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의 이유있는 돌풍

입력 2016.02.11 (18:04) 수정 2016.02.1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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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선거의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맞붙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압승을 거뒀다.

코커스는 당원대회라 조직의 힘이 필요하다. 반면 프라이머리는 지역주민들의 표가 반영되기 때문에 실제 유권자들의 선호도가 표로 나타난다. 그 첫 프라이머리에서 샌더스가 압승을 거뒀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초반 여론이 샌더스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첫 선거전인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의 선거결과는 분명 유권자들이 미국의 정치와 경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새로운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연 무엇이 샌더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샌더스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민주주의 대한 정의로 유명한 링컨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다. 바로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다. 그래서 대중에게 쉽게 어필하는 호소력을 지녔다.



샌더스는 중산층을 위해 출마했다고 외친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정치와 경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과 세계의 금융위기를 불러온 월가의 탐욕과 시장경제의 실패를 지적하고 중산층의 힘으로 개혁하자고 말한다.



샌더스는 또 미국의 경제적 위기를 불러온 '월가의 큰 손들'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지목한다. 세금을 물려서 그들로부터 돈을 받아내 중산층을 위해 쓰겠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그것이 올바른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그리고 샌더스는 이를 힐러리와 차별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미 워싱턴에서 오랜 기간 정치를 하면서 월가의 금융업체들과 공생관계를 유지해온 힐러리는 중산층을 대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자본을 위해 일할 것이란 점을 부각시켰다.



돌풍과 함께 소액 후원도 급증

특히 뉴햄프셔 선거 이후 샌더스의 후원금이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 소액기부자들이다. 더구나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의 직원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이 기업들로부터 받은 힐러리의 후원금보다 많을 정도다.

힐러리는 곤경에 빠졌다. 대통령의 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 경력만 화려할 뿐 공약에 참신함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표를 의식하느라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

뉴햄프셔에서 선방을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22% 포인트 차로 대패했고, 여성 유권자들에게서 샌더스보다 낮은 지지를 받았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구호를 내세운 힐러리 클린턴은 충격이 크다.

그래서 3월 1일에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 슈퍼 화요일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12개 주에서 각각 경선을 치르는데 여기서 대세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슈퍼 화요일에는 유색인종이 백인 인구보다 많기 때문에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힐러리는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왔다. 그런데 샌더스의 열풍이 거세지면서 유색인종들의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샌더스의 중산층을 위한 개혁이 유색인종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다.



가난한 폴란드계 유대인 출신…정치 통한 사회개혁 꿈

샌더스는 누구일까? 그의 아버지는 대학살 홀로코스트를 피해 뉴욕 브루클린의 빈민가로 도망쳐온 폴란드계 유대인이다.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으로 생계를 유지한 아버지 밑에서 샌더스는 정치를 통해 사회개혁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981년 무소속으로 버몬트 벌링턴 시장에 당선됐다. 정치에 입문한 이후 그는 월스트리트 개혁과 빈부격차 해소,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그의 일관성이 지지를 얻어 샌더스는 거대 정당들 사이에서 30년 넘게 무소속으로 버텨왔다. 그리고 미국의 위기가 그를 떠오르게 하고 있다.

☞ 정치인 샌더스의 일관성

<허핑턴 포스트>는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샌더스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었다"며 "만약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아 전국적인 지명도가 낮았던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미국 정치와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 내에 조직력도 갖추지 않고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칭하는 70대 노 정치인 샌더스의 개혁요구는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의 위기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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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샌더스의 이유있는 돌풍
    • 입력 2016-02-11 18:04:27
    • 수정2016-02-11 18:47:07
    취재K
미국 대통령선거의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맞붙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압승을 거뒀다.

코커스는 당원대회라 조직의 힘이 필요하다. 반면 프라이머리는 지역주민들의 표가 반영되기 때문에 실제 유권자들의 선호도가 표로 나타난다. 그 첫 프라이머리에서 샌더스가 압승을 거뒀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초반 여론이 샌더스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첫 선거전인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의 선거결과는 분명 유권자들이 미국의 정치와 경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새로운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연 무엇이 샌더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샌더스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민주주의 대한 정의로 유명한 링컨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다. 바로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다. 그래서 대중에게 쉽게 어필하는 호소력을 지녔다.



샌더스는 중산층을 위해 출마했다고 외친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정치와 경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과 세계의 금융위기를 불러온 월가의 탐욕과 시장경제의 실패를 지적하고 중산층의 힘으로 개혁하자고 말한다.



샌더스는 또 미국의 경제적 위기를 불러온 '월가의 큰 손들'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지목한다. 세금을 물려서 그들로부터 돈을 받아내 중산층을 위해 쓰겠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그것이 올바른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그리고 샌더스는 이를 힐러리와 차별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미 워싱턴에서 오랜 기간 정치를 하면서 월가의 금융업체들과 공생관계를 유지해온 힐러리는 중산층을 대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자본을 위해 일할 것이란 점을 부각시켰다.



돌풍과 함께 소액 후원도 급증

특히 뉴햄프셔 선거 이후 샌더스의 후원금이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 소액기부자들이다. 더구나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의 직원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이 기업들로부터 받은 힐러리의 후원금보다 많을 정도다.

힐러리는 곤경에 빠졌다. 대통령의 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 경력만 화려할 뿐 공약에 참신함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표를 의식하느라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

뉴햄프셔에서 선방을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22% 포인트 차로 대패했고, 여성 유권자들에게서 샌더스보다 낮은 지지를 받았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구호를 내세운 힐러리 클린턴은 충격이 크다.

그래서 3월 1일에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 슈퍼 화요일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12개 주에서 각각 경선을 치르는데 여기서 대세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슈퍼 화요일에는 유색인종이 백인 인구보다 많기 때문에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힐러리는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왔다. 그런데 샌더스의 열풍이 거세지면서 유색인종들의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샌더스의 중산층을 위한 개혁이 유색인종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다.



가난한 폴란드계 유대인 출신…정치 통한 사회개혁 꿈

샌더스는 누구일까? 그의 아버지는 대학살 홀로코스트를 피해 뉴욕 브루클린의 빈민가로 도망쳐온 폴란드계 유대인이다.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으로 생계를 유지한 아버지 밑에서 샌더스는 정치를 통해 사회개혁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981년 무소속으로 버몬트 벌링턴 시장에 당선됐다. 정치에 입문한 이후 그는 월스트리트 개혁과 빈부격차 해소,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그의 일관성이 지지를 얻어 샌더스는 거대 정당들 사이에서 30년 넘게 무소속으로 버텨왔다. 그리고 미국의 위기가 그를 떠오르게 하고 있다.

☞ 정치인 샌더스의 일관성

<허핑턴 포스트>는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샌더스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었다"며 "만약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아 전국적인 지명도가 낮았던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미국 정치와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 내에 조직력도 갖추지 않고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칭하는 70대 노 정치인 샌더스의 개혁요구는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의 위기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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