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통야당” vs “새로운야당”…광주는 고민 중
입력 2016.02.10 (10:27)
수정 2016.02.10 (10: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뒤 첫 주말 광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5·18 민주묘지 앞에 무릎을 꿇고 신군부 시절, 자신의 국보위 참여 경력에 대해 사죄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취임 뒤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 5·18 민주묘지부터 찾아 무능한 더불어민주당을 넘어 호남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대안 야당을 만들라는 것이 광주의 명령이라고 역설했다.

'야당 텃밭' 광주 민심이 바라보는 두 야당은?
역대 선거에서 야권에 몰표를 준 호남을 흔히들 '야당 텃밭'이라고 부른다. 호남 표심을 기반으로 정권을 잡거나 제1 야당 지위를 갖췄고, 신생 정당의 기틀을 마련하니 호남민심에 이렇듯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을 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순리이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를 맞아 둘러본 광주 민심은 정치라는 단어 자체에 신물이 난 듯 보였다. 먼저 광주 양동시장을 찾았다. 모처럼 활기를 찾은 상인들에게 "어느 당을 마음에 두고 계시냐?"고 묻자 금세 표정이 굳어졌다.
"이제는 호남이라고 해서 무조건 (더불어)민주당을 찍는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메아리처럼 들릴 정도로 그 동안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제1 야당에 대한 반감이 강해 보였다.
30년 째 생선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이님 할머니는 "그래도 광주는 민주당을 살려야제"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박 할머니가 당황했다. 옆에 있던 아들이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힌트를 주자, "그라제, 미워도 다시 한번이제"라며 박장대소했다. 박 할머니의 웃는 얼굴을 보며 저마다 '호남 민심', '호남 민심'을 외치며 분열해온 야당의 모습이 머릿속에 오버랩됐다.
제1 야당에 실망해 국민의 당을 지켜보고 있다는 상인들도 썩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아직 당이 생긴지 얼마 안됐고,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에서 였다. 찐빵집을 운영하는 정영애 씨는 현재로서는 국민의당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 총선이 두 달 남았으니 지켜보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 당이든 당을 떠나 희망이 보이는 당을 뽑아주고 싶다고 했다. 찐빵을 팔며 건성건성 인터뷰에 응하는 듯 보였던 정 씨의 말 속에서도 한 표를 소중하게 행사하겠다는 광주 시민의 의지가 엿보였다.
선거 때마다 몰표를 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강한 서운함을 내비치면서도, 그렇다고 호남의 새 맹주가 되겠다며 공을 들이는 국민의 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도 결국은 총선까지 두 달 여 동안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의견들이 대세였다.
다음 행선지는 젊음의 거리인 금남로였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지만, 광주가 고향이라는 대학생 최민호 씨는 "여당이 하는 정책에 반대만 했지,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의 문제점을 보다 냉철하게 지적했다.
커피숍에서 만난 대학생 이보미 씨는 국민의 당 대표인 안철수 의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의견 차를 극복하지 못해 탈당한 사람이 당을 만든다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아픈 지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8석을 모두 차지하고 있던 광주는 6명이 탈당해 국민의 당으로 옮겨가면서 양강구도가 형성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에서 다른 당에게 거센 도전에 직면한 건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이다.

광주 민심은 아직 '고민중'
안철수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 직후 이른바 '안풍(安風)'이 다시 불면서 수직상승했던 국민의 당 지지율은 문재인 전 대표 사퇴와 외부 인사 영입 등 '더민주'의 노력과 맞물려 현재 '더민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상황만 본다면 말 그대로 접전 양상이다. '더민주' 의원들의 탈당 러시도 주춤한 지 오래다.
'더민주'는 최근 영입한 인지도 있는 인물들을 탈당한 의원들 지역구에 이른바 표적 공천해 반격할 태세다. 국민의 당도 '뉴DJ'라고 일컫는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볼썽사나운 내분을 보여온 '더민주', 시작부터 현역 의원들과 안철수 대표 측근 그룹 간 알력 다툼을 보였던 국민의 당을 바라보는 호남 민심은 그다지 달갑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 당의 한 당직자는 초반 지지율 중 상당 비율이 무당층으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아직 관망 중인 호남 민심은 두 달 뒤 어느 당의 손을 들어줄까? 그 답은 두 야당이 던지는 화두의 진정성에 담겨있다.
[연관 기사] ☞ [르포] 현역 vs 진박…대구 민심은 어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취임 뒤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 5·18 민주묘지부터 찾아 무능한 더불어민주당을 넘어 호남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대안 야당을 만들라는 것이 광주의 명령이라고 역설했다.

'야당 텃밭' 광주 민심이 바라보는 두 야당은?
역대 선거에서 야권에 몰표를 준 호남을 흔히들 '야당 텃밭'이라고 부른다. 호남 표심을 기반으로 정권을 잡거나 제1 야당 지위를 갖췄고, 신생 정당의 기틀을 마련하니 호남민심에 이렇듯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을 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순리이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를 맞아 둘러본 광주 민심은 정치라는 단어 자체에 신물이 난 듯 보였다. 먼저 광주 양동시장을 찾았다. 모처럼 활기를 찾은 상인들에게 "어느 당을 마음에 두고 계시냐?"고 묻자 금세 표정이 굳어졌다.
"이제는 호남이라고 해서 무조건 (더불어)민주당을 찍는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메아리처럼 들릴 정도로 그 동안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제1 야당에 대한 반감이 강해 보였다.
30년 째 생선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이님 할머니는 "그래도 광주는 민주당을 살려야제"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박 할머니가 당황했다. 옆에 있던 아들이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힌트를 주자, "그라제, 미워도 다시 한번이제"라며 박장대소했다. 박 할머니의 웃는 얼굴을 보며 저마다 '호남 민심', '호남 민심'을 외치며 분열해온 야당의 모습이 머릿속에 오버랩됐다.
제1 야당에 실망해 국민의 당을 지켜보고 있다는 상인들도 썩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아직 당이 생긴지 얼마 안됐고,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에서 였다. 찐빵집을 운영하는 정영애 씨는 현재로서는 국민의당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 총선이 두 달 남았으니 지켜보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 당이든 당을 떠나 희망이 보이는 당을 뽑아주고 싶다고 했다. 찐빵을 팔며 건성건성 인터뷰에 응하는 듯 보였던 정 씨의 말 속에서도 한 표를 소중하게 행사하겠다는 광주 시민의 의지가 엿보였다.
선거 때마다 몰표를 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강한 서운함을 내비치면서도, 그렇다고 호남의 새 맹주가 되겠다며 공을 들이는 국민의 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도 결국은 총선까지 두 달 여 동안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의견들이 대세였다.
다음 행선지는 젊음의 거리인 금남로였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지만, 광주가 고향이라는 대학생 최민호 씨는 "여당이 하는 정책에 반대만 했지,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의 문제점을 보다 냉철하게 지적했다.
커피숍에서 만난 대학생 이보미 씨는 국민의 당 대표인 안철수 의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의견 차를 극복하지 못해 탈당한 사람이 당을 만든다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아픈 지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8석을 모두 차지하고 있던 광주는 6명이 탈당해 국민의 당으로 옮겨가면서 양강구도가 형성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에서 다른 당에게 거센 도전에 직면한 건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이다.

광주 민심은 아직 '고민중'
안철수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 직후 이른바 '안풍(安風)'이 다시 불면서 수직상승했던 국민의 당 지지율은 문재인 전 대표 사퇴와 외부 인사 영입 등 '더민주'의 노력과 맞물려 현재 '더민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상황만 본다면 말 그대로 접전 양상이다. '더민주' 의원들의 탈당 러시도 주춤한 지 오래다.
'더민주'는 최근 영입한 인지도 있는 인물들을 탈당한 의원들 지역구에 이른바 표적 공천해 반격할 태세다. 국민의 당도 '뉴DJ'라고 일컫는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볼썽사나운 내분을 보여온 '더민주', 시작부터 현역 의원들과 안철수 대표 측근 그룹 간 알력 다툼을 보였던 국민의 당을 바라보는 호남 민심은 그다지 달갑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 당의 한 당직자는 초반 지지율 중 상당 비율이 무당층으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아직 관망 중인 호남 민심은 두 달 뒤 어느 당의 손을 들어줄까? 그 답은 두 야당이 던지는 화두의 진정성에 담겨있다.
[연관 기사] ☞ [르포] 현역 vs 진박…대구 민심은 어디로?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르포] “정통야당” vs “새로운야당”…광주는 고민 중
-
- 입력 2016-02-10 10:27:46
- 수정2016-02-10 10:28:37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뒤 첫 주말 광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5·18 민주묘지 앞에 무릎을 꿇고 신군부 시절, 자신의 국보위 참여 경력에 대해 사죄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취임 뒤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 5·18 민주묘지부터 찾아 무능한 더불어민주당을 넘어 호남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대안 야당을 만들라는 것이 광주의 명령이라고 역설했다.

'야당 텃밭' 광주 민심이 바라보는 두 야당은?
역대 선거에서 야권에 몰표를 준 호남을 흔히들 '야당 텃밭'이라고 부른다. 호남 표심을 기반으로 정권을 잡거나 제1 야당 지위를 갖췄고, 신생 정당의 기틀을 마련하니 호남민심에 이렇듯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을 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순리이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를 맞아 둘러본 광주 민심은 정치라는 단어 자체에 신물이 난 듯 보였다. 먼저 광주 양동시장을 찾았다. 모처럼 활기를 찾은 상인들에게 "어느 당을 마음에 두고 계시냐?"고 묻자 금세 표정이 굳어졌다.
"이제는 호남이라고 해서 무조건 (더불어)민주당을 찍는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메아리처럼 들릴 정도로 그 동안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제1 야당에 대한 반감이 강해 보였다.
30년 째 생선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이님 할머니는 "그래도 광주는 민주당을 살려야제"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박 할머니가 당황했다. 옆에 있던 아들이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힌트를 주자, "그라제, 미워도 다시 한번이제"라며 박장대소했다. 박 할머니의 웃는 얼굴을 보며 저마다 '호남 민심', '호남 민심'을 외치며 분열해온 야당의 모습이 머릿속에 오버랩됐다.
제1 야당에 실망해 국민의 당을 지켜보고 있다는 상인들도 썩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아직 당이 생긴지 얼마 안됐고,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에서 였다. 찐빵집을 운영하는 정영애 씨는 현재로서는 국민의당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 총선이 두 달 남았으니 지켜보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 당이든 당을 떠나 희망이 보이는 당을 뽑아주고 싶다고 했다. 찐빵을 팔며 건성건성 인터뷰에 응하는 듯 보였던 정 씨의 말 속에서도 한 표를 소중하게 행사하겠다는 광주 시민의 의지가 엿보였다.
선거 때마다 몰표를 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강한 서운함을 내비치면서도, 그렇다고 호남의 새 맹주가 되겠다며 공을 들이는 국민의 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도 결국은 총선까지 두 달 여 동안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의견들이 대세였다.
다음 행선지는 젊음의 거리인 금남로였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지만, 광주가 고향이라는 대학생 최민호 씨는 "여당이 하는 정책에 반대만 했지,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의 문제점을 보다 냉철하게 지적했다.
커피숍에서 만난 대학생 이보미 씨는 국민의 당 대표인 안철수 의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의견 차를 극복하지 못해 탈당한 사람이 당을 만든다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아픈 지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8석을 모두 차지하고 있던 광주는 6명이 탈당해 국민의 당으로 옮겨가면서 양강구도가 형성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에서 다른 당에게 거센 도전에 직면한 건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이다.

광주 민심은 아직 '고민중'
안철수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 직후 이른바 '안풍(安風)'이 다시 불면서 수직상승했던 국민의 당 지지율은 문재인 전 대표 사퇴와 외부 인사 영입 등 '더민주'의 노력과 맞물려 현재 '더민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상황만 본다면 말 그대로 접전 양상이다. '더민주' 의원들의 탈당 러시도 주춤한 지 오래다.
'더민주'는 최근 영입한 인지도 있는 인물들을 탈당한 의원들 지역구에 이른바 표적 공천해 반격할 태세다. 국민의 당도 '뉴DJ'라고 일컫는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볼썽사나운 내분을 보여온 '더민주', 시작부터 현역 의원들과 안철수 대표 측근 그룹 간 알력 다툼을 보였던 국민의 당을 바라보는 호남 민심은 그다지 달갑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 당의 한 당직자는 초반 지지율 중 상당 비율이 무당층으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아직 관망 중인 호남 민심은 두 달 뒤 어느 당의 손을 들어줄까? 그 답은 두 야당이 던지는 화두의 진정성에 담겨있다.
[연관 기사] ☞ [르포] 현역 vs 진박…대구 민심은 어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취임 뒤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 5·18 민주묘지부터 찾아 무능한 더불어민주당을 넘어 호남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대안 야당을 만들라는 것이 광주의 명령이라고 역설했다.

'야당 텃밭' 광주 민심이 바라보는 두 야당은?
역대 선거에서 야권에 몰표를 준 호남을 흔히들 '야당 텃밭'이라고 부른다. 호남 표심을 기반으로 정권을 잡거나 제1 야당 지위를 갖췄고, 신생 정당의 기틀을 마련하니 호남민심에 이렇듯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을 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순리이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를 맞아 둘러본 광주 민심은 정치라는 단어 자체에 신물이 난 듯 보였다. 먼저 광주 양동시장을 찾았다. 모처럼 활기를 찾은 상인들에게 "어느 당을 마음에 두고 계시냐?"고 묻자 금세 표정이 굳어졌다.
"이제는 호남이라고 해서 무조건 (더불어)민주당을 찍는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메아리처럼 들릴 정도로 그 동안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제1 야당에 대한 반감이 강해 보였다.
30년 째 생선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이님 할머니는 "그래도 광주는 민주당을 살려야제"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박 할머니가 당황했다. 옆에 있던 아들이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힌트를 주자, "그라제, 미워도 다시 한번이제"라며 박장대소했다. 박 할머니의 웃는 얼굴을 보며 저마다 '호남 민심', '호남 민심'을 외치며 분열해온 야당의 모습이 머릿속에 오버랩됐다.
제1 야당에 실망해 국민의 당을 지켜보고 있다는 상인들도 썩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아직 당이 생긴지 얼마 안됐고,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에서 였다. 찐빵집을 운영하는 정영애 씨는 현재로서는 국민의당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 총선이 두 달 남았으니 지켜보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 당이든 당을 떠나 희망이 보이는 당을 뽑아주고 싶다고 했다. 찐빵을 팔며 건성건성 인터뷰에 응하는 듯 보였던 정 씨의 말 속에서도 한 표를 소중하게 행사하겠다는 광주 시민의 의지가 엿보였다.
선거 때마다 몰표를 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강한 서운함을 내비치면서도, 그렇다고 호남의 새 맹주가 되겠다며 공을 들이는 국민의 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도 결국은 총선까지 두 달 여 동안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의견들이 대세였다.
다음 행선지는 젊음의 거리인 금남로였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지만, 광주가 고향이라는 대학생 최민호 씨는 "여당이 하는 정책에 반대만 했지,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의 문제점을 보다 냉철하게 지적했다.
커피숍에서 만난 대학생 이보미 씨는 국민의 당 대표인 안철수 의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의견 차를 극복하지 못해 탈당한 사람이 당을 만든다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아픈 지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8석을 모두 차지하고 있던 광주는 6명이 탈당해 국민의 당으로 옮겨가면서 양강구도가 형성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에서 다른 당에게 거센 도전에 직면한 건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이다.

광주 민심은 아직 '고민중'
안철수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 직후 이른바 '안풍(安風)'이 다시 불면서 수직상승했던 국민의 당 지지율은 문재인 전 대표 사퇴와 외부 인사 영입 등 '더민주'의 노력과 맞물려 현재 '더민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상황만 본다면 말 그대로 접전 양상이다. '더민주' 의원들의 탈당 러시도 주춤한 지 오래다.
'더민주'는 최근 영입한 인지도 있는 인물들을 탈당한 의원들 지역구에 이른바 표적 공천해 반격할 태세다. 국민의 당도 '뉴DJ'라고 일컫는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볼썽사나운 내분을 보여온 '더민주', 시작부터 현역 의원들과 안철수 대표 측근 그룹 간 알력 다툼을 보였던 국민의 당을 바라보는 호남 민심은 그다지 달갑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 당의 한 당직자는 초반 지지율 중 상당 비율이 무당층으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아직 관망 중인 호남 민심은 두 달 뒤 어느 당의 손을 들어줄까? 그 답은 두 야당이 던지는 화두의 진정성에 담겨있다.
[연관 기사] ☞ [르포] 현역 vs 진박…대구 민심은 어디로?
-
-
송영석 기자 sys@kbs.co.kr
송영석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슈
2016 총선, 선택! 대한민국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