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날개달린 새?”…최신 연구 속속 등장

입력 2016.01.23 (09:28) 수정 2016.01.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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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3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공원'은 개봉하자마자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공룡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영화에는 트리케라톱스와 렙터 등 다양한 공룡들이 등장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최상위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였다. 최대 몸 길이 14미터의 거대한 몸집과 6톤의 무게, 날카로운 이빨로 무장한 티렉스의 등장은 압도적인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티렉스티렉스

▲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공룡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몸집을 어떻게 가질 수 있었을까?

지난 2006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는 흥미로운 논문 한편이 실렸다.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고생물학자인 에릭슨 교수가 발표한 논문으로 티렉스의 나이와 수명을 재조합해 최초로 티라노사우루스의 생명표를 완성해 발표한 것이다. 생명표란 특정 생물종의 연령대별 생존율과 사망률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다. 에릭슨 교수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티렉스의 유골을 모두 분석해 뼈에 남아 있는 나이테를 바탕으로 티렉스의 생애주기를 완성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최대 수명이 28년 정도였던 티렉스의 수명 가운데 유아기는 2년, 성년은 10년에 불과한 반면, 16년 가까이가 청소년기에 해당했다. 몸집의 비밀은 여기에 있었다. 긴 청소년기에 집중적으로 몸을 불린 것이다. 특히 출생 이후 14~18년까지는 하루 2kg씩 초고속 성장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긴 청소년기에 거대 몸집 키워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

엄청난 속도로 몸집이 커질 수 있었던 티렉스는 다른 포식자의 위협을 피할 수 있었고, 이는 생존에 굉장히 유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긴 성장기를 통해 가질 수 있었던 거대한 몸집은 어느새 그를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만들었다. 반면, 성체가 되는 시기가 늦어져 새끼를 낳고 기르는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오래 생존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노화는 비교적 짧았을 것이다. 때문에 티렉스는 청소년기 이후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진 생물학적 수명을 누리며 비교적 장수를 할 수 있었다.

공룡 생명표공룡 생명표


티렉스가 조류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티렉스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에릭슨 교수가 정리한 티렉스의 생명표를 ‘수정된 늘어진 지수 함수'를 적용해 분석한 'Tyrannosaurs as long-lived species' (장수한 종으로써의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제목의 논문이었다. 수정된 늘어진 지수 함수'란 인간의 생명표를 분석하기 위해 해당 논문의 저자인 성균관대 원병묵 교수가 고안한 함수다. 원 교수는 이 함수를 티렉스의 생명표에 적용해 분석한 결과를 인간과 포유류, 파충류 등과 비교했다.

☞ [바로가기] 사이언티픽 리포트 관련 논문

앞서 에릭슨 교수는 생명표를 바탕으로 티렉스의 생존률 곡선이 인간과 유사하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수학적 우연이었다. 이번에 원 교수가 에릭슨 교수의 생명표를 바탕으로 다시 분석한 결과는 달랐다. 티렉스의 청소년기가 길었던 노화패턴이나 그 시기 집중적으로 몸을 불려 힘을 키웠던 생존전략이 인간이나 악어와 같은 파충류가 아닌 타조나 매와 같은 몸집이 큰 새와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설이 되어가는 티렉스의 조류설

일반인에게는 티렉스가 조류에 가깝다는 학설이 언뜻 낮설지도 모르지만 관련 학계에서는 특별한 내용이 아니다. 지난해 미 UCLA 연구팀이 백악기 시대 몽골과 아르헨티나 지역에 살았던 공룡의 공룡알 화석을 통해 공룡의 몸 내부 온도를 측정해 발표했다. 측정 결과, 목이 긴 공룡 티타노사우루스는 38도,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는 32도로 측정돼 당시 외부 평균 온도인 26도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공룡이 변온동물인 파충류의 특징보다는 항온동물인 포유류나 조류에 가까운 특징이 발견된 것이다.

지난 2012년에는 중국과학원과 캐나다 앨버타대학 등의 합동조사단은 중국 랴오닝성 익시안 지층에서 '티라노 사우루스상과'인 신종 공룡 화석을 발견했다고 영국 과학지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발견된 화석은 모두 3마리로, 머리부터 꼬리에 걸쳐 있는 각각의 뼈 외에도 목과 팔은 물론 꼬리 주위에 길이 15~20cm의 섬유질 깃털이 남아 있었다. 당시 이 발견은 육식공룡과 조류가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기존 학설에 힘을 실어주는 발견이었다.이번에 발표된 이와 같은 해부학적 발견 외에 처음으로 티렉스 조류설을 통계학적으로 풀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 털복숭이 티라노

지난 2013년 인터넷에는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조류설을 기반으로 한 티렉스의 복원도였다. 온몸이 흰색과 검은색으로 둘러쌓인 티렉스를 본 네티즌들은 우스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반응처럼 털복숭이 '티렉스'는 아직 정설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룡의 조류설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면서 '쥬라기 공원' 영화에도 털이 달린 티렉스가 나올 날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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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라노사우루스는 조류”…수학 모델로 첫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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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룡은 날개달린 새?”…최신 연구 속속 등장
    • 입력 2016-01-23 09:28:27
    • 수정2016-01-23 16:40:39
    취재K
지난 1993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공원'은 개봉하자마자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공룡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영화에는 트리케라톱스와 렙터 등 다양한 공룡들이 등장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최상위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였다. 최대 몸 길이 14미터의 거대한 몸집과 6톤의 무게, 날카로운 이빨로 무장한 티렉스의 등장은 압도적인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티렉스

▲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공룡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몸집을 어떻게 가질 수 있었을까?

지난 2006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는 흥미로운 논문 한편이 실렸다.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고생물학자인 에릭슨 교수가 발표한 논문으로 티렉스의 나이와 수명을 재조합해 최초로 티라노사우루스의 생명표를 완성해 발표한 것이다. 생명표란 특정 생물종의 연령대별 생존율과 사망률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다. 에릭슨 교수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티렉스의 유골을 모두 분석해 뼈에 남아 있는 나이테를 바탕으로 티렉스의 생애주기를 완성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최대 수명이 28년 정도였던 티렉스의 수명 가운데 유아기는 2년, 성년은 10년에 불과한 반면, 16년 가까이가 청소년기에 해당했다. 몸집의 비밀은 여기에 있었다. 긴 청소년기에 집중적으로 몸을 불린 것이다. 특히 출생 이후 14~18년까지는 하루 2kg씩 초고속 성장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긴 청소년기에 거대 몸집 키워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

엄청난 속도로 몸집이 커질 수 있었던 티렉스는 다른 포식자의 위협을 피할 수 있었고, 이는 생존에 굉장히 유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긴 성장기를 통해 가질 수 있었던 거대한 몸집은 어느새 그를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만들었다. 반면, 성체가 되는 시기가 늦어져 새끼를 낳고 기르는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오래 생존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노화는 비교적 짧았을 것이다. 때문에 티렉스는 청소년기 이후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진 생물학적 수명을 누리며 비교적 장수를 할 수 있었다.

공룡 생명표


티렉스가 조류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티렉스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에릭슨 교수가 정리한 티렉스의 생명표를 ‘수정된 늘어진 지수 함수'를 적용해 분석한 'Tyrannosaurs as long-lived species' (장수한 종으로써의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제목의 논문이었다. 수정된 늘어진 지수 함수'란 인간의 생명표를 분석하기 위해 해당 논문의 저자인 성균관대 원병묵 교수가 고안한 함수다. 원 교수는 이 함수를 티렉스의 생명표에 적용해 분석한 결과를 인간과 포유류, 파충류 등과 비교했다.

☞ [바로가기] 사이언티픽 리포트 관련 논문

앞서 에릭슨 교수는 생명표를 바탕으로 티렉스의 생존률 곡선이 인간과 유사하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수학적 우연이었다. 이번에 원 교수가 에릭슨 교수의 생명표를 바탕으로 다시 분석한 결과는 달랐다. 티렉스의 청소년기가 길었던 노화패턴이나 그 시기 집중적으로 몸을 불려 힘을 키웠던 생존전략이 인간이나 악어와 같은 파충류가 아닌 타조나 매와 같은 몸집이 큰 새와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설이 되어가는 티렉스의 조류설

일반인에게는 티렉스가 조류에 가깝다는 학설이 언뜻 낮설지도 모르지만 관련 학계에서는 특별한 내용이 아니다. 지난해 미 UCLA 연구팀이 백악기 시대 몽골과 아르헨티나 지역에 살았던 공룡의 공룡알 화석을 통해 공룡의 몸 내부 온도를 측정해 발표했다. 측정 결과, 목이 긴 공룡 티타노사우루스는 38도,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는 32도로 측정돼 당시 외부 평균 온도인 26도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공룡이 변온동물인 파충류의 특징보다는 항온동물인 포유류나 조류에 가까운 특징이 발견된 것이다.

지난 2012년에는 중국과학원과 캐나다 앨버타대학 등의 합동조사단은 중국 랴오닝성 익시안 지층에서 '티라노 사우루스상과'인 신종 공룡 화석을 발견했다고 영국 과학지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발견된 화석은 모두 3마리로, 머리부터 꼬리에 걸쳐 있는 각각의 뼈 외에도 목과 팔은 물론 꼬리 주위에 길이 15~20cm의 섬유질 깃털이 남아 있었다. 당시 이 발견은 육식공룡과 조류가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기존 학설에 힘을 실어주는 발견이었다.이번에 발표된 이와 같은 해부학적 발견 외에 처음으로 티렉스 조류설을 통계학적으로 풀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 털복숭이 티라노

지난 2013년 인터넷에는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조류설을 기반으로 한 티렉스의 복원도였다. 온몸이 흰색과 검은색으로 둘러쌓인 티렉스를 본 네티즌들은 우스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반응처럼 털복숭이 '티렉스'는 아직 정설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룡의 조류설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면서 '쥬라기 공원' 영화에도 털이 달린 티렉스가 나올 날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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