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아이들은 징검다리를 건너며 ‘알고리즘’을 배운다

입력 2016.02.10 (08:05) 수정 2016.02.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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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해크니 지역의 우드베리다운 초등학교에서 5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컴퓨팅 사이언스 교육을 하는 영상이다. 컴퓨팅 사이언스 교육이지만 컴퓨터가 없이 하는 ‘언플러그드’ 교육이다. 여기서 컴퓨팅 사이언스 교육이란 한국에서 얘기하는 넓은 의미의 SW교육으로 알고리즘, 코딩 등을 통해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배우고, 궁극적으로 컴퓨터적인 생각(computational thinking)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교육을 말한다.

아이들은 ‘직진’, ‘후진’, ‘좌회전’, ‘우회전’ 등 설정한 방향에 따라 움직여보면서 특정 대상이 원하는 지점으로 도달하게 만드는 방법을 몸소 익히고 있다. 규칙에 따라 순차적으로 움직이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인데, 이른바 ‘알고리즘’을 체험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드베리다운 초등학교▲ 우드베리다운 초등학교


영상에 등장하는 우드베리다운 초등학교의 컴퓨팅 사이언스 담당교사 브래들리 다디스(Bradley Dardis)는 “학생들이 어릴수록 알고리즘 등을 통한 논리적 사고를 더 잘 받아들이고 흡수한다”며 “이를 통해 길러진 논리적 사고는 문제해결능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를 다른 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교사를 가르칠 수 있는 ‘2급 마스터 티처’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같은 자격을 보유한 교사는 영국 전역에서 450명뿐이다.

◆ 5살 vs 5학년 같은 거 배워도 되나요?

우리는 어떨까? 우리도 물론 이 같은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 사실 이 같은 훈련은 이미 유명한 SW교육 방법의 하나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이 같은 교육을 5학년에나 배우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정확히는 3년이 지난 후부터다.

▲ 마인크래프트를 통한 SW교육 장면 (출처=코드닷오알지 홈페이지)▲ 마인크래프트를 통한 SW교육 장면 (출처=코드닷오알지 홈페이지)


영국은 2년 전부터 모든 초·중등학교의 전 학년에 일주일에 한 시간씩 컴퓨팅(SW교육) 과목을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위 영상에 등장한 아이들은 심지어 1학년 이전 단계의 만 5세 어린이들이지만 알고리즘을 익힌다.

우리도 2년 후인 2018년부터 SW교육이 정규교과에 편성된다. 그렇지만 초등학교의 경우 5~6학년 교과 과정의 실과 과목에 17시간을 교육하도록 했는데, 이는 2019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5학년과 6학년 2년 동안 총 17시간을 배우면 된다.

정규교과에 편성됐다지만 1학년부터 전 학년이 매주 1시간씩 배우는 영국과는 차이가 크다. 그리고 이는 겉으로 드러난 수치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영국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SW교육을 받으면서 순차적으로 기초부터 배울 수 있다. 또 교사들도 과정 하나하나에 집중해 가르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부족한 만큼 ‘수박 겉핥기’식 교육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SW교육을 정규과정에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모든 11살 아이들에게 무상 지원되는 ‘마이크로비트’

SW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교보재다. 어떤 교보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교보재는 비용과 직결되기도 한다.

영국 BBC는 지난해 영국의 모든 11살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마이크로비트’를 나눠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SW교육용 교보재인 마이크로비트는 뒷면에 25개의 LED전구를 탑재한 4x5cm 크기의 초소형 컴퓨터다. 학생들은 마이크로비트를 가지고 간단한 작업을 거쳐 LED전구로 문자나 숫자를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쉽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익히게 된다.

▲ 교사들에게 제공되는 마이크로비트 안내서▲ 교사들에게 제공되는 마이크로비트 안내서


BBC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전자 등 세계적 기업과 제휴를 맺고 오랜 개발 기간을 거쳐 마이크로비트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를 특정 학년의 모든 학생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

사회 전체가 나서 SW교육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고, 한국 SW교육 교사와 학생들이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가장 큰 고민은 양질의 SW교육 교사 확보

SW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학생들에게 이를 가르쳐야 하는 교사다. 교사의 질은 교육의 질로 직결된다. 어떻게 ‘SW교육을 위해 잘 훈련된 교사를 확보할 것인가’는 영국 학교들이 지금도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도 SW교육 우수학교로 손꼽히는 타운리 그래마 스쿨의 교장 데스몬드 드한(Desmond Deehan)도 SW교육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이 뭐냐는 질문에 “뛰어난 SW교육 전문 선생님을 찾아내는 일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에 영국은 영국컴퓨터협회(BCS), 코드클럽 등 준정부기관이나 민간단체들이 앞장서 SW교육 교사 양성에 나서고 있다. SW교육 전문가가 자원봉사자로 나서 선생님들을 교육하기도 하고, SW교육 능력이 뛰어난 교사들이 다른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 문제는 당장 2년 후부터 SW교육 정규교과 편성을 눈앞에 둔 우리도 마찬가지다. 교사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무과정이 시작되면 제대로 SW교육이 자리 잡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 선생님들이 SW교육을 해야 하는 만큼 최대한 많은 교사에게 SW교육에 대한 연수를 시행하고, 담당 교사가 SW교육을 맡게 될 중학교는 교사 추가 확충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교육부는 2018년까지 전체 초등학교 교사의 30%인 6만 명을 대상으로 SW교육에 대한 직무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학교는 정보 과목을 맡고 있거나 ‘정보·컴퓨터’ 자격증을 보유한 교사 1800명을 대상으로 심화연수를 진행한다.

영국은 이미 2년 전부터 전 학년에 SW교육을 의무화하면서 손꼽히는 SW교육 강국이 됐다. 후발주자 한국이 영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영국이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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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아이들은 징검다리를 건너며 ‘알고리즘’을 배운다
    • 입력 2016-02-10 08:05:01
    • 수정2016-02-10 08:15:15
    국제


영국 런던 해크니 지역의 우드베리다운 초등학교에서 5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컴퓨팅 사이언스 교육을 하는 영상이다. 컴퓨팅 사이언스 교육이지만 컴퓨터가 없이 하는 ‘언플러그드’ 교육이다. 여기서 컴퓨팅 사이언스 교육이란 한국에서 얘기하는 넓은 의미의 SW교육으로 알고리즘, 코딩 등을 통해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배우고, 궁극적으로 컴퓨터적인 생각(computational thinking)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교육을 말한다.

아이들은 ‘직진’, ‘후진’, ‘좌회전’, ‘우회전’ 등 설정한 방향에 따라 움직여보면서 특정 대상이 원하는 지점으로 도달하게 만드는 방법을 몸소 익히고 있다. 규칙에 따라 순차적으로 움직이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인데, 이른바 ‘알고리즘’을 체험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드베리다운 초등학교


영상에 등장하는 우드베리다운 초등학교의 컴퓨팅 사이언스 담당교사 브래들리 다디스(Bradley Dardis)는 “학생들이 어릴수록 알고리즘 등을 통한 논리적 사고를 더 잘 받아들이고 흡수한다”며 “이를 통해 길러진 논리적 사고는 문제해결능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를 다른 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교사를 가르칠 수 있는 ‘2급 마스터 티처’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같은 자격을 보유한 교사는 영국 전역에서 450명뿐이다.

◆ 5살 vs 5학년 같은 거 배워도 되나요?

우리는 어떨까? 우리도 물론 이 같은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 사실 이 같은 훈련은 이미 유명한 SW교육 방법의 하나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이 같은 교육을 5학년에나 배우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정확히는 3년이 지난 후부터다.

▲ 마인크래프트를 통한 SW교육 장면 (출처=코드닷오알지 홈페이지)


영국은 2년 전부터 모든 초·중등학교의 전 학년에 일주일에 한 시간씩 컴퓨팅(SW교육) 과목을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위 영상에 등장한 아이들은 심지어 1학년 이전 단계의 만 5세 어린이들이지만 알고리즘을 익힌다.

우리도 2년 후인 2018년부터 SW교육이 정규교과에 편성된다. 그렇지만 초등학교의 경우 5~6학년 교과 과정의 실과 과목에 17시간을 교육하도록 했는데, 이는 2019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5학년과 6학년 2년 동안 총 17시간을 배우면 된다.

정규교과에 편성됐다지만 1학년부터 전 학년이 매주 1시간씩 배우는 영국과는 차이가 크다. 그리고 이는 겉으로 드러난 수치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영국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SW교육을 받으면서 순차적으로 기초부터 배울 수 있다. 또 교사들도 과정 하나하나에 집중해 가르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부족한 만큼 ‘수박 겉핥기’식 교육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SW교육을 정규과정에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모든 11살 아이들에게 무상 지원되는 ‘마이크로비트’

SW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교보재다. 어떤 교보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교보재는 비용과 직결되기도 한다.

영국 BBC는 지난해 영국의 모든 11살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마이크로비트’를 나눠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SW교육용 교보재인 마이크로비트는 뒷면에 25개의 LED전구를 탑재한 4x5cm 크기의 초소형 컴퓨터다. 학생들은 마이크로비트를 가지고 간단한 작업을 거쳐 LED전구로 문자나 숫자를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쉽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익히게 된다.

▲ 교사들에게 제공되는 마이크로비트 안내서


BBC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전자 등 세계적 기업과 제휴를 맺고 오랜 개발 기간을 거쳐 마이크로비트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를 특정 학년의 모든 학생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

사회 전체가 나서 SW교육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고, 한국 SW교육 교사와 학생들이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가장 큰 고민은 양질의 SW교육 교사 확보

SW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학생들에게 이를 가르쳐야 하는 교사다. 교사의 질은 교육의 질로 직결된다. 어떻게 ‘SW교육을 위해 잘 훈련된 교사를 확보할 것인가’는 영국 학교들이 지금도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도 SW교육 우수학교로 손꼽히는 타운리 그래마 스쿨의 교장 데스몬드 드한(Desmond Deehan)도 SW교육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이 뭐냐는 질문에 “뛰어난 SW교육 전문 선생님을 찾아내는 일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에 영국은 영국컴퓨터협회(BCS), 코드클럽 등 준정부기관이나 민간단체들이 앞장서 SW교육 교사 양성에 나서고 있다. SW교육 전문가가 자원봉사자로 나서 선생님들을 교육하기도 하고, SW교육 능력이 뛰어난 교사들이 다른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 문제는 당장 2년 후부터 SW교육 정규교과 편성을 눈앞에 둔 우리도 마찬가지다. 교사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무과정이 시작되면 제대로 SW교육이 자리 잡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 선생님들이 SW교육을 해야 하는 만큼 최대한 많은 교사에게 SW교육에 대한 연수를 시행하고, 담당 교사가 SW교육을 맡게 될 중학교는 교사 추가 확충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교육부는 2018년까지 전체 초등학교 교사의 30%인 6만 명을 대상으로 SW교육에 대한 직무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학교는 정보 과목을 맡고 있거나 ‘정보·컴퓨터’ 자격증을 보유한 교사 1800명을 대상으로 심화연수를 진행한다.

영국은 이미 2년 전부터 전 학년에 SW교육을 의무화하면서 손꼽히는 SW교육 강국이 됐다. 후발주자 한국이 영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영국이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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