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에 매달린 진돗개…1km를 끌려가다

입력 2016.02.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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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인 줄 알았다?

전남 장성군 삼서면에 사는 60대 노인 A씨는 지난 2일 마을을 지나다 우연히 낯선 진돗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태어난 지 1년쯤 된 암컷 진돗개였는데 혼자서 마을 골목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목줄도 없이 혼자 서성거리는 진돗개를 보자 A씨는 누군가 버린 유기견이 아닌가 생각했다. 진돗개에게 다가가니 낯선 사람에게도 별다른 적개심을 보이지 않고 순순히 잘 따랐다. 잘생긴 진돗개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 A씨는 자신이 직접 키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진돗개를 집으로 데려왔다.

유기견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진돗개는 유기견이 아니었다. 같은 마을에 사는 A씨의 이웃 B씨가 키우던 진돗개 '월이' 였다. B씨는 평소에도 '월이'를 자주 마당에 풀어 놓고 키웠다. 한적한 시골 동네였던지라 '월이'는 마당을 탈출해 들녘을 헤매다가도 저녁때쯤 되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지난 2일 밤엔 어찌 된 일인지 '월이'가 돌아오지 않았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B씨는 지난 3일,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월이'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을 회관 근처에서 누군가 '월이'를 데리고 갔다는 목격자가 나왔다. B씨는 '월이'의 행방을 탐문한 지 하루 만에 A씨가 '월이'를 데리고 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B씨는 즉각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월이'는 유기견이 아니라 자신의 소유이니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알았다며 '월이'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차에 매달고 1km 를 달리다.



A씨는 전화를 받은 다음날(5일), '월이'를 돌려주기 위해 1km 정도 떨어진 B씨의 집으로 승용차를 운전해 출발했다. '월이'를 어떻게 데리고 갈까 잠시 고민하던 A씨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냈다. '월이'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는 게 아니라 차 뒷범퍼에 노끈으로 묶어서 매달고 가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월이'의 덩치가 큰 데다 차 안에서 소동이라도 피우면 운전에 방해될 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A씨는 진돗개 '월이'를 승용차 뒤에 노끈으로 매달고 출발했다. 시속 10km 정도의 저속으로 천천히 운행하면 '월이'가 충분히 따라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A씨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출발한 지 1분여 만에 허겁지겁 따라오던 '월이'가 굽은 길에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졌다. 이를 모르는 A씨는 아무렇지 않은 듯 1km 정도 운행했다. '월이'는 승용차 꽁무니에 매달린 채 1km 정도를 질질 끌려서 주인 B씨 집에 도착한 것이다.



피투성이 진돗개...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



'월이'의 몰골을 본 주인 B씨는 사색이 됐다. '월이'의 네 다리가 모두 살갗이 다 드러날 정도로 피부가 심하게 벗겨져서 피투성이가 돼 있었다. 몸통 곳곳에 찢어지고 벗겨진 상처투성이였다. 주인 B씨는 '월이'를 인근 동물병원으로 긴급 후송해 응급처치했다. 다행히 '월이'는 치료를 무사히 잘 받고 건강을 회복 중이다. 주인 B씨는 이웃주민 A씨를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동물 학대 행위는 고의성이 없다 하더라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14년에 전남 장성에서는 개를 운동시키겠다며 차에 매달고 달린 남성이 징역 6개월의 실형을 받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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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용차에 매달린 진돗개…1km를 끌려가다
    • 입력 2016-02-13 09:12:04
    취재K
유기견인 줄 알았다?

전남 장성군 삼서면에 사는 60대 노인 A씨는 지난 2일 마을을 지나다 우연히 낯선 진돗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태어난 지 1년쯤 된 암컷 진돗개였는데 혼자서 마을 골목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목줄도 없이 혼자 서성거리는 진돗개를 보자 A씨는 누군가 버린 유기견이 아닌가 생각했다. 진돗개에게 다가가니 낯선 사람에게도 별다른 적개심을 보이지 않고 순순히 잘 따랐다. 잘생긴 진돗개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 A씨는 자신이 직접 키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진돗개를 집으로 데려왔다.

유기견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진돗개는 유기견이 아니었다. 같은 마을에 사는 A씨의 이웃 B씨가 키우던 진돗개 '월이' 였다. B씨는 평소에도 '월이'를 자주 마당에 풀어 놓고 키웠다. 한적한 시골 동네였던지라 '월이'는 마당을 탈출해 들녘을 헤매다가도 저녁때쯤 되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지난 2일 밤엔 어찌 된 일인지 '월이'가 돌아오지 않았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B씨는 지난 3일,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월이'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을 회관 근처에서 누군가 '월이'를 데리고 갔다는 목격자가 나왔다. B씨는 '월이'의 행방을 탐문한 지 하루 만에 A씨가 '월이'를 데리고 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B씨는 즉각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월이'는 유기견이 아니라 자신의 소유이니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알았다며 '월이'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차에 매달고 1km 를 달리다.



A씨는 전화를 받은 다음날(5일), '월이'를 돌려주기 위해 1km 정도 떨어진 B씨의 집으로 승용차를 운전해 출발했다. '월이'를 어떻게 데리고 갈까 잠시 고민하던 A씨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냈다. '월이'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는 게 아니라 차 뒷범퍼에 노끈으로 묶어서 매달고 가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월이'의 덩치가 큰 데다 차 안에서 소동이라도 피우면 운전에 방해될 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A씨는 진돗개 '월이'를 승용차 뒤에 노끈으로 매달고 출발했다. 시속 10km 정도의 저속으로 천천히 운행하면 '월이'가 충분히 따라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A씨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출발한 지 1분여 만에 허겁지겁 따라오던 '월이'가 굽은 길에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졌다. 이를 모르는 A씨는 아무렇지 않은 듯 1km 정도 운행했다. '월이'는 승용차 꽁무니에 매달린 채 1km 정도를 질질 끌려서 주인 B씨 집에 도착한 것이다.



피투성이 진돗개...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



'월이'의 몰골을 본 주인 B씨는 사색이 됐다. '월이'의 네 다리가 모두 살갗이 다 드러날 정도로 피부가 심하게 벗겨져서 피투성이가 돼 있었다. 몸통 곳곳에 찢어지고 벗겨진 상처투성이였다. 주인 B씨는 '월이'를 인근 동물병원으로 긴급 후송해 응급처치했다. 다행히 '월이'는 치료를 무사히 잘 받고 건강을 회복 중이다. 주인 B씨는 이웃주민 A씨를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동물 학대 행위는 고의성이 없다 하더라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14년에 전남 장성에서는 개를 운동시키겠다며 차에 매달고 달린 남성이 징역 6개월의 실형을 받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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