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개성공단 바자회’…백화점 ‘재고 떨이’?

입력 2016.02.24 (19:35) 수정 2016.02.25 (09: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19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았다. 개성공단을 돕자는 바자회 행사장을 방문해 판매 직원과 소비자들을 잇따라 만나며 입주기업 제품을 많이 팔고 사줄 것을 당부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소공동 본점과 영등포점 등 전국 주요 지점에서 개최한 '개성공단을 응원합니다. 패션 大 바자회'.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재고를 소진하고 자금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한 행사로 14개 업체 30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생산한 제품들을 싸게 많이 팔아 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자는 취지였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개성공단 패션 대(大) 바자회에서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다.황교안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개성공단 패션 대(大) 바자회에서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취재진이 행사장 제품들을 일일이 살펴본 결과 상당수는 개성공단 생산품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절반 값에 판다는 등산화는 '메이드 인 베트남', 거위털이 들어갔다는 패딩 점퍼는 '메이드 인 미얀마', 어떤 속옷은 '메이드 인 차이나', 정장 외투는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적혀 있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 찍힌 개성공단 제품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제품들이었다.

개성공단 제품과 아닌 제품의 비중은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심지어 개성공단에 입주하지도 납품을 받지도 않은 전혀 상관없는 업체 4곳도 바자회에 버젓이 제품을 걸었다가 행사 시작 나흘만인 23일엔 '사과 게시물'을 설치하더니, 24일엔 슬그머니 다른 행사장으로 옮겼다.
개성공단을 돕자고 해놓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는 원청업체와 백화점의 재고를 해소하는 행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는 사이 정작 상당수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행사에 참여도 못 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하청 구조를 피하기 위해 자체 또는 공동브랜드를 개발해 판로 개척에 주력하다가 가동 중단 사태를 맞았다. 그런 상황에 대형 유통업체의 행사에 정작 공단 생산 제품이 적다는 사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비대위 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비대위 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과 거래하는 파트너사들을 중심으로 행사를 준비했고, 그들을 도와주면 하청을 주는 입주 기업들에 대한 자금 회전도 빨라져 결국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또 마진율도 10%대로 낮추고, 150억 원대의 상생펀드, 결제 대금 선지급 등 개성공단 기업들을 돕는 지원책의 일환으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백화점과 거래하지 않는 입주기업들과 관련한 행사도 계획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바자회 행사에 참여한 14개 업체 가운데 8개는 직접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곳이다. 이들도 피해가 심각하니 이런 행사는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차례씩 폐업을 고민해야 하는, 생존의 갈림길에 선 영세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때문에 이왕 국내 1위 백화점이 입주기업 돕기에 나설 거라면, 이들부터 보듬기 시작했다면 더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연관 기사]☞ 롯데百 ‘개성공단 바자회’에 웬 베트남 제품?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롯데百 ‘개성공단 바자회’…백화점 ‘재고 떨이’?
    • 입력 2016-02-24 19:35:31
    • 수정2016-02-25 09:28:58
    취재K
지난 19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았다. 개성공단을 돕자는 바자회 행사장을 방문해 판매 직원과 소비자들을 잇따라 만나며 입주기업 제품을 많이 팔고 사줄 것을 당부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소공동 본점과 영등포점 등 전국 주요 지점에서 개최한 '개성공단을 응원합니다. 패션 大 바자회'.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재고를 소진하고 자금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한 행사로 14개 업체 30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생산한 제품들을 싸게 많이 팔아 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자는 취지였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개성공단 패션 대(大) 바자회에서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취재진이 행사장 제품들을 일일이 살펴본 결과 상당수는 개성공단 생산품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절반 값에 판다는 등산화는 '메이드 인 베트남', 거위털이 들어갔다는 패딩 점퍼는 '메이드 인 미얀마', 어떤 속옷은 '메이드 인 차이나', 정장 외투는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적혀 있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 찍힌 개성공단 제품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제품들이었다.

개성공단 제품과 아닌 제품의 비중은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심지어 개성공단에 입주하지도 납품을 받지도 않은 전혀 상관없는 업체 4곳도 바자회에 버젓이 제품을 걸었다가 행사 시작 나흘만인 23일엔 '사과 게시물'을 설치하더니, 24일엔 슬그머니 다른 행사장으로 옮겼다.
개성공단을 돕자고 해놓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는 원청업체와 백화점의 재고를 해소하는 행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는 사이 정작 상당수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행사에 참여도 못 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하청 구조를 피하기 위해 자체 또는 공동브랜드를 개발해 판로 개척에 주력하다가 가동 중단 사태를 맞았다. 그런 상황에 대형 유통업체의 행사에 정작 공단 생산 제품이 적다는 사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비대위 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과 거래하는 파트너사들을 중심으로 행사를 준비했고, 그들을 도와주면 하청을 주는 입주 기업들에 대한 자금 회전도 빨라져 결국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또 마진율도 10%대로 낮추고, 150억 원대의 상생펀드, 결제 대금 선지급 등 개성공단 기업들을 돕는 지원책의 일환으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백화점과 거래하지 않는 입주기업들과 관련한 행사도 계획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바자회 행사에 참여한 14개 업체 가운데 8개는 직접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곳이다. 이들도 피해가 심각하니 이런 행사는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차례씩 폐업을 고민해야 하는, 생존의 갈림길에 선 영세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때문에 이왕 국내 1위 백화점이 입주기업 돕기에 나설 거라면, 이들부터 보듬기 시작했다면 더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연관 기사]☞ 롯데百 ‘개성공단 바자회’에 웬 베트남 제품?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