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리포트] ③ 비싼 등록금에 “3년에 빚이 3000만 원”

입력 2016.02.07 (07:11) 수정 2018.07.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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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활 3년에 빚이 3000만원

H대 13학번 김민지씨는 대학생활 3년 만에 대출금이 3000만 원이 됐다. 3학년까지 여섯학기 동안 매번 등록금 350만 원에 생활비대출 150만 원을 받았더니 금세 3000만 원이 됐다.

아르바이트를 쉰 적도 없다.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에 빵집, 피자가게 등에서 꾸준히 일하면서 매달 50~60만 원씩을 벌어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

대출금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만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걱정이 밀려와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녀는 “취직 후 월급에서 70~80만원씩 상환하면서 몇년을 계속해서 갚아야 되는데 저축은 어떻게 하고 결혼은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이런 고민들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3조9000억 원까지 늘렸다는 국가장학금은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그녀의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집 때문에 장학금 혜택은 거의 못받았다. 그녀는 “매번 신청은 하는데 집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빚이 많아도 소득분위가 높게 나오더라”며 “부모님 생활은 윤택하지 않은데, 소득분위가 높게 잡혀서 국가장학금은 많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받았을 때 한 학기에 48만 원을 받았고, 3년 동안 받은 돈이 총 150만 원이 안 된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 열심히 벌어서 댔어도 학자금 대출 여전히 남아



올해 대학 3학년이 되는 K대 11학번 안희찬씨는 김씨보다는 빚이 적다. 아르바이트를 더 열심히했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후 그동안 한 아르바이트만 7가지다. 군 입대를 앞두고 휴학했을 때도 아르바이트는 쉬지 않았다. 노래방에서 새벽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하면 ‘극한알바’로 소문난 택배 상하차도 해봤다.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매 학기마다 35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 중 150만 원 가량씩을 냈다. 모은 돈을 등록금에 보태고 부족한 돈만 학자금 대출을 받은 덕에 2년 다니는 동안 생긴 빚이 650만 원 정도다.

대신 대학생활은 힘들었다. 안씨는 “수업은 평일에 해도 조별 과제 같은 건 주말에 하는 경우가 많아서 같은조 친구들한테 민폐도 많이 끼쳤다”며 “또 돈을 계속 신경쓰고 살아야 하니까 밥 먹을 때도 최대한 싼 메뉴만 찾고, 그러면서 성격도 변하는 것 같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둥바둥 살면서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참고 살았던 시간이 조금 후회되기도 했다. 그는 “어차피 빚이 생길 거였는데, 차라리 아르바이트 한 돈 모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할 걸 그랬다”며 “이제 남은 등록금은 다 학자금대출로 충당하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은 교환학생 갈 때 쓰고 싶다”고 말했다.

안씨 역시 정부가 마련한 국가장학금의 도움은 별로 받지 못했다. 그는 “입학 후 3학기 동안에는 소득 분위가 산정될 때 부채 상황이 반영이 안 돼 가지고 장학금을 하나도 못 받았다”며 “부채 상황 반영되고 나서 소득분위가 조금 떨어져 지난해 1학기에 40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은 소득에 연계해 가난할수록 많은 지원을 받는다. 그런데 정부가 초기에는 빚이 많은 상황은 반영하지 않고 소득분위를 파악하는 바람에 실제 가정형편은 어려웠지만 전혀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 반값등록금 실현 됐다는데..현실은 왜?

통상 한학기 400만 원 안팎인 등록금은 대학생들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다. 때문에 정부는 2012년부터 국가장학금을 신설해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는 전체 대학생 등록금 14조 원 중에 7조 원을 정부와 대학이 장학금으로 마련해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 반값등록금 정부 광고▲ 반값등록금 정부 광고


실제로 국내 대학생이 실제 부담해야 하는 돈이 전체 등록금의 절반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정부는 장학금을 소득과 연계해 저소득층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때문에 소득이 낮은 학생들은 수혜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대신 모든 학생이 반값등록금 정책의 수혜를 보는 건 아니다. 때문에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부담에 시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직접 만나본 대학생들 상당수는 등록금이 줄었다고 느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12학번 최혜은 학생은 “반값 등록금이라고 말을 하면 학교에서 내는 등록금 고지서에 반값이 딱 돼 있어야지 반값등록금인 건데, 여전히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지하철에서도 광고 하는데. 광고비로 차라리 장학금을 더 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려대 심리학과 11학번 이승준 학생은 "2011년에 냈던 등록금보다는 몇 만 원 줄어든 것은 맞다. 등록금을 내놓고 군대에 갔다 왔는데 내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내렸다. 하지만, 그 이후에 변동이 없다며 등록금 부담이 줄었다는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소득연계형 장학금이 실제로 정밀하게 소득을 측정하지 못해 엉뚱한 학생에게 수혜가 돌아간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혜수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실제로 외국에 부모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소득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것으로 잡혀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실제로 더 등록금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이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반값등록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라면서 "애초에 정부가 추진했던 반값등록금은 지금과 같은 형태의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소득이 적은 학생에 지원을 많이 하고, 소득이 많은 학생에겐 지원을 줄이는 정책이었는데, 반값등록금이라는 용어 때문에 오해가 생겼다는 얘기다.

아울러 반값등록금 완성 주장이 각 대학의 등록금 인상 시도에 빌미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는 "반값등록금이 완성됐다고해서 다시 올려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며 "완성됐다고해서 등록금을 올려버리면 등록금 총액이 올라가기 때문에 계속 동결 내지 인하를 해줘야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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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7-20 10: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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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활 3년에 빚이 3000만원 H대 13학번 김민지씨는 대학생활 3년 만에 대출금이 3000만 원이 됐다. 3학년까지 여섯학기 동안 매번 등록금 350만 원에 생활비대출 150만 원을 받았더니 금세 3000만 원이 됐다. 아르바이트를 쉰 적도 없다.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에 빵집, 피자가게 등에서 꾸준히 일하면서 매달 50~60만 원씩을 벌어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 대출금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만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걱정이 밀려와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녀는 “취직 후 월급에서 70~80만원씩 상환하면서 몇년을 계속해서 갚아야 되는데 저축은 어떻게 하고 결혼은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이런 고민들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3조9000억 원까지 늘렸다는 국가장학금은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그녀의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집 때문에 장학금 혜택은 거의 못받았다. 그녀는 “매번 신청은 하는데 집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빚이 많아도 소득분위가 높게 나오더라”며 “부모님 생활은 윤택하지 않은데, 소득분위가 높게 잡혀서 국가장학금은 많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받았을 때 한 학기에 48만 원을 받았고, 3년 동안 받은 돈이 총 150만 원이 안 된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 열심히 벌어서 댔어도 학자금 대출 여전히 남아
올해 대학 3학년이 되는 K대 11학번 안희찬씨는 김씨보다는 빚이 적다. 아르바이트를 더 열심히했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후 그동안 한 아르바이트만 7가지다. 군 입대를 앞두고 휴학했을 때도 아르바이트는 쉬지 않았다. 노래방에서 새벽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하면 ‘극한알바’로 소문난 택배 상하차도 해봤다.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매 학기마다 35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 중 150만 원 가량씩을 냈다. 모은 돈을 등록금에 보태고 부족한 돈만 학자금 대출을 받은 덕에 2년 다니는 동안 생긴 빚이 650만 원 정도다. 대신 대학생활은 힘들었다. 안씨는 “수업은 평일에 해도 조별 과제 같은 건 주말에 하는 경우가 많아서 같은조 친구들한테 민폐도 많이 끼쳤다”며 “또 돈을 계속 신경쓰고 살아야 하니까 밥 먹을 때도 최대한 싼 메뉴만 찾고, 그러면서 성격도 변하는 것 같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둥바둥 살면서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참고 살았던 시간이 조금 후회되기도 했다. 그는 “어차피 빚이 생길 거였는데, 차라리 아르바이트 한 돈 모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할 걸 그랬다”며 “이제 남은 등록금은 다 학자금대출로 충당하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은 교환학생 갈 때 쓰고 싶다”고 말했다. 안씨 역시 정부가 마련한 국가장학금의 도움은 별로 받지 못했다. 그는 “입학 후 3학기 동안에는 소득 분위가 산정될 때 부채 상황이 반영이 안 돼 가지고 장학금을 하나도 못 받았다”며 “부채 상황 반영되고 나서 소득분위가 조금 떨어져 지난해 1학기에 40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은 소득에 연계해 가난할수록 많은 지원을 받는다. 그런데 정부가 초기에는 빚이 많은 상황은 반영하지 않고 소득분위를 파악하는 바람에 실제 가정형편은 어려웠지만 전혀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 반값등록금 실현 됐다는데..현실은 왜? 통상 한학기 400만 원 안팎인 등록금은 대학생들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다. 때문에 정부는 2012년부터 국가장학금을 신설해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는 전체 대학생 등록금 14조 원 중에 7조 원을 정부와 대학이 장학금으로 마련해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 반값등록금 정부 광고 실제로 국내 대학생이 실제 부담해야 하는 돈이 전체 등록금의 절반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정부는 장학금을 소득과 연계해 저소득층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때문에 소득이 낮은 학생들은 수혜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대신 모든 학생이 반값등록금 정책의 수혜를 보는 건 아니다. 때문에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부담에 시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직접 만나본 대학생들 상당수는 등록금이 줄었다고 느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12학번 최혜은 학생은 “반값 등록금이라고 말을 하면 학교에서 내는 등록금 고지서에 반값이 딱 돼 있어야지 반값등록금인 건데, 여전히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지하철에서도 광고 하는데. 광고비로 차라리 장학금을 더 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려대 심리학과 11학번 이승준 학생은 "2011년에 냈던 등록금보다는 몇 만 원 줄어든 것은 맞다. 등록금을 내놓고 군대에 갔다 왔는데 내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내렸다. 하지만, 그 이후에 변동이 없다며 등록금 부담이 줄었다는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소득연계형 장학금이 실제로 정밀하게 소득을 측정하지 못해 엉뚱한 학생에게 수혜가 돌아간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혜수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실제로 외국에 부모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소득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것으로 잡혀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실제로 더 등록금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이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반값등록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라면서 "애초에 정부가 추진했던 반값등록금은 지금과 같은 형태의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소득이 적은 학생에 지원을 많이 하고, 소득이 많은 학생에겐 지원을 줄이는 정책이었는데, 반값등록금이라는 용어 때문에 오해가 생겼다는 얘기다. 아울러 반값등록금 완성 주장이 각 대학의 등록금 인상 시도에 빌미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는 "반값등록금이 완성됐다고해서 다시 올려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며 "완성됐다고해서 등록금을 올려버리면 등록금 총액이 올라가기 때문에 계속 동결 내지 인하를 해줘야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청년리포트 인터뷰 모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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