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집 앞 택배 ‘싹쓸이’…명문대 석사가 도둑 전락

입력 2016.02.12 (08:32) 수정 2016.02.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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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택배 기사가 도착했는데 집을 비우셨다면 어떻게 하시나요?

아파트라면 경비실에 맡겨 달라고 하면 되지만, 경비실이 없는 주택이라면 집 앞에 놓아달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점을 노리고 지난 1년 동안 수백 차례에 걸쳐서 1억 원 넘는 남의 집 택배 물건을 훔친 30대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훔친 물건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팔아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서울의 명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조경회사까지 다녔습니다.

멀쩡한 직장인에서 1억대 택배도둑으로 전락한 사연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주택가.

한 남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섭니다.

잠시 뒤 택배 상자를 싣고 골목을 빠져나갑니다.

누군가의 집 문 앞에 놓인 택배를 훔쳐 달아난 겁니다.

이렇게 훔친 택배 물건들이 집안 가득합니다.

고가의 TV나 가전제품은 물론 셀수 없이 많은 신발과 옷가지, 심지어 한우 세트나 보약 같은 다양한 먹을거리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엔 빈 택배 상자들이 줄지어 놓였고, 아직 뜯지 않는 택배들까지..

마치 택배 집하장에 온 듯한데.. 하지만 범죄 현장입니다.

<인터뷰> 박종무(강력계장/서울 수서경찰서) : "피의자 김 모 씨가 1년여 동안 591회 걸쳐서 1억 원 상당의 택배 물건을 상습적으로 절취한 사건입니다."

33살 김모 씨는 지난 해 2월, 집 근처 가정집에 배달된 설 선물세트를 보고 첫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후 범행이 계속됐지만 발각되지 않으면서 김 씨는 대담해졌습니다.

처음엔 남의 집 택배를 훔쳐 가방에 넣은 뒤 대중교통으로 달아나던 김씨.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는 아예 오토바이를 사서 TV처럼 부피가 큰 택배물품들도 척척 실고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박종무(강력계장/서울 수서경찰서) : "연립 주택이나 다가구 다세대 주택에 가면 택배들이, 현관 앞에 놓인 물건은 있는 걸 전부 한 번에 쭉 걷어서 가져오는 방법으로……."

김 씨는 특히 택배 배송이 늘어나는 명절을 노렸습니다.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비가 허술한 연립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을 주된 범행 장소로 택하는 주도면밀함도 보였습니다.

그렇게 훔친 물품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 내다 팔았습니다. 음식물은 자신이 먹어 치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터뷰> 박종무(강력계장/서울 수서경찰서) : "회사에서 파는 가격보다 좀 저렴하게 판매했다고……. 압수한 계좌 내역을 분석해보니까 220회에 걸쳐서 1,500만 원 상당의 물건을 판 게 확인이 되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추석 무렵 명절 택배 선물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수차례 받고 CCTV 분석과 잠복 끝에 지난 4일, 김 씨를 검거했습니다.

검거되던 날에도 김 씨는 또 다른 택배를 훔치고 있었는데요.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왜 범죄를 저질렀나요?) 죄송합니다. 제가 한 행동 반성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서울의 한 명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조경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처음에 이사 왔을 때는 직장 다녔었어요. 몇 달 다닌 것 같아……. 몇 달 다니다가 그다음에 집에 있더라고요."

하지만 재작년 하반기,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그만 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평소 싹싹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했던 김씨, 이웃들은 그의 손엔 늘 택배상자가 들려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택배 물건 자주 들고 오는 걸 봤거든. 그래서 '뭘 맨날 들고 오냐?' 했더니 '제가요 요새는 일을 찾아서…….' 그냥 (이러더라고요.)"

피해자들은 주문한 택배를 단지 집 앞에 놓아달라고 택배 기사에게 부탁했을 뿐인데 사라진 물건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거래된다는 사실에 황당하기만 합니다.

<녹취> 피해자1(음성변조) : "처음에 배송 오류나 약간 늦춰지는 게 아닌가 하루 이틀 정도 기다렸었거든요. 그런데도 안 와서 인터넷 쇼핑몰도 확인해보고 하니까 택배 기사님도 놓고 가셨다 하고……."

한 피해자는 이웃 주민들과 함께 건물 보일러실을 택배 배송장소로 이용하다 낭패를 봤습니다.

<녹취> 피해자2(음성변조) : "그날 아저씨한테 택배 왔다고 문자가 오고 아무 생각 없이 ‘왔구나. 받아서 집에 가지고 들어가야겠다.’ 왔는데 택배물이 없어서 당황했었죠."

하지만 이건 단순한 배송착오가 아님을 바로 알게 됐다는데요.

<녹취> 피해자2(음성변조) : "(택배 기사)아저씨와 통화하다 보니까 저희 집 말고도 한 두세 집 정도가 없어졌다고 얘기해서 ‘아, 이게 도둑이구나.’ 싶어서 신고해야겠다……."

택배 배송 기사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수취인에게 물어본 뒤 물건을 원하는 곳에 둔 건데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녹취> 피해 택배기사(음성변조) : "안 계시면 현관 앞에 놓는다거나 빌라 지하 같은데 계단 밑에 놓는다거나 이런 식이 많이 있거든요. 그걸 이제 가져가는 거예요. 택배 기사는 웬만하면 임의 배송 안하려 하는데 불가항력이에요."

이렇게 분실된 택배물에 대한 피해 보상 규정은 어떻게 될까?

<인터뷰> 백승실(한국소비자원 경기지부/전화) : "저희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보면 ‘운송 중에 물건 전체 또는 일부가 멸실 될 때는 운임을 환급받고 운송장에 기재된 운송물의 가액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지급한다.’ 이렇게 되어있어요. 택배사에 문제 제기를 해서 손해 배상을 청구하면 되고요."

하지만 관행상 그렇게 택배를 분실하게 되면 전적으로 택배기사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 택배기사(음성변조) : "무조건 택배 기사가 출고해서 제 차에 상차 시키면 배송 출발 찍히거든요. 그러면 전부 다 택배 기사 책임이에요. 회사는 전혀 무관합니다. 물건이 없는 경우는 물어줘야죠. 더군다나 음식물 같은 경우는 찾아도 상했을 텐데 100% 물어줘야 하는 거죠."

택배 관련 분실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수취인 본인이 직접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택배를 주문하는 게 가장 바람직합니다.

또 이같은 분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는 소비자 상담센터 1372로 신고해 보상 청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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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집 앞 택배 ‘싹쓸이’…명문대 석사가 도둑 전락
    • 입력 2016-02-12 08:34:41
    • 수정2016-02-12 09: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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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택배 기사가 도착했는데 집을 비우셨다면 어떻게 하시나요?

아파트라면 경비실에 맡겨 달라고 하면 되지만, 경비실이 없는 주택이라면 집 앞에 놓아달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점을 노리고 지난 1년 동안 수백 차례에 걸쳐서 1억 원 넘는 남의 집 택배 물건을 훔친 30대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훔친 물건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팔아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서울의 명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조경회사까지 다녔습니다.

멀쩡한 직장인에서 1억대 택배도둑으로 전락한 사연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주택가.

한 남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섭니다.

잠시 뒤 택배 상자를 싣고 골목을 빠져나갑니다.

누군가의 집 문 앞에 놓인 택배를 훔쳐 달아난 겁니다.

이렇게 훔친 택배 물건들이 집안 가득합니다.

고가의 TV나 가전제품은 물론 셀수 없이 많은 신발과 옷가지, 심지어 한우 세트나 보약 같은 다양한 먹을거리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엔 빈 택배 상자들이 줄지어 놓였고, 아직 뜯지 않는 택배들까지..

마치 택배 집하장에 온 듯한데.. 하지만 범죄 현장입니다.

<인터뷰> 박종무(강력계장/서울 수서경찰서) : "피의자 김 모 씨가 1년여 동안 591회 걸쳐서 1억 원 상당의 택배 물건을 상습적으로 절취한 사건입니다."

33살 김모 씨는 지난 해 2월, 집 근처 가정집에 배달된 설 선물세트를 보고 첫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후 범행이 계속됐지만 발각되지 않으면서 김 씨는 대담해졌습니다.

처음엔 남의 집 택배를 훔쳐 가방에 넣은 뒤 대중교통으로 달아나던 김씨.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는 아예 오토바이를 사서 TV처럼 부피가 큰 택배물품들도 척척 실고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박종무(강력계장/서울 수서경찰서) : "연립 주택이나 다가구 다세대 주택에 가면 택배들이, 현관 앞에 놓인 물건은 있는 걸 전부 한 번에 쭉 걷어서 가져오는 방법으로……."

김 씨는 특히 택배 배송이 늘어나는 명절을 노렸습니다.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비가 허술한 연립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을 주된 범행 장소로 택하는 주도면밀함도 보였습니다.

그렇게 훔친 물품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 내다 팔았습니다. 음식물은 자신이 먹어 치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터뷰> 박종무(강력계장/서울 수서경찰서) : "회사에서 파는 가격보다 좀 저렴하게 판매했다고……. 압수한 계좌 내역을 분석해보니까 220회에 걸쳐서 1,500만 원 상당의 물건을 판 게 확인이 되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추석 무렵 명절 택배 선물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수차례 받고 CCTV 분석과 잠복 끝에 지난 4일, 김 씨를 검거했습니다.

검거되던 날에도 김 씨는 또 다른 택배를 훔치고 있었는데요.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왜 범죄를 저질렀나요?) 죄송합니다. 제가 한 행동 반성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서울의 한 명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조경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처음에 이사 왔을 때는 직장 다녔었어요. 몇 달 다닌 것 같아……. 몇 달 다니다가 그다음에 집에 있더라고요."

하지만 재작년 하반기,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그만 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평소 싹싹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했던 김씨, 이웃들은 그의 손엔 늘 택배상자가 들려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택배 물건 자주 들고 오는 걸 봤거든. 그래서 '뭘 맨날 들고 오냐?' 했더니 '제가요 요새는 일을 찾아서…….' 그냥 (이러더라고요.)"

피해자들은 주문한 택배를 단지 집 앞에 놓아달라고 택배 기사에게 부탁했을 뿐인데 사라진 물건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거래된다는 사실에 황당하기만 합니다.

<녹취> 피해자1(음성변조) : "처음에 배송 오류나 약간 늦춰지는 게 아닌가 하루 이틀 정도 기다렸었거든요. 그런데도 안 와서 인터넷 쇼핑몰도 확인해보고 하니까 택배 기사님도 놓고 가셨다 하고……."

한 피해자는 이웃 주민들과 함께 건물 보일러실을 택배 배송장소로 이용하다 낭패를 봤습니다.

<녹취> 피해자2(음성변조) : "그날 아저씨한테 택배 왔다고 문자가 오고 아무 생각 없이 ‘왔구나. 받아서 집에 가지고 들어가야겠다.’ 왔는데 택배물이 없어서 당황했었죠."

하지만 이건 단순한 배송착오가 아님을 바로 알게 됐다는데요.

<녹취> 피해자2(음성변조) : "(택배 기사)아저씨와 통화하다 보니까 저희 집 말고도 한 두세 집 정도가 없어졌다고 얘기해서 ‘아, 이게 도둑이구나.’ 싶어서 신고해야겠다……."

택배 배송 기사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수취인에게 물어본 뒤 물건을 원하는 곳에 둔 건데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녹취> 피해 택배기사(음성변조) : "안 계시면 현관 앞에 놓는다거나 빌라 지하 같은데 계단 밑에 놓는다거나 이런 식이 많이 있거든요. 그걸 이제 가져가는 거예요. 택배 기사는 웬만하면 임의 배송 안하려 하는데 불가항력이에요."

이렇게 분실된 택배물에 대한 피해 보상 규정은 어떻게 될까?

<인터뷰> 백승실(한국소비자원 경기지부/전화) : "저희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보면 ‘운송 중에 물건 전체 또는 일부가 멸실 될 때는 운임을 환급받고 운송장에 기재된 운송물의 가액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지급한다.’ 이렇게 되어있어요. 택배사에 문제 제기를 해서 손해 배상을 청구하면 되고요."

하지만 관행상 그렇게 택배를 분실하게 되면 전적으로 택배기사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 택배기사(음성변조) : "무조건 택배 기사가 출고해서 제 차에 상차 시키면 배송 출발 찍히거든요. 그러면 전부 다 택배 기사 책임이에요. 회사는 전혀 무관합니다. 물건이 없는 경우는 물어줘야죠. 더군다나 음식물 같은 경우는 찾아도 상했을 텐데 100% 물어줘야 하는 거죠."

택배 관련 분실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수취인 본인이 직접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택배를 주문하는 게 가장 바람직합니다.

또 이같은 분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는 소비자 상담센터 1372로 신고해 보상 청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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