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평화협정’ 세일즈 속내는?

입력 2016.03.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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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제안이 이번주 내 통과를 앞두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50일 가까이 견해차를 보였던 제재안이 중국의 고강도 제재 수용으로 마무리되면서 북핵 대응 국면은 '제재 합의'를 목표로 했던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이제부터 시작될 2라운드에서 주목할 점은 '대화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지난 달 26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는 서울을 방문해 "북한이 비핵화의 진지한 조치를 시작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등을 준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더 넓은 범위(평화협정)의 진전의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제(2월 28일)부터는 우다웨이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4박5일 간의 꽤 긴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중이다. 지난 달 24일 열린 미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논의를 동시에 이행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케리 미국 국무장관 역시 북한과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편 뒤다.

지난 달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찾은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왼쪽)와 4박5일 일정으로 그제(2월 28일) 방한한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오른쪽)지난 달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찾은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왼쪽)와 4박5일 일정으로 그제(2월 28일) 방한한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오른쪽)


중국이 이끄는 ‘대화 국면’

중국이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미국이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제까지 '선(先)비핵화 약속, 후(後)대화'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던 미국이다.

중국이 제재를 수용한 대신 미국을 이끌면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대북 영향력을 확보하면서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동북아 관련 논의의 주축이 되려는 의지, '사드' 레이더와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잇따라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을 막고 싶은 생각이 동시에 작용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전선을 한반도까지 확대하고 싶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다. 전선 확대를 원치 않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라는 점 역시 감안한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4일 미·중 회담에서 "한반도의 상황이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면밀히 관찰할 향후 두 달”의 의미?

중국의 '대화' 주장에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미국의 입장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조민 전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미·중 간에 전술적으로는 일정 부분 합의가 있었지만 전략적 합의는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으로서는 그동안 지켜온 '선(先)비핵화' 원칙을 뒤집기 어려운데다 대선 시기에 접어든 만큼 당장 본격적으로 대화에 나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북한도 고강도 대북 제재에 반발하며 강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3,4월에는 한·미가 최대 규모 훈련이 될 것을 예고한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이 이어진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협상을 거부하고 우리도 맞대응하면서 당분간은 긴장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이 대화 가능성을 어렵게 내비친 만큼 중국이 기회를 잃으려 하지 않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중국은 이를 위해 북한에도 중재의 카드를 내밀었다. 한 편으로는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가 초기 상황인 만큼 적극 발을 맞추며 북한을 압박하고 다른 편으로는 미국과 끌어낸 '대화' 합의를 물꼬로 북한 역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미중 회담에서 언급한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의 상황을 향후 두 달 동안 면밀히 모니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달 여 뒤인 5월 초 열리는 북한의 36년 만의 7차 노동당 대회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당 대회는 광범위한 국가전략과 비전을 내세워야 하는 자리인 만큼 북한이 3-4월을 조용히 넘긴 뒤 당 대회에서 국제사회와의 대화가 가능한 비전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최강 부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5월 당대회에서 핵 모라토리엄(유예) 정도를 선언할 경우 이를 계기로 탐색적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5월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달 25일 열린 '70일 전투' 평양시 군중대회 5월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달 25일 열린 '70일 전투' 평양시 군중대회


국면 전환 가능성, 우리도 대비해야

'강경 제재'로만 흐르던 북핵 대응 1라운드가 미·중 간의 제재안 합의로 '대화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었듯 향후 국면 전환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우리 정부 역시 이에 대한 대비 전략이 필요하지만 그간의 대북 강경 대응으로 남북 간에는 군 통신선과 개성공단 등 모든 연결 수단이 끊긴 상태다.

대화의 걸고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주변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제재 일변도로만 갈 경우 대화 국면이 오게 되면 한국이 자칫 외톨이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긴 호흡으로 미국, 중국 모두와 대북 압박과 대화 모두를 염두에 둔 대화를 통해 최소공배수를 찾아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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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평화협정’ 세일즈 속내는?
    • 입력 2016-03-01 07:05:23
    취재K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제안이 이번주 내 통과를 앞두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50일 가까이 견해차를 보였던 제재안이 중국의 고강도 제재 수용으로 마무리되면서 북핵 대응 국면은 '제재 합의'를 목표로 했던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이제부터 시작될 2라운드에서 주목할 점은 '대화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지난 달 26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는 서울을 방문해 "북한이 비핵화의 진지한 조치를 시작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등을 준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더 넓은 범위(평화협정)의 진전의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제(2월 28일)부터는 우다웨이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4박5일 간의 꽤 긴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중이다. 지난 달 24일 열린 미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논의를 동시에 이행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케리 미국 국무장관 역시 북한과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편 뒤다.

지난 달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찾은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왼쪽)와 4박5일 일정으로 그제(2월 28일) 방한한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오른쪽)

중국이 이끄는 ‘대화 국면’

중국이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미국이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제까지 '선(先)비핵화 약속, 후(後)대화'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던 미국이다.

중국이 제재를 수용한 대신 미국을 이끌면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대북 영향력을 확보하면서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동북아 관련 논의의 주축이 되려는 의지, '사드' 레이더와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잇따라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을 막고 싶은 생각이 동시에 작용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전선을 한반도까지 확대하고 싶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다. 전선 확대를 원치 않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라는 점 역시 감안한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4일 미·중 회담에서 "한반도의 상황이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면밀히 관찰할 향후 두 달”의 의미?

중국의 '대화' 주장에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미국의 입장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조민 전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미·중 간에 전술적으로는 일정 부분 합의가 있었지만 전략적 합의는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으로서는 그동안 지켜온 '선(先)비핵화' 원칙을 뒤집기 어려운데다 대선 시기에 접어든 만큼 당장 본격적으로 대화에 나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북한도 고강도 대북 제재에 반발하며 강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3,4월에는 한·미가 최대 규모 훈련이 될 것을 예고한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이 이어진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협상을 거부하고 우리도 맞대응하면서 당분간은 긴장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이 대화 가능성을 어렵게 내비친 만큼 중국이 기회를 잃으려 하지 않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중국은 이를 위해 북한에도 중재의 카드를 내밀었다. 한 편으로는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가 초기 상황인 만큼 적극 발을 맞추며 북한을 압박하고 다른 편으로는 미국과 끌어낸 '대화' 합의를 물꼬로 북한 역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미중 회담에서 언급한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의 상황을 향후 두 달 동안 면밀히 모니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달 여 뒤인 5월 초 열리는 북한의 36년 만의 7차 노동당 대회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당 대회는 광범위한 국가전략과 비전을 내세워야 하는 자리인 만큼 북한이 3-4월을 조용히 넘긴 뒤 당 대회에서 국제사회와의 대화가 가능한 비전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최강 부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5월 당대회에서 핵 모라토리엄(유예) 정도를 선언할 경우 이를 계기로 탐색적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5월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달 25일 열린 '70일 전투' 평양시 군중대회

국면 전환 가능성, 우리도 대비해야

'강경 제재'로만 흐르던 북핵 대응 1라운드가 미·중 간의 제재안 합의로 '대화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었듯 향후 국면 전환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우리 정부 역시 이에 대한 대비 전략이 필요하지만 그간의 대북 강경 대응으로 남북 간에는 군 통신선과 개성공단 등 모든 연결 수단이 끊긴 상태다.

대화의 걸고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주변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제재 일변도로만 갈 경우 대화 국면이 오게 되면 한국이 자칫 외톨이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긴 호흡으로 미국, 중국 모두와 대북 압박과 대화 모두를 염두에 둔 대화를 통해 최소공배수를 찾아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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