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돈만 주면 ‘실시간 검색어’ 조작…포털 순위 믿을 수 있나?

입력 2016.02.18 (18:09) 수정 2016.02.1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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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발언 화제, 실시간 검색 1위 등극', '김○○ 실시간 검색 급상승 왜?' 우리가 인터넷 서핑을 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가십성 기사들이다.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게 되지만 간혹 의문이 생길 때도 있다. 전혀 들어본 적도 없고, 딱히 화제가 될만한 일을 한 것도 아닌 연예인이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릴 때다. 누군가 검색어 순위를 조작한 건 아닐까? 수소문 끝에 실제로 검색어 순위 조작을 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를 만났다.

뜬금없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승 배경은?

마케팅 업체 관계자 A씨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을 시도할 경우 "70~8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취재진에게 광고주들에게 보낸 문서를 보여줬다. 문서에 따르면 네이버(NAVER)의 경우 조작업체에 의뢰해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하는 데 시간당 700만 원에서 800만 원이 든다. 성공확률은 70%로 시간대 트래픽량과 키워드의 성공 난이도에 따라 단가가 달라진다는 설명이 있다. A씨는 "조작이 쉬운 검색어는 시간당 500만 원에 계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음(DAUM) 실시간 검색어는 조작업체가 받는 돈이 시간당 100만 원에서 150만 원이다. 성공확률은 80%. 문서엔 '10위 이하, 결과 누락 시 시간 체크 정지'라고 적혀있다. A씨는 "실패하면 돈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조건은 최소 3시간 이상이다. 네이버의 경우 가장 싼 검색어 조작도 시간당 500만 원이니 계약 한 건에 적어도 1,500만 원은 조작업체가 벌어들이는 셈이다. A씨는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 12시간 이상을 계약하는 업체도 많다"고 털어놨다. "주로 연예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을 홍보하기 위해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 조작하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이 소속된 기획사에서도 의뢰가 들어온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A씨는 "있지만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검색어 조작 업체가 광고주에게 보낸 문서.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하는 광고 상품이 소개된다.검색어 조작 업체가 광고주에게 보낸 문서.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하는 광고 상품이 소개된다.


실시간 검색어 조작은 어떻게 이뤄질까? 과거에는 같은 지역 비슷한 공간에서도 검색어 횟수만 늘리면 조작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포털 측이 그런 시도는 모두 차단한 상태다. 때문에 최근 업체들은 이른바 ‘좀비PC’를 이용한다. 악성코드로 전국 각지에 있는 컴퓨터를 오염시킨 뒤 그 좀비PC가 특정 단어를 검색하도록 조종하는 방식이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전국의 좀비PC에는 가상 컴퓨터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설치된다. 한 대의 컴퓨터가 4대의 IP를 설정한다. 컴퓨터 한 대를 4대로 늘리는 셈이다. 이렇게 급격히 수를 불린 좀비PC를 이용해 광고주가 요구하는 특정 단어를 검색해 순위를 조작한다. 조작 의혹을 피하기 위해 시간대를 나눠서 검색하고 메인 서버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에 둔다.



좀비PC로 검색어 조작...전문 업체 활개

이런 조작이 가능한 이유는 포털이 제공하는 검색어 순위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많이 검색된 순위가 아닌 '일정 시간 안에 검색 횟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단어'를 중심으로 매겨진 순위다.

예를 들어 '날씨'라는 단어가 하루 10만 건에서 10만 1,000건으로 많아지더라도 100건에서 1,100건으로 갑자기 검색 횟수가 늘어난 '맛집'이라는 검색어가 순위에 오르는 방식이다. 똑같이 1,000건이 증가했지만 의미는 다르게 해석된다. 일단 10위 안에만 올라 포털 사이트 첫 화면에 공개되면 2~3시간 안에 조회 수가 수십만 건 이상 급증하고 검색어를 끼워 넣는 이른바 '어뷰징 기사'가 쏟아진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에 대해 네이버 등 포털 측은 "원천 차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작을 방지하는 기술을 도입해도 조작 업체가 또 다른 방법으로 조작을 시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검색어 조작 시도가) 정상적인 검색어 입력으로 보인다. 과거 조작 사례에서 패턴을 연구해 잡아내도 점점 교묘하게 빠져나간다"고 하소연했다.

카카오 측은 "지속적으로 조작 시도를 걸러내기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지만 조작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수많은 이용자가 공통으로 관심이 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최신 이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본사(왼쪽)와 카카오 본사. 포털 업체 측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에 대해 “원천 차단은 어렵다”고 밝혔다.네이버 본사(왼쪽)와 카카오 본사. 포털 업체 측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에 대해 “원천 차단은 어렵다”고 밝혔다.


포털 "원천 차단 어렵다" 전문가 "서비스 중단하거나 데이터 공개해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시간 검색어가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조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성욱 세종대학교 바이럴마케팅 지도교수는 "포털업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검색어 입력이 어느 지역에서 올라오고 트래픽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첨부하면 이용자가 알아서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아예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구글은 '구글 트랜드'라는 별개 사이트를 통해 인기 검색어를 발표하지만 네이버나 다음처럼 포털 사이트에서 공개하지는 않는다. 또 실시간이 아닌 하루 단위의 검색어 순위를 발표한다. 검색어 순위가 궁금해서 들어가 보는 사용자에게만 노출되니 실시간 검색어 순위 자체가 트래픽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하는 업체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은 계속해서 조작된 검색어 순위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크다. 박성욱 교수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계속되고 있지만 포털 업체는 실시간 검색어로 인한 사용자 유입량이 크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뉴스는 오늘(18일) '뉴스9'을 통해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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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돈만 주면 ‘실시간 검색어’ 조작…포털 순위 믿을 수 있나?
    • 입력 2016-02-18 18:09:15
    • 수정2016-02-18 19:01:54
    취재K
'박○○ 발언 화제, 실시간 검색 1위 등극', '김○○ 실시간 검색 급상승 왜?' 우리가 인터넷 서핑을 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가십성 기사들이다.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게 되지만 간혹 의문이 생길 때도 있다. 전혀 들어본 적도 없고, 딱히 화제가 될만한 일을 한 것도 아닌 연예인이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릴 때다. 누군가 검색어 순위를 조작한 건 아닐까? 수소문 끝에 실제로 검색어 순위 조작을 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를 만났다.

뜬금없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승 배경은?

마케팅 업체 관계자 A씨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을 시도할 경우 "70~8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취재진에게 광고주들에게 보낸 문서를 보여줬다. 문서에 따르면 네이버(NAVER)의 경우 조작업체에 의뢰해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하는 데 시간당 700만 원에서 800만 원이 든다. 성공확률은 70%로 시간대 트래픽량과 키워드의 성공 난이도에 따라 단가가 달라진다는 설명이 있다. A씨는 "조작이 쉬운 검색어는 시간당 500만 원에 계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음(DAUM) 실시간 검색어는 조작업체가 받는 돈이 시간당 100만 원에서 150만 원이다. 성공확률은 80%. 문서엔 '10위 이하, 결과 누락 시 시간 체크 정지'라고 적혀있다. A씨는 "실패하면 돈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조건은 최소 3시간 이상이다. 네이버의 경우 가장 싼 검색어 조작도 시간당 500만 원이니 계약 한 건에 적어도 1,500만 원은 조작업체가 벌어들이는 셈이다. A씨는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 12시간 이상을 계약하는 업체도 많다"고 털어놨다. "주로 연예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을 홍보하기 위해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 조작하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이 소속된 기획사에서도 의뢰가 들어온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A씨는 "있지만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검색어 조작 업체가 광고주에게 보낸 문서.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하는 광고 상품이 소개된다.

실시간 검색어 조작은 어떻게 이뤄질까? 과거에는 같은 지역 비슷한 공간에서도 검색어 횟수만 늘리면 조작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포털 측이 그런 시도는 모두 차단한 상태다. 때문에 최근 업체들은 이른바 ‘좀비PC’를 이용한다. 악성코드로 전국 각지에 있는 컴퓨터를 오염시킨 뒤 그 좀비PC가 특정 단어를 검색하도록 조종하는 방식이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전국의 좀비PC에는 가상 컴퓨터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설치된다. 한 대의 컴퓨터가 4대의 IP를 설정한다. 컴퓨터 한 대를 4대로 늘리는 셈이다. 이렇게 급격히 수를 불린 좀비PC를 이용해 광고주가 요구하는 특정 단어를 검색해 순위를 조작한다. 조작 의혹을 피하기 위해 시간대를 나눠서 검색하고 메인 서버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에 둔다.



좀비PC로 검색어 조작...전문 업체 활개

이런 조작이 가능한 이유는 포털이 제공하는 검색어 순위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많이 검색된 순위가 아닌 '일정 시간 안에 검색 횟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단어'를 중심으로 매겨진 순위다.

예를 들어 '날씨'라는 단어가 하루 10만 건에서 10만 1,000건으로 많아지더라도 100건에서 1,100건으로 갑자기 검색 횟수가 늘어난 '맛집'이라는 검색어가 순위에 오르는 방식이다. 똑같이 1,000건이 증가했지만 의미는 다르게 해석된다. 일단 10위 안에만 올라 포털 사이트 첫 화면에 공개되면 2~3시간 안에 조회 수가 수십만 건 이상 급증하고 검색어를 끼워 넣는 이른바 '어뷰징 기사'가 쏟아진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에 대해 네이버 등 포털 측은 "원천 차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작을 방지하는 기술을 도입해도 조작 업체가 또 다른 방법으로 조작을 시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검색어 조작 시도가) 정상적인 검색어 입력으로 보인다. 과거 조작 사례에서 패턴을 연구해 잡아내도 점점 교묘하게 빠져나간다"고 하소연했다.

카카오 측은 "지속적으로 조작 시도를 걸러내기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지만 조작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수많은 이용자가 공통으로 관심이 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최신 이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본사(왼쪽)와 카카오 본사. 포털 업체 측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에 대해 “원천 차단은 어렵다”고 밝혔다.

포털 "원천 차단 어렵다" 전문가 "서비스 중단하거나 데이터 공개해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시간 검색어가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조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성욱 세종대학교 바이럴마케팅 지도교수는 "포털업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검색어 입력이 어느 지역에서 올라오고 트래픽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첨부하면 이용자가 알아서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아예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구글은 '구글 트랜드'라는 별개 사이트를 통해 인기 검색어를 발표하지만 네이버나 다음처럼 포털 사이트에서 공개하지는 않는다. 또 실시간이 아닌 하루 단위의 검색어 순위를 발표한다. 검색어 순위가 궁금해서 들어가 보는 사용자에게만 노출되니 실시간 검색어 순위 자체가 트래픽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하는 업체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은 계속해서 조작된 검색어 순위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크다. 박성욱 교수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계속되고 있지만 포털 업체는 실시간 검색어로 인한 사용자 유입량이 크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뉴스는 오늘(18일) '뉴스9'을 통해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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