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아이’ 위해 ‘난자 냉동’ 늘지만…

입력 2016.02.26 (16:57) 수정 2016.02.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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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일본의 한 40대 여성이 질병이 아닌 이유로 난자를 냉동한 뒤, 아이를 낳는 데 성공했다는 일본 보도가 나왔다. 44살의 간호사인 이 여성은 2012년부터 자신의 난자를 여러 차례 동결해, 결혼 후인 2014년 난자를 해동한 뒤 남편의 정자를 사용한 체외 수정을 통해 2015년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이 여성은 난자를 얼릴 당시 일이 바빠 결혼할 계획은 없었지만 미래의 출산을 고려해 동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이 없는 여성이 장래 출산에 대비해 건강할 때의 난자를 냉동 보관해 출산한 사례는 일본에서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2월 18일 서울 차병원 난임센터 개원식에서 관계자들이 새로 문을 연 난자 은행을 둘러보고 있다.2016년 2월 18일 서울 차병원 난임센터 개원식에서 관계자들이 새로 문을 연 난자 은행을 둘러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난자 냉동'을 원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서울에 있는 차병원 난임센터 37난자은행에 따르면, 2013년에는 '난자 냉동'으로 난자를 보관하는 여성이 30명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56명, 2015년에는 128명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3년 만에 4배 이상 는 셈이다. '냉동 난자'를 보관한 여성들의 주 연령층은 35세에서 40세 이하의 여성들이 36%로 가장 높았고, 40대 여성이 35%였다. 20대 여성도 14%를 차지해, 젊은 시절부터 '냉동 난자' 보관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동 난자'를 보관하는 이유는 질병 등 신체적 이유보다는 사회적 이유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비율로 보면 늦은 결혼(만혼)에 따른 늦은 출산(노산)에 대비한 사회적 이유가 62%였다. 정액 채취실패로 인한 향후 시험관 아기를 목적하는 경우가 15%, 질병 치료로 인한 경우가 14%, 난소 기능 저하 등의 이유가 9%로 나타났다.

애초 '냉동 난자'는 암이나 백혈병에 걸려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할 여성들이 난자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추세가 달라진 것이다. 만혼 여성이나 출산을 미뤘던 여성이 막상 출산할 때쯤이면 난소 기능이 많이 떨어지거나, 난자가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임신이 잘 되지 않고, 임신을 하더라도 유산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역 차병원 난임센터 윤태기 원장은 "의학적으로 35세 이상 되면 노산이라고 부르고 40세 이상이 되면 임신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최근 일과 경제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는 여성들이 증가함에 따라 난자를 보관하려는 미혼 여성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의 난자를 9년간 냉동 보관했다가 아이를 출산한 사례도 있었다. 9년에 걸친 난자 보관은 국내 최장 기록이기도 하다.

난자 냉동에는 질소를 이용해 난자를 영하 210도까지 급속 냉동시키는 '유리화 난자 동결법'이 라는 기술이 이용된다.난자 냉동에는 질소를 이용해 난자를 영하 210도까지 급속 냉동시키는 '유리화 난자 동결법'이 라는 기술이 이용된다.


난자 냉동에는 '유리화 난자 동결법'이라는 기술이 세계적으로 주로 쓰인다. 유리구슬처럼 난자를 얼음보다 더 딱딱한 알갱이 형태로 보존하는 기법인데, 슬러시 질소를 이용해 난자를 영하 210도까지 급속 냉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동결 보존액이 난자 안으로 파고들어 유리처럼 굳는다. 이렇게 보존해야 나중에 상온에서 해동해도 생물학적 기능이 잘 복원된다고 한다. 해동된 난자는 세포벽이 신선 난자보다 더 딱딱해져 미세 바늘로 난자 벽에 구멍을 뚫어 정자를 안으로 주입하는 방식으로 인공 수정시킨다.



"日학회, 난자 동결 권장 안 해"

미국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 기업들이 정자, 난자 냉동을 직원복지 정책으로 도입할 정도로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산부인과학회에서는 "건강한 여성이 사회적인 이유로 난자를 동결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한다. 일본 산부인과학회는 '난자 냉동'을 권장하지 않는 이유로 난소 출혈이나 감염 등의 우려가 있는 점, 수정란이나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는 점, 임신·출산을 보장할 수 없는 점 등을 들고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난자 동결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한번 시술에 50만 엔, 우리돈 497만 원정도가 드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되고 있다.

[연관 기사]☞ [앵커&리포트] “출산은 미래에”…냉동 난자 여성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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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 아이’ 위해 ‘난자 냉동’ 늘지만…
    • 입력 2016-02-26 16:57:50
    • 수정2016-02-29 09:13:36
    취재K
2016년 2월, 일본의 한 40대 여성이 질병이 아닌 이유로 난자를 냉동한 뒤, 아이를 낳는 데 성공했다는 일본 보도가 나왔다. 44살의 간호사인 이 여성은 2012년부터 자신의 난자를 여러 차례 동결해, 결혼 후인 2014년 난자를 해동한 뒤 남편의 정자를 사용한 체외 수정을 통해 2015년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이 여성은 난자를 얼릴 당시 일이 바빠 결혼할 계획은 없었지만 미래의 출산을 고려해 동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이 없는 여성이 장래 출산에 대비해 건강할 때의 난자를 냉동 보관해 출산한 사례는 일본에서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2월 18일 서울 차병원 난임센터 개원식에서 관계자들이 새로 문을 연 난자 은행을 둘러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난자 냉동'을 원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서울에 있는 차병원 난임센터 37난자은행에 따르면, 2013년에는 '난자 냉동'으로 난자를 보관하는 여성이 30명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56명, 2015년에는 128명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3년 만에 4배 이상 는 셈이다. '냉동 난자'를 보관한 여성들의 주 연령층은 35세에서 40세 이하의 여성들이 36%로 가장 높았고, 40대 여성이 35%였다. 20대 여성도 14%를 차지해, 젊은 시절부터 '냉동 난자' 보관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동 난자'를 보관하는 이유는 질병 등 신체적 이유보다는 사회적 이유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비율로 보면 늦은 결혼(만혼)에 따른 늦은 출산(노산)에 대비한 사회적 이유가 62%였다. 정액 채취실패로 인한 향후 시험관 아기를 목적하는 경우가 15%, 질병 치료로 인한 경우가 14%, 난소 기능 저하 등의 이유가 9%로 나타났다. 애초 '냉동 난자'는 암이나 백혈병에 걸려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할 여성들이 난자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추세가 달라진 것이다. 만혼 여성이나 출산을 미뤘던 여성이 막상 출산할 때쯤이면 난소 기능이 많이 떨어지거나, 난자가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임신이 잘 되지 않고, 임신을 하더라도 유산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역 차병원 난임센터 윤태기 원장은 "의학적으로 35세 이상 되면 노산이라고 부르고 40세 이상이 되면 임신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최근 일과 경제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는 여성들이 증가함에 따라 난자를 보관하려는 미혼 여성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의 난자를 9년간 냉동 보관했다가 아이를 출산한 사례도 있었다. 9년에 걸친 난자 보관은 국내 최장 기록이기도 하다. 난자 냉동에는 질소를 이용해 난자를 영하 210도까지 급속 냉동시키는 '유리화 난자 동결법'이 라는 기술이 이용된다. 난자 냉동에는 '유리화 난자 동결법'이라는 기술이 세계적으로 주로 쓰인다. 유리구슬처럼 난자를 얼음보다 더 딱딱한 알갱이 형태로 보존하는 기법인데, 슬러시 질소를 이용해 난자를 영하 210도까지 급속 냉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동결 보존액이 난자 안으로 파고들어 유리처럼 굳는다. 이렇게 보존해야 나중에 상온에서 해동해도 생물학적 기능이 잘 복원된다고 한다. 해동된 난자는 세포벽이 신선 난자보다 더 딱딱해져 미세 바늘로 난자 벽에 구멍을 뚫어 정자를 안으로 주입하는 방식으로 인공 수정시킨다. "日학회, 난자 동결 권장 안 해" 미국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 기업들이 정자, 난자 냉동을 직원복지 정책으로 도입할 정도로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산부인과학회에서는 "건강한 여성이 사회적인 이유로 난자를 동결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한다. 일본 산부인과학회는 '난자 냉동'을 권장하지 않는 이유로 난소 출혈이나 감염 등의 우려가 있는 점, 수정란이나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는 점, 임신·출산을 보장할 수 없는 점 등을 들고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난자 동결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한번 시술에 50만 엔, 우리돈 497만 원정도가 드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되고 있다. [연관 기사]☞ [앵커&리포트] “출산은 미래에”…냉동 난자 여성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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