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살(買)것인가, 살(居)것인가
입력 2016.02.23 (22:00) 수정 2016.02.24 (15:25) 시사기획 창
동영상영역 시작
살(買)것인가, 살(居)것인가
동영상영역 끝
2015년 주택거래량이 110만 건을 돌파했다. 주택경기가 호황이었던 2006년 이후 사상최고치였다. 치솟는 전세가격을 버티지 못한 무주택세입자들이 정부의 주택매입 지원정책에 힘입어 대거 집을 사들인 결과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른바 에코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가 대거 주택을 매입했다는 점이다. 에코세대는 1979년부터 199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베이비붐 세대(1955 ~ 1963년 사이 출생 세대)가 메아리처럼 제2의 출생 붐을 일으켰다고 해서 ‘베이비붐 에코(echo)세대’로 불리고 있다. 이들의 인구는 950만 명에 육박한다.

부모세대인 베이비부머에게 ‘내집’은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노후대비를 위한 투자였다. 반대로 에코세대들에게 ‘내집마련’은 언감생심이었다.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 늦은 취업과 얄팍한 소득 때문에 85%가량이 셋집을 전전해왔다.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사느니 좋은 차를 타고 여행을 즐기겠다는 인생관을 가진 세대로도 알려져 있다. 연애와 결혼, 출산, 내집마련은 물론 희망마저 포기했다고 해서 붙은 ‘오포세대’라는 수식어는 이들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런 에코세대가 2015년 주택시장을 뒤흔들었다. 분양아파트 물량의 35% 가량을 이들이 사들였기 때문. 40대(32%)와 50대(18%), 60대(8%) 보다 많은 수치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들이 대거 내집마련에 나선 건 여윳돈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천정부지로 뛰는 전세가격에 전세품귀현상까지 가속화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자’에 나섰던 것. 저리의 주택자금대출 등 정부가 내놓은 각종 주택경기부양책은 이들이 ‘차라리 집을 사자’고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돈이 있으면 집을 사면 된다. 문제는 이들이 집을 사기위해 다른 세대보다 훨씬 많은 돈을 빌렸다는 점이다. 2014년 2월 이후 1년 동안 30대 이하가 빌린 주택자금대출은 24%나 증가했다. 12% 정도 늘어난 40대는 물론 50대와 60대를 앞지르는 수치다. 하우스푸어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들 부모 세대의 이야기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집값하락으로 생활고를 겪은 하우스푸어 중 50대가 가장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들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자식세대인 에코세대가 사상 유례 없는 대출을 받아 다시 집을 샀다. 다른 점은 부모세대가 투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집을 샀다면 자식세대는 깡통전세를 피하기 위해 떠밀려서 집을 샀다는 점뿐이다.

[연관 기사]
☞ 가계부채 급증…사상 첫 1,200조 원 ‘돌파’


하지만 주택시장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와 대출상환부담 증가에 더해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저출산, 100%가 넘는 주택공급물량으로 주택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른바 대세하락론이다. 이미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지역 일부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 실수요자들이 많은 강북지역에서도 가격이 떨어지는 아파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버지세대에 이어 자식세대가 제2의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집값도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집이 더 이상 재산을 불리고 노후를 보장하는 투자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는 오르지 않는 집값 때문에 이자와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의 주택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제 한국사회 구성원들은 살(買)것인가, 살(居)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불러온 불가피한 선택이다. 평생 대출 이자를 갚느라 불안해하며 살지, 내 집이 없어 불안하더라도 자유로워질 것인지에 관한 선택이다. 대한민국은 늘 ‘집’ 때문에 고통을 받아왔다. 집을 구하는 사람도 집을 사는 사람도 자신의 모든 삶을 ‘집’에 저당 잡혀야 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집’은 주거수단이 아닌 삶의 목표였다.

한국인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으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보다는 경기 부양을 위해 그때그때 주택경기회복과 집값상승 위주의 정책을 펴왔던 정부의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일까? KBS 시사기획 창은 오는 23일 밤 10시 '살(買)것인가, 살(居)인가'를 KBS1TV를 통해 방송한다. 2016년 새해를 맞아 2015년 주택시장에 새로운 수요층으로 급부상한 에코세대의 집사기와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들여다보고 ‘삶의 자리’로서 참된 집의 의미는 무엇인지, 이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 살(買)것인가, 살(居)것인가
    • 입력 2016.02.23 (22:00)
    • 수정 2016.02.24 (15:25)
    시사기획 창
살(買)것인가, 살(居)것인가
2015년 주택거래량이 110만 건을 돌파했다. 주택경기가 호황이었던 2006년 이후 사상최고치였다. 치솟는 전세가격을 버티지 못한 무주택세입자들이 정부의 주택매입 지원정책에 힘입어 대거 집을 사들인 결과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른바 에코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가 대거 주택을 매입했다는 점이다. 에코세대는 1979년부터 199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베이비붐 세대(1955 ~ 1963년 사이 출생 세대)가 메아리처럼 제2의 출생 붐을 일으켰다고 해서 ‘베이비붐 에코(echo)세대’로 불리고 있다. 이들의 인구는 950만 명에 육박한다.

부모세대인 베이비부머에게 ‘내집’은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노후대비를 위한 투자였다. 반대로 에코세대들에게 ‘내집마련’은 언감생심이었다.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 늦은 취업과 얄팍한 소득 때문에 85%가량이 셋집을 전전해왔다.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사느니 좋은 차를 타고 여행을 즐기겠다는 인생관을 가진 세대로도 알려져 있다. 연애와 결혼, 출산, 내집마련은 물론 희망마저 포기했다고 해서 붙은 ‘오포세대’라는 수식어는 이들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런 에코세대가 2015년 주택시장을 뒤흔들었다. 분양아파트 물량의 35% 가량을 이들이 사들였기 때문. 40대(32%)와 50대(18%), 60대(8%) 보다 많은 수치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들이 대거 내집마련에 나선 건 여윳돈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천정부지로 뛰는 전세가격에 전세품귀현상까지 가속화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자’에 나섰던 것. 저리의 주택자금대출 등 정부가 내놓은 각종 주택경기부양책은 이들이 ‘차라리 집을 사자’고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돈이 있으면 집을 사면 된다. 문제는 이들이 집을 사기위해 다른 세대보다 훨씬 많은 돈을 빌렸다는 점이다. 2014년 2월 이후 1년 동안 30대 이하가 빌린 주택자금대출은 24%나 증가했다. 12% 정도 늘어난 40대는 물론 50대와 60대를 앞지르는 수치다. 하우스푸어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들 부모 세대의 이야기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집값하락으로 생활고를 겪은 하우스푸어 중 50대가 가장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들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자식세대인 에코세대가 사상 유례 없는 대출을 받아 다시 집을 샀다. 다른 점은 부모세대가 투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집을 샀다면 자식세대는 깡통전세를 피하기 위해 떠밀려서 집을 샀다는 점뿐이다.

[연관 기사]
☞ 가계부채 급증…사상 첫 1,200조 원 ‘돌파’


하지만 주택시장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와 대출상환부담 증가에 더해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저출산, 100%가 넘는 주택공급물량으로 주택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른바 대세하락론이다. 이미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지역 일부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 실수요자들이 많은 강북지역에서도 가격이 떨어지는 아파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버지세대에 이어 자식세대가 제2의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집값도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집이 더 이상 재산을 불리고 노후를 보장하는 투자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는 오르지 않는 집값 때문에 이자와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의 주택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제 한국사회 구성원들은 살(買)것인가, 살(居)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불러온 불가피한 선택이다. 평생 대출 이자를 갚느라 불안해하며 살지, 내 집이 없어 불안하더라도 자유로워질 것인지에 관한 선택이다. 대한민국은 늘 ‘집’ 때문에 고통을 받아왔다. 집을 구하는 사람도 집을 사는 사람도 자신의 모든 삶을 ‘집’에 저당 잡혀야 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집’은 주거수단이 아닌 삶의 목표였다.

한국인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으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보다는 경기 부양을 위해 그때그때 주택경기회복과 집값상승 위주의 정책을 펴왔던 정부의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일까? KBS 시사기획 창은 오는 23일 밤 10시 '살(買)것인가, 살(居)인가'를 KBS1TV를 통해 방송한다. 2016년 새해를 맞아 2015년 주택시장에 새로운 수요층으로 급부상한 에코세대의 집사기와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들여다보고 ‘삶의 자리’로서 참된 집의 의미는 무엇인지, 이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KBS사이트에서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댓글 이용시 KBS회원으로 표시되고
댓글창을 통해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소셜회원으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