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강 시장 이전투구, 수강생은 혼란

입력 2016.01.17 (23:18) 수정 2016.0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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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전국의 수험생이 모여드는 노량진 학원가.

시간도 돈도 부족한 수험생들이 '컵밥'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모습은 이곳의 일상입니다.

컵밥과는 대조적으로 노량진 학원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고가의 수입차들입니다.

수입차들이 줄지어 학원 건물로 들어섭니다.

대부분 '스타강사'들의 찹니다.

<녹취> 사교육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아마 대부분의 스타강사들은 외제차는 기본이고요. 강사들이 사실은 학생들 앞에서는 신적인 존재거든요 물론 일부 스타강사들 경우에 그렇다는 거죠."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스타강사들은 수험생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예지(수험생) : "(스타강사들의) 영향력이 꽤 크다고 생각합니다. 수강생들 사이에서 스타강사는 거의 대부분 알고 있고..."

하지만, 이들의 수입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 건 '인터넷 강의'가 대세로 자리 잡은 2천년대 후반부텁니다.

<녹취> 재수학원 관계자 : "판이 점점 더 커지는 거죠 1~20억은 우습게 생각하고. (일부이긴 하지만)200억, 300억 연 매출을 올리는 그런 강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럼 따라서 자연적으로 강사들의 몸값은 상당히 커지죠"

<오프닝>

이곳은 한 인터넷 강의 업체의 녹화 스튜디오인데요.

교실 하나 크기도 안되는 이 작은 스튜디오에서 수십만명이 시청하고 한해 수백억의 매출이 나오는 '인강'이 녹화됩니다.

인강 시장의 규모는 20조원 규모의 사교육시장에서 2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는데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강 업체간의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면서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리포트>

'삽자루'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수학강사 우형철 씨.

대표적인 인터넷 스타강사 가운데 한 명입니다.

연이은 강의를 마친 우씨가 향하는 곳은 그의 연구실.

직원 10여 명이 강의 교재 개발과 SNS 관리 등을 돕고 있습니다.

강사 한 명이 움직이는 학원인 셈입니다.

최근 우 씨는 한 대형 학원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씨가 인터넷 영상을 통해 대형 학원이 홍보를 위해 이른바 '댓글알바'를 동원했다고 주장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검찰은 수사결과 해당 학원과 계약을 맺은 대행사가 인터넷 포털업체의 아이디 백 개를 구입해 댓글 등을 단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인터뷰> 우형철(수학 강사) : "아이디를 돈 주고 한 아이디당 싸게는 천원 비싸게는 삼천 원 주고 수백 개 아이디를 사서 글을 쓰는데 그거가 개인정보법 위반이잖아요."

하지만 해당 학원은 대행사에 댓글 홍보를 요청한 적이 없고 대행사가 단 댓글 가운데서도 특정 강사를 홍보한 글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재판 결과 대행사 대표와 직원에게 벌금형이 선고됐고 우 씨도 해당 학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우 씨는 지난 2009년에도 한 인터넷강의 업체의 댓글 알바를 폭로해 해당 업체의 사과를 받아낸 적이 있다며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치기 위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우형철(수학 강사) : "이렇게 불법알바를 쫙 해가지고 학생들을 끌어모아서 회사의 매출을 더 크게 하고 그러면서 거기서 번 돈으로 광고마케팅에 더 투자를 하게되서 회사가 전체 인터넷 강의 시장의 7,80%를 장악하게 되면 그다음부터 당연히 뭐나면 수강료 다시 또 올라가게 됩니다."

인터넷 강의의 '댓글 알바'는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한 교육전문 마케팅업체의 내부 문건입니다.

댓글조작은 최소 6개월의 시간을 투입하는 '육성 아이디'와 단기 이슈에 대응하는 '게릴라식 아이디'를 통해 이뤄진다고 돼 있습니다.

'육성아이디'는 '캐릭터 육성' 즉 실재 인물 같은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이 인물의 아이디로 댓글을 다는 것입니다.

<녹취> 교육 마케팅 회사 전직직원 : "오래전부터 가입시켜놓고 나는 어떤 사람이다. 캐릭터를 정해놓고 어떤 사람이 활동을 시작하는거죠. 예를 들면 A라는 아이디는 18살에 고등학교 2학년이고 뭔과고 남자아이고, 서울 살고 남동생이 있으면 이렇게 쭉 엑셀에다 정리해놓고 시작하는 거죠."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 수능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입니다.

특정 강사를 띄우고, 또 다른 강사는 깎아내립니다.

수험생들은 강사 선택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인터넷 강의 이용 수험생 : "예전에 무슨 댓글이나 그런 거 한쪽에서 몰아주기하고 이런게 있었으니까. 알바같은거 시켜가지고 한 번에 남기고 이런 적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직접 들어보고 판단해요."

이곳은 사교육 1번지라고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입니다.

이곳 대치동 학원가에서 명성을 키운 스타강사들을 차지하기 위한 지나친 경쟁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인강업계 2위였던 '비타에듀'에서 스타강사 11명과 직원 30여 명이 한꺼번에 후발업체로 옮겼습니다.

각 과목을 대표하는 스타강사 대부분이 한 번에 이탈하자 비타에듀는 순식간에 업계 꼴찌로 밀려났습니다.

당시 업체를 옮긴 강사 가운데 일부는 이 같은 강사들의 집단행동이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졌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정지웅(국어 강사/과거 비타에듀 소속) : "대표한테 66%의 지분을 달라고 하면 그걸 들어주겠습니까? 들어줄 수 없는 명분을 만들어 놓고 이적을 다 준비를 한 거죠. 실제로 이게 다 치밀하게 계획되어 있던 거였고요. 양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 사이트의 직원들을 옮겨갈 사이트에 미리 박아놓고 중요한 정보들을 빼가고…"

이에 대해 해당 업체 측은 강사들의 이직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관련 소송에서 드러났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이직 사건 이후 강사들의 몸값이 높아졌다고 사교육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그렇다면 스타강사들이 받는 보수는 얼마나 될까?

과목별 매출 1위를 올리는 '스타강사'를 업계에서는 이른바 '1타강사'라고 합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한 '1타강사'의 실제 계약섭니다.

2년간 교육 콘텐츠를 공급하는 대가로 계약금 50억 원에 강의매출의 35%, 교재매출의 90%를 받기로 돼 있습니다.

이 강사는 계약금과 매출을 더 해 1년에 백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사교육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강사에 따라 다르지만 1타강사 인기강사들은 1년 계약금이 수십억에 달하기도 하고요 5년을 계약하면 수백억에 계약하기도 합니다. 일부 초스타강사는 매출의 전체를 다가져가는 그런 계약도 최근에 이 업계에서 이뤄진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강사들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고 다른 업체로 이적하거나, 업체들은 다른 업체 소속의 강사를 빼돌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이 같은 강사 빼가기와 관련된 소송만 수십 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대형학원 전직 원장 :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실현시키기 위해서 자본투자를 한거죠. 근데 거기에 학원 운영하시는 분들이 확고한 교육관 없이 놀아나고 있고 자본을 스스로 쫓아가서 상장하려는 이윤을 추구해서..."

역시 피해를 보는 것은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들입니다.

강사가 갑자기 소속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인터넷 강의가 중단돼 피해를 봤다는 수험생들의 글을 인터넷에서 손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녹취> 피해 수험생 : "학생들이 선생님 이적한 곳으로 따라서 학원을 옮기는 경우도 있는데 환불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알려지지않았는데 피해를 본경우가..."

업체들 간의 허위·비방광고와 경품공세도 인강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입니다.

'1위'업체라는 표현을 둘러싸고 벌어진 다툼이 대표적입니다.

한 업체가 자사의 매출액이 급증했고 다른 업체는 크게 감소했다며 인강업계 매출 증가율 1위라며 광고하자 광고에 언급된 업체는 허위 광고라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피소된 업체 역시 또 다른 인강업체의 '1등광고'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그 업체가 다시 맞고소하는 등 물고 물리는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사교육업체 관계자 : "노출되지 않은거까지 포함한다면 상당히 좀 많을 거 같다고 생각됩니다. (수십건?) 그 이상되겠죠 승소나 아니면 승패에 따라서 업체마다 노출하느냐 노출하지 마냐 뭐 이런 것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

여기에 더해 각종 경품 경쟁까지 인강 시장의 경쟁은 이미 도를 넘은 지 오래라고 업계 종사자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우형철(수학 강사) : "우리가 너한테 바나나 우유 줄게. 그리고 인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거기다가 아이스크림까지 쏠게. 더 많아지면 우리가 이것도 줄게. 이런 마케팅하면 안 된다라는 거죠. 그런 마케팅이 회사의 격을 떨어트리고 강사들의 격도 떨어트리고 학생들이 교육 동영상 업체를 갖다가 불신하게 되는 장사치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인터넷강의는 현장 강의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현(교육계간 발행인) : "교육계간 발행인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서 최소한 사교육의 양질의 사교육을 평준화 시키는 그런 측면에 효과는 인터넷 강의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강시장이 대세로 자리잡은 이후에도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고등학생 1명이 사교육에 쓰는 돈은 19만원이었는데 2013년에는 26만원까지 늘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인터넷 강의 시장이 승자 독식 구조여서 마케팅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현직 수학강사 : "사실 승자독식구조라든지 사실 갭이 점점 벌어지는 구조라고 봐야 맞거든요."

그 갭이라는게 점점 더 따라가기 힘든 속도로 벌어지고 있어서 스타강사가 되고싶다는 예전의 꿈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구본창(사교육없는 세상 국장) : "광고나 마케팅 비용에 사용되는 비용을 강의의 질을 높이는데 써야 하는게 맞는데 여기에 고비용이 투입되어서 강의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강의 시장은 매출이 연간 2천억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지만, 소비자원에 접수된 인터넷강의 관련 피해 신고는 2011년 285건에서 지난해 497건으로 5년사이 74%나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손주은(메가스터디 회장) : "오프라인 강의를 그냥 온라인에서 옮겨놓은 형태에서 더이상 발전이 안 되고 있다는 거에요. 질적 발전은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이뤄지고 있어요. 미국이나 이런 데는 무크라든지 이런 것들이 상당히 자리를 내리고 있고... 온라인 강의의 쌍방향 이런 것들이 잘되고 있죠."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인터넷 강의.

돈벌이만을 위한 이전투구식 마케팅 경쟁에서 벗어나 본래의 취지를 살릴 질적인 도약에 힘쓸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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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강 시장 이전투구, 수강생은 혼란
    • 입력 2016-01-17 23:32:30
    • 수정2016-01-18 00:16:39
    취재파일K
<프롤로그>

전국의 수험생이 모여드는 노량진 학원가.

시간도 돈도 부족한 수험생들이 '컵밥'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모습은 이곳의 일상입니다.

컵밥과는 대조적으로 노량진 학원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고가의 수입차들입니다.

수입차들이 줄지어 학원 건물로 들어섭니다.

대부분 '스타강사'들의 찹니다.

<녹취> 사교육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아마 대부분의 스타강사들은 외제차는 기본이고요. 강사들이 사실은 학생들 앞에서는 신적인 존재거든요 물론 일부 스타강사들 경우에 그렇다는 거죠."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스타강사들은 수험생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예지(수험생) : "(스타강사들의) 영향력이 꽤 크다고 생각합니다. 수강생들 사이에서 스타강사는 거의 대부분 알고 있고..."

하지만, 이들의 수입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 건 '인터넷 강의'가 대세로 자리 잡은 2천년대 후반부텁니다.

<녹취> 재수학원 관계자 : "판이 점점 더 커지는 거죠 1~20억은 우습게 생각하고. (일부이긴 하지만)200억, 300억 연 매출을 올리는 그런 강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럼 따라서 자연적으로 강사들의 몸값은 상당히 커지죠"

<오프닝>

이곳은 한 인터넷 강의 업체의 녹화 스튜디오인데요.

교실 하나 크기도 안되는 이 작은 스튜디오에서 수십만명이 시청하고 한해 수백억의 매출이 나오는 '인강'이 녹화됩니다.

인강 시장의 규모는 20조원 규모의 사교육시장에서 2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는데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강 업체간의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면서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리포트>

'삽자루'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수학강사 우형철 씨.

대표적인 인터넷 스타강사 가운데 한 명입니다.

연이은 강의를 마친 우씨가 향하는 곳은 그의 연구실.

직원 10여 명이 강의 교재 개발과 SNS 관리 등을 돕고 있습니다.

강사 한 명이 움직이는 학원인 셈입니다.

최근 우 씨는 한 대형 학원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씨가 인터넷 영상을 통해 대형 학원이 홍보를 위해 이른바 '댓글알바'를 동원했다고 주장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검찰은 수사결과 해당 학원과 계약을 맺은 대행사가 인터넷 포털업체의 아이디 백 개를 구입해 댓글 등을 단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인터뷰> 우형철(수학 강사) : "아이디를 돈 주고 한 아이디당 싸게는 천원 비싸게는 삼천 원 주고 수백 개 아이디를 사서 글을 쓰는데 그거가 개인정보법 위반이잖아요."

하지만 해당 학원은 대행사에 댓글 홍보를 요청한 적이 없고 대행사가 단 댓글 가운데서도 특정 강사를 홍보한 글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재판 결과 대행사 대표와 직원에게 벌금형이 선고됐고 우 씨도 해당 학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우 씨는 지난 2009년에도 한 인터넷강의 업체의 댓글 알바를 폭로해 해당 업체의 사과를 받아낸 적이 있다며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치기 위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우형철(수학 강사) : "이렇게 불법알바를 쫙 해가지고 학생들을 끌어모아서 회사의 매출을 더 크게 하고 그러면서 거기서 번 돈으로 광고마케팅에 더 투자를 하게되서 회사가 전체 인터넷 강의 시장의 7,80%를 장악하게 되면 그다음부터 당연히 뭐나면 수강료 다시 또 올라가게 됩니다."

인터넷 강의의 '댓글 알바'는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한 교육전문 마케팅업체의 내부 문건입니다.

댓글조작은 최소 6개월의 시간을 투입하는 '육성 아이디'와 단기 이슈에 대응하는 '게릴라식 아이디'를 통해 이뤄진다고 돼 있습니다.

'육성아이디'는 '캐릭터 육성' 즉 실재 인물 같은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이 인물의 아이디로 댓글을 다는 것입니다.

<녹취> 교육 마케팅 회사 전직직원 : "오래전부터 가입시켜놓고 나는 어떤 사람이다. 캐릭터를 정해놓고 어떤 사람이 활동을 시작하는거죠. 예를 들면 A라는 아이디는 18살에 고등학교 2학년이고 뭔과고 남자아이고, 서울 살고 남동생이 있으면 이렇게 쭉 엑셀에다 정리해놓고 시작하는 거죠."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 수능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입니다.

특정 강사를 띄우고, 또 다른 강사는 깎아내립니다.

수험생들은 강사 선택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인터넷 강의 이용 수험생 : "예전에 무슨 댓글이나 그런 거 한쪽에서 몰아주기하고 이런게 있었으니까. 알바같은거 시켜가지고 한 번에 남기고 이런 적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직접 들어보고 판단해요."

이곳은 사교육 1번지라고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입니다.

이곳 대치동 학원가에서 명성을 키운 스타강사들을 차지하기 위한 지나친 경쟁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인강업계 2위였던 '비타에듀'에서 스타강사 11명과 직원 30여 명이 한꺼번에 후발업체로 옮겼습니다.

각 과목을 대표하는 스타강사 대부분이 한 번에 이탈하자 비타에듀는 순식간에 업계 꼴찌로 밀려났습니다.

당시 업체를 옮긴 강사 가운데 일부는 이 같은 강사들의 집단행동이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졌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정지웅(국어 강사/과거 비타에듀 소속) : "대표한테 66%의 지분을 달라고 하면 그걸 들어주겠습니까? 들어줄 수 없는 명분을 만들어 놓고 이적을 다 준비를 한 거죠. 실제로 이게 다 치밀하게 계획되어 있던 거였고요. 양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 사이트의 직원들을 옮겨갈 사이트에 미리 박아놓고 중요한 정보들을 빼가고…"

이에 대해 해당 업체 측은 강사들의 이직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관련 소송에서 드러났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이직 사건 이후 강사들의 몸값이 높아졌다고 사교육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그렇다면 스타강사들이 받는 보수는 얼마나 될까?

과목별 매출 1위를 올리는 '스타강사'를 업계에서는 이른바 '1타강사'라고 합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한 '1타강사'의 실제 계약섭니다.

2년간 교육 콘텐츠를 공급하는 대가로 계약금 50억 원에 강의매출의 35%, 교재매출의 90%를 받기로 돼 있습니다.

이 강사는 계약금과 매출을 더 해 1년에 백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사교육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강사에 따라 다르지만 1타강사 인기강사들은 1년 계약금이 수십억에 달하기도 하고요 5년을 계약하면 수백억에 계약하기도 합니다. 일부 초스타강사는 매출의 전체를 다가져가는 그런 계약도 최근에 이 업계에서 이뤄진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강사들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고 다른 업체로 이적하거나, 업체들은 다른 업체 소속의 강사를 빼돌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이 같은 강사 빼가기와 관련된 소송만 수십 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대형학원 전직 원장 :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실현시키기 위해서 자본투자를 한거죠. 근데 거기에 학원 운영하시는 분들이 확고한 교육관 없이 놀아나고 있고 자본을 스스로 쫓아가서 상장하려는 이윤을 추구해서..."

역시 피해를 보는 것은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들입니다.

강사가 갑자기 소속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인터넷 강의가 중단돼 피해를 봤다는 수험생들의 글을 인터넷에서 손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녹취> 피해 수험생 : "학생들이 선생님 이적한 곳으로 따라서 학원을 옮기는 경우도 있는데 환불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알려지지않았는데 피해를 본경우가..."

업체들 간의 허위·비방광고와 경품공세도 인강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입니다.

'1위'업체라는 표현을 둘러싸고 벌어진 다툼이 대표적입니다.

한 업체가 자사의 매출액이 급증했고 다른 업체는 크게 감소했다며 인강업계 매출 증가율 1위라며 광고하자 광고에 언급된 업체는 허위 광고라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피소된 업체 역시 또 다른 인강업체의 '1등광고'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그 업체가 다시 맞고소하는 등 물고 물리는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사교육업체 관계자 : "노출되지 않은거까지 포함한다면 상당히 좀 많을 거 같다고 생각됩니다. (수십건?) 그 이상되겠죠 승소나 아니면 승패에 따라서 업체마다 노출하느냐 노출하지 마냐 뭐 이런 것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

여기에 더해 각종 경품 경쟁까지 인강 시장의 경쟁은 이미 도를 넘은 지 오래라고 업계 종사자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우형철(수학 강사) : "우리가 너한테 바나나 우유 줄게. 그리고 인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거기다가 아이스크림까지 쏠게. 더 많아지면 우리가 이것도 줄게. 이런 마케팅하면 안 된다라는 거죠. 그런 마케팅이 회사의 격을 떨어트리고 강사들의 격도 떨어트리고 학생들이 교육 동영상 업체를 갖다가 불신하게 되는 장사치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인터넷강의는 현장 강의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현(교육계간 발행인) : "교육계간 발행인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서 최소한 사교육의 양질의 사교육을 평준화 시키는 그런 측면에 효과는 인터넷 강의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강시장이 대세로 자리잡은 이후에도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고등학생 1명이 사교육에 쓰는 돈은 19만원이었는데 2013년에는 26만원까지 늘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인터넷 강의 시장이 승자 독식 구조여서 마케팅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현직 수학강사 : "사실 승자독식구조라든지 사실 갭이 점점 벌어지는 구조라고 봐야 맞거든요."

그 갭이라는게 점점 더 따라가기 힘든 속도로 벌어지고 있어서 스타강사가 되고싶다는 예전의 꿈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구본창(사교육없는 세상 국장) : "광고나 마케팅 비용에 사용되는 비용을 강의의 질을 높이는데 써야 하는게 맞는데 여기에 고비용이 투입되어서 강의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강의 시장은 매출이 연간 2천억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지만, 소비자원에 접수된 인터넷강의 관련 피해 신고는 2011년 285건에서 지난해 497건으로 5년사이 74%나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손주은(메가스터디 회장) : "오프라인 강의를 그냥 온라인에서 옮겨놓은 형태에서 더이상 발전이 안 되고 있다는 거에요. 질적 발전은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이뤄지고 있어요. 미국이나 이런 데는 무크라든지 이런 것들이 상당히 자리를 내리고 있고... 온라인 강의의 쌍방향 이런 것들이 잘되고 있죠."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인터넷 강의.

돈벌이만을 위한 이전투구식 마케팅 경쟁에서 벗어나 본래의 취지를 살릴 질적인 도약에 힘쓸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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