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중국 두 자녀 정책 관람법

입력 2016.01.3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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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太多(런타이두어)”, 사람이 너무 많다는 뜻의 중국어입니다.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소설 『정글만리』에서 주인공이 중국의 첫인상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한 말이기도 합니다. 춘절(설날) 기간 약 30억 명의 인구 이동이 있을 것이란 보도나 국경절 연휴 기간 길고 긴 만리장성을 발디딜 틈 없이 꽉 메우는 인파를 볼 때면 ‘런타이두어’를 실감하기도 합니다. 이런 중국에 최근 의미심장한 인구 정책의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현재 중국의 인구는 약 13억 5천만 명으로 여전히 세계 최고입니다. 하지만 인구 증가 속도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1970년대 말 가정당 6명에 달하던 중국의 출산율은 2014년 1.4명으로 떨어졌습니다. 국제 저출산 기준 1.3명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인구 대국 중국의 저출산 고민이 시작된 이유입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아들·딸 구별 없이 한 명의 자녀만 낳도록 강제해 왔던 정책은 35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한 가정당 두 명의 자녀를 낳도록 허용하는 두 자녀 정책은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직면한 중국 정부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매년 250만 명의 신생아가 더 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의 바람과 같지 않습니다. 우리가 취재 중 만난 중국의 젊은 부모들은 자녀를 더 가질 의향이 많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데 드는 육아 비용 부담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중국 대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는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영어학원에 피아노 학원, 각종 지능계발 학원 등 보내야 할 학원들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여기에 집에서 아이를 돌봐 줄 조부모들이 없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 하나를 더 낳는 건 힘든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자녀를 더 낳고자 하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두 자녀 정책이 허용되기 전, 이미 두 번째 자녀를 낳은 부모는 각 지방 정부에 따라 우리 돈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벌금을 내야 했습니다. 영화 패왕별희의 감독이자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총연출자인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은 자녀가 셋입니다. 둘째를 낳았을 땐 221만 위안(약 4억 원), 셋째를 낳았을 땐 520만 위안(약 9억 4천만 원)의 벌금을 물었습니다.

이런 막대한 벌금을 감당할 수 없는 농민이나 서민들은 둘째 자녀를 낳아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헤이후(黑戶), 즉 무호적자로 방치해 키웠습니다. 헤이후는 신분증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 갈 수도 없고 취업은 물론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합니다. 존재하지만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투명인간으로 살아온 헤이후가 국무원의 공식 발표로는 1,300만 명, 일각에서는 3,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무호적 자녀들무호적 자녀들


폭발적인 인구성장을 억제하고 인민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1980년 시행된 강제적 한 자녀 정책은 그동안 수많은 폐단을 낳았습니다. 쓰촨(四川)성 젠양(簡陽)현의 한 마을에서는 공산당 관리들이 강제로 둘째 자녀들을 뺏어가 무자녀 가정에 돈을 받고 입양시키는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지난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국가의 지나친 개인통제란 비난을 받아 온 한 자녀 정책의 폐지는 중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먼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 즉 엔젤산업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번화가 왕푸징에 신중국아동용품 상점이 있습니다. 신해혁명의 주역 쑨원(孫文)의 부인으로 중국의 국모로 불리는 쑹칭링(宋慶齡)이 이름을 지은 이 상점은 중국에서 제일 큰 아동용품 전문 백화점입니다. 지하 3층, 지상 6층에 걸쳐 각종 완구류와 영유아용품, 아동복 등을 파는 이곳의 총경리 장징 씨는 두 자녀 정책 시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확실히 기업들에게 좋은 사업 기회가 열린 것입니다. 앞으로 영유아 용품에 대해 더 많은 수요가 다방면에 걸쳐 생길 것입니다.”

이 백화점에서 해외 수입제품의 판매 비중은 30%에 이릅니다. 주요 고객은 중국의 신세대 부모들입니다. 현재 중국 부모들의 85%는 1980, 90년대 이후 출생한 이른바 바링허우(80後), 지우링허우(90後) 세대입니다. 이들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품질과 안전성이 우수한 제품을 선택하는 구매경향을 보입니다. 국내외 유명 제품 50여 개를 입점시킬 계획이라는 장징 총경리는 한국 제품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한국 제품은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한국 유아용품이 우리 백화점에 들어와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 주길 바랍니다.”

유아용품 상점유아용품 상점


두 자녀 정책의 시행은 한국 유아용품 업계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08년 멜라닌 분유 파동으로 중국산 분유에 대한 신세대 부모들의 인식은 좋지 않습니다. 중국의 분유 시장 규모는 약 17조 원, 이 중 해외 브랜드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50%에 가깝지만 지난 해 한국 업체들의 총 수출액은 1,300억 원 정도로 아직 점유율이 미미한 상태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유아동복 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신세대 부모들은 모바일로 물건을 구매하는 이른바 스마트맘으로 모바일 시장의 성장률은 폭발적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사업부문의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중국의 한 컨설팅회사에 따르면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매년 16% 이상씩 증가해 오는 2018년에는 약 54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2020년에는 유아용품 시장 규모가 지금의 두 배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35년 만에 이뤄진 중국의 인구정책 변화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황진성/베이징PD특파원

이 기사의 내용은 2016년 1월 30일(토) 밤 10:30 KBS 1TV <글로벌정보쇼 세계인>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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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30 0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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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太多(런타이두어)”, 사람이 너무 많다는 뜻의 중국어입니다.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소설 『정글만리』에서 주인공이 중국의 첫인상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한 말이기도 합니다. 춘절(설날) 기간 약 30억 명의 인구 이동이 있을 것이란 보도나 국경절 연휴 기간 길고 긴 만리장성을 발디딜 틈 없이 꽉 메우는 인파를 볼 때면 ‘런타이두어’를 실감하기도 합니다. 이런 중국에 최근 의미심장한 인구 정책의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현재 중국의 인구는 약 13억 5천만 명으로 여전히 세계 최고입니다. 하지만 인구 증가 속도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1970년대 말 가정당 6명에 달하던 중국의 출산율은 2014년 1.4명으로 떨어졌습니다. 국제 저출산 기준 1.3명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인구 대국 중국의 저출산 고민이 시작된 이유입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아들·딸 구별 없이 한 명의 자녀만 낳도록 강제해 왔던 정책은 35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한 가정당 두 명의 자녀를 낳도록 허용하는 두 자녀 정책은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직면한 중국 정부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매년 250만 명의 신생아가 더 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의 바람과 같지 않습니다. 우리가 취재 중 만난 중국의 젊은 부모들은 자녀를 더 가질 의향이 많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데 드는 육아 비용 부담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중국 대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는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영어학원에 피아노 학원, 각종 지능계발 학원 등 보내야 할 학원들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여기에 집에서 아이를 돌봐 줄 조부모들이 없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 하나를 더 낳는 건 힘든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자녀를 더 낳고자 하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두 자녀 정책이 허용되기 전, 이미 두 번째 자녀를 낳은 부모는 각 지방 정부에 따라 우리 돈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벌금을 내야 했습니다. 영화 패왕별희의 감독이자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총연출자인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은 자녀가 셋입니다. 둘째를 낳았을 땐 221만 위안(약 4억 원), 셋째를 낳았을 땐 520만 위안(약 9억 4천만 원)의 벌금을 물었습니다.

이런 막대한 벌금을 감당할 수 없는 농민이나 서민들은 둘째 자녀를 낳아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헤이후(黑戶), 즉 무호적자로 방치해 키웠습니다. 헤이후는 신분증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 갈 수도 없고 취업은 물론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합니다. 존재하지만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투명인간으로 살아온 헤이후가 국무원의 공식 발표로는 1,300만 명, 일각에서는 3,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무호적 자녀들


폭발적인 인구성장을 억제하고 인민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1980년 시행된 강제적 한 자녀 정책은 그동안 수많은 폐단을 낳았습니다. 쓰촨(四川)성 젠양(簡陽)현의 한 마을에서는 공산당 관리들이 강제로 둘째 자녀들을 뺏어가 무자녀 가정에 돈을 받고 입양시키는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지난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국가의 지나친 개인통제란 비난을 받아 온 한 자녀 정책의 폐지는 중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먼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 즉 엔젤산업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번화가 왕푸징에 신중국아동용품 상점이 있습니다. 신해혁명의 주역 쑨원(孫文)의 부인으로 중국의 국모로 불리는 쑹칭링(宋慶齡)이 이름을 지은 이 상점은 중국에서 제일 큰 아동용품 전문 백화점입니다. 지하 3층, 지상 6층에 걸쳐 각종 완구류와 영유아용품, 아동복 등을 파는 이곳의 총경리 장징 씨는 두 자녀 정책 시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확실히 기업들에게 좋은 사업 기회가 열린 것입니다. 앞으로 영유아 용품에 대해 더 많은 수요가 다방면에 걸쳐 생길 것입니다.”

이 백화점에서 해외 수입제품의 판매 비중은 30%에 이릅니다. 주요 고객은 중국의 신세대 부모들입니다. 현재 중국 부모들의 85%는 1980, 90년대 이후 출생한 이른바 바링허우(80後), 지우링허우(90後) 세대입니다. 이들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품질과 안전성이 우수한 제품을 선택하는 구매경향을 보입니다. 국내외 유명 제품 50여 개를 입점시킬 계획이라는 장징 총경리는 한국 제품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한국 제품은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한국 유아용품이 우리 백화점에 들어와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 주길 바랍니다.”

유아용품 상점


두 자녀 정책의 시행은 한국 유아용품 업계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08년 멜라닌 분유 파동으로 중국산 분유에 대한 신세대 부모들의 인식은 좋지 않습니다. 중국의 분유 시장 규모는 약 17조 원, 이 중 해외 브랜드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50%에 가깝지만 지난 해 한국 업체들의 총 수출액은 1,300억 원 정도로 아직 점유율이 미미한 상태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유아동복 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신세대 부모들은 모바일로 물건을 구매하는 이른바 스마트맘으로 모바일 시장의 성장률은 폭발적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사업부문의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중국의 한 컨설팅회사에 따르면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매년 16% 이상씩 증가해 오는 2018년에는 약 54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2020년에는 유아용품 시장 규모가 지금의 두 배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35년 만에 이뤄진 중국의 인구정책 변화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황진성/베이징PD특파원

이 기사의 내용은 2016년 1월 30일(토) 밤 10:30 KBS 1TV <글로벌정보쇼 세계인>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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