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베노믹스, 기로에 선 일본 경제

입력 2016.02.11 (16:09) 수정 2016.02.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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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주식시장이 심상치 않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지난 9일~10일 사이 단 이틀 동안 무려 8%나 빠졌다. 2014년 10월 양적 완화로 시작된 주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한때 아베노믹스의 효과를 자랑하며 연일 상승세를 보였던 일본 주식시장은 왜 이렇게 순식간에 추락한 것일까?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세 개의 화살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화살은 유동성 완화 정책이고, 두 번째 화살은 정부 지출 확대, 그리고 마지막 화살은 구조개혁이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는 세 개의 부러진 화살로 불릴 만큼 일본 경제를 실질적으로 회복시키는데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우선 막대한 재정적자를 보고 있는 일본 정부가 경제 회복을 노릴 만큼 대규모 재정 지출 확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구나 일본 경제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구조개혁이 필수적이었지만, 높은 대중적 인기에 취한 아베 총리는 좀처럼 구조개혁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첫 번째 화살인 유동성 완화에만 매달려 왔다.

일본은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현금을 쏟아 부어 엔화 약세를 가속화하는 전형적인 고환율 정책을 써 왔다. 그 결과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치가 반등했다. 또 당장 눈앞의 기업의 이익은 크게 늘어났고, 해외 여행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경제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국의 고환율 정책이 많은 역풍을 불러왔듯이 일본의 고환율 정책도 오히려 일본 경제의 불균형만을 확대시켰다. 기업은 현금을 쌓아놓기만 할 뿐, 투자에 나서지 않아 실질적인 일자리 증가나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가계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자, 일본의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더 큰 문제는 소비세 인상이었다. 일본은 만성적인 세수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유층의 조세저항이 큰 직접세 인상을 회피한 채 소비세 인상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지갑을 닫도록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말았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 불안이 가속화되자, 그 동안 과도하게 저평가되었던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다른 통화를 팔고 엔화를 사려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엔화 가치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유일하게 작동해왔던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 ‘양적완화’의 효과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다급해진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기준금리라는 사상 초유의 조치를 취하였다. 하지만 11일 오전 달러당 엔화는 오히려 112엔대에 진입하면서 1년 4개월 만에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제 고환율 정책을 통한 경제 부양이라는 아베노믹스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게 된 것이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저개발 산유국들의 경제 위기설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 절하 우려가 커지고 있고, 유럽의 주요 은행들의 파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다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는 일본 엔화의 인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의 활로는 무엇일까? 그 핵심은 고환율로 얻은 기업의 이익이 소비와 투자로 연결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경우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기초 수지에 균형을 가져와 엔화 절상 압력도 완화할 수 있어 일거양득(一擧兩得)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조 개혁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막대한 이익이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고환율에 취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온 일본이 과연 그런 도전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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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아베노믹스, 기로에 선 일본 경제
    • 입력 2016-02-11 16:09:10
    • 수정2016-02-11 16:09:46
    취재K
최근 일본 주식시장이 심상치 않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지난 9일~10일 사이 단 이틀 동안 무려 8%나 빠졌다. 2014년 10월 양적 완화로 시작된 주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한때 아베노믹스의 효과를 자랑하며 연일 상승세를 보였던 일본 주식시장은 왜 이렇게 순식간에 추락한 것일까?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세 개의 화살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화살은 유동성 완화 정책이고, 두 번째 화살은 정부 지출 확대, 그리고 마지막 화살은 구조개혁이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는 세 개의 부러진 화살로 불릴 만큼 일본 경제를 실질적으로 회복시키는데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우선 막대한 재정적자를 보고 있는 일본 정부가 경제 회복을 노릴 만큼 대규모 재정 지출 확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구나 일본 경제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구조개혁이 필수적이었지만, 높은 대중적 인기에 취한 아베 총리는 좀처럼 구조개혁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첫 번째 화살인 유동성 완화에만 매달려 왔다. 일본은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현금을 쏟아 부어 엔화 약세를 가속화하는 전형적인 고환율 정책을 써 왔다. 그 결과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치가 반등했다. 또 당장 눈앞의 기업의 이익은 크게 늘어났고, 해외 여행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경제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국의 고환율 정책이 많은 역풍을 불러왔듯이 일본의 고환율 정책도 오히려 일본 경제의 불균형만을 확대시켰다. 기업은 현금을 쌓아놓기만 할 뿐, 투자에 나서지 않아 실질적인 일자리 증가나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가계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자, 일본의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더 큰 문제는 소비세 인상이었다. 일본은 만성적인 세수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유층의 조세저항이 큰 직접세 인상을 회피한 채 소비세 인상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지갑을 닫도록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말았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 불안이 가속화되자, 그 동안 과도하게 저평가되었던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다른 통화를 팔고 엔화를 사려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엔화 가치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유일하게 작동해왔던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 ‘양적완화’의 효과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다급해진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기준금리라는 사상 초유의 조치를 취하였다. 하지만 11일 오전 달러당 엔화는 오히려 112엔대에 진입하면서 1년 4개월 만에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제 고환율 정책을 통한 경제 부양이라는 아베노믹스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게 된 것이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저개발 산유국들의 경제 위기설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 절하 우려가 커지고 있고, 유럽의 주요 은행들의 파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다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는 일본 엔화의 인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의 활로는 무엇일까? 그 핵심은 고환율로 얻은 기업의 이익이 소비와 투자로 연결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경우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기초 수지에 균형을 가져와 엔화 절상 압력도 완화할 수 있어 일거양득(一擧兩得)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조 개혁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막대한 이익이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고환율에 취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온 일본이 과연 그런 도전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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