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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리포트] ⑩ ‘대딩이냐 공딩이냐’…당신의 선택은?
입력 2016.03.03 (06:57) 수정 2016.03.03 (10:33) 청년리포트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에 달했던 지난달 24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 첫차도 다니지 않는 새벽 4시지만, 부스스한 모습의 수험생들이 공무원학원 건물 밖으로 하나둘 줄을 서기 시작했다.

"특강이 7시에 있거든요. 자리도 맡을 겸 일찍 나왔어요"

경찰직 9급 공무원을 준비 중이라는 조성민(23)씨는 학원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사람 중 하나였다.

수업 시간까지는 2시간도 넘게 남았지만, 노량진 일대 학원가 여기저기서 줄 선 수험생들이 보였다.

바깥 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노량진의 열기는 뜨거웠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지원에 22만여 명이 몰려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합격 경쟁률만 54대 1이다.

캠퍼스 대신 노량진으로 향하는 공시족

시간은 오전 9시를 넘어섰다.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는 마무리 강의가 한창이었다. 한 공간에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 4곳에서 학원장의 실시간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같은 시간 1500여명이 한 건물에 모여 모니터 등으로 이 강의를 듣고 있는 셈이다) 아침 8시 반부터 시작된 이 날 릴레이 강의는 오후 5시에 끝났다.

20대 중반부터 다소 지긋한 나이의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보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까지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유독 어려 보이는 여학생 하나가 눈에 띄었다.

"원래는 철학이나 영문학 같은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지난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오지수(19·가명)씨는 원래 대학에서 순수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오지수씨는 원하는 것보다 낮은 수능성적표를 받아들고 재수를 고민하다 부모님의 권유로 대학 캠퍼스 대신 노랑진행을 택했다.

오씨는 "우선 공무원 시험을 쳐서 안정적인 직업을 마련한 뒤 나중에 공부해도 늦진 않을 거 같아요"라며 웃었다.



정서균(20)씨도 일찌감치 공시에 뛰어들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14년 지방국립대에 입학했다가 휴학기를 내놓고 노량진 생활에 합류했던 정씨는 지난해 8개월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수도권의 한 지방법원에 발령을 받은 정씨는 "부모님과 친척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다"며 "이른 나이에 돈을 벌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정씨의 첫 월급은 세후 180여만 원이었다. 정씨는 그 돈으로 할머니와 부모님께 첫 선물을 사드렸다.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일명, 공딩족(族)들은 최근 몇 년 새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5000~6000명 수준이던 21세 이하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자 수는 2013년 2배 이상 늘어나 거의 1만 명 수준에 달한다. 취업 보장이 없는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 시험이라는 모험(?)을 일찌감치 택한 셈이다.

 


노량진에서 법원·검찰직 공무원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진용은 KG패스원 원장은 "직업적 안정성과 노후 대비 등 여러 혜택 때문에 최근에는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10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젊은이들의 공무원 시험 쏠림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신분상승의 기회가 줄어든데다 사기업의 고용안정성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공무원은 '생산'보다는 사회의 자원을 '재분배'하는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훌륭한 인재들이 공무원 직종에 몰리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 사회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마련해서 인재들이 우리 사회 적재적소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고졸 공무원 vs 대졸 사회인’ 구직 대차대조표

여기서 궁금한 게 한가지 더 있다. 고등학교 졸업 뒤 직업으로써 일찌감치 공무원을 준비하는 것과 대학을 나오는 것에 따른 결과는 어떻게 다를까?

고교 동문인 류현상(가명)씨와 이강인(가명)씨는 33살 동갑내기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다.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온 류현상씨는 수능을 다시 보려다 주변의 권유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23살에 시작해 1년 반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25살에 9급 공무원 경찰로 임용된 류씨는 현재 지방 경찰서의 한 수사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올해로 8년차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류씨는 벌써 10호봉 공무원(군경력 2년 합산)이며 8급으로 승진도 했다. 세후 월급이 200만원 초반 정도로 또래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정년 퇴임 이후에는 안정적인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지방 사립대를 졸업한 이강인씨는 휴학기 없이 곧장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이씨도 25살이던 대학 마지막 학기에 수도권에 있는 4성급 호텔에 취업했다.

서글서글한 성격의 이씨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장인이었지만, 열악한 처우에 실망한 후 시설경비업, 무역업체 등 몇 차례 직장을 전전했다.

이씨는 2012년 입사한 지방의 외국계 중견 제조업체에서 자리를 잡았다. 올해로 5년째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과장으로 승진도 했다. 영업직인 이씨는 1년에도 몇 번씩 중국, 중동, 유럽 등으로 출장을 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산다. 2년 전에는 여자친구와 결혼해 맞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이씨는 "지금의 일을 찾는데 시간은 좀 걸렸지만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에 필요한 비용과 손익을 따져봤을 때 누가 더 남는 장사를 했을까.

이씨가 다녔던 대학은 한 학기 등록금이 300만원대, 이과는 400만원대가 넘었다. 장학금을 받긴 했지만, 매달 40만~50만원의 생활비와 어학연수에도 비용이 들었다.



류씨의 경우 준비 기간 동안 한 달에 80만원 정도를 썼다. (공무원 시험 준비에는 대개 100만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씨의 경우 정말 최소한의 비용을 썼고 1년 반 안에 합격해 비용을 크게 줄였다. 최근엔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을 2~3년으로 잡는데 그럴 경우 적어도 2000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구직 활동 비용에 든 금액과 현재까지 누적 수익으로 보면 류씨의 상황이 더 나아 보인다. 구직활동을 위해 필요한 기간이나 비용도 적게 들었고, 돈을 본격적으로 벌기 시작했던 기간도 훨씬 길다.

그렇다면 이씨도 일찌감치 대학 생활을 접고 노량진으로 갔어야 했을까?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안정적 삶이냐, 아니면 적성이냐를 놓고 본인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게 어느 쪽인가가 관건이다. 류씨이든 이씨이든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면 된다.

두 사람을 모두 알고 있는 친구 송정민(가명)씨는 “경찰공무원이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인 건 맞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이 단지 안정성만 보고 평생 할 일을 선택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영업직 사원으로서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게 맞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나에게 맞는 일을 하기 위해 방황도 하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 시간이 헛되지만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업이긴 해도 나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아니기에 잃는 것도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졸업장은 따야”…고졸에 대한 편견은 여전

대졸자라는 타이틀은 이제 무의미한 것일까? 사람들은 대학졸업장이 더이상 특별한 의미가 없어졌다는데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고졸에 대한 사회적 편견마저 완전히 없어졌다고까지 말하진 않았다. 사회나 직장 안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결혼시장에서 대졸이라는 타이틀은 기본 스펙으로 보였다.

6년 차 직장 여성 전진영(33·가명)씨는 "뚜렷한 이유 없이 대학을 중퇴하거나 진학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아무래도 결혼을 망설이게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한윤정(32·가명)씨도 "대학이라는 것이 과거처럼 성공의 보증수표이던 시대는 지났지만, 그렇다고 고졸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보긴 어려운 거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고졸 공시족 중에서도 대학졸업장이 전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앞서 소개한 10년차 경찰공무원 류씨도 취업 후 사이버대학을 통해 학사 졸업장을 따뒀다.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정서균씨도 언제가 대학 졸업장을 따둘 생각을 하고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을 취업을 위한 도구로 보는 경향을 줄어들었지만, 학력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직까지 최소한의 인정을 받기 위한 도구라는 측면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 [청년리포트] ⑩ ‘대딩이냐 공딩이냐’…당신의 선택은?
    • 입력 2016.03.03 (06:57)
    • 수정 2016.03.0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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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온도가 영하 10도에 달했던 지난달 24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 첫차도 다니지 않는 새벽 4시지만, 부스스한 모습의 수험생들이 공무원학원 건물 밖으로 하나둘 줄을 서기 시작했다.

"특강이 7시에 있거든요. 자리도 맡을 겸 일찍 나왔어요"

경찰직 9급 공무원을 준비 중이라는 조성민(23)씨는 학원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사람 중 하나였다.

수업 시간까지는 2시간도 넘게 남았지만, 노량진 일대 학원가 여기저기서 줄 선 수험생들이 보였다.

바깥 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노량진의 열기는 뜨거웠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지원에 22만여 명이 몰려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합격 경쟁률만 54대 1이다.

캠퍼스 대신 노량진으로 향하는 공시족

시간은 오전 9시를 넘어섰다.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는 마무리 강의가 한창이었다. 한 공간에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 4곳에서 학원장의 실시간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같은 시간 1500여명이 한 건물에 모여 모니터 등으로 이 강의를 듣고 있는 셈이다) 아침 8시 반부터 시작된 이 날 릴레이 강의는 오후 5시에 끝났다.

20대 중반부터 다소 지긋한 나이의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보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까지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유독 어려 보이는 여학생 하나가 눈에 띄었다.

"원래는 철학이나 영문학 같은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지난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오지수(19·가명)씨는 원래 대학에서 순수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오지수씨는 원하는 것보다 낮은 수능성적표를 받아들고 재수를 고민하다 부모님의 권유로 대학 캠퍼스 대신 노랑진행을 택했다.

오씨는 "우선 공무원 시험을 쳐서 안정적인 직업을 마련한 뒤 나중에 공부해도 늦진 않을 거 같아요"라며 웃었다.



정서균(20)씨도 일찌감치 공시에 뛰어들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14년 지방국립대에 입학했다가 휴학기를 내놓고 노량진 생활에 합류했던 정씨는 지난해 8개월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수도권의 한 지방법원에 발령을 받은 정씨는 "부모님과 친척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다"며 "이른 나이에 돈을 벌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정씨의 첫 월급은 세후 180여만 원이었다. 정씨는 그 돈으로 할머니와 부모님께 첫 선물을 사드렸다.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일명, 공딩족(族)들은 최근 몇 년 새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5000~6000명 수준이던 21세 이하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자 수는 2013년 2배 이상 늘어나 거의 1만 명 수준에 달한다. 취업 보장이 없는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 시험이라는 모험(?)을 일찌감치 택한 셈이다.

 


노량진에서 법원·검찰직 공무원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진용은 KG패스원 원장은 "직업적 안정성과 노후 대비 등 여러 혜택 때문에 최근에는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10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젊은이들의 공무원 시험 쏠림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신분상승의 기회가 줄어든데다 사기업의 고용안정성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공무원은 '생산'보다는 사회의 자원을 '재분배'하는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훌륭한 인재들이 공무원 직종에 몰리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 사회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마련해서 인재들이 우리 사회 적재적소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고졸 공무원 vs 대졸 사회인’ 구직 대차대조표

여기서 궁금한 게 한가지 더 있다. 고등학교 졸업 뒤 직업으로써 일찌감치 공무원을 준비하는 것과 대학을 나오는 것에 따른 결과는 어떻게 다를까?

고교 동문인 류현상(가명)씨와 이강인(가명)씨는 33살 동갑내기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다.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온 류현상씨는 수능을 다시 보려다 주변의 권유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23살에 시작해 1년 반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25살에 9급 공무원 경찰로 임용된 류씨는 현재 지방 경찰서의 한 수사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올해로 8년차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류씨는 벌써 10호봉 공무원(군경력 2년 합산)이며 8급으로 승진도 했다. 세후 월급이 200만원 초반 정도로 또래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정년 퇴임 이후에는 안정적인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지방 사립대를 졸업한 이강인씨는 휴학기 없이 곧장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이씨도 25살이던 대학 마지막 학기에 수도권에 있는 4성급 호텔에 취업했다.

서글서글한 성격의 이씨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장인이었지만, 열악한 처우에 실망한 후 시설경비업, 무역업체 등 몇 차례 직장을 전전했다.

이씨는 2012년 입사한 지방의 외국계 중견 제조업체에서 자리를 잡았다. 올해로 5년째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과장으로 승진도 했다. 영업직인 이씨는 1년에도 몇 번씩 중국, 중동, 유럽 등으로 출장을 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산다. 2년 전에는 여자친구와 결혼해 맞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이씨는 "지금의 일을 찾는데 시간은 좀 걸렸지만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에 필요한 비용과 손익을 따져봤을 때 누가 더 남는 장사를 했을까.

이씨가 다녔던 대학은 한 학기 등록금이 300만원대, 이과는 400만원대가 넘었다. 장학금을 받긴 했지만, 매달 40만~50만원의 생활비와 어학연수에도 비용이 들었다.



류씨의 경우 준비 기간 동안 한 달에 80만원 정도를 썼다. (공무원 시험 준비에는 대개 100만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씨의 경우 정말 최소한의 비용을 썼고 1년 반 안에 합격해 비용을 크게 줄였다. 최근엔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을 2~3년으로 잡는데 그럴 경우 적어도 2000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구직 활동 비용에 든 금액과 현재까지 누적 수익으로 보면 류씨의 상황이 더 나아 보인다. 구직활동을 위해 필요한 기간이나 비용도 적게 들었고, 돈을 본격적으로 벌기 시작했던 기간도 훨씬 길다.

그렇다면 이씨도 일찌감치 대학 생활을 접고 노량진으로 갔어야 했을까?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안정적 삶이냐, 아니면 적성이냐를 놓고 본인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게 어느 쪽인가가 관건이다. 류씨이든 이씨이든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면 된다.

두 사람을 모두 알고 있는 친구 송정민(가명)씨는 “경찰공무원이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인 건 맞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이 단지 안정성만 보고 평생 할 일을 선택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영업직 사원으로서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게 맞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나에게 맞는 일을 하기 위해 방황도 하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 시간이 헛되지만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업이긴 해도 나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아니기에 잃는 것도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졸업장은 따야”…고졸에 대한 편견은 여전

대졸자라는 타이틀은 이제 무의미한 것일까? 사람들은 대학졸업장이 더이상 특별한 의미가 없어졌다는데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고졸에 대한 사회적 편견마저 완전히 없어졌다고까지 말하진 않았다. 사회나 직장 안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결혼시장에서 대졸이라는 타이틀은 기본 스펙으로 보였다.

6년 차 직장 여성 전진영(33·가명)씨는 "뚜렷한 이유 없이 대학을 중퇴하거나 진학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아무래도 결혼을 망설이게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한윤정(32·가명)씨도 "대학이라는 것이 과거처럼 성공의 보증수표이던 시대는 지났지만, 그렇다고 고졸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보긴 어려운 거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고졸 공시족 중에서도 대학졸업장이 전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앞서 소개한 10년차 경찰공무원 류씨도 취업 후 사이버대학을 통해 학사 졸업장을 따뒀다.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정서균씨도 언제가 대학 졸업장을 따둘 생각을 하고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을 취업을 위한 도구로 보는 경향을 줄어들었지만, 학력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직까지 최소한의 인정을 받기 위한 도구라는 측면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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