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미사일과 ‘최악의 시나리오’
입력 2016.02.21 (18:13)
수정 2016.02.2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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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숙고해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걱정거리가 있다. 현상황이 종국적으로 다다를 귀결점에 대한 언급이다.
‘미국이 결국은 북한과 타협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는 게 요지다.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이든 불가침조약이든 양자협약을 맺고 그 협약 안에는 북한의 핵미사일과 주한미군의 지위 변경 문제 등을 포함하는 타협안을 담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에 강력 반대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고려될 여지가 없다. 마치 60여년전 판문점에서 열린 정전협상에서 협정 체결에 반대하던 한국 정부가 배제된 것과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셈이다.
이는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지만 이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미국과 북한을 다뤄본 경험이 많고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간단히 흘려보낼 수만은 없는 심각한 문제제기이다.
제재국면 실패는 북·미 타협으로 이어질 우려
지금 진행되는 상황에 몰두해 있는 사람들은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나서서 북한과 일전불사의 자세로 맞서고 있는 데 협상은 무슨 협상이냐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과 북한의 타협이 당장 가시화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할 때가 아니고 호되게 몰아쳐야 할 때라는 점을 미국이 앞장서서 강조하고 있다. 한미양국의 대북정책을 고위급에서 조율하는 공식창구인 조태용 NSC사무처장과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금은 북한과 협상할 때가 아니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우선’이라는 점을 함께 밝혔다. 중국 정부가 평화협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데 방점을 두려는 시도도 공개적으로 물리쳤다.
북한이 이른바 수소폭탄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에 성공하고 북한 지도부가 이를 결사옹위할 정책으로 공언하는 상황에서는 설령 협상장이 마련돼도 아무런 진척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한미양국의 협상 거부 입장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어렵다.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8일 미국에서 토니 블링큰 국무 부장관을 만나 한·미가 긴밀히 조율해 강력한 대북제재를 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두 사람이 만난 모습. (사진 연합)
지금은 북한 지도부가 입장과 태도를 바꾸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시돼야 하는만큼 압박정책의 선택은 한미양국에게 합목적적이다. 문제를 풀 의사가 없는 사람을 아무리 협상장으로 데리고 와봐야 시간만 허비될 뿐이다. 예전 어느 대통령의 언급처럼 ‘소를 물가로 강제로 데려와 봐야 먹지 않겠다고 버티면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재를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하기로 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제재가 북한 지도부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한미양국과 일본 그리고 서방세계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제재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의 리더십에 타격을 주고 지도체제 내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이다. 하지만 외부의 압박이 오히려 북한 지도부의 단결을 불러오고 북한 주민들의 궁핍만 더하게 한다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만 만들 것임도 분명하다.
강력한 제재는 오히려 북한 내부 권력을 공고히 할 가능성이 더 크다. 사진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광명성4호' 발사에 기여한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나선 모습 (사진 연합)
제재만으로는 북한 지도체제 변화 불가능
북한과 미국이 타협할 것이라는 우려는 결국 제재국면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당장 북한의 주리를 틀 것처럼 기세등등하게 시작됐지만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북한의 저열하고 폐쇄적인 사회구조에 우선 기인한다. 쉽게 말해 어짜피 제대로 못 먹고 못 입는 상황에서 경제난의 심화로 대규모 아사 등이 발생한다 해도 지도부의 책임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외부의 압제 때문이라는 북한 지도층의 변명이 통할 수 있는 여건만 만들어주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는 현재 한미양국 등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제재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층 명료해진다.
우선 유엔 안보리가 채택할 북한에 대한 제재를 보자.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번주 안에는 제재결의안이 성안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관련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20여개의 주요 항목 가운데 10여개 핵심 사안에 대해 이미 합의를 이뤘고 마지막 추가 항목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미 합의된 내용 중에는 기존 결의안에서 한발 더 나가는 내용들도 들어 있다. 불법행위를 한 북한 외교관을 추방한다는 내용은 북한의 외교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거리다. 이는 박 대통령이 2월 16일 국회 연설에서 ‘일부 국가들은 북한과의 외교관계까지 재검토하고 있다’며 내비친대로 북한과 다른 나라들의 정상적 외교관계 유지에 큰 장애가 생길 사안이다.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에 대한 조건부 제한 조치나 WMD에 관련된 북한 지도부에 대한 제재조치도 중국도 동의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뿐이다. 기존의 유엔 안보리 제재안에 이런 새로운 내용이 추가된다 해도 국제사회와의 교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 자체에는 타격을 줄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한미양국이 내놓을 양자 제재방안도 마찬가지다. 우선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조업 중단에 이어 여러 가지 후속 대응을 준비중이다. 그중 가장 북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제재가 북한을 다녀오는 선박의 기항을 금지하는 조치다. 유엔 안보리 제재안에도 관련 내용이 들어 있고 일본과 다른 서방국들도 가세하면 북한의 무역항들은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북한이 받을 타격은 제한적이다. 워낙 교역이 미미하고 해운활동도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구가 하루만 정상 가동되지 않아도 물류대란 소리가 나오는 한국이나 미국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한·러양국이 주도해온 나홋카 프로젝트도 북한에 들어가는 현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중단시에 받을 타격이 크다고는 할 수 없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인들을 추가 제재하는 것도 이미 제재한 사례가 말해주듯 타격은 제한적이다.
미국이 취할 제재 역시 지금은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할 태도로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지만 막상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이 나오게 되면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중간에 제재 수위에 대한 1차 조정이 이뤄진 상황에서 중국에 직접 타격을 줄 수준의 추가 제재를 미국이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무역 전쟁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강화된 대북제재는 북한 경제에는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지만 북한 지도부에 치명적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 제재를 통한 대북한 압박정책은 북한 지도부에 타격을 줘서 지도체제 변동을 가져오고 핵미사일 정책의 폐기를 이끌어내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중요하다. 북한 지도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힘은 중국 지도부에 있다는 것을 노련한 외교관들은 지적해왔다. 얼마전 별세한 홍순영 전 외교장관은 주중대사 시절 사석에서 "대북정책은 중국이 딱 한가지만 결정하면 끝난다. 장쩌민 주석이 김정일 위원장한테 중국에 오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거나 중국에 오면 북한에 못돌아가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과는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선언하거나 한걸음 더 나아가서 "김 위원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는 중국이 석유나 광물 자원을 북한과 거래하지 않는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 지도부에 타격을 줄 것이다. 대북정책이 중국을 빼놓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는 배경에는 다 이런 점도 감안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이끌고 싶어 하지만, 중국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1월 27일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북핵 문제 등을 두고 회담을 했지만 입장 차이만 드러냈다. (사진 연합AP)
북한의 조기붕괴를 전제로 한 정책은 위험…중국이 북한 지도부 응징하게 해야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조기 붕괴를 전제로 짜여지는 것은 위험하다. 외부의 제재가 강해진다고 해서 체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다.
현정권 초기에 정보기관의 수장이 ‘조기 붕괴론에 집착’했다가 자리가 바뀐 후에는 조금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조기에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일종의 도참사상까지 거론되고, 여기에 일부 언론까지 가세하고 있지만 이는 기대섞인 희망일뿐 냉정하게 돌아가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와 전폭기 그리고 항공모함과 핵잠수함들이 위력과시에 들어가면서 물리적 응징을 통한 통일도 못할 것 없다는 기세도 있지만 미국의 전략은 군사력 사용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해봐야 미국과 비교하면 어린아이 장난 수준에 불과하고 만에 하나 도발할 경우에는 압도적 군사력으로 제압하겠다는 사전경고를 보내는 것일 뿐이다.
북한 문제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겠다는 선택지는 미국 오바마 정권에는 없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반도에서의 대규모 물리적 충돌은 북한의 붕괴를 불러오겠지만 한국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주게 된다는 점을 정책 담당자들은 외면할 수 없다.
미국 오바마 정권에 북한 문제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겠다는 선택지는 없다. (사진 연합AP)
이는 설령 미국에 호전적인 차기정권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도발하려 하거나 실제 도발을 감행하지 않는 한 한·미 양국이 군사적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재만으로는 북한 체제의 변화를 조기에 이끌어내기 힘들고 물리적 제재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막판에 가서는 북한과 미국의 타협을 지켜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중국의 힘을 빌려야 한다.
[연관 기사] ☞ 개성공단 필두로 한·미·일 대북제재 본격화…중국이 관건
중국이 스스로 북한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응징할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할 때 북한 지도부에 변화가 생길 수 있고 북한의 정책이 바뀌는 것이다.
‘미국이 결국은 북한과 타협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는 게 요지다.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이든 불가침조약이든 양자협약을 맺고 그 협약 안에는 북한의 핵미사일과 주한미군의 지위 변경 문제 등을 포함하는 타협안을 담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에 강력 반대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고려될 여지가 없다. 마치 60여년전 판문점에서 열린 정전협상에서 협정 체결에 반대하던 한국 정부가 배제된 것과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셈이다.
이는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지만 이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미국과 북한을 다뤄본 경험이 많고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간단히 흘려보낼 수만은 없는 심각한 문제제기이다.
제재국면 실패는 북·미 타협으로 이어질 우려
지금 진행되는 상황에 몰두해 있는 사람들은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나서서 북한과 일전불사의 자세로 맞서고 있는 데 협상은 무슨 협상이냐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과 북한의 타협이 당장 가시화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할 때가 아니고 호되게 몰아쳐야 할 때라는 점을 미국이 앞장서서 강조하고 있다. 한미양국의 대북정책을 고위급에서 조율하는 공식창구인 조태용 NSC사무처장과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금은 북한과 협상할 때가 아니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우선’이라는 점을 함께 밝혔다. 중국 정부가 평화협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데 방점을 두려는 시도도 공개적으로 물리쳤다.
북한이 이른바 수소폭탄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에 성공하고 북한 지도부가 이를 결사옹위할 정책으로 공언하는 상황에서는 설령 협상장이 마련돼도 아무런 진척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한미양국의 협상 거부 입장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북한 지도부가 입장과 태도를 바꾸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시돼야 하는만큼 압박정책의 선택은 한미양국에게 합목적적이다. 문제를 풀 의사가 없는 사람을 아무리 협상장으로 데리고 와봐야 시간만 허비될 뿐이다. 예전 어느 대통령의 언급처럼 ‘소를 물가로 강제로 데려와 봐야 먹지 않겠다고 버티면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재를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하기로 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제재가 북한 지도부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한미양국과 일본 그리고 서방세계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제재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의 리더십에 타격을 주고 지도체제 내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이다. 하지만 외부의 압박이 오히려 북한 지도부의 단결을 불러오고 북한 주민들의 궁핍만 더하게 한다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만 만들 것임도 분명하다.

제재만으로는 북한 지도체제 변화 불가능
북한과 미국이 타협할 것이라는 우려는 결국 제재국면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당장 북한의 주리를 틀 것처럼 기세등등하게 시작됐지만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북한의 저열하고 폐쇄적인 사회구조에 우선 기인한다. 쉽게 말해 어짜피 제대로 못 먹고 못 입는 상황에서 경제난의 심화로 대규모 아사 등이 발생한다 해도 지도부의 책임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외부의 압제 때문이라는 북한 지도층의 변명이 통할 수 있는 여건만 만들어주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는 현재 한미양국 등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제재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층 명료해진다.
우선 유엔 안보리가 채택할 북한에 대한 제재를 보자.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번주 안에는 제재결의안이 성안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관련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20여개의 주요 항목 가운데 10여개 핵심 사안에 대해 이미 합의를 이뤘고 마지막 추가 항목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미 합의된 내용 중에는 기존 결의안에서 한발 더 나가는 내용들도 들어 있다. 불법행위를 한 북한 외교관을 추방한다는 내용은 북한의 외교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거리다. 이는 박 대통령이 2월 16일 국회 연설에서 ‘일부 국가들은 북한과의 외교관계까지 재검토하고 있다’며 내비친대로 북한과 다른 나라들의 정상적 외교관계 유지에 큰 장애가 생길 사안이다.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에 대한 조건부 제한 조치나 WMD에 관련된 북한 지도부에 대한 제재조치도 중국도 동의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뿐이다. 기존의 유엔 안보리 제재안에 이런 새로운 내용이 추가된다 해도 국제사회와의 교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 자체에는 타격을 줄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한미양국이 내놓을 양자 제재방안도 마찬가지다. 우선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조업 중단에 이어 여러 가지 후속 대응을 준비중이다. 그중 가장 북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제재가 북한을 다녀오는 선박의 기항을 금지하는 조치다. 유엔 안보리 제재안에도 관련 내용이 들어 있고 일본과 다른 서방국들도 가세하면 북한의 무역항들은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북한이 받을 타격은 제한적이다. 워낙 교역이 미미하고 해운활동도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구가 하루만 정상 가동되지 않아도 물류대란 소리가 나오는 한국이나 미국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한·러양국이 주도해온 나홋카 프로젝트도 북한에 들어가는 현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중단시에 받을 타격이 크다고는 할 수 없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인들을 추가 제재하는 것도 이미 제재한 사례가 말해주듯 타격은 제한적이다.
미국이 취할 제재 역시 지금은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할 태도로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지만 막상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이 나오게 되면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중간에 제재 수위에 대한 1차 조정이 이뤄진 상황에서 중국에 직접 타격을 줄 수준의 추가 제재를 미국이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무역 전쟁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강화된 대북제재는 북한 경제에는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지만 북한 지도부에 치명적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 제재를 통한 대북한 압박정책은 북한 지도부에 타격을 줘서 지도체제 변동을 가져오고 핵미사일 정책의 폐기를 이끌어내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중요하다. 북한 지도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힘은 중국 지도부에 있다는 것을 노련한 외교관들은 지적해왔다. 얼마전 별세한 홍순영 전 외교장관은 주중대사 시절 사석에서 "대북정책은 중국이 딱 한가지만 결정하면 끝난다. 장쩌민 주석이 김정일 위원장한테 중국에 오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거나 중국에 오면 북한에 못돌아가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과는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선언하거나 한걸음 더 나아가서 "김 위원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는 중국이 석유나 광물 자원을 북한과 거래하지 않는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 지도부에 타격을 줄 것이다. 대북정책이 중국을 빼놓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는 배경에는 다 이런 점도 감안된 것이다.

북한의 조기붕괴를 전제로 한 정책은 위험…중국이 북한 지도부 응징하게 해야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조기 붕괴를 전제로 짜여지는 것은 위험하다. 외부의 제재가 강해진다고 해서 체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다.
현정권 초기에 정보기관의 수장이 ‘조기 붕괴론에 집착’했다가 자리가 바뀐 후에는 조금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조기에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일종의 도참사상까지 거론되고, 여기에 일부 언론까지 가세하고 있지만 이는 기대섞인 희망일뿐 냉정하게 돌아가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와 전폭기 그리고 항공모함과 핵잠수함들이 위력과시에 들어가면서 물리적 응징을 통한 통일도 못할 것 없다는 기세도 있지만 미국의 전략은 군사력 사용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해봐야 미국과 비교하면 어린아이 장난 수준에 불과하고 만에 하나 도발할 경우에는 압도적 군사력으로 제압하겠다는 사전경고를 보내는 것일 뿐이다.
북한 문제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겠다는 선택지는 미국 오바마 정권에는 없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반도에서의 대규모 물리적 충돌은 북한의 붕괴를 불러오겠지만 한국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주게 된다는 점을 정책 담당자들은 외면할 수 없다.

이는 설령 미국에 호전적인 차기정권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도발하려 하거나 실제 도발을 감행하지 않는 한 한·미 양국이 군사적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재만으로는 북한 체제의 변화를 조기에 이끌어내기 힘들고 물리적 제재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막판에 가서는 북한과 미국의 타협을 지켜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중국의 힘을 빌려야 한다.
[연관 기사] ☞ 개성공단 필두로 한·미·일 대북제재 본격화…중국이 관건
중국이 스스로 북한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응징할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할 때 북한 지도부에 변화가 생길 수 있고 북한의 정책이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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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핵·미사일과 ‘최악의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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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2-21 18:13:24
- 수정2016-02-29 13:21:36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숙고해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걱정거리가 있다. 현상황이 종국적으로 다다를 귀결점에 대한 언급이다.
‘미국이 결국은 북한과 타협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는 게 요지다.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이든 불가침조약이든 양자협약을 맺고 그 협약 안에는 북한의 핵미사일과 주한미군의 지위 변경 문제 등을 포함하는 타협안을 담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에 강력 반대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고려될 여지가 없다. 마치 60여년전 판문점에서 열린 정전협상에서 협정 체결에 반대하던 한국 정부가 배제된 것과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셈이다.
이는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지만 이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미국과 북한을 다뤄본 경험이 많고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간단히 흘려보낼 수만은 없는 심각한 문제제기이다.
제재국면 실패는 북·미 타협으로 이어질 우려
지금 진행되는 상황에 몰두해 있는 사람들은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나서서 북한과 일전불사의 자세로 맞서고 있는 데 협상은 무슨 협상이냐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과 북한의 타협이 당장 가시화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할 때가 아니고 호되게 몰아쳐야 할 때라는 점을 미국이 앞장서서 강조하고 있다. 한미양국의 대북정책을 고위급에서 조율하는 공식창구인 조태용 NSC사무처장과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금은 북한과 협상할 때가 아니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우선’이라는 점을 함께 밝혔다. 중국 정부가 평화협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데 방점을 두려는 시도도 공개적으로 물리쳤다.
북한이 이른바 수소폭탄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에 성공하고 북한 지도부가 이를 결사옹위할 정책으로 공언하는 상황에서는 설령 협상장이 마련돼도 아무런 진척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한미양국의 협상 거부 입장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북한 지도부가 입장과 태도를 바꾸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시돼야 하는만큼 압박정책의 선택은 한미양국에게 합목적적이다. 문제를 풀 의사가 없는 사람을 아무리 협상장으로 데리고 와봐야 시간만 허비될 뿐이다. 예전 어느 대통령의 언급처럼 ‘소를 물가로 강제로 데려와 봐야 먹지 않겠다고 버티면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재를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하기로 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제재가 북한 지도부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한미양국과 일본 그리고 서방세계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제재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의 리더십에 타격을 주고 지도체제 내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이다. 하지만 외부의 압박이 오히려 북한 지도부의 단결을 불러오고 북한 주민들의 궁핍만 더하게 한다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만 만들 것임도 분명하다.

제재만으로는 북한 지도체제 변화 불가능
북한과 미국이 타협할 것이라는 우려는 결국 제재국면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당장 북한의 주리를 틀 것처럼 기세등등하게 시작됐지만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북한의 저열하고 폐쇄적인 사회구조에 우선 기인한다. 쉽게 말해 어짜피 제대로 못 먹고 못 입는 상황에서 경제난의 심화로 대규모 아사 등이 발생한다 해도 지도부의 책임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외부의 압제 때문이라는 북한 지도층의 변명이 통할 수 있는 여건만 만들어주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는 현재 한미양국 등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제재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층 명료해진다.
우선 유엔 안보리가 채택할 북한에 대한 제재를 보자.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번주 안에는 제재결의안이 성안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관련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20여개의 주요 항목 가운데 10여개 핵심 사안에 대해 이미 합의를 이뤘고 마지막 추가 항목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미 합의된 내용 중에는 기존 결의안에서 한발 더 나가는 내용들도 들어 있다. 불법행위를 한 북한 외교관을 추방한다는 내용은 북한의 외교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거리다. 이는 박 대통령이 2월 16일 국회 연설에서 ‘일부 국가들은 북한과의 외교관계까지 재검토하고 있다’며 내비친대로 북한과 다른 나라들의 정상적 외교관계 유지에 큰 장애가 생길 사안이다.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에 대한 조건부 제한 조치나 WMD에 관련된 북한 지도부에 대한 제재조치도 중국도 동의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뿐이다. 기존의 유엔 안보리 제재안에 이런 새로운 내용이 추가된다 해도 국제사회와의 교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 자체에는 타격을 줄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한미양국이 내놓을 양자 제재방안도 마찬가지다. 우선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조업 중단에 이어 여러 가지 후속 대응을 준비중이다. 그중 가장 북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제재가 북한을 다녀오는 선박의 기항을 금지하는 조치다. 유엔 안보리 제재안에도 관련 내용이 들어 있고 일본과 다른 서방국들도 가세하면 북한의 무역항들은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북한이 받을 타격은 제한적이다. 워낙 교역이 미미하고 해운활동도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구가 하루만 정상 가동되지 않아도 물류대란 소리가 나오는 한국이나 미국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한·러양국이 주도해온 나홋카 프로젝트도 북한에 들어가는 현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중단시에 받을 타격이 크다고는 할 수 없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인들을 추가 제재하는 것도 이미 제재한 사례가 말해주듯 타격은 제한적이다.
미국이 취할 제재 역시 지금은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할 태도로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지만 막상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이 나오게 되면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중간에 제재 수위에 대한 1차 조정이 이뤄진 상황에서 중국에 직접 타격을 줄 수준의 추가 제재를 미국이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무역 전쟁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강화된 대북제재는 북한 경제에는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지만 북한 지도부에 치명적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 제재를 통한 대북한 압박정책은 북한 지도부에 타격을 줘서 지도체제 변동을 가져오고 핵미사일 정책의 폐기를 이끌어내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중요하다. 북한 지도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힘은 중국 지도부에 있다는 것을 노련한 외교관들은 지적해왔다. 얼마전 별세한 홍순영 전 외교장관은 주중대사 시절 사석에서 "대북정책은 중국이 딱 한가지만 결정하면 끝난다. 장쩌민 주석이 김정일 위원장한테 중국에 오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거나 중국에 오면 북한에 못돌아가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과는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선언하거나 한걸음 더 나아가서 "김 위원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는 중국이 석유나 광물 자원을 북한과 거래하지 않는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 지도부에 타격을 줄 것이다. 대북정책이 중국을 빼놓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는 배경에는 다 이런 점도 감안된 것이다.

북한의 조기붕괴를 전제로 한 정책은 위험…중국이 북한 지도부 응징하게 해야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조기 붕괴를 전제로 짜여지는 것은 위험하다. 외부의 제재가 강해진다고 해서 체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다.
현정권 초기에 정보기관의 수장이 ‘조기 붕괴론에 집착’했다가 자리가 바뀐 후에는 조금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조기에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일종의 도참사상까지 거론되고, 여기에 일부 언론까지 가세하고 있지만 이는 기대섞인 희망일뿐 냉정하게 돌아가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와 전폭기 그리고 항공모함과 핵잠수함들이 위력과시에 들어가면서 물리적 응징을 통한 통일도 못할 것 없다는 기세도 있지만 미국의 전략은 군사력 사용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해봐야 미국과 비교하면 어린아이 장난 수준에 불과하고 만에 하나 도발할 경우에는 압도적 군사력으로 제압하겠다는 사전경고를 보내는 것일 뿐이다.
북한 문제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겠다는 선택지는 미국 오바마 정권에는 없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반도에서의 대규모 물리적 충돌은 북한의 붕괴를 불러오겠지만 한국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주게 된다는 점을 정책 담당자들은 외면할 수 없다.

이는 설령 미국에 호전적인 차기정권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도발하려 하거나 실제 도발을 감행하지 않는 한 한·미 양국이 군사적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재만으로는 북한 체제의 변화를 조기에 이끌어내기 힘들고 물리적 제재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막판에 가서는 북한과 미국의 타협을 지켜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중국의 힘을 빌려야 한다.
[연관 기사] ☞ 개성공단 필두로 한·미·일 대북제재 본격화…중국이 관건
중국이 스스로 북한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응징할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할 때 북한 지도부에 변화가 생길 수 있고 북한의 정책이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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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덕 기자 kd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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