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 연설에서 사라진 ‘위안부’…왜?

입력 2016.03.03 (19:23) 수정 2016.03.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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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일(현지시각)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 가진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2014년과 2015년에는 같은 연설에서 상당한 분량으로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다.

윤 장관은 전체 연설 분량의 3분의 2 가량을 북한 인권 문제에 할애했다. 윤 장관은 "우리는 북한이라는 인권의 사각지대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와 유엔의 인권 메커니즘이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넓게 보아 관련 내용으로 거론될 수 있는 전시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인권이사회 이사국이자, 분쟁 하 성폭력 방지 구상의 주도국으로서 양자, 지역적, 글로벌 차원의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런 비극이 미래에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계속 기여하겠다"는 한 문장 만이 연설에 포함됐고 위안부 문제와의 연관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연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연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2014·2015년 '군 위안부' 강력 비판…올해는 사라져

이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같은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의 우리 정부 대표 연설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일 간에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던 2014년 3월,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직접 제기하는 전략을 택하고 처음으로 외교부 장관이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위안부 문제를 거론했다.



당시 윤 장관은 전체 연설의 절반 이상을 전시 성폭력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할애하며 "(분쟁 하 성폭력 문제의) 실증적인 사례가 일제 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고 직접 언급했다. "이 문제는 인류 보편적 인권 문제이자 살아있는 현재의 문제"라며 일본 고위 인사들의 망언과 일본 정부의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 제작 움직임을 비판하기도 했다.

2015년 3월에는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같은 회의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조 차관은 당시 연설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존엄과 자존심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당사국 정부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바로가기]
☞ 2014년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의 외교장관 기조연설
☞ 2015년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외교2차관 기조연설
☞ 2016년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외교장관 기조연설

이번 연설은 한일 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 합의가 있은 뒤 처음으로 나온 정부 연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나온 한일 외교장관의 군 위안부 문제 합의는 합의는 일본 정부 예산을 이용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 설립 등이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조항과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연관 기사]☞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 (2015.12.28)

때문에 합의 이후 처음으로 나오는 국제무대에서의 정부 연설에서 위안부 관련 언급의 수위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본 고위급 인사들의 망언이 이어지고 일본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를 통해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윤 장관이 위안부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기보다는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강조하는 등 달리 표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연관 기사]☞ 日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없다” 입장 유엔에 제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설에서 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너무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 17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군 위안부 강제 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등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더구나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방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합의 사항의 성실한 이행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에 대한 한·일간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설에서 핵심은 북한 인권 문제였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연설 무대가 유엔이라는 점을 고려해 양자적 측면보다 전시 여성 성폭력이라는 다자구도적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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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인권 연설에서 사라진 ‘위안부’…왜?
    • 입력 2016-03-03 19:23:09
    • 수정2016-03-03 20:10:09
    취재K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일(현지시각)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 가진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2014년과 2015년에는 같은 연설에서 상당한 분량으로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다.

윤 장관은 전체 연설 분량의 3분의 2 가량을 북한 인권 문제에 할애했다. 윤 장관은 "우리는 북한이라는 인권의 사각지대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와 유엔의 인권 메커니즘이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넓게 보아 관련 내용으로 거론될 수 있는 전시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인권이사회 이사국이자, 분쟁 하 성폭력 방지 구상의 주도국으로서 양자, 지역적, 글로벌 차원의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런 비극이 미래에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계속 기여하겠다"는 한 문장 만이 연설에 포함됐고 위안부 문제와의 연관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연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2014·2015년 '군 위안부' 강력 비판…올해는 사라져

이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같은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의 우리 정부 대표 연설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일 간에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던 2014년 3월,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직접 제기하는 전략을 택하고 처음으로 외교부 장관이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위안부 문제를 거론했다.



당시 윤 장관은 전체 연설의 절반 이상을 전시 성폭력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할애하며 "(분쟁 하 성폭력 문제의) 실증적인 사례가 일제 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고 직접 언급했다. "이 문제는 인류 보편적 인권 문제이자 살아있는 현재의 문제"라며 일본 고위 인사들의 망언과 일본 정부의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 제작 움직임을 비판하기도 했다.

2015년 3월에는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같은 회의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조 차관은 당시 연설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존엄과 자존심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당사국 정부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바로가기]
☞ 2014년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의 외교장관 기조연설
☞ 2015년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외교2차관 기조연설
☞ 2016년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외교장관 기조연설

이번 연설은 한일 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 합의가 있은 뒤 처음으로 나온 정부 연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나온 한일 외교장관의 군 위안부 문제 합의는 합의는 일본 정부 예산을 이용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 설립 등이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조항과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연관 기사]☞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 (2015.12.28)

때문에 합의 이후 처음으로 나오는 국제무대에서의 정부 연설에서 위안부 관련 언급의 수위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본 고위급 인사들의 망언이 이어지고 일본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를 통해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윤 장관이 위안부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기보다는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강조하는 등 달리 표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연관 기사]☞ 日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없다” 입장 유엔에 제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설에서 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너무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 17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군 위안부 강제 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등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더구나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방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합의 사항의 성실한 이행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에 대한 한·일간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설에서 핵심은 북한 인권 문제였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연설 무대가 유엔이라는 점을 고려해 양자적 측면보다 전시 여성 성폭력이라는 다자구도적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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