을 이끌 책임이 그녀에게 주어졌다. 아무도 주석직을 맡으려 하지 않은 상황에서 차이 후보는 담담히 야당 주석직을 맡았고 당을 일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취임 후 3년간 각종 선거에서 국민당에 7차례나 승리하며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성공적인 정치 신화를 만든 것과는 별개로 그녀는 언론 앞에 나서는 것도 수줍어할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이런 성품은 첩실이었던 어머니 장진펑(張金鳳)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한다. 마잉주(馬英九) 정부 실정의 덕을 본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그녀의 소신과 결단력, 소통 친화력이 당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는 대학교수에 이르는 동안 오랜 기간의 독신 미혼 생활로 동성연애자라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별다른 화장을 하지 않은 채 단발머리에 검정 머리인 차이 후보는 스밍더(施明德) 전 민진당 주석으로부터 레즈비언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이 같은 의혹에 답을 한 적이 없다.

대만 언론은 차이 후보가 미국 유학시절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교통사고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녀는 그 후 어떤 추문도 나온 적이 없다.

그러나 분한 성품과 달리 차이 후보는 운전이 취미라고 한다. 한 측근은 차이 후보가 타이베이에서 정부 회의가 열리는 핑둥까지 400㎞를 홀로 운전하고 간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녀가 스피드를 즐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과의 양안 관계와 경제회복이라는 난제를 원만히 풀기 위해선 타이완을 어떤 속도로 어떤 방식으로 운전해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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