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출점보다 폐점이 더 어려운 이유는?

입력 2016.02.07 (09:05) 수정 2016.02.07 (09: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 역삼 1동. 강남역 사거리 한 모퉁이를 돌아 거리를 돌아다니며 편의점을 세어 보았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편의점이 많은 곳, 역삼 1동. 50여m를 채 걷지도 않았는데 다섯 개가 넘는 편의점을 만났습니다. 아무리 유동인구와 직장인이 많다고 해도, 이 편의점들이 다 장사가 되는 걸까?

편의점 문을 열고 점주들을 만나봤습니다. 6년째 이곳에서 편의점을 하고 있다는 점주가 말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는 것을 실감한다." 편의점 업계는 사상 최대치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건 어찌 된 일일까요?



■ 편의점이 늘어난다, 자꾸만 늘어난다

역삼 1동만 가지고 분석을 해봤습니다. 지난 2011년 역삼 1동의 인구는 3만 4천여 명, 편의점은 100여 개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의 편의점은 해마다 빠르게 늘어, 지난해 편의점 개수가 2백여 개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인구는 3만 4천8백여 명으로 크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인구는 같은데 편의점은 배가량 늘었으니, 그만큼 편의점들 사이의 경쟁은 치열해진 셈입니다.

본사는 점포 출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이익입니다.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들로부터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유리하고, 어차피 개별 점포로부터 받는 이익 배분율은 정해져 있으니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포를 늘려 브랜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수익을 얻기에 훨씬 좋습니다. 편의점 소비층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큰 폭으로 편의점들이 늘어나니, 결국 개별 점주들의 사정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는 해마다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1,800여 명으로까지 떨어졌습니다. 편의점 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은 점포당 인구수가 2,400여 명입니다. 우리나라는 점포당 인구수로는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지난해에만 2천 개가 넘는 편의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편의점 업계의 성장이 개별 편의점주들의 수익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 편의점주들의 손익계산서

그렇다면 실제로 편의점주들은 얼마를 팔아서 얼마 정도를 벌고 있는 걸까요? 지난 2013년 문을 열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채 씨를 찾았습니다. 원래 슈퍼를 하던 병채 씨는 편의점 사업이 전망이 있어 보여, 잘 되던 슈퍼를 접고 편의점 창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때 만난 업체가 홈플러스 365였습니다. 김 씨는 홈플러스가 매출액의 3%가량을 판매장려금으로 주기로 약속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이 유인책에 끌려, 홈플러스와 계약을 맺고 편의점을 열었습니다. ‘한 달에 2, 3백만 원 정도는 벌겠지.’ 생각하던 김 씨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김 씨에게는 ‘최악의 달’ 이었던 지난해 11월 김 씨 매장의 수익표를 들여다봤습니다. 매출액은 2천6백여만 원. 여기서 물건원가 천9백여만 원, 가맹 수수료 190만 원, 본사 영업 비용 120만 원을 뺍니다. 350만 원이 남습니다. 이 돈으로 상가 임대료 100만 원을 내고,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150만 원을 지불합니다. 남는 돈 100만 원으로 전기와 가스 등 공과금 60만 원을 냅니다. 손에 쥐는 돈이 40만 원입니다. 도저히 생계가 불가능합니다.

김 씨는 더 이상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정산서를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돈이 새고 있는가?

가장 먼저 본사가 약속한 판매장려금부터 살펴보았습니다. 계약 당시에는 분명히 매출액의 3%를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비율은 해마다 떨어져 지난해에는 1%대에 그쳤고, 최근에는 그 비율이 1%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계약 당시 본사가 제시했던 수익도, 약속했던 장려책도 지켜지지 않은 것에 김 씨는 분노했습니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 김씨가 정산표를 보며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 허울뿐인 판매 장려금

편의점 업계가 출점 경쟁을 하다 보니, 후발 편의점 업체들은 점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 가지 유인책을 쓰게 됩니다. 이 가운데 하나가 판매장려금입니다.

지난 2011년 편의점 업계에 뛰어든 홈플러스의 경우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점주들에게 판매장려금 형태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점주들을 끌어모았습니다. 홈플러스 365 편의점주들이 입수한 본사 자료를 보면, 본사는 매출액의 3%를 따로 떼어내 계상을 해두고, 실제로 그 액수보다 적게 지급한 판매장려금과의 차액까지 계산해두었습니다. "약속은 해놓고 실제 지급한 금액은 달랐다. 그 차액은 회사가 챙겼다. 우리를 속였다."라는 점주들의 반발이 나올만합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판매장려금을 준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얼마만큼의 비율로 줄지를 약속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편의점주들이 입수한 문서는 정식 회계자료가 아니며, 회계 담당 직원이 임의로 작성한 서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홈플러스 점주들은 200여 개의 홈플러스 365 편의점주들 가운데 70%가량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본사를 상대로 판매장려금 문제를 놓고 정식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점주들의 임시총회에서, 그리고 1인 시위 장소에서 대한민국 많은 소시민 가장들의 눈물을 봤습니다. 그들은 절박해 보였고, 출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 문 닫기는 더 어렵다

이렇게 사정이 어려워진 편의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을 닫아야 합니다. 하지만, 문을 닫는 것은 문을 여는 것보다 어려워 보였습니다. 폐점을 하려면 본사에 지불해야 하는 돈이 있습니다. 점포별 운영 기간에 따라 한달 평균 이익 배분 금액의 6배에서 12배까지를 물어야 합니다. 이른바 위약금입니다. 여기에 집기 철거비, 시설 손해배상비까지 모두 내야 합니다. 아무리 적어도 수천만 원 단위입니다.

지난해 8월 편의점 문을 열었다가 최근 폐점을 준비하고 있는 이 모 씨를 만났습니다. 이 분의 사정도 딱했습니다. 물건 원가와 가게 임대료를 제한 수익이 300만 원. 이 비용으로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300만 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이런 수익 상태가 개업 이후 지금까지 계속돼왔습니다.

지금 폐점을 하면 5천6백여만 원에 달하는 돈을 본사에 물어야 합니다. 초기 투자금 6천5백만 원을 대부분 잃게 되는 셈입니다. 평생 조금씩 조금씩 애써가며 모은 돈으로 큰 맘 먹고 투자한 사업인데, 너무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된 상황인 겁니다. 이 씨는 좌절감을 떨쳐내기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폐점을 하려는 편의점주들은 제각기 다른 사연으로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서울 번동에서 만난 추미향 씨는 이 씨보다 사정이 더 나빴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기준보다 훨씬 더 큰 위약금을 물어야 할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추 씨는 편의점을 하는 내내 적자에 시달렸고, 지병인 허리 디스크로 고통받아 왔습니다. 추 씨는 편의점을 양도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본사에 피력했지만, 본사는 이 요구를 받아들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추씨가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러 편의점을 비운 사이, 추 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습니다. 그동안의 미납금이 많고, 본사와의 합의 없이 편의점 문을 닫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추 씨는 12개월 치의 평균 이익 배분 금액과 시설 위약금, 철거비 등을 본사에 내야 합니다. 본사는 위약금으로 추 씨에게 9천여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통상적인 위약금 기준으로는 6개월 치의 위약금을 내면 되는데, 추 씨는 이 기준의 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본사에 물어봤습니다.

본사는 해당 점포의 경우 서로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주의 귀책사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만큼, 더 많은 위약금을 부과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실질적인 편의점 운영자가 추 씨가 아닌 추 씨의 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편의점을 한 지 2년여. 추 씨에게 남은 것은 빚뿐입니다. 추 씨는 자신이 지병으로 경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가 계약 해지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는 점은 부당하다고 항변했습니다. 이와 함께 본사를 상대로 소송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요.



■ 본사의 관심은 본사의 이익이다

편의점 본사는 성장을 위해 가맹점의 숫자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사는 점주가 우선이 아니라 본사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경쟁적으로 점포를 확장하는 업계의 행태를 규제할 수 있기 위해, 거리 제한 기준 등의 법령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이와 함께 계약 해지가 가맹본부에 유리하게 되어있는 점, 대표적으로 본부가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기준 등이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점주들이 피해를 보기 쉬운 점 등은 꼭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아직 제도가 미흡하다면 그 제도를 탓하지만 말고, 현 상황 안에서 점주들이 스스로 자신의 밥그릇을 찾아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였습니다. 계약서, 정산서 등 수많은 서류 앞에서 꼼꼼하고 날카로운 이성을 발휘해 손해가 될 계약은 절대 하지 말고, 스스로 사전에 상권 조사를 철저히 해서 ‘망할 사업’은 시작하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전국에 2만 8천여 개의 편의점이 있습니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수많은 가맹사업에 뛰어든 많은 소시민이 있습니다. 당장 내일의 생계조차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고심하고 있는 자영업자들.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아버지인 그분들의 눈물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관 기사]

☞ [취재파일K] 매출도, 폐점도 급증·편의점 속사정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출점보다 폐점이 더 어려운 이유는?
    • 입력 2016-02-07 09:05:38
    • 수정2016-02-07 09:17:15
    취재후·사건후
서울 역삼 1동. 강남역 사거리 한 모퉁이를 돌아 거리를 돌아다니며 편의점을 세어 보았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편의점이 많은 곳, 역삼 1동. 50여m를 채 걷지도 않았는데 다섯 개가 넘는 편의점을 만났습니다. 아무리 유동인구와 직장인이 많다고 해도, 이 편의점들이 다 장사가 되는 걸까? 편의점 문을 열고 점주들을 만나봤습니다. 6년째 이곳에서 편의점을 하고 있다는 점주가 말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는 것을 실감한다." 편의점 업계는 사상 최대치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건 어찌 된 일일까요?
■ 편의점이 늘어난다, 자꾸만 늘어난다 역삼 1동만 가지고 분석을 해봤습니다. 지난 2011년 역삼 1동의 인구는 3만 4천여 명, 편의점은 100여 개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의 편의점은 해마다 빠르게 늘어, 지난해 편의점 개수가 2백여 개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인구는 3만 4천8백여 명으로 크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인구는 같은데 편의점은 배가량 늘었으니, 그만큼 편의점들 사이의 경쟁은 치열해진 셈입니다. 본사는 점포 출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이익입니다.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들로부터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유리하고, 어차피 개별 점포로부터 받는 이익 배분율은 정해져 있으니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포를 늘려 브랜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수익을 얻기에 훨씬 좋습니다. 편의점 소비층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큰 폭으로 편의점들이 늘어나니, 결국 개별 점주들의 사정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는 해마다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1,800여 명으로까지 떨어졌습니다. 편의점 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은 점포당 인구수가 2,400여 명입니다. 우리나라는 점포당 인구수로는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지난해에만 2천 개가 넘는 편의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편의점 업계의 성장이 개별 편의점주들의 수익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 편의점주들의 손익계산서 그렇다면 실제로 편의점주들은 얼마를 팔아서 얼마 정도를 벌고 있는 걸까요? 지난 2013년 문을 열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채 씨를 찾았습니다. 원래 슈퍼를 하던 병채 씨는 편의점 사업이 전망이 있어 보여, 잘 되던 슈퍼를 접고 편의점 창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때 만난 업체가 홈플러스 365였습니다. 김 씨는 홈플러스가 매출액의 3%가량을 판매장려금으로 주기로 약속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이 유인책에 끌려, 홈플러스와 계약을 맺고 편의점을 열었습니다. ‘한 달에 2, 3백만 원 정도는 벌겠지.’ 생각하던 김 씨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김 씨에게는 ‘최악의 달’ 이었던 지난해 11월 김 씨 매장의 수익표를 들여다봤습니다. 매출액은 2천6백여만 원. 여기서 물건원가 천9백여만 원, 가맹 수수료 190만 원, 본사 영업 비용 120만 원을 뺍니다. 350만 원이 남습니다. 이 돈으로 상가 임대료 100만 원을 내고,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150만 원을 지불합니다. 남는 돈 100만 원으로 전기와 가스 등 공과금 60만 원을 냅니다. 손에 쥐는 돈이 40만 원입니다. 도저히 생계가 불가능합니다. 김 씨는 더 이상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정산서를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돈이 새고 있는가? 가장 먼저 본사가 약속한 판매장려금부터 살펴보았습니다. 계약 당시에는 분명히 매출액의 3%를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비율은 해마다 떨어져 지난해에는 1%대에 그쳤고, 최근에는 그 비율이 1%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계약 당시 본사가 제시했던 수익도, 약속했던 장려책도 지켜지지 않은 것에 김 씨는 분노했습니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 김씨가 정산표를 보며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 허울뿐인 판매 장려금 편의점 업계가 출점 경쟁을 하다 보니, 후발 편의점 업체들은 점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 가지 유인책을 쓰게 됩니다. 이 가운데 하나가 판매장려금입니다. 지난 2011년 편의점 업계에 뛰어든 홈플러스의 경우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점주들에게 판매장려금 형태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점주들을 끌어모았습니다. 홈플러스 365 편의점주들이 입수한 본사 자료를 보면, 본사는 매출액의 3%를 따로 떼어내 계상을 해두고, 실제로 그 액수보다 적게 지급한 판매장려금과의 차액까지 계산해두었습니다. "약속은 해놓고 실제 지급한 금액은 달랐다. 그 차액은 회사가 챙겼다. 우리를 속였다."라는 점주들의 반발이 나올만합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판매장려금을 준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얼마만큼의 비율로 줄지를 약속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편의점주들이 입수한 문서는 정식 회계자료가 아니며, 회계 담당 직원이 임의로 작성한 서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홈플러스 점주들은 200여 개의 홈플러스 365 편의점주들 가운데 70%가량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본사를 상대로 판매장려금 문제를 놓고 정식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점주들의 임시총회에서, 그리고 1인 시위 장소에서 대한민국 많은 소시민 가장들의 눈물을 봤습니다. 그들은 절박해 보였고, 출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 문 닫기는 더 어렵다 이렇게 사정이 어려워진 편의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을 닫아야 합니다. 하지만, 문을 닫는 것은 문을 여는 것보다 어려워 보였습니다. 폐점을 하려면 본사에 지불해야 하는 돈이 있습니다. 점포별 운영 기간에 따라 한달 평균 이익 배분 금액의 6배에서 12배까지를 물어야 합니다. 이른바 위약금입니다. 여기에 집기 철거비, 시설 손해배상비까지 모두 내야 합니다. 아무리 적어도 수천만 원 단위입니다. 지난해 8월 편의점 문을 열었다가 최근 폐점을 준비하고 있는 이 모 씨를 만났습니다. 이 분의 사정도 딱했습니다. 물건 원가와 가게 임대료를 제한 수익이 300만 원. 이 비용으로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300만 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이런 수익 상태가 개업 이후 지금까지 계속돼왔습니다. 지금 폐점을 하면 5천6백여만 원에 달하는 돈을 본사에 물어야 합니다. 초기 투자금 6천5백만 원을 대부분 잃게 되는 셈입니다. 평생 조금씩 조금씩 애써가며 모은 돈으로 큰 맘 먹고 투자한 사업인데, 너무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된 상황인 겁니다. 이 씨는 좌절감을 떨쳐내기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폐점을 하려는 편의점주들은 제각기 다른 사연으로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서울 번동에서 만난 추미향 씨는 이 씨보다 사정이 더 나빴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기준보다 훨씬 더 큰 위약금을 물어야 할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추 씨는 편의점을 하는 내내 적자에 시달렸고, 지병인 허리 디스크로 고통받아 왔습니다. 추 씨는 편의점을 양도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본사에 피력했지만, 본사는 이 요구를 받아들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추씨가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러 편의점을 비운 사이, 추 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습니다. 그동안의 미납금이 많고, 본사와의 합의 없이 편의점 문을 닫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추 씨는 12개월 치의 평균 이익 배분 금액과 시설 위약금, 철거비 등을 본사에 내야 합니다. 본사는 위약금으로 추 씨에게 9천여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통상적인 위약금 기준으로는 6개월 치의 위약금을 내면 되는데, 추 씨는 이 기준의 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본사에 물어봤습니다. 본사는 해당 점포의 경우 서로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주의 귀책사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만큼, 더 많은 위약금을 부과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실질적인 편의점 운영자가 추 씨가 아닌 추 씨의 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편의점을 한 지 2년여. 추 씨에게 남은 것은 빚뿐입니다. 추 씨는 자신이 지병으로 경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가 계약 해지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는 점은 부당하다고 항변했습니다. 이와 함께 본사를 상대로 소송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요.
■ 본사의 관심은 본사의 이익이다 편의점 본사는 성장을 위해 가맹점의 숫자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사는 점주가 우선이 아니라 본사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경쟁적으로 점포를 확장하는 업계의 행태를 규제할 수 있기 위해, 거리 제한 기준 등의 법령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이와 함께 계약 해지가 가맹본부에 유리하게 되어있는 점, 대표적으로 본부가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기준 등이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점주들이 피해를 보기 쉬운 점 등은 꼭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아직 제도가 미흡하다면 그 제도를 탓하지만 말고, 현 상황 안에서 점주들이 스스로 자신의 밥그릇을 찾아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였습니다. 계약서, 정산서 등 수많은 서류 앞에서 꼼꼼하고 날카로운 이성을 발휘해 손해가 될 계약은 절대 하지 말고, 스스로 사전에 상권 조사를 철저히 해서 ‘망할 사업’은 시작하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전국에 2만 8천여 개의 편의점이 있습니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수많은 가맹사업에 뛰어든 많은 소시민이 있습니다. 당장 내일의 생계조차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고심하고 있는 자영업자들.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아버지인 그분들의 눈물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관 기사] ☞ [취재파일K] 매출도, 폐점도 급증·편의점 속사정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