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최강 한파’ 北 주민 겨울나기

입력 2016.01.30 (08:06) 수정 2016.01.3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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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최근 기록적인 한파가 한반도에 몰아닥쳤는데요,

우리보다 훨씬 더 추운 북한은 백두산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등 그야말로 최강 한파에 직면했습니다.

그렇잖아도 겨울이 유난히 길고 추운 북한, 북한 주민들은 올 겨울을 어떻게 나고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평양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대동강 전체가 거대한 빙판으로 바뀌었다.

꽁꽁 언 강물을 깨고 얼음낚시에 나선 북한 주민들과, 썰매를 타는 아이들..

한파가 빚어낸 북한의 최근 모습이다.

<녹취> 리용남(북한 기상수문국) : "이런 날씨는 한 해에 한두 번 정도 나타나는 것인데 올해에도 대한이라는 게 자기 계절을 잊지 않고 아마 찾아온 모양입니다."

맹추위의 흔적은 북한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낮의 평양 거리..

두꺼운 외투를 껴입은 주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밤까지 세찬 눈보라가 이어지면서, 평양의 기온은 예년보다 10도 이상 낮아졌다.

주민이 소달구지를 몰고 눈길을 가로지르는 시골 풍경에서도 한파는 고스란히 느껴진다.

북한 전역을 강타한 한파는 위성사진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남포항 일대 15킬로미터 해역이 꽁꽁 얼어붙어, 선박의 입출항조차 불가능해진 것이다.

<녹취> 지난 23일, 북한TV 날씨예보 : "내일(24일) 기온이 제일 낮은 지방은 삼지연 지방으로 영하 40도 정도겠으며…"

한파가 절정에 달한 건 백두산이 영하 40도를 기록한 지난 24일.

하지만 청년돌격대원들이 투입된 백두산 3호 발전소 건설 공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진행됐다.

통나무에 쌓인 눈과 고드름은 영하 40도의 맹추위를 실감케 한다.

북한 매체는 혹한 속에서도 밤낮 없는 결사전이 진행되고 있다며, 발전소 공사의 진척 상황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 "3호 발전소 건설을 당 7차 대회전에 끝냄으로써 발전소 완공의 만세 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게 합시다."

극한의 한파에도, 오는 5월 당 대회를 겨냥한 ‘속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삼지연 철길과 황해도 물길 등 다른 대규모 공사장에서도 중단 없이 작업은 계속됐다.

혹독한 추위 속, 공사에 차출된 청년 돌격대원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평양 출신) : "가만히 있으면 얼어 죽는 거예요. 그러니까 무엇이든 계속 열심히 일을 하느라고 해요, 몸을 움직여야 해서. 병이 없는 그런 사람들이 없고요. 손, 발, 그리고 여기 광대, 이런 데에 다 얼어서 물이 나오고, 치료할 새도 없어요."

영하 3, 40도까지 내려가는 북한의 겨울..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을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남북의 창이 취재한 중국 접경지대의 한 마을..

강어귀에서, 한 주민이 몸집만한 잡초 무더기를 들고 어디론가 이동한다.

인근 밭에서는 옥수숫대를 걷는 노부부의 분주한 손길이 한창이다.

북한의 가장 큰 월동 준비인 ‘땔감’ 비축에 나선 이들이다.

춥고 긴 겨울을 나야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이른바 ‘땔감전투’는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평양 출신) : "나무를 가져다가 불을 때가지고 겨울을 나기도 하고요. 그리고 지역별로 좀 다른 건 평안도 쪽, 이런 앞쪽에서는 탄을 구해다가 탄을 땝니다. 그런데 탄이 이전처럼 많지가 않아요. 중국에 다 팔려나가 가지고 주민들이 탄을 사자고 하면 엄청 비싸죠. 그래서 사질 못해요."

북한에선 석탄과 나무를 땔감으로 주로 사용하는데, 평양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에서 대중적으로 쓰는 건 나무다.

이마저도 무분별한 벌목으로 일반 주민들이 구하긴 쉽지 않아, 장마당을 통해 거래되는 실정이다.

<인터뷰> 한서희(탈북자/함경북도 출신) : "겨울에 가장 북한 장마당에서 많이 거래되는 것이 바로 땔감인데요. 이 땔감이 가장 무자본이기도 하고 해서 어린 학생들까지도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가 자그마한 단, 이렇게 한줌 정도 되는 그런 단에 나무들을 패가지고 장마당에서 많이 팔기도 하거든요."

겨울철 필수 작업 중 하나는 집 보수다.

실내에서도 견디기 힘든 매서운 추위에 처마에서 대문까지 앞마당 전체를 비닐로 덮은 일명 ‘비닐하우스 집’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북한에 한파가 몰아닥친 올해엔 이중삼중으로 방한에 나섰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평양 출신) : "집 안에는 너무 추워가지고 부엌에 물이 다 얼 정도고요. 그리고 방안에 모기장처럼 잠자리 주위에 비닐하우스를 또 친 거예요. 그리고 돌을 달궈가지고 수건에 싸서 비닐하우스 안에 넣어놓고 온기를 보장한다고 하더라고요."

힘겨운 겨울을 나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남한 민간단체가 발 벗고 나선 적도 있었다.

천안함 피격으로 남북관계가 냉각되기 직전까지 7년간 이어진 ‘연탄 나눔’을 통해서다.

20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한 민간단체 관계자가 바라본 북한의 겨울은 어땠을까.

<인터뷰> 원기준(사무총장/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 "아주 한겨울에 갔는데도 마을에 연기가 나는 집, 또는 온기가 이렇게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야 되거든요. 그런데 전혀 온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이 분들이 난방을 포기하고 사는구나 하는 걸 그때 눈으로 봤죠."

처음엔 연탄이 뭔지 몰라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북한 주민들.

하지만 곧, 집집마다 ‘연탄용 아궁이’를 만들 정도로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인터뷰> 원기준(사무총장/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 "부엌에 연탄을 쓰는 연탄아궁이가 있고, 그 다음에 이쪽에는 또 한 구멍은 그냥 땔 나무로 난방을 할 수 있도록 그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왜 이렇게 두 개가 있냐, 그랬더니 맨날 남쪽에서 연탄 계속 주는 것도 아닐 수 있는데 연탄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

이처럼 재래식 난방이 일반적인 북한이지만, 전기를 사용하는 지역도 있다.

중앙난방 시스템이 보편화된 평양이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 시대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는 미래과학자거리를 비롯해, 평양 거리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신축 아파트들..

겉으로는 최신식 설비를 갖춘 호화 주거단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평양 출신) : "아파트들은 전기가 들어와야 난방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전기가 안 들어오고 발전소도 부실 공사하다 보니까 지금 보수 작업 하느라고 전기가 공급이 안 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냥 추운데서 그렇게 추위에 떨고 있고 뜨거운 돌과 끓는 물을 통에 넣어가지고 몸을 녹이고 있고 그런 상황이죠."

이로 인해 볼 수 있는 특이한 광경도 있다.

북한의 아파트에만 존재하는 굴뚝이다.

전력난으로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자 주민들이 몰래 집 안을 개조해 아궁이를 설치하고, 굴뚝을 통해 연기를 내보내는 것이다.

이런 평양주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는 평양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의 SNS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겨울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전기와 물이 정말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 외국인의 언급처럼, 겨울철 북한에서 전기만큼이나 부족한 것이 바로 식수다.

겨울철 북한의 열악한 식수 사정은 드라마를 통해서도 그려진 바 있다.

<녹취> 북한 드라마 ‘우리 이웃들’ : "양수기가 고장 난 모양이지요. (글쎄 어떻게 된 건지…) 상하수도 지배인이 한 아파트에서 살면 뭐해. 덕 보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겨울이면 노후화된 수도 시설이 얼고, 전기 사정까지 더해져 물 공급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지방은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는 게 접경지역 출신 탈북자의 증언이다.

<인터뷰> 한서희(탈북자/함경북도 출신) : "지방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식수 해결을 강에 가서 얼음을 깨가지고 물을 길어다 먹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함경도 지방에도 걸어서 한 40분 정도면 두만강으로 나갈 수 있어요. 그래서 거기 가서 양동이나 아이들은 물통을 지고 나가서 물을 길어서 식수를 해결했었죠."

북한 주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녹취> "(고기) 잘 잡혀요? (여름에 잡히지 겨울엔 안 잡혀요. 여름에 여름에. 여름에 잘 잡혀요.)"

고기잡이와 까막조개 채취로 겨울 식량 마련에 나선 북한 주민들..

특히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은 북한에서, 김치는 기나긴 겨울을 나는 필수 식량이다.

<인터뷰> 한서희(탈북자/함경북도 출신) : "다양하게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김치를, 김치 요리를 많이 해먹어요. 김치밥도 해먹고, 김치볶음밥도 해먹고 해서 김치가 없으면 그 집안 반찬이 해결이 안 될 정도거든요."

하지만 당국에서 배급해 주는 배추의 양이 터무니없이 작아,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어진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평양 출신) : "밤에 배추 밭을 지키는 농장원을 찾아가요. 농장원의 입장에서는 자기 배추밭도 아니고 국가 배추밭이니까 차라리 담배 한두 갑 받는 게 더 나은 거예요. 그러니까 그 담배를 받고, 뽑아갈 만큼 뽑아가세요."

이처럼 하루하루 나기가 힘겨운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오히려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최근 북한 TV가 방영한 영화 속에 잘 나타난다.

<녹취> 북한 영화 ‘말만 하다가’ : "엄마! 그걸 틀면 전기가 시간당 80와트가 낭비되는데..."

무분별하게 전기를 사용하던 주인공이 화재가 날 뻔한 후 절약을 다짐하는 내용..

전력 문제 해결을 앞장서서 독려하고 나선 건, 바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이다.

<녹취> 김정은(올해 신년사) :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생산된 전기를 절약하고 효과 있게 쓰기 위한 된바람(거센 바람)을 일으켜야 합니다."

이와 관련한 새로운 선전구호도 연일 전파를 타고 있다.

모두 다 비상한 애국의 열의안고 전력문제해결을 위한 투쟁에 떨쳐나서자!

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평양 출신) : "
이 정도로 국가 상태가 말이 안 되고, 특히 겨울에는 완전 진짜 살인적이잖아요. 사람들이 죽어나고 춥고, 물도 안 나오고 하니까 국가에서 경제 강국 건설한다, 전기 절약하자 하면 코웃음 쳐요."

주민 생활 개선은 뒷전으로 미룬 채, 지금 북한 당국은 체제 결속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5월, 제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더 가속화된 각종 노력동원은 북한 주민들의 겨울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고 있다.

<인터뷰> 한서희(탈북자/함경북도 출신) :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까지 동원되는 인분 전투라든가 고철 전투, 파철이나 파동 이런 것들을 내는 전투에 많이 동원되거든요. 집도 춥지만 바깥은 더 추운데 북한 주민들의 고생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의 날씨에 각종 노력 동원까지 내몰리며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는 북한 주민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 고립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북한이 먼저 돌봐야 할 것은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성난 민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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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최강 한파’ 北 주민 겨울나기
    • 입력 2016-01-30 08:25:58
    • 수정2016-01-30 08:34:54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최근 기록적인 한파가 한반도에 몰아닥쳤는데요,

우리보다 훨씬 더 추운 북한은 백두산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등 그야말로 최강 한파에 직면했습니다.

그렇잖아도 겨울이 유난히 길고 추운 북한, 북한 주민들은 올 겨울을 어떻게 나고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평양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대동강 전체가 거대한 빙판으로 바뀌었다.

꽁꽁 언 강물을 깨고 얼음낚시에 나선 북한 주민들과, 썰매를 타는 아이들..

한파가 빚어낸 북한의 최근 모습이다.

<녹취> 리용남(북한 기상수문국) : "이런 날씨는 한 해에 한두 번 정도 나타나는 것인데 올해에도 대한이라는 게 자기 계절을 잊지 않고 아마 찾아온 모양입니다."

맹추위의 흔적은 북한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낮의 평양 거리..

두꺼운 외투를 껴입은 주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밤까지 세찬 눈보라가 이어지면서, 평양의 기온은 예년보다 10도 이상 낮아졌다.

주민이 소달구지를 몰고 눈길을 가로지르는 시골 풍경에서도 한파는 고스란히 느껴진다.

북한 전역을 강타한 한파는 위성사진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남포항 일대 15킬로미터 해역이 꽁꽁 얼어붙어, 선박의 입출항조차 불가능해진 것이다.

<녹취> 지난 23일, 북한TV 날씨예보 : "내일(24일) 기온이 제일 낮은 지방은 삼지연 지방으로 영하 40도 정도겠으며…"

한파가 절정에 달한 건 백두산이 영하 40도를 기록한 지난 24일.

하지만 청년돌격대원들이 투입된 백두산 3호 발전소 건설 공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진행됐다.

통나무에 쌓인 눈과 고드름은 영하 40도의 맹추위를 실감케 한다.

북한 매체는 혹한 속에서도 밤낮 없는 결사전이 진행되고 있다며, 발전소 공사의 진척 상황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 "3호 발전소 건설을 당 7차 대회전에 끝냄으로써 발전소 완공의 만세 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게 합시다."

극한의 한파에도, 오는 5월 당 대회를 겨냥한 ‘속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삼지연 철길과 황해도 물길 등 다른 대규모 공사장에서도 중단 없이 작업은 계속됐다.

혹독한 추위 속, 공사에 차출된 청년 돌격대원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평양 출신) : "가만히 있으면 얼어 죽는 거예요. 그러니까 무엇이든 계속 열심히 일을 하느라고 해요, 몸을 움직여야 해서. 병이 없는 그런 사람들이 없고요. 손, 발, 그리고 여기 광대, 이런 데에 다 얼어서 물이 나오고, 치료할 새도 없어요."

영하 3, 40도까지 내려가는 북한의 겨울..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을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남북의 창이 취재한 중국 접경지대의 한 마을..

강어귀에서, 한 주민이 몸집만한 잡초 무더기를 들고 어디론가 이동한다.

인근 밭에서는 옥수숫대를 걷는 노부부의 분주한 손길이 한창이다.

북한의 가장 큰 월동 준비인 ‘땔감’ 비축에 나선 이들이다.

춥고 긴 겨울을 나야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이른바 ‘땔감전투’는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평양 출신) : "나무를 가져다가 불을 때가지고 겨울을 나기도 하고요. 그리고 지역별로 좀 다른 건 평안도 쪽, 이런 앞쪽에서는 탄을 구해다가 탄을 땝니다. 그런데 탄이 이전처럼 많지가 않아요. 중국에 다 팔려나가 가지고 주민들이 탄을 사자고 하면 엄청 비싸죠. 그래서 사질 못해요."

북한에선 석탄과 나무를 땔감으로 주로 사용하는데, 평양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에서 대중적으로 쓰는 건 나무다.

이마저도 무분별한 벌목으로 일반 주민들이 구하긴 쉽지 않아, 장마당을 통해 거래되는 실정이다.

<인터뷰> 한서희(탈북자/함경북도 출신) : "겨울에 가장 북한 장마당에서 많이 거래되는 것이 바로 땔감인데요. 이 땔감이 가장 무자본이기도 하고 해서 어린 학생들까지도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가 자그마한 단, 이렇게 한줌 정도 되는 그런 단에 나무들을 패가지고 장마당에서 많이 팔기도 하거든요."

겨울철 필수 작업 중 하나는 집 보수다.

실내에서도 견디기 힘든 매서운 추위에 처마에서 대문까지 앞마당 전체를 비닐로 덮은 일명 ‘비닐하우스 집’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북한에 한파가 몰아닥친 올해엔 이중삼중으로 방한에 나섰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평양 출신) : "집 안에는 너무 추워가지고 부엌에 물이 다 얼 정도고요. 그리고 방안에 모기장처럼 잠자리 주위에 비닐하우스를 또 친 거예요. 그리고 돌을 달궈가지고 수건에 싸서 비닐하우스 안에 넣어놓고 온기를 보장한다고 하더라고요."

힘겨운 겨울을 나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남한 민간단체가 발 벗고 나선 적도 있었다.

천안함 피격으로 남북관계가 냉각되기 직전까지 7년간 이어진 ‘연탄 나눔’을 통해서다.

20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한 민간단체 관계자가 바라본 북한의 겨울은 어땠을까.

<인터뷰> 원기준(사무총장/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 "아주 한겨울에 갔는데도 마을에 연기가 나는 집, 또는 온기가 이렇게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야 되거든요. 그런데 전혀 온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이 분들이 난방을 포기하고 사는구나 하는 걸 그때 눈으로 봤죠."

처음엔 연탄이 뭔지 몰라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북한 주민들.

하지만 곧, 집집마다 ‘연탄용 아궁이’를 만들 정도로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인터뷰> 원기준(사무총장/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 "부엌에 연탄을 쓰는 연탄아궁이가 있고, 그 다음에 이쪽에는 또 한 구멍은 그냥 땔 나무로 난방을 할 수 있도록 그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왜 이렇게 두 개가 있냐, 그랬더니 맨날 남쪽에서 연탄 계속 주는 것도 아닐 수 있는데 연탄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

이처럼 재래식 난방이 일반적인 북한이지만, 전기를 사용하는 지역도 있다.

중앙난방 시스템이 보편화된 평양이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 시대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는 미래과학자거리를 비롯해, 평양 거리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신축 아파트들..

겉으로는 최신식 설비를 갖춘 호화 주거단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평양 출신) : "아파트들은 전기가 들어와야 난방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전기가 안 들어오고 발전소도 부실 공사하다 보니까 지금 보수 작업 하느라고 전기가 공급이 안 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냥 추운데서 그렇게 추위에 떨고 있고 뜨거운 돌과 끓는 물을 통에 넣어가지고 몸을 녹이고 있고 그런 상황이죠."

이로 인해 볼 수 있는 특이한 광경도 있다.

북한의 아파트에만 존재하는 굴뚝이다.

전력난으로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자 주민들이 몰래 집 안을 개조해 아궁이를 설치하고, 굴뚝을 통해 연기를 내보내는 것이다.

이런 평양주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는 평양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의 SNS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겨울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전기와 물이 정말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 외국인의 언급처럼, 겨울철 북한에서 전기만큼이나 부족한 것이 바로 식수다.

겨울철 북한의 열악한 식수 사정은 드라마를 통해서도 그려진 바 있다.

<녹취> 북한 드라마 ‘우리 이웃들’ : "양수기가 고장 난 모양이지요. (글쎄 어떻게 된 건지…) 상하수도 지배인이 한 아파트에서 살면 뭐해. 덕 보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겨울이면 노후화된 수도 시설이 얼고, 전기 사정까지 더해져 물 공급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지방은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는 게 접경지역 출신 탈북자의 증언이다.

<인터뷰> 한서희(탈북자/함경북도 출신) : "지방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식수 해결을 강에 가서 얼음을 깨가지고 물을 길어다 먹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함경도 지방에도 걸어서 한 40분 정도면 두만강으로 나갈 수 있어요. 그래서 거기 가서 양동이나 아이들은 물통을 지고 나가서 물을 길어서 식수를 해결했었죠."

북한 주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녹취> "(고기) 잘 잡혀요? (여름에 잡히지 겨울엔 안 잡혀요. 여름에 여름에. 여름에 잘 잡혀요.)"

고기잡이와 까막조개 채취로 겨울 식량 마련에 나선 북한 주민들..

특히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은 북한에서, 김치는 기나긴 겨울을 나는 필수 식량이다.

<인터뷰> 한서희(탈북자/함경북도 출신) : "다양하게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김치를, 김치 요리를 많이 해먹어요. 김치밥도 해먹고, 김치볶음밥도 해먹고 해서 김치가 없으면 그 집안 반찬이 해결이 안 될 정도거든요."

하지만 당국에서 배급해 주는 배추의 양이 터무니없이 작아,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어진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평양 출신) : "밤에 배추 밭을 지키는 농장원을 찾아가요. 농장원의 입장에서는 자기 배추밭도 아니고 국가 배추밭이니까 차라리 담배 한두 갑 받는 게 더 나은 거예요. 그러니까 그 담배를 받고, 뽑아갈 만큼 뽑아가세요."

이처럼 하루하루 나기가 힘겨운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오히려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최근 북한 TV가 방영한 영화 속에 잘 나타난다.

<녹취> 북한 영화 ‘말만 하다가’ : "엄마! 그걸 틀면 전기가 시간당 80와트가 낭비되는데..."

무분별하게 전기를 사용하던 주인공이 화재가 날 뻔한 후 절약을 다짐하는 내용..

전력 문제 해결을 앞장서서 독려하고 나선 건, 바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이다.

<녹취> 김정은(올해 신년사) :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생산된 전기를 절약하고 효과 있게 쓰기 위한 된바람(거센 바람)을 일으켜야 합니다."

이와 관련한 새로운 선전구호도 연일 전파를 타고 있다.

모두 다 비상한 애국의 열의안고 전력문제해결을 위한 투쟁에 떨쳐나서자!

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평양 출신) : "
이 정도로 국가 상태가 말이 안 되고, 특히 겨울에는 완전 진짜 살인적이잖아요. 사람들이 죽어나고 춥고, 물도 안 나오고 하니까 국가에서 경제 강국 건설한다, 전기 절약하자 하면 코웃음 쳐요."

주민 생활 개선은 뒷전으로 미룬 채, 지금 북한 당국은 체제 결속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5월, 제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더 가속화된 각종 노력동원은 북한 주민들의 겨울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고 있다.

<인터뷰> 한서희(탈북자/함경북도 출신) :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까지 동원되는 인분 전투라든가 고철 전투, 파철이나 파동 이런 것들을 내는 전투에 많이 동원되거든요. 집도 춥지만 바깥은 더 추운데 북한 주민들의 고생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의 날씨에 각종 노력 동원까지 내몰리며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는 북한 주민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 고립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북한이 먼저 돌봐야 할 것은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성난 민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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