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리포트] ① “내 청춘은 아직도 일용직”

입력 2016.02.01 (07:07) 수정 2016.04.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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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얘기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지만 사회라는 현실적 제도에 한 발짝 내딛기도 전에 희망보다는 절망을 배우는 청년들에게 이 말도 사치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오늘도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아우성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오늘도‘직장 구하기’에 청춘을 바치고 있지만, 우리사회는 그들의 청춘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을 만나봤다.

박준호박준호


■이력서만 140번..일용직하며 자신감 떨어져

오전 7시40분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박준호(가명· 31)씨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눈을 떴다. 박 씨는 출근 준비를 하고 오전 8시30분 집을 나와 직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박 씨가 근무하는 곳은 경기 하남시의 한 작은 창고.

액자를 만드는 회사인 이곳에서 박 씨는 직원 6명과 소중한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공장보다는 가내수공업이 맞는 표현일 정도로 작은 규모의 회사다.

지난 2014년 대학을 졸업한 박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이곳에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근무한다. 그것도 정규직 직원이 아닌 일용직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근무를 하고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일을 하고 있다. 박 씨는 금요일에는 액자 배달을 위해 외부 출장도 다니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박 씨가 받는 한달 수입은 150만 원 정도다.

하지만 박 씨는 저축을 꿈도 꾸질 못한다. 월급 중 50여만 원을 생활비, 통신비 등으로 지출하고 나머지는 대학교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기 때문이다.

여주대 자동차학과를 졸업한 박 씨는 기계를 좀 더 공부하고 싶어 한성대 기계공학과로 편입했다. 편입 후 학교에 다니면서 학자금 대출 2,000여만 원을 받은 박 씨는 이 돈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박 씨는 한국전력이나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에서 기계설계를 담당하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기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등 틈틈이 노력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박 씨는 지금까지 이력서를 140여 번 냈다. 지금까지 몇 차례 면접까지 올라가는데 성공하기도 했지만, 모두 면접에서 떨어졌다..

박 씨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열심히 서류를 넣고 있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늘 한결같다”며 “언제쯤 나도 남들처럼 번듯한 직장을 다닐지 요즘은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자 친구와의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그는 오래 만나온 여자 친구가 있지만 자신의 불안한 미래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을 이룰 생각을 전혀 못 하고 있다.

그래도 박 씨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그는 “나는 아직 젊고 노력하면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한다”며 “훗날 지금의 시련을 추억으로 얘기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의점 알바생편의점 알바생


■ 편의점, 때론 음식점에서 알바…고단한 청춘들

이영석(29·가명)씨는 오늘도 작은 편의점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인 그는 서울 송파구 마천동 한 편의점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편의점 업무가 끝나면 저녁을 먹고 본격적으로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한다.

그는 “정확한 알바 비용은 말하기 힘들다. 그냥 내 용돈 정도 하고 있다”며 “보통 밤 12시까지 공부하는데, 힘들지만 경찰 제복을 입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상상을 하면서 지금의 현실을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 씨는 지금까지 경찰 시험을 두 번 봤다. 이 씨는 "내년이면 나이가 30이 되는데 올해 정말 이 악물고 공부해 합격하고 싶다"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니까 솔직히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래도 젊음을 무기로 지금의 시련을 극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2년 전 전문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전보윤(24·여·가명)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녀는 현재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시급을 받으며 홀서빙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루 6시간 일하는 그녀는 일을 마치면 몸이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전 씨는 지금까지 20여 군데 원서를 냈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다고 말한다. 전 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만 취직을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가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며 “그래도 늘 도와주시고 격려해주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 올해는 꼭 취업으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춘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위해 노력하지만, 기자가 만난 젊은이들은 모두들 일자리 얻기에 실패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인터넷을 뒤적이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일하고 있다고 1년간 가족을 속인 30대 청년의 자살 사건이 눈에 들어왔다. 경찰에 따르면 청년이 남긴 유서에는 부모에게 공무원이 된 것처럼 위장하고 생활한 것에 대한 고민과 죄책감 등을 담고 있었다.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결국 한 청년의 목숨을 앗아갔다.

‘9.2%’... 이 숫자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청년(15~29세)실업률이다. 1999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고치다. 학창 시절 ‘입시지옥’을 뚫고 대학에 왔건만, 졸업 후 수많은 청년들은 취업이라는 더 높은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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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리포트] ① “내 청춘은 아직도 일용직”
    • 입력 2016-02-01 07:07:33
    • 수정2016-04-19 10:29:20
    청년리포트
누군가는 얘기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지만 사회라는 현실적 제도에 한 발짝 내딛기도 전에 희망보다는 절망을 배우는 청년들에게 이 말도 사치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오늘도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아우성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오늘도‘직장 구하기’에 청춘을 바치고 있지만, 우리사회는 그들의 청춘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을 만나봤다.
박준호
■이력서만 140번..일용직하며 자신감 떨어져 오전 7시40분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박준호(가명· 31)씨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눈을 떴다. 박 씨는 출근 준비를 하고 오전 8시30분 집을 나와 직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박 씨가 근무하는 곳은 경기 하남시의 한 작은 창고. 액자를 만드는 회사인 이곳에서 박 씨는 직원 6명과 소중한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공장보다는 가내수공업이 맞는 표현일 정도로 작은 규모의 회사다. 지난 2014년 대학을 졸업한 박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이곳에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근무한다. 그것도 정규직 직원이 아닌 일용직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근무를 하고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일을 하고 있다. 박 씨는 금요일에는 액자 배달을 위해 외부 출장도 다니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박 씨가 받는 한달 수입은 150만 원 정도다. 하지만 박 씨는 저축을 꿈도 꾸질 못한다. 월급 중 50여만 원을 생활비, 통신비 등으로 지출하고 나머지는 대학교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기 때문이다. 여주대 자동차학과를 졸업한 박 씨는 기계를 좀 더 공부하고 싶어 한성대 기계공학과로 편입했다. 편입 후 학교에 다니면서 학자금 대출 2,000여만 원을 받은 박 씨는 이 돈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박 씨는 한국전력이나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에서 기계설계를 담당하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기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등 틈틈이 노력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박 씨는 지금까지 이력서를 140여 번 냈다. 지금까지 몇 차례 면접까지 올라가는데 성공하기도 했지만, 모두 면접에서 떨어졌다.. 박 씨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열심히 서류를 넣고 있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늘 한결같다”며 “언제쯤 나도 남들처럼 번듯한 직장을 다닐지 요즘은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자 친구와의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그는 오래 만나온 여자 친구가 있지만 자신의 불안한 미래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을 이룰 생각을 전혀 못 하고 있다. 그래도 박 씨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그는 “나는 아직 젊고 노력하면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한다”며 “훗날 지금의 시련을 추억으로 얘기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의점 알바생
■ 편의점, 때론 음식점에서 알바…고단한 청춘들 이영석(29·가명)씨는 오늘도 작은 편의점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인 그는 서울 송파구 마천동 한 편의점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편의점 업무가 끝나면 저녁을 먹고 본격적으로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한다. 그는 “정확한 알바 비용은 말하기 힘들다. 그냥 내 용돈 정도 하고 있다”며 “보통 밤 12시까지 공부하는데, 힘들지만 경찰 제복을 입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상상을 하면서 지금의 현실을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 씨는 지금까지 경찰 시험을 두 번 봤다. 이 씨는 "내년이면 나이가 30이 되는데 올해 정말 이 악물고 공부해 합격하고 싶다"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니까 솔직히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래도 젊음을 무기로 지금의 시련을 극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2년 전 전문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전보윤(24·여·가명)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녀는 현재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시급을 받으며 홀서빙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루 6시간 일하는 그녀는 일을 마치면 몸이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전 씨는 지금까지 20여 군데 원서를 냈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다고 말한다. 전 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만 취직을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가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며 “그래도 늘 도와주시고 격려해주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 올해는 꼭 취업으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춘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위해 노력하지만, 기자가 만난 젊은이들은 모두들 일자리 얻기에 실패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인터넷을 뒤적이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일하고 있다고 1년간 가족을 속인 30대 청년의 자살 사건이 눈에 들어왔다. 경찰에 따르면 청년이 남긴 유서에는 부모에게 공무원이 된 것처럼 위장하고 생활한 것에 대한 고민과 죄책감 등을 담고 있었다.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결국 한 청년의 목숨을 앗아갔다. ‘9.2%’... 이 숫자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청년(15~29세)실업률이다. 1999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고치다. 학창 시절 ‘입시지옥’을 뚫고 대학에 왔건만, 졸업 후 수많은 청년들은 취업이라는 더 높은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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