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리포트] ⑤ “청춘은 슬픔? 백지?”…혼돈의 청년들

입력 2016.02.15 (07:01) 수정 2018.07.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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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백 모(21) 씨의 1주일 생활은 빡빡하다. 일주일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중에는 수업을 듣다가 공강 시간에 '국장(국가장학금)'을 받기 위해 국가근로를 하고, 수업이 끝나면 곧장 호프집으로 향한다. 저녁 7시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다음날 새벽 2시에 끝난다. 밤 12시에 문을 닫는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면, 동아리방이나 친구 집에서 쪽잠을 잔다. 주말에는 PC방 아르바이트를 한다. 간혹 시간이 날 때 들리는 야구 동아리 활동이 그나마 스트레스를 풀 기회다.

"(즐거운) 대학 생활을 꿈꾸며 들어왔는데, 학비 등 돈이 좀 많이 나가더라고요. 결국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고, 그것도 (생활하는데) 모자라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더 늘리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더라고요."

백씨는 청춘을 대표하는 단어로 '알바(아르바이트)' '국장(국가장학금)' '슬픔'을 꼽았다.

"제 상황이랑 비슷하잖아요. 하고 싶은 건 하나도 하지 못하니깐..."



◆ 청춘=고민+방황+포기+불안?

요즘 20~30대에게 청춘은 어떤 의미일까.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봤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갖춘 SK플래닛 광고부문에 의뢰해 작년 SNS와 블로그, 카페 등에 올라온 게시물 중 '청춘' '취업' 젊음' 등과 함께 쓰인 단어를 살펴봤다.

'청춘'과 관련한 단어는 총 58만여 건. 이중 고민이나 방황, 포기, 불안 등 부정적 단어와 함께 언급되는 비중이 30%에 달했다. '취업'과 관련한 단어는 337만여 건이었는데, 고민, 걱정, 부담, 부족, 장애, 해고 등이 함께 언급된 게시물이 74만여 건(24%)으로 나타났다. 52만 건의 '젊음' 관련 단어 중 낭비, 고민, 갈등, 걱정, 포기, 후회 등 부정적 단어의 비중은 15%(약 7만여 건)로 조사됐다.

긍정적인 단어로는 청춘은 사랑, 시작, 도전 등이, 취업은 성공, 희망, 도움 등이, 젊음은 행복, 사랑, 시작 등과 함께 언급됐다.

물론 긍정적인 단어의 비중이 컸지만, 추세로 보면 부정적인 단어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SK플래닛 측은 분석이다.

특히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과 관련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취업과 관련한 단어 중에서는 전쟁, 심각, 극심, 문제, 구멍, 바늘 등과 같은 단어가 함께 쓰이면서, 좁은 취업의 현실을 보여줬다.

SK플래닛 광고부문 서헌주 팀장은 "취업 준비에 대한 고민과 불안, 실패, 포기 등에 대한 우려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SNS상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해 졸업·취업 시즌을 맞이해 20대의 관심사도 조사했다. 제일기획의 빅데이터 분석 조직인 제일DnA센터에도 의뢰한 결과, 지난 1월 한 달간 '취업' '졸업' '새해'와 연관된 검색어를 살펴봤다.

취업이라는 단어와 관련해선, '고졸 취업'과 관련한 단어가 가장 많이 검색됐다. '취업 성공 패키지' 등 정부의 취업 정책을 검색하는 경우도 많았고, 자격증 등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기업 연봉 등의 돈과 관련한 정보, 취업 분야나 해외 취업 등도 주요 관심사였다.

새해와 관련된 단어로는 공무원 봉급표, 연말정산 등 '돈'과 관련한 단어가 가장 많이 검색됐다. 공무원 시험 일정이나 자격증 시험 등 취업 관련 단어도 검색 비중이 높았다. 졸업과 관련해서는 행정 인턴이나 고졸 취업, 알바 등 취업과 관련한 연관어가 많았다.



◆ 혼돈의 청년들, 그래도 희망을 본다?

빅데이터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살펴본 청년들의 고민은 비슷했다. 대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충실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쌓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20대 직장인들은 막상 취업 고민을 벗어나면, 팍팍한 삶에 대한 또 다른 고민에 빠진다고 얘기한다.

대학생 손유정(24) 씨는 "학업을 하기도 벅차다. 그런데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한다. 그러면 친구들도 못 만나고 자기만의 시간도 없다"고 얘기한다. 대학생 정다운(27) 씨는 "너무나 짧고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 바로 청춘이 아닐까"라며 "나중에 20대의 청춘을 기억할 수 있을지 두렵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현선(27) 씨는 "3년 뒤, 5년 뒤, 계속 직장을 다닐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계속한다고 한다. 청춘과 관련한 단어로 '경쟁, 스펙, 취업'을 꼽은 대학생 김예린(24) 씨는 "주변에 여행을 가는 친구를 봐도, 온전히 즐기는 친구는 없다"며 "과연 그것이 청춘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청년 세대인 그들은 인터뷰 내내 '청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청춘과 관련한 긍정적인 단어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말하는 희망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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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15 07:01:45
    • 수정2018-07-20 10: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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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백 모(21) 씨의 1주일 생활은 빡빡하다. 일주일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중에는 수업을 듣다가 공강 시간에 '국장(국가장학금)'을 받기 위해 국가근로를 하고, 수업이 끝나면 곧장 호프집으로 향한다. 저녁 7시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다음날 새벽 2시에 끝난다. 밤 12시에 문을 닫는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면, 동아리방이나 친구 집에서 쪽잠을 잔다. 주말에는 PC방 아르바이트를 한다. 간혹 시간이 날 때 들리는 야구 동아리 활동이 그나마 스트레스를 풀 기회다. "(즐거운) 대학 생활을 꿈꾸며 들어왔는데, 학비 등 돈이 좀 많이 나가더라고요. 결국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고, 그것도 (생활하는데) 모자라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더 늘리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더라고요." 백씨는 청춘을 대표하는 단어로 '알바(아르바이트)' '국장(국가장학금)' '슬픔'을 꼽았다. "제 상황이랑 비슷하잖아요. 하고 싶은 건 하나도 하지 못하니깐..."
◆ 청춘=고민+방황+포기+불안? 요즘 20~30대에게 청춘은 어떤 의미일까.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봤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갖춘 SK플래닛 광고부문에 의뢰해 작년 SNS와 블로그, 카페 등에 올라온 게시물 중 '청춘' '취업' 젊음' 등과 함께 쓰인 단어를 살펴봤다. '청춘'과 관련한 단어는 총 58만여 건. 이중 고민이나 방황, 포기, 불안 등 부정적 단어와 함께 언급되는 비중이 30%에 달했다. '취업'과 관련한 단어는 337만여 건이었는데, 고민, 걱정, 부담, 부족, 장애, 해고 등이 함께 언급된 게시물이 74만여 건(24%)으로 나타났다. 52만 건의 '젊음' 관련 단어 중 낭비, 고민, 갈등, 걱정, 포기, 후회 등 부정적 단어의 비중은 15%(약 7만여 건)로 조사됐다. 긍정적인 단어로는 청춘은 사랑, 시작, 도전 등이, 취업은 성공, 희망, 도움 등이, 젊음은 행복, 사랑, 시작 등과 함께 언급됐다. 물론 긍정적인 단어의 비중이 컸지만, 추세로 보면 부정적인 단어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SK플래닛 측은 분석이다. 특히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과 관련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취업과 관련한 단어 중에서는 전쟁, 심각, 극심, 문제, 구멍, 바늘 등과 같은 단어가 함께 쓰이면서, 좁은 취업의 현실을 보여줬다. SK플래닛 광고부문 서헌주 팀장은 "취업 준비에 대한 고민과 불안, 실패, 포기 등에 대한 우려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SNS상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해 졸업·취업 시즌을 맞이해 20대의 관심사도 조사했다. 제일기획의 빅데이터 분석 조직인 제일DnA센터에도 의뢰한 결과, 지난 1월 한 달간 '취업' '졸업' '새해'와 연관된 검색어를 살펴봤다. 취업이라는 단어와 관련해선, '고졸 취업'과 관련한 단어가 가장 많이 검색됐다. '취업 성공 패키지' 등 정부의 취업 정책을 검색하는 경우도 많았고, 자격증 등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기업 연봉 등의 돈과 관련한 정보, 취업 분야나 해외 취업 등도 주요 관심사였다. 새해와 관련된 단어로는 공무원 봉급표, 연말정산 등 '돈'과 관련한 단어가 가장 많이 검색됐다. 공무원 시험 일정이나 자격증 시험 등 취업 관련 단어도 검색 비중이 높았다. 졸업과 관련해서는 행정 인턴이나 고졸 취업, 알바 등 취업과 관련한 연관어가 많았다.
◆ 혼돈의 청년들, 그래도 희망을 본다? 빅데이터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살펴본 청년들의 고민은 비슷했다. 대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충실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쌓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20대 직장인들은 막상 취업 고민을 벗어나면, 팍팍한 삶에 대한 또 다른 고민에 빠진다고 얘기한다. 대학생 손유정(24) 씨는 "학업을 하기도 벅차다. 그런데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한다. 그러면 친구들도 못 만나고 자기만의 시간도 없다"고 얘기한다. 대학생 정다운(27) 씨는 "너무나 짧고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 바로 청춘이 아닐까"라며 "나중에 20대의 청춘을 기억할 수 있을지 두렵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현선(27) 씨는 "3년 뒤, 5년 뒤, 계속 직장을 다닐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계속한다고 한다. 청춘과 관련한 단어로 '경쟁, 스펙, 취업'을 꼽은 대학생 김예린(24) 씨는 "주변에 여행을 가는 친구를 봐도, 온전히 즐기는 친구는 없다"며 "과연 그것이 청춘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청년 세대인 그들은 인터뷰 내내 '청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청춘과 관련한 긍정적인 단어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말하는 희망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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