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캐릭터까지…日의 치밀한 ‘독도 침탈’ 전략

입력 2016.02.28 (10:38) 수정 2016.02.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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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들이 전범기를 들고 총, 칼로 무장했다. 향하는 곳은 독도! 한국 무인들에 맞서 싸워 독도를 뺏는다는 일본의 한 게임의 내용이다.

일본의 한 게임 업체가 만들어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을 맞아 무료로 배포한 게임 ‘다케시마 탈환’의 한 장면일본의 한 게임 업체가 만들어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을 맞아 무료로 배포한 게임 ‘다케시마 탈환’의 한 장면


2월 22일, 이른바 '다케시마의(일본의 독도를 부르는 명칭) 날'을 맞아 '다케시마 탈환'이라는 게임을 한 게임업체가 무료 배포하면서 한국과 일본에 모두 큰 파장이 일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게임업체 관계자를 인터뷰하는 등 이른바 다케시마를 홍보할 좋은 기회라고 보도한 반면 한국 언론들은 이구동성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독도는 일본 땅이고 한국으로부터 탈환해야 할 영토로 보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한 지역 시마네현에서는 2월 22을 '다케시마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1905년 2월 22일, 독도가 일본 시마네현으로 편입, 고시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시마네현에서 제정하면서 그 이듬해부터는 기념식까지 진행하기 시작했다.

지역 규모의 작은 행사로만 여겨졌던 이 기념식이 최근 몇 년 사이 국가적 차원의 기념식으로 차츰 '격(格)'이 올라가는 분위기다. 아베 정권이 3년 전부터 차관급 인사를 기념식에 참석시키면서부터다. 전국의 일본 우익 단체 회원들이 몰려들고 정부 인사까지 참석하면서 취재진들도 함께 늘고 있다.

올해는 일본 대표 언론 매체 50여 개의 취재진이 이 행사와 주변 취재를 위해 시마네현에 몰려들었다. 시마네현을 방문했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6, 7년 전에 처음 갔을 때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였다. 하지만 11년째 행사를 하면서 행사 규모가 커졌다. 일본 전역의 매체들이 취재를 하면서 다음날 전국방송으로, 전국 신문매체로 일본인들에게 다 전달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2일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열린 일본 시마네(島根)현. 일본 우익세력이'다케시마의 날' 행사장 주변에서 일본 경찰들과 대치중이다. 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지난 22일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열린 일본 시마네(島根)현. 일본 우익세력이'다케시마의 날' 행사장 주변에서 일본 경찰들과 대치중이다. 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문제는 '다케시마의 날'이라는 행사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언론을 통해 일본 전역에 '다케시마의 날'이 각인된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건 독도가 어떻게 일본인들에게 알려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기념식 며칠 전부터 몰려든 일본 우익단체 소속 회원들은 시내를 돌며 확성기를 통해 끊임없이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익단체들은 '다케시마의 날'을 기념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해마다 시마네현을 찾고 있는 독도수호연대 최재익 의장 일행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일본 현지 경찰과 마찰을 일으켰다. 우익단체들이 소동을 일으켜 이목을 끄는 동안 일본 언론들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았다. 일본의 주요 언론사들까지 앞장서 우익단체들의 소란과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을 보도하면서 독도 문제, 더 깊이 들어가면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역사 갈등을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으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교과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1년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8종 가운데 1종만이 '다케시마'에 대한 기술이 들어가 있었다면 올해부터는 역사교과서 8종 모두에 "다케시마는 일본에 편입된 영토"이고 "한국인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특히 시마네현의 경우 지난 2014년에는 시마네현 공립고등학교 입학생 선발 학력시험에 독도 관련 문제까지 출제했다.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지만 현재는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경계선으로 가장 적당한 것을 지도에서 골라 답하라"는 문제였다. 정답률은 93.6%로 시마네현의 거의 모든 중학생이 독도를 일본 영토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취재진이 일본의 시민들에게 다케시마의 날에 대해 아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시마네 현에 사는 사람일수록, 또 학생일수록 이른바 '다케시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일본 전역 학생들이 역사교과서를 통해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는 거짓을 배우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왜곡된 내용을 배우게 되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인식 또한 악화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독도동해연구실장은 "교과서는 한 나라의 홍보물이 아닌데 일본의 경우 자국의 일방적인 주장, 상대편의 의견들을 수렴하지 않고 독도가 자기 것이라고만 주장만 강화하고 있다"며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들은 상호국에 대한 증오심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독도동해연구실장]

공교육을 통해 독도를 영토 분쟁 문제로 부각시키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문화적 힘을 이용해 이른바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는 허구를 공고히 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시마네현은 기념일을 제정한 지역으로서 앞장서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이용해 사람들 뇌리에 자연스럽게 이른바 다케시마가 스며들도록 하고 있다.

바다사자류의 일종으로 한때 독도에 4만 마리 넘게 서식하고 있었지만 1900년대 초에 시작된 일본의 무차별적인 포획으로 멸종하고 말았다. 독도강치는 1975년에 마지막으로 관찰됐다.바다사자류의 일종으로 한때 독도에 4만 마리 넘게 서식하고 있었지만 1900년대 초에 시작된 일본의 무차별적인 포획으로 멸종하고 말았다. 독도강치는 1975년에 마지막으로 관찰됐다.


시마네현은 '독도강치'를 캐릭터로 내세운 동화책, 그림 그리기 등을 널리 알리는가 하면 '다케시마' 빵과 술을 시마네현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으로 팔고 있다. 독도에서 157㎞ 정도 떨어져 있는 시마네현 오키 섬에는 당장 다음 달 독도 관련 자료 2백여 점을 전시한 다케시마 역사관까지 들어선다. 일반인들에게도 이른바 '다케시마'를 홍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문화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다.

시마네현청 주변 대형 마트에서 '독도 술'과 '독도 빵'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시마네현청 주변 대형 마트에서 '독도 술'과 '독도 빵'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다음 달부터 4월 사이 내년에 사용할 일본의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나온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학교 교과서뿐만 아니라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내년부터는 독도가 일본의 땅이고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거짓과 왜곡이 들어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도를 영토 분쟁지역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하면서 동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허구를 자국민들에게 교육하고 있는 일본의 움직임은 점점 거세고 빨라지고 있다.

☞ 한국의 독도체험관

□ 더 자세한 내용은 오늘(28일) 밤 11시 20분 KBS1TV <취재파일K> 『관제행사 '다케시마의 날' 가봤더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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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28 1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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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K
미소녀들이 전범기를 들고 총, 칼로 무장했다. 향하는 곳은 독도! 한국 무인들에 맞서 싸워 독도를 뺏는다는 일본의 한 게임의 내용이다.

일본의 한 게임 업체가 만들어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을 맞아 무료로 배포한 게임 ‘다케시마 탈환’의 한 장면

2월 22일, 이른바 '다케시마의(일본의 독도를 부르는 명칭) 날'을 맞아 '다케시마 탈환'이라는 게임을 한 게임업체가 무료 배포하면서 한국과 일본에 모두 큰 파장이 일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게임업체 관계자를 인터뷰하는 등 이른바 다케시마를 홍보할 좋은 기회라고 보도한 반면 한국 언론들은 이구동성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독도는 일본 땅이고 한국으로부터 탈환해야 할 영토로 보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한 지역 시마네현에서는 2월 22을 '다케시마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1905년 2월 22일, 독도가 일본 시마네현으로 편입, 고시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시마네현에서 제정하면서 그 이듬해부터는 기념식까지 진행하기 시작했다.

지역 규모의 작은 행사로만 여겨졌던 이 기념식이 최근 몇 년 사이 국가적 차원의 기념식으로 차츰 '격(格)'이 올라가는 분위기다. 아베 정권이 3년 전부터 차관급 인사를 기념식에 참석시키면서부터다. 전국의 일본 우익 단체 회원들이 몰려들고 정부 인사까지 참석하면서 취재진들도 함께 늘고 있다.

올해는 일본 대표 언론 매체 50여 개의 취재진이 이 행사와 주변 취재를 위해 시마네현에 몰려들었다. 시마네현을 방문했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6, 7년 전에 처음 갔을 때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였다. 하지만 11년째 행사를 하면서 행사 규모가 커졌다. 일본 전역의 매체들이 취재를 하면서 다음날 전국방송으로, 전국 신문매체로 일본인들에게 다 전달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2일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열린 일본 시마네(島根)현. 일본 우익세력이'다케시마의 날' 행사장 주변에서 일본 경찰들과 대치중이다. 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문제는 '다케시마의 날'이라는 행사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언론을 통해 일본 전역에 '다케시마의 날'이 각인된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건 독도가 어떻게 일본인들에게 알려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기념식 며칠 전부터 몰려든 일본 우익단체 소속 회원들은 시내를 돌며 확성기를 통해 끊임없이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익단체들은 '다케시마의 날'을 기념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해마다 시마네현을 찾고 있는 독도수호연대 최재익 의장 일행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일본 현지 경찰과 마찰을 일으켰다. 우익단체들이 소동을 일으켜 이목을 끄는 동안 일본 언론들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았다. 일본의 주요 언론사들까지 앞장서 우익단체들의 소란과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을 보도하면서 독도 문제, 더 깊이 들어가면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역사 갈등을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으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교과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1년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8종 가운데 1종만이 '다케시마'에 대한 기술이 들어가 있었다면 올해부터는 역사교과서 8종 모두에 "다케시마는 일본에 편입된 영토"이고 "한국인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특히 시마네현의 경우 지난 2014년에는 시마네현 공립고등학교 입학생 선발 학력시험에 독도 관련 문제까지 출제했다.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지만 현재는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경계선으로 가장 적당한 것을 지도에서 골라 답하라"는 문제였다. 정답률은 93.6%로 시마네현의 거의 모든 중학생이 독도를 일본 영토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취재진이 일본의 시민들에게 다케시마의 날에 대해 아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시마네 현에 사는 사람일수록, 또 학생일수록 이른바 '다케시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일본 전역 학생들이 역사교과서를 통해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는 거짓을 배우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왜곡된 내용을 배우게 되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인식 또한 악화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독도동해연구실장은 "교과서는 한 나라의 홍보물이 아닌데 일본의 경우 자국의 일방적인 주장, 상대편의 의견들을 수렴하지 않고 독도가 자기 것이라고만 주장만 강화하고 있다"며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들은 상호국에 대한 증오심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독도동해연구실장]

공교육을 통해 독도를 영토 분쟁 문제로 부각시키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문화적 힘을 이용해 이른바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는 허구를 공고히 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시마네현은 기념일을 제정한 지역으로서 앞장서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이용해 사람들 뇌리에 자연스럽게 이른바 다케시마가 스며들도록 하고 있다.

바다사자류의 일종으로 한때 독도에 4만 마리 넘게 서식하고 있었지만 1900년대 초에 시작된 일본의 무차별적인 포획으로 멸종하고 말았다. 독도강치는 1975년에 마지막으로 관찰됐다.

시마네현은 '독도강치'를 캐릭터로 내세운 동화책, 그림 그리기 등을 널리 알리는가 하면 '다케시마' 빵과 술을 시마네현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으로 팔고 있다. 독도에서 157㎞ 정도 떨어져 있는 시마네현 오키 섬에는 당장 다음 달 독도 관련 자료 2백여 점을 전시한 다케시마 역사관까지 들어선다. 일반인들에게도 이른바 '다케시마'를 홍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문화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다.

시마네현청 주변 대형 마트에서 '독도 술'과 '독도 빵'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다음 달부터 4월 사이 내년에 사용할 일본의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나온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학교 교과서뿐만 아니라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내년부터는 독도가 일본의 땅이고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거짓과 왜곡이 들어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도를 영토 분쟁지역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하면서 동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허구를 자국민들에게 교육하고 있는 일본의 움직임은 점점 거세고 빨라지고 있다.

☞ 한국의 독도체험관

□ 더 자세한 내용은 오늘(28일) 밤 11시 20분 KBS1TV <취재파일K> 『관제행사 '다케시마의 날' 가봤더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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