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뒤에도 日 “위안부 강제연행 없다”…왜 반복되나?

입력 2016.01.20 (07:06) 수정 2016.01.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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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군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어제(18일)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이제까지 정부가 발견한 자료 가운데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2007년 각의에서 결정했다"며 "그 입장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2007년 각의 당시는 아베 총리의 집권 1기였다.

아베 총리는 또 '군의 관여'에 대해 "위안소 설치, 위생관리를 포함한 관리, 위안부 이송에 대해서는 구 일본군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라며 "위안부 모집은 군의 요청을 받은 사업자가 주로 했다는 점은 전부터 말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달 있었던 한일 군 위안부 관련 합의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는 일한 간 청구권 문제가 1965년 청구권 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최종 해결됐다는 입장을 취했고, 이 입장에 어떤 변화도 없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의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유형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 발언아베 총리 발언


이에 대해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19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며 국제적으로도 명확히 판정내려진 사안"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발언이 합의 위반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합의 이행이 중요하다"고만 답했다.



합의 뒤에도 계속되는 ‘망언’…이유는?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양국 외교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 타결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태도가 크게 변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이번 합의의 모호함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이번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표명했다.

[지난달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 내용]
☞ 한국 외교부
☞ 일본 외무성


그간 한일 양국 간에 쟁점이 돼 온 부분은 ① 군의 관여와 ② 책임에 관한 견해 차이다. 이제껏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도의적, 인도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면서도 특히 모집의 강제성은 강하게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2014년, 고노 담화의 검증 과정을 검토하겠다며 사실상의 무력화 시도를 했을 당시 의도했던 것도 위안부 강제연행을 입증할 증거가 없고 강제연행됐다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즉, 일본군이 모집을 요청까지는 했지만 실제 위안부를 끌고 간 것은 업자이니 직접성이 없고 법적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당시 군이 불법적 강제연행을 저질렀다면 범죄 행위의 증거를 남겼겠느냐는 반론도 소용이 없었다.

이는 아베 총리 스스로 "계승한다"고 언급한 고노 담화(1993년 고노(河野)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의 인식보다도 후퇴한 것이었다. 고노 담화는 위안부 모집에 대해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맡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감언(甘言)이나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았으며, 더욱이 관헌(官憲)등이 직접 가담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위안소의 생활은 강제적 상황 하의 참혹한 것이었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14년 일본의 역사연구단체 역사학연구회도 "일본군 관여 하에 강제연행된 '위안부'가 존재"했고 한국 내 다수 피해자의 증언이 있다고 반박한 바 있으며, 한국 정부도 '강제성'은 군의 직접 모집만이 아닌 강제적 요소가 들어간 넓은 의미라고 밝혀왔다.

고노 담화 vs 한일 위안부 합의 비교고노 담화 vs 한일 위안부 합의 비교


이렇듯 복잡한 책임 소재에 대해 이번 합의는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일본의 책임 범위에 대해서는 "위안부에 대한 군의 관여"라고만 짧게 표현했다. 위안부 모집에 대한 군의 관여 정도나 '강제성'에 대한 부분들은 생략됐다. 일본이 아베 총리 명의로 사죄의 뜻까지 밝혀놓고도 '강제연행의 증거는 없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고노담화 전문]
☞ 영어
☞ 일본어


‘법적 책임’은 있다? 없다?

합의 내용 가운데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부분은 성과로 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자체 평가다. 그간 일본이 '정부'를 주어로 직접 거론하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표현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1990년대 아시아여성기금 사업 당시 역대 총리들이 피해자들에게 발송한 서한은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돼 있으며, 고노담화에서는 '책임'이 언급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직접 책임을 거론한 점과 재단 기금 출연을 묶어 사실상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책임'은 도의적 책임 인정과 향후 이행 과정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위안부 협상 관련 KBS 좌담회에서 "법적 책임의 의미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배상이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일본으로서는 지금까지 법적 책임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겠다고 해온 일관적 입장을 백지화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이 모호해지면서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는 "1965년 청구권 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최종 해결됐다"는 입장을 다시 꺼낼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서로 유리한 부분만 부각…한일 관계 새 걸림돌 될 수도

합의 이후 양국 정부는 서로 유리한 부분을 부각하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합의 타결의 선결 조건으로 언급했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일본군 관여 표명과 일본 정부 차원의 사과, 피해보상 등 피해자들이 강조한 점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의의 모호성이 남아있는 한 분쟁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모호하게 절충된 합의에 대한 반박이 한일 양국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소녀상 문제는) 한국 측에서 적절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으로 본다"는 정부 견해(스가 관방장관, 5일)나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망언(사쿠라다 日 자민당 의원, 14일)이 계속되고, 한국에서는 '합의는 무효'라는 피해자 할머니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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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20 07:06:21
    • 수정2016-01-20 08: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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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군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어제(18일)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이제까지 정부가 발견한 자료 가운데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2007년 각의에서 결정했다"며 "그 입장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2007년 각의 당시는 아베 총리의 집권 1기였다.

아베 총리는 또 '군의 관여'에 대해 "위안소 설치, 위생관리를 포함한 관리, 위안부 이송에 대해서는 구 일본군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라며 "위안부 모집은 군의 요청을 받은 사업자가 주로 했다는 점은 전부터 말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달 있었던 한일 군 위안부 관련 합의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는 일한 간 청구권 문제가 1965년 청구권 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최종 해결됐다는 입장을 취했고, 이 입장에 어떤 변화도 없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의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유형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 발언


이에 대해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19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며 국제적으로도 명확히 판정내려진 사안"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발언이 합의 위반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합의 이행이 중요하다"고만 답했다.



합의 뒤에도 계속되는 ‘망언’…이유는?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양국 외교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 타결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태도가 크게 변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이번 합의의 모호함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이번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표명했다.

[지난달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 내용]
☞ 한국 외교부
☞ 일본 외무성


그간 한일 양국 간에 쟁점이 돼 온 부분은 ① 군의 관여와 ② 책임에 관한 견해 차이다. 이제껏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도의적, 인도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면서도 특히 모집의 강제성은 강하게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2014년, 고노 담화의 검증 과정을 검토하겠다며 사실상의 무력화 시도를 했을 당시 의도했던 것도 위안부 강제연행을 입증할 증거가 없고 강제연행됐다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즉, 일본군이 모집을 요청까지는 했지만 실제 위안부를 끌고 간 것은 업자이니 직접성이 없고 법적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당시 군이 불법적 강제연행을 저질렀다면 범죄 행위의 증거를 남겼겠느냐는 반론도 소용이 없었다.

이는 아베 총리 스스로 "계승한다"고 언급한 고노 담화(1993년 고노(河野)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의 인식보다도 후퇴한 것이었다. 고노 담화는 위안부 모집에 대해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맡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감언(甘言)이나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았으며, 더욱이 관헌(官憲)등이 직접 가담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위안소의 생활은 강제적 상황 하의 참혹한 것이었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14년 일본의 역사연구단체 역사학연구회도 "일본군 관여 하에 강제연행된 '위안부'가 존재"했고 한국 내 다수 피해자의 증언이 있다고 반박한 바 있으며, 한국 정부도 '강제성'은 군의 직접 모집만이 아닌 강제적 요소가 들어간 넓은 의미라고 밝혀왔다.

고노 담화 vs 한일 위안부 합의 비교


이렇듯 복잡한 책임 소재에 대해 이번 합의는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일본의 책임 범위에 대해서는 "위안부에 대한 군의 관여"라고만 짧게 표현했다. 위안부 모집에 대한 군의 관여 정도나 '강제성'에 대한 부분들은 생략됐다. 일본이 아베 총리 명의로 사죄의 뜻까지 밝혀놓고도 '강제연행의 증거는 없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고노담화 전문]
☞ 영어
☞ 일본어


‘법적 책임’은 있다? 없다?

합의 내용 가운데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부분은 성과로 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자체 평가다. 그간 일본이 '정부'를 주어로 직접 거론하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표현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1990년대 아시아여성기금 사업 당시 역대 총리들이 피해자들에게 발송한 서한은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돼 있으며, 고노담화에서는 '책임'이 언급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직접 책임을 거론한 점과 재단 기금 출연을 묶어 사실상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책임'은 도의적 책임 인정과 향후 이행 과정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위안부 협상 관련 KBS 좌담회에서 "법적 책임의 의미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배상이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일본으로서는 지금까지 법적 책임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겠다고 해온 일관적 입장을 백지화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이 모호해지면서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는 "1965년 청구권 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최종 해결됐다"는 입장을 다시 꺼낼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서로 유리한 부분만 부각…한일 관계 새 걸림돌 될 수도

합의 이후 양국 정부는 서로 유리한 부분을 부각하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합의 타결의 선결 조건으로 언급했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일본군 관여 표명과 일본 정부 차원의 사과, 피해보상 등 피해자들이 강조한 점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의의 모호성이 남아있는 한 분쟁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모호하게 절충된 합의에 대한 반박이 한일 양국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소녀상 문제는) 한국 측에서 적절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으로 본다"는 정부 견해(스가 관방장관, 5일)나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망언(사쿠라다 日 자민당 의원, 14일)이 계속되고, 한국에서는 '합의는 무효'라는 피해자 할머니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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