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청년동맹’ 간부 최초 인터뷰…‘청년동맹’ 실체는?

입력 2016.01.20 (19:02) 수정 2016.01.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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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보고대회중앙보고대회


북한에서는 요즘 '청년동맹'의 7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연일 열리고 있다. 16일과 17일 잇따라 열린 중앙보고대회와 결의대회 참석을 위해 전국의 청년들이 평양에 몰려든 것은 북한 내 '청년동맹'의 위상을 나타낸다. '청년동맹'이 어떤 조직이길래 북한이 관련 행사에 들썩일까?

[연관기사] [앵커&리포트] “北 체제 전위대”…‘청년 동맹’ 실체 증언

KBS 취재진은 지난 2010년 탈북해 남한으로 온 '청년동맹' 간부 출신 김성(가명)씨를 최초로 인터뷰했다. '청년동맹'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김정은으로 권력이 넘어가 3대 세습이 확정된 지난 2010년 북한을 탈출했다. "3대 세습은 잘못된 체제다. 이런 체제에서는 더 이상 미래가 없을 것 같았다"는 게 그가 밝힌 탈북 이유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청년강국' 구상의 핵심으로 꼽힌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 제1위원장은 "조국을 떠받치는 강성국가 전투장마다 청년 영웅이 돼야 한다"며 청년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백두산발전소를 비롯해 김 제1위원장의 핵심 역점사업을 도맡아한 곳도 '청년동맹'이다.

‘청년동맹’은? ‘북한 체제 전위대’

탈북자 인터뷰탈북자 인터뷰


청년동맹은 노동당 산하 4개 근로단체(직업총동맹, 농업근로자동맹, 민주여성동맹, 청년동맹) 가운데 하나다. '청년동맹'은 이 중 가장 규모와 범위가 크며 만 14세부터 30세까지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김 씨는 '청년동맹'을 한 마디로 "노동당의 후비(후진)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북한의 모든 지역과 모든 분야, 단위에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후방 조직인 '조선소년단' 3백만 명까지 합하면 구성원이 8백만 명에 달한다. 유아시기인 8세부터 사상 교육을 통해 조직 생활과 사상에 대한 지도를 장악하고, 집단주의 정신을 길러준다.

고유의 사명은 '체제 유지와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추동력이 되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의 영도를 실현하는 선봉대이자 돌격대적 조직"이다. 모든 청소년들을 선군정치를 받드는 주력군으로 키우는 것을 과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뛰어난 인재가 될 만한 청년을 노동당 간부로 키우는 엘리트 양성소이기도 하다. "청년동맹 간부라면 예비 당간부라고 볼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적정한 청년들을 선발해 체제의 장래에 필요한 간부를 육성한다"고 김 씨는 말했다.

청년동맹 조직구조청년동맹 조직구조


현재 북한의 권력층에 포진해 있는 상당수 역시 청년동맹 간부 경력을 거쳤다. 지난 10월 말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 16일 청년동맹 창립 70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연설을 하며 화려하게 컴백한 최룡해 당 비서(1986~1998년 청년동맹 위원장)을 비롯해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1976~1978년 위원장), 리일환 당 중앙위원회 부장(1998~2001년 위원장) 등이다.

최룡해와 지재룡최룡해와 지재룡


“3대 세습 거쳐도 ‘청년 중시’는 여전”

김 씨는 3대 세습을 거치며 '청년동맹'의 성격이 부분적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와 미래를 모두 대비하는 차원에서 청년동맹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내가 10년 만 젊었어도 청년동맹 사업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또 "지도자의 친화적 이미지를 부각하는데도 '청년동맹'이 이용됐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설맞이 공연에 김일성이 처음 출연해 학생이나 소년들을 얼싸안고 공연을 보는 등 어버이 같은 친화적 이미지를 각색시키는 것은 상당히 유효했다"고 김 씨는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 들어서는 고난의 행군 과정에서 체제 유지를 위한 선군정치를 감행하며 청년동맹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다고 한다. 청년 조직보다는 군을 중시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김정은 제1위원장이 내세우는 '청년 중시' 정책은 김일성 시대의 청년 중시 정책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다고 김 씨는 평가한다.

"청년들을 활용해 경제 활력을 살려내고, 김정은의 이미지를 각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김정은은 북한 소년단 대회에서 연설도 해주고 연회도 베풀어주는 등 할아버지와 비슷한 방식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시대의 ‘청년동맹’은 건설 역군

탈북자 인터뷰탈북자 인터뷰


김정은 시대의 '청년동맹' 활동에서는 경제 활동이 대중성을 띄게 된 점이 눈에 띈다고 김 씨는 평가한다. 침체된 다른 경제 분야를 가리기 위해 전시성 건설을 강조하면서, 군 뿐만 아니라 청년 돌격대를 이용해 주요 건설을 수행하고 나아가 전국을 개발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청년동맹'은 백두산발전소 뿐 아니라 백두산 관광 철도 등 각종 건설에 동원되고 있다.

걸림돌은 북한 사회의 변화다. 청년들의 체제 충성도가 전에 비해 상당히 후퇴했기 때문이다. "'청년동맹'이 체제에 충성하는 조직 생활을 강조해왔지만 시대에 따라 변화가 되면서 지금은 상당한 침체 환경에 있다"고 김 씨는 말한다. 김정일 시대에는 고난의 행군 과정을 거치며,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외부 문화와 정보가 유입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 기사는 이예지 <남북의 창> 작가와 함께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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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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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요즘 '청년동맹'의 7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연일 열리고 있다. 16일과 17일 잇따라 열린 중앙보고대회와 결의대회 참석을 위해 전국의 청년들이 평양에 몰려든 것은 북한 내 '청년동맹'의 위상을 나타낸다. '청년동맹'이 어떤 조직이길래 북한이 관련 행사에 들썩일까?

[연관기사] [앵커&리포트] “北 체제 전위대”…‘청년 동맹’ 실체 증언

KBS 취재진은 지난 2010년 탈북해 남한으로 온 '청년동맹' 간부 출신 김성(가명)씨를 최초로 인터뷰했다. '청년동맹'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김정은으로 권력이 넘어가 3대 세습이 확정된 지난 2010년 북한을 탈출했다. "3대 세습은 잘못된 체제다. 이런 체제에서는 더 이상 미래가 없을 것 같았다"는 게 그가 밝힌 탈북 이유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청년강국' 구상의 핵심으로 꼽힌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 제1위원장은 "조국을 떠받치는 강성국가 전투장마다 청년 영웅이 돼야 한다"며 청년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백두산발전소를 비롯해 김 제1위원장의 핵심 역점사업을 도맡아한 곳도 '청년동맹'이다.

‘청년동맹’은? ‘북한 체제 전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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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동맹은 노동당 산하 4개 근로단체(직업총동맹, 농업근로자동맹, 민주여성동맹, 청년동맹) 가운데 하나다. '청년동맹'은 이 중 가장 규모와 범위가 크며 만 14세부터 30세까지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김 씨는 '청년동맹'을 한 마디로 "노동당의 후비(후진)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북한의 모든 지역과 모든 분야, 단위에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후방 조직인 '조선소년단' 3백만 명까지 합하면 구성원이 8백만 명에 달한다. 유아시기인 8세부터 사상 교육을 통해 조직 생활과 사상에 대한 지도를 장악하고, 집단주의 정신을 길러준다.

고유의 사명은 '체제 유지와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추동력이 되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의 영도를 실현하는 선봉대이자 돌격대적 조직"이다. 모든 청소년들을 선군정치를 받드는 주력군으로 키우는 것을 과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뛰어난 인재가 될 만한 청년을 노동당 간부로 키우는 엘리트 양성소이기도 하다. "청년동맹 간부라면 예비 당간부라고 볼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적정한 청년들을 선발해 체제의 장래에 필요한 간부를 육성한다"고 김 씨는 말했다.

청년동맹 조직구조


현재 북한의 권력층에 포진해 있는 상당수 역시 청년동맹 간부 경력을 거쳤다. 지난 10월 말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 16일 청년동맹 창립 70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연설을 하며 화려하게 컴백한 최룡해 당 비서(1986~1998년 청년동맹 위원장)을 비롯해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1976~1978년 위원장), 리일환 당 중앙위원회 부장(1998~2001년 위원장) 등이다.

최룡해와 지재룡


“3대 세습 거쳐도 ‘청년 중시’는 여전”

김 씨는 3대 세습을 거치며 '청년동맹'의 성격이 부분적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와 미래를 모두 대비하는 차원에서 청년동맹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내가 10년 만 젊었어도 청년동맹 사업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또 "지도자의 친화적 이미지를 부각하는데도 '청년동맹'이 이용됐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설맞이 공연에 김일성이 처음 출연해 학생이나 소년들을 얼싸안고 공연을 보는 등 어버이 같은 친화적 이미지를 각색시키는 것은 상당히 유효했다"고 김 씨는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 들어서는 고난의 행군 과정에서 체제 유지를 위한 선군정치를 감행하며 청년동맹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다고 한다. 청년 조직보다는 군을 중시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김정은 제1위원장이 내세우는 '청년 중시' 정책은 김일성 시대의 청년 중시 정책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다고 김 씨는 평가한다.

"청년들을 활용해 경제 활력을 살려내고, 김정은의 이미지를 각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김정은은 북한 소년단 대회에서 연설도 해주고 연회도 베풀어주는 등 할아버지와 비슷한 방식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시대의 ‘청년동맹’은 건설 역군

탈북자 인터뷰


김정은 시대의 '청년동맹' 활동에서는 경제 활동이 대중성을 띄게 된 점이 눈에 띈다고 김 씨는 평가한다. 침체된 다른 경제 분야를 가리기 위해 전시성 건설을 강조하면서, 군 뿐만 아니라 청년 돌격대를 이용해 주요 건설을 수행하고 나아가 전국을 개발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청년동맹'은 백두산발전소 뿐 아니라 백두산 관광 철도 등 각종 건설에 동원되고 있다.

걸림돌은 북한 사회의 변화다. 청년들의 체제 충성도가 전에 비해 상당히 후퇴했기 때문이다. "'청년동맹'이 체제에 충성하는 조직 생활을 강조해왔지만 시대에 따라 변화가 되면서 지금은 상당한 침체 환경에 있다"고 김 씨는 말한다. 김정일 시대에는 고난의 행군 과정을 거치며,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외부 문화와 정보가 유입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 기사는 이예지 <남북의 창> 작가와 함께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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