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사장 자리는 선거 전 ‘경력 쌓기용’?

입력 2016.02.01 (14:47) 수정 2016.02.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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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인천공항

▲1월에 2차례 외국인 환승 여행객이 밀입국한 데 이어, 입국장 화장실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가 발견되는 등 인천국제공항 보안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1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여행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세계공항평가(ASQ)에서 10년 간 1위를 달려온 인천공항에서 믿기 힘든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일 대규모 수하물 지연 사태가 벌어지더니, 지난달 말에는 불과 일주일 여 간격을 두고 어이없는 두 차례의 밀입국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21일 중국인 환승객 부부가 공항 면세구역을 뚫고 도주했고, 29일에는 베트남 환승객이 보안 검색망을 뚫고 또 다시 밀입국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일련의 인천공항 사태에서 보여준 회사의 관리 능력은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울 정도다.

수하물 지연 사태 후 비상조치는 사건 발생 후 8시간 가까이 돼서야 이뤄졌고, 이로 인해 160여편의 비행기 운항이 지연됐다.

일주일 여 사이로 발생한 두 건의 밀입국 사례는 우리나라 최고의 보안등급 시설이 외국인 관광객에 의해 간단하게 뚫렸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베트남인 밀입국자는 환승객이었지만, 입국장으로 들어온 뒤 출국장으로 가지 않고 자동입국 심사대의 문을 강제로 열고 공항 밖으로 도주했다.

역시 환승객 신분인 중국인 남녀는 출국심사장 문을 뜯고 입국했다. 닫혀 있어야 할 면세구역의 문과 출국 심사대 옆 직원 출입문은 다가서자 저절로 열렸고, 마지막 잠금 장치가 있는 문은 보안요원이 있는데도 간단하게 잠금장치를 뜯어내고 달아났다.

인천 국제공항의 허술한 보안시스템에 대해 경비·보안 업무를 민간 보안업체에 용역을 줘 맡긴 것이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의 사고는 인천공항공항 수장인 사장 자리에 비전문가인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공항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선거 출마용 중도 사퇴로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직원들 근무기강이 해이해졌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정창수 전 사장(왼쪽)·박완수 전 사장


실제로 최근 인천공항공사는 두 번 연속 사장이 선거 출마를 이유로 중도에 자리를 던졌다.

정창수 전 사장은 2014년 강원도지사 선거를 위해, 후임인 박완수 사장도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임기 중이던 지난해 12월 19일 자리를 떴다. (정 전 사장은 지난해 8월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정 전 사장의 경우 국토교통부 1차관을 지냈지만, 그동안 국토부에서 항공·교통 분야보다는 주택이나 건설 분야에서만 일해온 인사였다.

게다가 정 전 사장은 취임 10개월도 안 돼 도지사에 나가겠다면 자리를 던졌다. 정 전 사장 사퇴 이후 10개월간 사장 공석 사태가 이어지다 새로운 공항운영 사령탑에 임명된 이는 정치인인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었다.

공항 운영을 해본 적이 없는 박 전 사장 역시 임기 3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공항 운영이나 항공 분야의 비전문가 출신이 공항 운영을 책임진 데다 공항공사 사장직을 정치적 성공을 앞두고 잠시 거쳐 가는 자리로 여기다 보니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최연철 한서대 항공학부 교수는 "공항은 엄청나게 다양하고 전문적 분야인데 사장들이 이를 전혀 모르고 왔다가 명확히 알기도 전에 떠난다"며 "전문성이 부족해 세심하게 관리·감독을 해야 할 부분을 건드리지 못하고 중간에 다른 곳으로 떠나고, 또 다른 전문성 없는 사장이 내려와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꼬집었다.

황호원 항공대 교수도 "매우 중요한 공항공사 사장 자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도 큰 문제의 하나"라며 "몇 개월 만에 나가고 그런 게 어디 있는가. 최근 일련의 사고는 사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책임 있게 공항운영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관 기사]☞ 또 뚫린 인천공항…밀입국 도주 경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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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 사장 자리는 선거 전 ‘경력 쌓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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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2-01 17: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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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1월에 2차례 외국인 환승 여행객이 밀입국한 데 이어, 입국장 화장실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가 발견되는 등 인천국제공항 보안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1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여행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세계공항평가(ASQ)에서 10년 간 1위를 달려온 인천공항에서 믿기 힘든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일 대규모 수하물 지연 사태가 벌어지더니, 지난달 말에는 불과 일주일 여 간격을 두고 어이없는 두 차례의 밀입국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21일 중국인 환승객 부부가 공항 면세구역을 뚫고 도주했고, 29일에는 베트남 환승객이 보안 검색망을 뚫고 또 다시 밀입국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일련의 인천공항 사태에서 보여준 회사의 관리 능력은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울 정도다.

수하물 지연 사태 후 비상조치는 사건 발생 후 8시간 가까이 돼서야 이뤄졌고, 이로 인해 160여편의 비행기 운항이 지연됐다.

일주일 여 사이로 발생한 두 건의 밀입국 사례는 우리나라 최고의 보안등급 시설이 외국인 관광객에 의해 간단하게 뚫렸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베트남인 밀입국자는 환승객이었지만, 입국장으로 들어온 뒤 출국장으로 가지 않고 자동입국 심사대의 문을 강제로 열고 공항 밖으로 도주했다.

역시 환승객 신분인 중국인 남녀는 출국심사장 문을 뜯고 입국했다. 닫혀 있어야 할 면세구역의 문과 출국 심사대 옆 직원 출입문은 다가서자 저절로 열렸고, 마지막 잠금 장치가 있는 문은 보안요원이 있는데도 간단하게 잠금장치를 뜯어내고 달아났다.

인천 국제공항의 허술한 보안시스템에 대해 경비·보안 업무를 민간 보안업체에 용역을 줘 맡긴 것이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의 사고는 인천공항공항 수장인 사장 자리에 비전문가인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공항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선거 출마용 중도 사퇴로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직원들 근무기강이 해이해졌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정창수 전 사장(왼쪽)·박완수 전 사장


실제로 최근 인천공항공사는 두 번 연속 사장이 선거 출마를 이유로 중도에 자리를 던졌다.

정창수 전 사장은 2014년 강원도지사 선거를 위해, 후임인 박완수 사장도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임기 중이던 지난해 12월 19일 자리를 떴다. (정 전 사장은 지난해 8월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정 전 사장의 경우 국토교통부 1차관을 지냈지만, 그동안 국토부에서 항공·교통 분야보다는 주택이나 건설 분야에서만 일해온 인사였다.

게다가 정 전 사장은 취임 10개월도 안 돼 도지사에 나가겠다면 자리를 던졌다. 정 전 사장 사퇴 이후 10개월간 사장 공석 사태가 이어지다 새로운 공항운영 사령탑에 임명된 이는 정치인인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었다.

공항 운영을 해본 적이 없는 박 전 사장 역시 임기 3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공항 운영이나 항공 분야의 비전문가 출신이 공항 운영을 책임진 데다 공항공사 사장직을 정치적 성공을 앞두고 잠시 거쳐 가는 자리로 여기다 보니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최연철 한서대 항공학부 교수는 "공항은 엄청나게 다양하고 전문적 분야인데 사장들이 이를 전혀 모르고 왔다가 명확히 알기도 전에 떠난다"며 "전문성이 부족해 세심하게 관리·감독을 해야 할 부분을 건드리지 못하고 중간에 다른 곳으로 떠나고, 또 다른 전문성 없는 사장이 내려와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꼬집었다.

황호원 항공대 교수도 "매우 중요한 공항공사 사장 자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도 큰 문제의 하나"라며 "몇 개월 만에 나가고 그런 게 어디 있는가. 최근 일련의 사고는 사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책임 있게 공항운영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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