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세계의 공장’이 무너진다고? 글쎄요”

입력 2016.03.02 (09:02) 수정 2016.03.0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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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둥관시는 비가 잦다. 이곳의 겨울은 춥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옷섶을 파고드는 습한 냉기 때문에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중국 제조업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둥관시는 하늘을 뒤덮은 짙은 먹구름만큼이나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이다.

북쪽으로 광둥성의 성도인 광저우, 남쪽으로 경제특구인 선전시와 접해 있는 중국 최대 제조업 기지 둥관시, 개혁 개방의 최전방이자 중국의 고도성장을 상징하는 곳이다. 1980년대 이후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찾아 중국 뿐아니라 홍콩과 타이완, 세계 각지에서 공장들이 몰려들면서 대규모 공업지역이 형성됐고, 지난 30여 년 동안 전 세계로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실어나르며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 왔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 '세계의 공장'이라 함은 바로 둥관시를 일컫는 말이다.


▲ 둥관시내 제조업 공장 내부

■ 연쇄도산 수렁에 빠진 둥관시 제조업

둥관시 랴오부 공업구는 의류와 전자기기 등의 공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공업 지역으로 들어서는 길가에서부터 셔터를 굳게 내린 소규모 업체들과 상점들이 적지 않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품을 실은 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가고, 공단 근로자들의 활기가 넘쳐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인적이 크게 줄면서 적막감마저 감돈다.

붉은 천으로 회사 간판을 덮어버린 공장은 경비와 관리인만 남아 공장을 임대할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의류를 생산하던 이 업체는 지난해 11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을 맞았다. 140여 명의 직원들은 모두 실업자 신세가 돼 뿔뿔이 흩어졌다. 굳은 표정의 관리인은 입을 꾹 닫은 채 끝내 취재를 거부했다.

주변의 또 다른 공장은 언제 도산했는지 내부가 텅텅 비었다. 밖에는 쓰레기만 수북이 쌓여 있다. 직원들이 떠난 빈 공장 외벽에는 건물을 임대한다는 광고들만 어지럽게 나붙어 있다.


▲ 도산해 문 닫은 공장

지난 한 해 동안 둥관에서만 이렇게 도산한 기업이 무려 4천여 곳에 이른다. 지난해 5월 '가구업계의 항공모항'이라 불렸던 융신가구의 파산이 대표적이다. 휴대전화 제조업으로 한때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자오신 통신의 까오민 회장은 공장가동 중단 사태를 맞으면서 빚더미에 오르자 끝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런 큰 업체들이 무너지면서 주변의 협력업체와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추풍낙엽' 신세로 전락했다.

■ 짐 싸는 다국적기업...'탈중국 러시'

일찍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 진출했던 다국적기업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노키아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둥관과 베이징에 있던 공장 2곳을 폐쇄하고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나이키와 유니클로, 팍스콘, 클라리온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 앞다퉈 동남아나 인도로 철수를 결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내내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본 일본 기업들의 탈중국 현상은 보다 뚜렷하다. 파나소닉과 다이킨, 샤프, TDK 등이 상대적으로 투자비용이 줄어든 자국으로의 복귀를 속속 선언하고 중국에서 짐을 싸고 있다.


▲ 도산 기업, 텅 빈 내부

아시아 최대 의류 하청업체인 홍콩 TAL그룹도 지난해 말 둥관 공장을 폐쇄했다. 외자기업에 불고 있는 '탈중국 바람'이 중화권 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스탠리 라우 홍콩기업인 대표는 "내년까지 중국 본토의 홍콩기업 10%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고달픈 농민공의 삶..."일자리 없나요?"

이 같은 기업들의 연쇄부도와 외자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로 지난해 둥관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10만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아무 기술 없이 단순 노동에 종사해온 외지 출신의 농민공들은 실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공단 주변마을에서 만난 농민공 57살 치엔 씨는 8㎡ 좁디좁은 창고를 한 달에 100위안(약 만 8천 원) 월세를 주고 빌려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치엔 씨는 쓸쓸히 홀로 저녁 끼니를 준비한다. 한 줌 쌀로 지은 밥과 푸성귀를 볶아낸 반찬이 식사의 전부이다.


▲ 둥관시 농민공 치엔 씨

광시지역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아 둥관에 온 지 벌써 1년, 일당을 주겠다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서 잡일을 한다. 종일 막노동으로 하루에 100위안 남짓을 벌지만, 그나마도 요즘에는 일자리 찾기가 버겁기만 하다.

"돈 벌러 둥관에 왔는데 너무 힘들어요. 일자리가 없어서 쉬는 날도 많아요."

이번 춘절 때까지만 버티고 그만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말하는 치엔 씨의 주름진 얼굴에는 경기위축의 한파를 맞고 있는 중국 농민공들의 힘겹고 고달픈 삶이 깊숙이 배어있다.

■ 수요↓ 인건비↑…수익성 악화가 문제

이런 중국 기업들의 연쇄도산 사태는 경기 둔화가 주된 원인이다.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국내외 수요가 모두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무역규모는 24조 5,900억 위안으로 1년 전보다 7% 감소했다. 수출이 1.8%, 수입은 13.2%나 줄어 성장 둔화세를 그대로 드러냈다.

여기다 중국 노동자의 임금인상이 겹치면서 중국 제조업체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의 인건비는 2008년 이후 매년 13.7%씩 상승해왔다. 현재 중국의 최저임금은 인도네시아의 3배, 베트남의 4배에 이른다.

또 고성장기에 계속된 과도한 투자로 과잉생산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생산해도 팔리지 않으니 중국 제조업의 평균 설비 가동률은 72%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시내에서 만난 경제 주간지 <둥관경제>의 리쯔용 주필은 "생산 비용은 높아지고 상품 가격은 낮아지면서 노동집약형 제조업에는 더이상 생존 공간이 없어졌다"며 "올해 도산을 피한다 하더라도 내년에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세계의 공장' 무너진다고?..."정상적 과정일 뿐"

그렇다면 개혁·개방 30년 중국 제조업의 신화는 이대로 끝나는 걸까? '세계의 공장'은 무너지는 것일까? 이 무겁고 심각한 질문에 중국의 경제전문가들의 반응은 담담하다.


▲ 하이원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

"도산은 매우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과거 일본과 한국도 경제발전 과정에서 똑같이 겪었던 일이죠. 노동집약형 산업은 어느 정도 도태가 불가피합니다. 현재 중국의 제조업은 패러다임 전환의 단계에 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이원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

"높아진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게 변하는 거죠. 사람들은 기업이 4천 개나 도산한 것에만 관심이 있지, 그보다 많은 혁신기업들이 나오는 건 보지 못해요. 변화하지 않고 '괜찮아, 급할 거 없어'하는 기업이 살아남지 못하는 겁니다." (리쯔용 <둥관경제> 주필)

주목해야 할 점은 해외 언론이 '중국 제조업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해왔던 기업 줄도산을, 중국 내부에선 오히려 '제조업 위기 극복의 과정'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한계기업 정리'이자 '산업 구조조정'인 셈이다.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집약형 외주생산(OEM) 기업의 도태는 앞으로 중국 제조업의 위기를 부추길 것인가, 아니면 제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인가?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이 '저임 노동력의 무제한 공급을 기반으로 값싸고 질 낮은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수출하던 중국'을 일컫는 것이라면, 그 '세계의 공장'은 무너지고 있다. 그 속에서 '위기'를 볼 것인지, '변화'를 볼 것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다만 분명한 건, '둥관의 시련'이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한국에 더 큰 위기는 '중국 제조업의 침체'인가, 아니면 '중국 제조업의 성장'인가? 돌진해 오는 황소의 무뎌진 오른쪽 뿔만 보다가는 날카로운 왼쪽 뿔에 들이받히는 우를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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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세계의 공장’이 무너진다고? 글쎄요”
    • 입력 2016-03-02 09:02:51
    • 수정2016-03-02 09:23:52
    취재후·사건후
올겨울 둥관시는 비가 잦다. 이곳의 겨울은 춥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옷섶을 파고드는 습한 냉기 때문에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중국 제조업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둥관시는 하늘을 뒤덮은 짙은 먹구름만큼이나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이다. 북쪽으로 광둥성의 성도인 광저우, 남쪽으로 경제특구인 선전시와 접해 있는 중국 최대 제조업 기지 둥관시, 개혁 개방의 최전방이자 중국의 고도성장을 상징하는 곳이다. 1980년대 이후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찾아 중국 뿐아니라 홍콩과 타이완, 세계 각지에서 공장들이 몰려들면서 대규모 공업지역이 형성됐고, 지난 30여 년 동안 전 세계로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실어나르며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 왔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 '세계의 공장'이라 함은 바로 둥관시를 일컫는 말이다.
▲ 둥관시내 제조업 공장 내부 ■ 연쇄도산 수렁에 빠진 둥관시 제조업 둥관시 랴오부 공업구는 의류와 전자기기 등의 공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공업 지역으로 들어서는 길가에서부터 셔터를 굳게 내린 소규모 업체들과 상점들이 적지 않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품을 실은 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가고, 공단 근로자들의 활기가 넘쳐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인적이 크게 줄면서 적막감마저 감돈다. 붉은 천으로 회사 간판을 덮어버린 공장은 경비와 관리인만 남아 공장을 임대할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의류를 생산하던 이 업체는 지난해 11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을 맞았다. 140여 명의 직원들은 모두 실업자 신세가 돼 뿔뿔이 흩어졌다. 굳은 표정의 관리인은 입을 꾹 닫은 채 끝내 취재를 거부했다. 주변의 또 다른 공장은 언제 도산했는지 내부가 텅텅 비었다. 밖에는 쓰레기만 수북이 쌓여 있다. 직원들이 떠난 빈 공장 외벽에는 건물을 임대한다는 광고들만 어지럽게 나붙어 있다.
▲ 도산해 문 닫은 공장 지난 한 해 동안 둥관에서만 이렇게 도산한 기업이 무려 4천여 곳에 이른다. 지난해 5월 '가구업계의 항공모항'이라 불렸던 융신가구의 파산이 대표적이다. 휴대전화 제조업으로 한때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자오신 통신의 까오민 회장은 공장가동 중단 사태를 맞으면서 빚더미에 오르자 끝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런 큰 업체들이 무너지면서 주변의 협력업체와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추풍낙엽' 신세로 전락했다. ■ 짐 싸는 다국적기업...'탈중국 러시' 일찍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 진출했던 다국적기업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노키아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둥관과 베이징에 있던 공장 2곳을 폐쇄하고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나이키와 유니클로, 팍스콘, 클라리온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 앞다퉈 동남아나 인도로 철수를 결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내내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본 일본 기업들의 탈중국 현상은 보다 뚜렷하다. 파나소닉과 다이킨, 샤프, TDK 등이 상대적으로 투자비용이 줄어든 자국으로의 복귀를 속속 선언하고 중국에서 짐을 싸고 있다.
▲ 도산 기업, 텅 빈 내부 아시아 최대 의류 하청업체인 홍콩 TAL그룹도 지난해 말 둥관 공장을 폐쇄했다. 외자기업에 불고 있는 '탈중국 바람'이 중화권 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스탠리 라우 홍콩기업인 대표는 "내년까지 중국 본토의 홍콩기업 10%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고달픈 농민공의 삶..."일자리 없나요?" 이 같은 기업들의 연쇄부도와 외자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로 지난해 둥관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10만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아무 기술 없이 단순 노동에 종사해온 외지 출신의 농민공들은 실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공단 주변마을에서 만난 농민공 57살 치엔 씨는 8㎡ 좁디좁은 창고를 한 달에 100위안(약 만 8천 원) 월세를 주고 빌려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치엔 씨는 쓸쓸히 홀로 저녁 끼니를 준비한다. 한 줌 쌀로 지은 밥과 푸성귀를 볶아낸 반찬이 식사의 전부이다.
▲ 둥관시 농민공 치엔 씨 광시지역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아 둥관에 온 지 벌써 1년, 일당을 주겠다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서 잡일을 한다. 종일 막노동으로 하루에 100위안 남짓을 벌지만, 그나마도 요즘에는 일자리 찾기가 버겁기만 하다. "돈 벌러 둥관에 왔는데 너무 힘들어요. 일자리가 없어서 쉬는 날도 많아요." 이번 춘절 때까지만 버티고 그만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말하는 치엔 씨의 주름진 얼굴에는 경기위축의 한파를 맞고 있는 중국 농민공들의 힘겹고 고달픈 삶이 깊숙이 배어있다. ■ 수요↓ 인건비↑…수익성 악화가 문제 이런 중국 기업들의 연쇄도산 사태는 경기 둔화가 주된 원인이다.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국내외 수요가 모두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무역규모는 24조 5,900억 위안으로 1년 전보다 7% 감소했다. 수출이 1.8%, 수입은 13.2%나 줄어 성장 둔화세를 그대로 드러냈다. 여기다 중국 노동자의 임금인상이 겹치면서 중국 제조업체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의 인건비는 2008년 이후 매년 13.7%씩 상승해왔다. 현재 중국의 최저임금은 인도네시아의 3배, 베트남의 4배에 이른다. 또 고성장기에 계속된 과도한 투자로 과잉생산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생산해도 팔리지 않으니 중국 제조업의 평균 설비 가동률은 72%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시내에서 만난 경제 주간지 <둥관경제>의 리쯔용 주필은 "생산 비용은 높아지고 상품 가격은 낮아지면서 노동집약형 제조업에는 더이상 생존 공간이 없어졌다"며 "올해 도산을 피한다 하더라도 내년에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세계의 공장' 무너진다고?..."정상적 과정일 뿐" 그렇다면 개혁·개방 30년 중국 제조업의 신화는 이대로 끝나는 걸까? '세계의 공장'은 무너지는 것일까? 이 무겁고 심각한 질문에 중국의 경제전문가들의 반응은 담담하다.
▲ 하이원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 "도산은 매우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과거 일본과 한국도 경제발전 과정에서 똑같이 겪었던 일이죠. 노동집약형 산업은 어느 정도 도태가 불가피합니다. 현재 중국의 제조업은 패러다임 전환의 단계에 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이원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 "높아진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게 변하는 거죠. 사람들은 기업이 4천 개나 도산한 것에만 관심이 있지, 그보다 많은 혁신기업들이 나오는 건 보지 못해요. 변화하지 않고 '괜찮아, 급할 거 없어'하는 기업이 살아남지 못하는 겁니다." (리쯔용 <둥관경제> 주필) 주목해야 할 점은 해외 언론이 '중국 제조업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해왔던 기업 줄도산을, 중국 내부에선 오히려 '제조업 위기 극복의 과정'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한계기업 정리'이자 '산업 구조조정'인 셈이다.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집약형 외주생산(OEM) 기업의 도태는 앞으로 중국 제조업의 위기를 부추길 것인가, 아니면 제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인가?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이 '저임 노동력의 무제한 공급을 기반으로 값싸고 질 낮은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수출하던 중국'을 일컫는 것이라면, 그 '세계의 공장'은 무너지고 있다. 그 속에서 '위기'를 볼 것인지, '변화'를 볼 것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다만 분명한 건, '둥관의 시련'이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한국에 더 큰 위기는 '중국 제조업의 침체'인가, 아니면 '중국 제조업의 성장'인가? 돌진해 오는 황소의 무뎌진 오른쪽 뿔만 보다가는 날카로운 왼쪽 뿔에 들이받히는 우를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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