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인증 없는 ‘채팅 앱’…미성년자 성매매에 악용

입력 2016.03.01 (08:33) 수정 2016.03.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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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가출해서 가족처럼 함께 사는 이들을 가출팸이라고 부르는데요.

주로 10대인 이들은 생활비 등을 이유로 각종 범죄의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최근엔 성매수를 원하는 40대 남성을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기도 했는데, 이들이 남성과의 만남에 이용한 것은 스마트폰의 채팅 애플리케이션이었습니다.

실제 뉴스따라잡기 취재진이 이 채팅 앱을 이용해 봤는데 특별한 인증철차 없이 쉽게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미성년자도 어려움없이 이용 가능하다보니 이곳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인적이 드문 골목에 한 남성이 끌려옵니다.

무언가를 통 사정하듯 두 손 모아 무릎까지 꿇고 비는데, 하지만 10대로 보이는 이들의 무차별 폭행이 이어집니다.

맞은 남자는 40대 A씨..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만난 19살 허모 양과 모텔에서 성매매를 했습니다.

성매매 직후 허양은 일당을 모텔로 불러들였습니다.

<인터뷰> 김대현(경장/서울 서대문경찰서 사이버수사팀) : "여자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성매수남을 먼저 만나기로 약속 장소를 정해놓고요. 정해놓은 과정들을 공범이었던 피의자들에게 알려줘서 여관 근처에서 대기하는 (방법으로.)"

모텔에 들이닥친 일당은 A씨를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천성현(팀장/서울 서대문경찰서 사이버수사팀) : "“내 여동생을 네가 건드렸다, 죽을래?” 이런 식으로 협박해서 데리고 나간 겁니다."

이들은 성매수 남성을 골목으로 끌고 가 폭행하고 대로변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해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달아나려던 A씨를 붙잡아 1시간 정도 끌고 다니다 휴대전화 속 전화번호를 입수해 A씨를 협박하기도 했다는데요.

<녹취> 천성현(팀장/서울 서대문경찰서 사이버수사팀) : "성매매 사실을 아내에게 알리겠다. 그리고 집을 알아내서 찾아가서 해코지하겠다는 식으로 문자로 협박을 했습니다."

성매매로 처벌받을까 싶어 A씨는 신고조차 못했지만, 이들은 30대 사기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붙잡혔습니다.

<녹취> 경찰 : "김00 씨 있어요? (없어요. 저 미성년자예요.)"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원룸에 들어간 경찰.

<녹취> 경찰 : "체포영장 집행할게요."

좁은 방안에는 30대 김모 씨를 비롯해 10대 청소년 4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이들에게 다른 범죄를 추궁했더니,

<녹취> 김대현(경장/서울 서대문경찰서 사이버수사팀) : "‘혹시 지금 여죄가 있으면 이야기해라.’ 추궁하니까 마침 그날(18일) 새벽에 있었던 특수강도 범행을 (자백한.)"

이들은 가출한 뒤 함께 모여 생활하는 가짜 가족, 이른바 가출팸이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가출카페를 통하여 처음에 같이 살게 되었고요. 생활고가 심해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르게 됐습니다."

사기피의자 30대 김 씨가 가장을, 다른 10대 4명은 식구가 돼 좁은 방에서 함께 살았다는데요.

<녹취> 원룸 관계자(음성변조) : "주위에서 시끄럽다 해서 주의를 주려고 올라가 보니까 한 방에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냥 있는 게 아니고 술을 먹고……."

생활비와 유흥비가 필요해 19살 허모 양을 내세워 성매매를 한 겁니다.

하지만 이들에게선 죄의식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당신 하나 때린다고 해서 문제 될 것 없다. 때려서 계속할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심지어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들은 붙잡힌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녹취> 천성현(팀장/서울 서대문경찰서 사이버수사팀) : "‘재수 없이 걸렸구나.’라고 생각했었고요. 그리고 이번에 잡히지 않았으면 다음에도 똑같이 범행했을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들이 성 매수 남성을 유인하는 데 사용한 것은 바로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입니다.

까다로운 인증절차가 없다보니 누구나 자유롭게 접속 가능해 새로운 성매매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뉴스따라잡기 취재팀이 직접 스마트폰에 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접속을 했습니다.

취재팀의 성별과 나이를 모두 거짓으로 작성했지만 이용은 너무 쉬웠습니다.

조건만남을 원한다는 내용을 남겼더니 순식간에 만남을 원한다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확인하기조차 버거울 정도였는데, 10대 청소년임을 밝혔지만 상대편은 집요하게 만남을 요구했습니다.

과연 이런 대화가 바로 현실로 이어질까?

한 시간 뒤 만나자는 제의를 했더니, 실제 남성들이 약속장소에 나타났습니다.

취재라는 것을 밝혔더니 이내 당황하는 남성들, 어떻게 채팅 앱에 접속해 나오게 된 건지 물었습니다.

<녹취> "그냥 즉흥적으로 했어요. 당장 잘 데가 없다고 하니까 방을 잡아주고……."

한 남자는 인사를 나눈 후 취재진임을 밝혔더니 황급히 사라져버렸습니다.

<녹취> "(어플로 만나기로 하지 않으셨어요?) 아니요. (없으세요?) 네."

아무 거리낌 없이 행해지는 10대 청소년과의 조건만남.

전문가들은 성매매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도 이를 요구하는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진관영(센터장/탁틴내일 청소년 성문화센터) : "성 구매 남성이 불법인지 알고 있었어요. 청소년에 대한 죄의식만이 아니라 성을 구매하려고 했던 성인 남성의 범죄의식에 대해 먼저 짚어야 할 것이고요."

10대 청소년들도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이뤄지는 이같은 신종 성매매가 얼마나 무거운 범죄인지 알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성매매 자체로 놓고 봐도 범죄죠. 특히 미성년자 관련된 사건들은 쉽게 이야기하면 갈취, 착취, 납치 유인, 살인까지도 연결될 수 있는 내면에 내재된 큰 범죄들이 많이 있다. 이걸 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돈을 주고받는 성관계 문제로 봐서는 안 될 것 같고요."

성 매수 남성을 유인해 성매매와 폭행을 한 10대 일당은 특수강도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사용이 편리한 반면 범죄 도구로 악용되는 스마트폰 채팅앱을 규제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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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인증 없는 ‘채팅 앱’…미성년자 성매매에 악용
    • 입력 2016-03-01 08:49:35
    • 수정2016-03-01 1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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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가출해서 가족처럼 함께 사는 이들을 가출팸이라고 부르는데요.

주로 10대인 이들은 생활비 등을 이유로 각종 범죄의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최근엔 성매수를 원하는 40대 남성을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기도 했는데, 이들이 남성과의 만남에 이용한 것은 스마트폰의 채팅 애플리케이션이었습니다.

실제 뉴스따라잡기 취재진이 이 채팅 앱을 이용해 봤는데 특별한 인증철차 없이 쉽게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미성년자도 어려움없이 이용 가능하다보니 이곳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인적이 드문 골목에 한 남성이 끌려옵니다.

무언가를 통 사정하듯 두 손 모아 무릎까지 꿇고 비는데, 하지만 10대로 보이는 이들의 무차별 폭행이 이어집니다.

맞은 남자는 40대 A씨..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만난 19살 허모 양과 모텔에서 성매매를 했습니다.

성매매 직후 허양은 일당을 모텔로 불러들였습니다.

<인터뷰> 김대현(경장/서울 서대문경찰서 사이버수사팀) : "여자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성매수남을 먼저 만나기로 약속 장소를 정해놓고요. 정해놓은 과정들을 공범이었던 피의자들에게 알려줘서 여관 근처에서 대기하는 (방법으로.)"

모텔에 들이닥친 일당은 A씨를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천성현(팀장/서울 서대문경찰서 사이버수사팀) : "“내 여동생을 네가 건드렸다, 죽을래?” 이런 식으로 협박해서 데리고 나간 겁니다."

이들은 성매수 남성을 골목으로 끌고 가 폭행하고 대로변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해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달아나려던 A씨를 붙잡아 1시간 정도 끌고 다니다 휴대전화 속 전화번호를 입수해 A씨를 협박하기도 했다는데요.

<녹취> 천성현(팀장/서울 서대문경찰서 사이버수사팀) : "성매매 사실을 아내에게 알리겠다. 그리고 집을 알아내서 찾아가서 해코지하겠다는 식으로 문자로 협박을 했습니다."

성매매로 처벌받을까 싶어 A씨는 신고조차 못했지만, 이들은 30대 사기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붙잡혔습니다.

<녹취> 경찰 : "김00 씨 있어요? (없어요. 저 미성년자예요.)"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원룸에 들어간 경찰.

<녹취> 경찰 : "체포영장 집행할게요."

좁은 방안에는 30대 김모 씨를 비롯해 10대 청소년 4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이들에게 다른 범죄를 추궁했더니,

<녹취> 김대현(경장/서울 서대문경찰서 사이버수사팀) : "‘혹시 지금 여죄가 있으면 이야기해라.’ 추궁하니까 마침 그날(18일) 새벽에 있었던 특수강도 범행을 (자백한.)"

이들은 가출한 뒤 함께 모여 생활하는 가짜 가족, 이른바 가출팸이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가출카페를 통하여 처음에 같이 살게 되었고요. 생활고가 심해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르게 됐습니다."

사기피의자 30대 김 씨가 가장을, 다른 10대 4명은 식구가 돼 좁은 방에서 함께 살았다는데요.

<녹취> 원룸 관계자(음성변조) : "주위에서 시끄럽다 해서 주의를 주려고 올라가 보니까 한 방에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냥 있는 게 아니고 술을 먹고……."

생활비와 유흥비가 필요해 19살 허모 양을 내세워 성매매를 한 겁니다.

하지만 이들에게선 죄의식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당신 하나 때린다고 해서 문제 될 것 없다. 때려서 계속할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심지어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들은 붙잡힌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녹취> 천성현(팀장/서울 서대문경찰서 사이버수사팀) : "‘재수 없이 걸렸구나.’라고 생각했었고요. 그리고 이번에 잡히지 않았으면 다음에도 똑같이 범행했을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들이 성 매수 남성을 유인하는 데 사용한 것은 바로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입니다.

까다로운 인증절차가 없다보니 누구나 자유롭게 접속 가능해 새로운 성매매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뉴스따라잡기 취재팀이 직접 스마트폰에 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접속을 했습니다.

취재팀의 성별과 나이를 모두 거짓으로 작성했지만 이용은 너무 쉬웠습니다.

조건만남을 원한다는 내용을 남겼더니 순식간에 만남을 원한다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확인하기조차 버거울 정도였는데, 10대 청소년임을 밝혔지만 상대편은 집요하게 만남을 요구했습니다.

과연 이런 대화가 바로 현실로 이어질까?

한 시간 뒤 만나자는 제의를 했더니, 실제 남성들이 약속장소에 나타났습니다.

취재라는 것을 밝혔더니 이내 당황하는 남성들, 어떻게 채팅 앱에 접속해 나오게 된 건지 물었습니다.

<녹취> "그냥 즉흥적으로 했어요. 당장 잘 데가 없다고 하니까 방을 잡아주고……."

한 남자는 인사를 나눈 후 취재진임을 밝혔더니 황급히 사라져버렸습니다.

<녹취> "(어플로 만나기로 하지 않으셨어요?) 아니요. (없으세요?) 네."

아무 거리낌 없이 행해지는 10대 청소년과의 조건만남.

전문가들은 성매매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도 이를 요구하는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진관영(센터장/탁틴내일 청소년 성문화센터) : "성 구매 남성이 불법인지 알고 있었어요. 청소년에 대한 죄의식만이 아니라 성을 구매하려고 했던 성인 남성의 범죄의식에 대해 먼저 짚어야 할 것이고요."

10대 청소년들도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이뤄지는 이같은 신종 성매매가 얼마나 무거운 범죄인지 알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성매매 자체로 놓고 봐도 범죄죠. 특히 미성년자 관련된 사건들은 쉽게 이야기하면 갈취, 착취, 납치 유인, 살인까지도 연결될 수 있는 내면에 내재된 큰 범죄들이 많이 있다. 이걸 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돈을 주고받는 성관계 문제로 봐서는 안 될 것 같고요."

성 매수 남성을 유인해 성매매와 폭행을 한 10대 일당은 특수강도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사용이 편리한 반면 범죄 도구로 악용되는 스마트폰 채팅앱을 규제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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