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제재 수위 결론 못낸 ‘美·中’

입력 2016.01.27 (18:45) 수정 2016.01.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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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제재 문제를 놓고 벌어진 미·중 외교수장의 담판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오늘(27일) 오전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대북제재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제재 수위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각각 다른 입장을 발표했다.

왕이 부장은 미·중 고위급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한반도의 평화 안정 가운데 그 어느 것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또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고강도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해 "제재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핵화를 대화 궤도로 돌려놓는 게 근본적인 목적이라며 다시 한 번 '대화'를 강조했다.

[연관 기사] ☞美·中 ‘강력한 대북제재’ 공감…‘수단’은 입장차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말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말


케리 장관은 미·중 간에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필요성에는 합의했지만 대북 제재의 구체적 조치는 합의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케리 장관은 "유엔 대북 제재의 영역에는 북·중 교역도 포함된다"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이 원유 수출 금지 등 미국이 제안한 제재안 초안을 받아들일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모든 국가와 지도적 위치에 있는 국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위험에 대처할 의무가 있다"면서 "우리 국민과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취할 것"이라는 말로 한국, 일본과의 연대를 간접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中, ‘강력 제재안은 한미일 협공…중국 손해 용납 못 해’

미·중 간 협상 난항은 중국이 미국과 회담하는 오늘(27일)까지도 미국의 제재안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면서 이미 예견됐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오늘자 사설에서 미국이 작성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초안에 대북 원유 수출 금지와 북한 민항기 영공 진입 금지, 중국의 북한 물품 수입금지 등이 담긴 점을 거론하며 "그런 '융단폭격'은 조선을 거의 사지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환구시보 사설환구시보 사설

☞ 환구시보 사설 원문 보기

환구시보는 특히 한국에 대해서도 "중국의 대북 제재에 대해 한국이 너무 제멋대로여서는 안된다"며 비판했다. 특히 사드 문제에 대해 "한국이 정말 사드를 배치한다면 중한 간 신뢰가 엄중한 손상을 입을 것이고 한국은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5일 "군사적 관점에서 미국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 한민구 국방장관의 발언에 뒤이어 나온 반응이다.

중국의 태도에는 후진타오 집권 시기였던 3차 핵실험 당시와는 달라진 시진핑 집권기의 동북아 정세가 반영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현재의 북핵 문제는 단순히 북핵을 넘어 한미일 3국이 중국을 몰아붙이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한 양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 강력해진 미·중 견제 구도에서 한미일의 대중국 압박 구도가 강해질수록 중국은 쉽사리 제재안을 수용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공언하면서 중국이 직접적 파급효과를 입는 제재 조항이 크게 늘어난 것도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안보리 제재안 초안에 올라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정부나 기업, 금융기관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나 원유 수출 중단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국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의 영향을 받을 기업은 대부분 중국 기업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세관(해관총서)은 오늘(27일) 대북 원유수출량을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0'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간 50만t 가량을 지원하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원유 수출량을 0으로 발표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대북 원유 수출 중단 압박일 것"이라며 "북·중 관계가 정상화됐다면 중국이 원유 수출량을 공식 발표했겠지만 핵실험 이후에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北 고립 반대’…한미일 vs 중러 구도 더 가속화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5자회담을 열자는 한국 측의 제안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이란 핵협상 과정에서 보았듯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은 오히려 핵 프로그램 진전을 가져오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완전한 의미의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은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하고 남한의 미국 핵전력 배치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북핵 제재 안보리 결의안 채택 소요 기간북핵 제재 안보리 결의안 채택 소요 기간


한국-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가 북핵 제재에 있어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 결의는 이달을 넘겨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과거 북한의 핵실험 뒤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되는 데는 각각 5일(1차 핵실험, 결의안 1718호), 18일 (2차 핵실험, 1874호), 23일(3차 핵실험, 결의안 2094호)이 걸렸다. 오늘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21일째 되는 날이다.

☞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2006년)
☞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2009년)
☞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4호(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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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 제재 수위 결론 못낸 ‘美·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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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1-28 10: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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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제재 문제를 놓고 벌어진 미·중 외교수장의 담판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오늘(27일) 오전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대북제재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제재 수위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각각 다른 입장을 발표했다.

왕이 부장은 미·중 고위급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한반도의 평화 안정 가운데 그 어느 것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또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고강도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해 "제재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핵화를 대화 궤도로 돌려놓는 게 근본적인 목적이라며 다시 한 번 '대화'를 강조했다.

[연관 기사] ☞美·中 ‘강력한 대북제재’ 공감…‘수단’은 입장차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말


케리 장관은 미·중 간에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필요성에는 합의했지만 대북 제재의 구체적 조치는 합의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케리 장관은 "유엔 대북 제재의 영역에는 북·중 교역도 포함된다"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이 원유 수출 금지 등 미국이 제안한 제재안 초안을 받아들일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모든 국가와 지도적 위치에 있는 국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위험에 대처할 의무가 있다"면서 "우리 국민과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취할 것"이라는 말로 한국, 일본과의 연대를 간접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中, ‘강력 제재안은 한미일 협공…중국 손해 용납 못 해’

미·중 간 협상 난항은 중국이 미국과 회담하는 오늘(27일)까지도 미국의 제재안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면서 이미 예견됐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오늘자 사설에서 미국이 작성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초안에 대북 원유 수출 금지와 북한 민항기 영공 진입 금지, 중국의 북한 물품 수입금지 등이 담긴 점을 거론하며 "그런 '융단폭격'은 조선을 거의 사지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환구시보 사설

☞ 환구시보 사설 원문 보기

환구시보는 특히 한국에 대해서도 "중국의 대북 제재에 대해 한국이 너무 제멋대로여서는 안된다"며 비판했다. 특히 사드 문제에 대해 "한국이 정말 사드를 배치한다면 중한 간 신뢰가 엄중한 손상을 입을 것이고 한국은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5일 "군사적 관점에서 미국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 한민구 국방장관의 발언에 뒤이어 나온 반응이다.

중국의 태도에는 후진타오 집권 시기였던 3차 핵실험 당시와는 달라진 시진핑 집권기의 동북아 정세가 반영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현재의 북핵 문제는 단순히 북핵을 넘어 한미일 3국이 중국을 몰아붙이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한 양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 강력해진 미·중 견제 구도에서 한미일의 대중국 압박 구도가 강해질수록 중국은 쉽사리 제재안을 수용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공언하면서 중국이 직접적 파급효과를 입는 제재 조항이 크게 늘어난 것도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안보리 제재안 초안에 올라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정부나 기업, 금융기관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나 원유 수출 중단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국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의 영향을 받을 기업은 대부분 중국 기업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세관(해관총서)은 오늘(27일) 대북 원유수출량을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0'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간 50만t 가량을 지원하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원유 수출량을 0으로 발표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대북 원유 수출 중단 압박일 것"이라며 "북·중 관계가 정상화됐다면 중국이 원유 수출량을 공식 발표했겠지만 핵실험 이후에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北 고립 반대’…한미일 vs 중러 구도 더 가속화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5자회담을 열자는 한국 측의 제안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이란 핵협상 과정에서 보았듯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은 오히려 핵 프로그램 진전을 가져오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완전한 의미의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은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하고 남한의 미국 핵전력 배치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북핵 제재 안보리 결의안 채택 소요 기간


한국-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가 북핵 제재에 있어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 결의는 이달을 넘겨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과거 북한의 핵실험 뒤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되는 데는 각각 5일(1차 핵실험, 결의안 1718호), 18일 (2차 핵실험, 1874호), 23일(3차 핵실험, 결의안 2094호)이 걸렸다. 오늘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21일째 되는 날이다.

☞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2006년)
☞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2009년)
☞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4호(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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