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로 본 인천공항 ‘테러 모방범죄’ 가능성

입력 2016.02.03 (18:22) 수정 2016.02.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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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4시. 인천국제공항 1층 남자 화장실에서 발견된 '모조 폭발물' 수사가 답보 상태다. 경찰은 1차 지문감식을 통해 용의자 특정에 실패했다. 현재 화장실에서 22점의 지문을 다시 채취해 추가 감정을 시작했다.

인천공항 '모조 폭발물'…760명 행적 추적

범행 시간은 오후 12시에서 4시 사이로 좁혀졌다. 당일 정오, 화장실 청소를 담당했던 공항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사이 화장실을 이용한 사람도 760여 명으로 추려졌다. 경찰이 주변 CCTV 84개를 분석한 결과다. 경찰은 이들의 동선과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테러테러


'모조 폭발물'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대한 CCTV 분량과 지문 감식 실패 때문이다. 세계 1위 공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대담한 범행이 윤곽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KBS가 공개된 증거물을 토대로 현장 취재를 통해 주요 단서들을 추적해 분석해 봤다.

단서① 아랍어 협박문 - 이슬람 테러 조직 소행인가?

발견된 아랍어 협박문을 두고 "아랍어를 잘 아는 사람이다." 아니다 "인터넷 번역기를 이용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진행됐다.

KBS 취재결과 이 협박문은 '인터넷 번역기'를 이용한 것으로 테러리스트의 소행이 아닌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높았다.

테러테러


KBS는 아랍어와 지역 정세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 교수에게 '협박 메시지'에 대한 평가를 의뢰했다. 이 교수는 인터넷 번역기를 이용한 '비전문가'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어법에 맞지 않는 부분도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어를 넣어 번역기를 돌리자 협박문과 똑같은 아랍어가 확인됐다.

취재진은 이어 아랍어를 모국어로 하는 요르단 출신 아마드 씨를 통해 용의자의 배경과 성향 등의 분석을 시도했다. 아마드 씨 역시 이 교수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두 번째 줄 아랍어를 복사해 입력할 때 생기는 미묘한 변화를 지적했다. 아마드 씨는 그러면서 협박 메시지는 '무슬림'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알라'가 들어간 글이나 상징물을 화장실에 가져가는 것을 금기시하는 무슬림 문화를 설명했다.



단서② 모조 폭발물 구성품 - 용의자는 '내국인 vs 외국인'?

모조 폭발물을 담고 있던 '화과자 상자'는 이번 사건의 중요한 단서 중 하나다. 구입경로를 통해 범인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러테러


해당 상자는 유명 제과점 제품의 포장 상자다. 공항 내 판매처는 단 한 곳뿐이다. 이 제품이 판매된 기간은 지난해 2월부터 연말까지로 확인됐다. 이 업체의 많은 제품이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등지로 수출되고 있지만 이 제품은 해외에서는 판매되지 않은 순수 내수용으로 밝혀졌다. 종합해 보면 용의자는 국내 거주하는 한국인 또는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단서③ 왜 화장실인가? - '계획범죄' 가능성 높다

1층 입국장의 유동인구는 1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입국장으로 나오는 여행객 8만 명, 이를 맞는 환영객과 상주 직원 7만여 명이다.

KBS가 직접 화장실과 가장 가까이 설치된 CCTV와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 20m로 확인됐다. 40만 화소의 CCTV로 식별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범행장소는 공항 입국장의 정중앙으로 공항을 빠져나가는 데 30초면 충분했다. 출입구만 나가면 전국을 연결하는 버스터미널도 있다.

테러테러


정리해보면 용의자는 '모조 폭발물'을 설치 장소로 유동인구가 많고 CCTV 사각지대인 곳, 그러면서 도주로 확보가 쉬운 곳을 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사전 답사 등을 했을 개연성도 높다.

세계 1위 공항, 대 테러 준비는 '미흡'

이번 '모조 폭발물' 설치는 '테러' 목적보다는 '협박'의 목적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테러 청정지대로 알려졌던 세계 1위 인천국제공항이 더는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의 수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 대테러 대비책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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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서로 본 인천공항 ‘테러 모방범죄’ 가능성
    • 입력 2016-02-03 18:22:10
    • 수정2016-02-03 18:31:35
    취재K
지난달 29일 오후 4시. 인천국제공항 1층 남자 화장실에서 발견된 '모조 폭발물' 수사가 답보 상태다. 경찰은 1차 지문감식을 통해 용의자 특정에 실패했다. 현재 화장실에서 22점의 지문을 다시 채취해 추가 감정을 시작했다.

인천공항 '모조 폭발물'…760명 행적 추적

범행 시간은 오후 12시에서 4시 사이로 좁혀졌다. 당일 정오, 화장실 청소를 담당했던 공항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사이 화장실을 이용한 사람도 760여 명으로 추려졌다. 경찰이 주변 CCTV 84개를 분석한 결과다. 경찰은 이들의 동선과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테러


'모조 폭발물'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대한 CCTV 분량과 지문 감식 실패 때문이다. 세계 1위 공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대담한 범행이 윤곽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KBS가 공개된 증거물을 토대로 현장 취재를 통해 주요 단서들을 추적해 분석해 봤다.

단서① 아랍어 협박문 - 이슬람 테러 조직 소행인가?

발견된 아랍어 협박문을 두고 "아랍어를 잘 아는 사람이다." 아니다 "인터넷 번역기를 이용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진행됐다.

KBS 취재결과 이 협박문은 '인터넷 번역기'를 이용한 것으로 테러리스트의 소행이 아닌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높았다.

테러


KBS는 아랍어와 지역 정세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 교수에게 '협박 메시지'에 대한 평가를 의뢰했다. 이 교수는 인터넷 번역기를 이용한 '비전문가'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어법에 맞지 않는 부분도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어를 넣어 번역기를 돌리자 협박문과 똑같은 아랍어가 확인됐다.

취재진은 이어 아랍어를 모국어로 하는 요르단 출신 아마드 씨를 통해 용의자의 배경과 성향 등의 분석을 시도했다. 아마드 씨 역시 이 교수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두 번째 줄 아랍어를 복사해 입력할 때 생기는 미묘한 변화를 지적했다. 아마드 씨는 그러면서 협박 메시지는 '무슬림'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알라'가 들어간 글이나 상징물을 화장실에 가져가는 것을 금기시하는 무슬림 문화를 설명했다.



단서② 모조 폭발물 구성품 - 용의자는 '내국인 vs 외국인'?

모조 폭발물을 담고 있던 '화과자 상자'는 이번 사건의 중요한 단서 중 하나다. 구입경로를 통해 범인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러


해당 상자는 유명 제과점 제품의 포장 상자다. 공항 내 판매처는 단 한 곳뿐이다. 이 제품이 판매된 기간은 지난해 2월부터 연말까지로 확인됐다. 이 업체의 많은 제품이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등지로 수출되고 있지만 이 제품은 해외에서는 판매되지 않은 순수 내수용으로 밝혀졌다. 종합해 보면 용의자는 국내 거주하는 한국인 또는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단서③ 왜 화장실인가? - '계획범죄' 가능성 높다

1층 입국장의 유동인구는 1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입국장으로 나오는 여행객 8만 명, 이를 맞는 환영객과 상주 직원 7만여 명이다.

KBS가 직접 화장실과 가장 가까이 설치된 CCTV와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 20m로 확인됐다. 40만 화소의 CCTV로 식별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범행장소는 공항 입국장의 정중앙으로 공항을 빠져나가는 데 30초면 충분했다. 출입구만 나가면 전국을 연결하는 버스터미널도 있다.

테러


정리해보면 용의자는 '모조 폭발물'을 설치 장소로 유동인구가 많고 CCTV 사각지대인 곳, 그러면서 도주로 확보가 쉬운 곳을 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사전 답사 등을 했을 개연성도 높다.

세계 1위 공항, 대 테러 준비는 '미흡'

이번 '모조 폭발물' 설치는 '테러' 목적보다는 '협박'의 목적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테러 청정지대로 알려졌던 세계 1위 인천국제공항이 더는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의 수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 대테러 대비책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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