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만나러 자전거로 인도에서 스웨덴까지

입력 2016.01.19 (15:49) 수정 2016.01.19 (15: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연인을 만나기 위해 인도에서 스웨덴까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 인도 청년의 사연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BBC는 16일 '사랑을 위해 인도에서 유럽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남자'라는 기사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감동적 러브 스토리를 소개했다.

BBC에 따르면 인도 청년 PK 마하난디아와 스웨덴 여성 샤롯테 본 쉐빈은 1975년 인도 뉴델리 길거리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마하난디아는 26세의 길거리 화가였고 19세의 샤롯테는 런던에서 대학에다니고 있었다. 샤롯테는 당시 유럽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히피 트레인(Hippie Train)을 타고 유럽 대륙과 터키, 이란,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인도에 여행왔다.

샤롯테는 뉴델리 중심부 코넛 플레이스 거리에서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마하난디아와 마주쳤다. 그녀는 "10분 안에 완성한다."는 마하난디아의 말을 듣고 그 말이 진짜인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완성된 초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음날 다시 초상화를 그리러 왔다. 이 날도 그림은 별로였다.

당시 마하난디아는 비록 길거리 화가에 불과했지만 그림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그 일대에 알려져 있었다. 그의 재능은 지역 신문에 보도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그런 그가 왜 샤롯테를 그릴 때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마하난디아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샤롯테를 그리는 내내 몇 년전 어머니가 한 말에 사로잡혔다. 마하난디아의 어머니는 점성술을 본 후 아들에게 미래의 배우자에 대한 예언을 말해줬는데, 먼 나라에서 온 황소자리 여자를 아내로 맞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또한 음악에 조예가 있고 숲을 소유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마하난디아는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비천한 계급인 불가촉천민이었다. 이런 출신 배경 때문에 차별받고 낙심할 때면 그의 어머니는 귀하고 아름답고 부유한 아내를 맞을 것이라는 말로 그를 위로해주곤 했다.

마하난디아는 떨리는 가슴으로 그녀에게 숲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스웨덴 귀족 가문의 부유층이었던 샤롯테는 숲을 갖고 있다고 사실대로 답했다. 더해서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고 별자리는 황소자리라고 덧붙였다.

"이 여자가 바로 그 사람이라는 목소리가 제 몸 안에서 울렸습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자석처럼 끌렸죠. 한 눈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두 사람은 마하난디아의 고향인 인도 동부 오리사로 함께 가서 청년의 가족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통 혼례를 올렸다. 하지만 며칠 후 그녀는 유럽으로 돌아가야 했다. 가족과 학업 등 삶의모든 것이 유럽에 있었으니 그녀의 귀국은 당연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샤롯테의 고향인 스웨덴 보라스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두 사람은 1년 여 기간에 편지로 애틋한 정을 나눴다. 마하난디아는 하루 속히 샤롯테를 만나러 가고 싶었지만 항공권을 구입할 돈이 없었다. 그는 결국 돈이 될만한 것을 팔아 자전거를 한 대 구입했다. 돈이 없어 비행기를 못 탄다면 자전거로 스웨덴까지 가는 수밖에 없었다.



마하난디아의 자전거 대장정은 1977년 1월 22일 뉴델리에서 시작됐다. 하루 평균 70킬로미터 씩 달렸다. 여행 중 그의 생계 수단은 그림이었다.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 여비를 마련해가며 연인이 있는 스웨덴을 향해 조금씩 나아갔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터키,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덴마크를 거쳐 마침내 그는 스웨덴 보라스에 도착했다. 뉴델리를 출발한 지 4개월 6일이 지난 5월 28일 이었다. 직선거리로 5,840킬로미터이니 실제 그가 달린 거리는 6,000킬로미터가 넘었다.

재회한 두 사람은 2년 후에 정식으로 결혼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들과 딸 하나를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청년과 숙녀는 이제 눈가에 주름이 깊은 67세와 60세가 됐다. 결혼 후 마하난디아의 재능은 스웨덴에서 빛을 발했다. 그는 저명한 화가로 성장해 스웨덴은 물론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또한 인도와 스웨덴간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나는 그녀를 만나야 했지만 돈이 없었죠. 그래서 사랑을 위해 페달을 밟았습니다. 샤롯테는 여전히 나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1975년 그 때와 똑같이 지금도 샤롯테를 사랑합니다." 가난한 길거리 화가의 자전거 모험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마하난디아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의 불가촉천민 길거리 화가와 스웨덴 귀족 출신 여성과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인도의 저명한 영화 제작자 산제이 릴라 반사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연인 만나러 자전거로 인도에서 스웨덴까지
    • 입력 2016-01-19 15:49:13
    • 수정2016-01-19 15:52:44
    취재K
연인을 만나기 위해 인도에서 스웨덴까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 인도 청년의 사연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BBC는 16일 '사랑을 위해 인도에서 유럽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남자'라는 기사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감동적 러브 스토리를 소개했다. BBC에 따르면 인도 청년 PK 마하난디아와 스웨덴 여성 샤롯테 본 쉐빈은 1975년 인도 뉴델리 길거리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마하난디아는 26세의 길거리 화가였고 19세의 샤롯테는 런던에서 대학에다니고 있었다. 샤롯테는 당시 유럽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히피 트레인(Hippie Train)을 타고 유럽 대륙과 터키, 이란,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인도에 여행왔다. 샤롯테는 뉴델리 중심부 코넛 플레이스 거리에서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마하난디아와 마주쳤다. 그녀는 "10분 안에 완성한다."는 마하난디아의 말을 듣고 그 말이 진짜인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완성된 초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음날 다시 초상화를 그리러 왔다. 이 날도 그림은 별로였다. 당시 마하난디아는 비록 길거리 화가에 불과했지만 그림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그 일대에 알려져 있었다. 그의 재능은 지역 신문에 보도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그런 그가 왜 샤롯테를 그릴 때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마하난디아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샤롯테를 그리는 내내 몇 년전 어머니가 한 말에 사로잡혔다. 마하난디아의 어머니는 점성술을 본 후 아들에게 미래의 배우자에 대한 예언을 말해줬는데, 먼 나라에서 온 황소자리 여자를 아내로 맞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또한 음악에 조예가 있고 숲을 소유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마하난디아는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비천한 계급인 불가촉천민이었다. 이런 출신 배경 때문에 차별받고 낙심할 때면 그의 어머니는 귀하고 아름답고 부유한 아내를 맞을 것이라는 말로 그를 위로해주곤 했다. 마하난디아는 떨리는 가슴으로 그녀에게 숲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스웨덴 귀족 가문의 부유층이었던 샤롯테는 숲을 갖고 있다고 사실대로 답했다. 더해서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고 별자리는 황소자리라고 덧붙였다. "이 여자가 바로 그 사람이라는 목소리가 제 몸 안에서 울렸습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자석처럼 끌렸죠. 한 눈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두 사람은 마하난디아의 고향인 인도 동부 오리사로 함께 가서 청년의 가족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통 혼례를 올렸다. 하지만 며칠 후 그녀는 유럽으로 돌아가야 했다. 가족과 학업 등 삶의모든 것이 유럽에 있었으니 그녀의 귀국은 당연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샤롯테의 고향인 스웨덴 보라스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두 사람은 1년 여 기간에 편지로 애틋한 정을 나눴다. 마하난디아는 하루 속히 샤롯테를 만나러 가고 싶었지만 항공권을 구입할 돈이 없었다. 그는 결국 돈이 될만한 것을 팔아 자전거를 한 대 구입했다. 돈이 없어 비행기를 못 탄다면 자전거로 스웨덴까지 가는 수밖에 없었다.
마하난디아의 자전거 대장정은 1977년 1월 22일 뉴델리에서 시작됐다. 하루 평균 70킬로미터 씩 달렸다. 여행 중 그의 생계 수단은 그림이었다.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 여비를 마련해가며 연인이 있는 스웨덴을 향해 조금씩 나아갔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터키,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덴마크를 거쳐 마침내 그는 스웨덴 보라스에 도착했다. 뉴델리를 출발한 지 4개월 6일이 지난 5월 28일 이었다. 직선거리로 5,840킬로미터이니 실제 그가 달린 거리는 6,000킬로미터가 넘었다. 재회한 두 사람은 2년 후에 정식으로 결혼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들과 딸 하나를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청년과 숙녀는 이제 눈가에 주름이 깊은 67세와 60세가 됐다. 결혼 후 마하난디아의 재능은 스웨덴에서 빛을 발했다. 그는 저명한 화가로 성장해 스웨덴은 물론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또한 인도와 스웨덴간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나는 그녀를 만나야 했지만 돈이 없었죠. 그래서 사랑을 위해 페달을 밟았습니다. 샤롯테는 여전히 나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1975년 그 때와 똑같이 지금도 샤롯테를 사랑합니다." 가난한 길거리 화가의 자전거 모험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마하난디아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의 불가촉천민 길거리 화가와 스웨덴 귀족 출신 여성과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인도의 저명한 영화 제작자 산제이 릴라 반사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