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황사’ 만드는 중금속…아니나 다를까

입력 2016.03.07 (17:57) 수정 2016.03.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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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황사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과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평소보다 2~3배 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다. 내일 오전까지도 옅은 황사가 예보됐다. 미세먼지 농도만 높아진 것이 아니다. 신경계 독성 물질인 중금속 '납'의 농도도 함께 치솟았다. 오늘 대전 지역의 납 농도는 30ng/㎥ 안팎으로 평소와 비슷했지만 15ng/㎥이었던 전날보다 2배 정도 높아졌다.

황사경보가 내려졌던 지난해 2월 23일에는 서울에서 납이 평소의 2.6배, 카드뮴이 2.3배, 비소가 5배나 높게 관측된 바 있다. 황사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 지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모래 먼지다. 그런데 자연 황사에 산업 활동에 주로 발생하는 중금속이 포함돼 농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8년 대전에서 채취한 초미세먼지의 전자현미경 사진 - 검은색으로 보이는 검댕(black carbon) 사이사이에 흰색으로 보이는 납이 엉겨 붙어 있다.지난 2008년 대전에서 채취한 초미세먼지의 전자현미경 사진 - 검은색으로 보이는 검댕(black carbon) 사이사이에 흰색으로 보이는 납이 엉겨 붙어 있다.


황사 속 중금속의 87%가 ‘중국산’

최근 국내 연구진이 국내 초미세먼지 속 중금속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평구 박사, 국제저널 Environmental Pollution 2016년 3월호) 결과부터 확인해 보면 평소에는 초미세먼지 속 중금속의 95%가, 어제오늘처럼 황사가 밀려올 때는 87%가 '중국산'임이 드러났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13%를 제외하면 황사 시기에도 대부분의 중금속이 중국에서 발생한 인위적인 오염 물질이란 뜻이다. 87% 중 중국 내 석탄 연소로 인한 오염이 72%, 산업 활동으로 인한 오염이 15%를 차지한다.



연구를 주도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평구 박사는 중금속 물질의 기원을 찾기 위해 중국과 한국에서 사용하는 납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했다. 납은 어떤 장소에서 언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동위원소비(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를 뜻한다. 각각의 물질은 고유한 동위원소비를 가지고 있어 물질의 기원을 밝히는 데 사용된다)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국내에서 채취한 초미세먼지 속의 납 동위원소비를 국내에서 사용된 납과 중국에서 사용된 납의 동위원소비와 비교해보면 그 기원을 알 수 있다. 지난 2007~2008년 ①대전 지역에서 45회 채취한 초미세먼지 ②대전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충남 서해안 일대 3곳 발전소에서 발생한 석탄재 ③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채취한 미세먼지에서 납 동위원소비(206Pb/207Pb)를 측정해 보았다.



비교 결과 놀랍게도 대전 지역 초미세먼지 속 납 동위원소비는 충남 서해안 화력발전소가 아닌 중국 대도시의 초미세먼지와 매우 유사하게 나타났다. 중국에서 발생한 중금속이 대전 지역의 초미세먼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이러한 동위원소비를 이 박사가 국내에 특허 등록한 오염기여도 계산식에 대입한 결과 앞서 본 것처럼 중국의 기여도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동부의 공업 지대가 ‘중금속 주범’

그렇다면 황사에 어떻게 중국에서 발생한 중금속이 섞여 날아오게 된 걸까? 황사가 발원하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이나 고원 지대의 모래에서는 납과 같은 중금속의 농도는 매우 낮다. 그러나 모래 먼지는 대기권으로 떠올라 편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공기 중의 여러 입자들과 뒤섞이게 된다. 모래 먼지가 베이징과 톈진, 상하이 등 중국 동부의 대도시와 공업 지대를 지날 때 대기 중의 여러 가지 중금속을 함유한 초미세먼지와 섞이고, 이온화돼 있던 중금속과 엉겨 붙으면서 중금속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 이 박사의 설명이다. 이렇게 중금속에 오염된 황사가 한반도로 날아와 '독성 황사'가 된 것이다.

지도의 1(타클라마칸 사막), 2(알라샨 고원), 3(황토 고원) 등에서 주로 발생한 황사는 14(베이징), 19(상하이) 등 중국 동부 대도시 상공을 거쳐 한반도로 날아온다. [출처 : 이평구 박사 논문]지도의 1(타클라마칸 사막), 2(알라샨 고원), 3(황토 고원) 등에서 주로 발생한 황사는 14(베이징), 19(상하이) 등 중국 동부 대도시 상공을 거쳐 한반도로 날아온다. [출처 : 이평구 박사 논문]


이번 연구 결과는 처음으로 국내 초미세먼지 속 중금속의 책임 소재를 정량적으로 산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그동안 국경을 넘는 환경 오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객관적으로 밝히고 피해 보상이나 대책 마련으로 이어진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실제 중국에 책임을 묻거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얻어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부도 중국과 연구 등 협력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을 뿐, 실제 중국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사업은 미약한 상황이다. 올해 중국 산둥성에 있는 제철소 3개를 선정해서 국내 기업이 미세먼지 저감 사업을 하고 있고, 향후 화력 발전소나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사업장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어느 만큼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예보 정확도 ‘뚝’

결국 인체에 유해한 미세먼지와 중금속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예측과 경보를 통해 대응이라도 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이후 올해 1월까지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는 86.7% 수준,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는 61.6%로 뚝 떨어진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5% 이상 낮은 수준이다. 미세먼지 예보를 담당하고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은 정확도 향상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실시간 오염도 자료를 수신하고 배출량 자료를 확보하는 한편,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미세먼지 모델을 2020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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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07 17:57:18
    • 수정2016-03-07 17:59:13
    취재K
올해 첫 황사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과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평소보다 2~3배 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다. 내일 오전까지도 옅은 황사가 예보됐다. 미세먼지 농도만 높아진 것이 아니다. 신경계 독성 물질인 중금속 '납'의 농도도 함께 치솟았다. 오늘 대전 지역의 납 농도는 30ng/㎥ 안팎으로 평소와 비슷했지만 15ng/㎥이었던 전날보다 2배 정도 높아졌다. 황사경보가 내려졌던 지난해 2월 23일에는 서울에서 납이 평소의 2.6배, 카드뮴이 2.3배, 비소가 5배나 높게 관측된 바 있다. 황사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 지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모래 먼지다. 그런데 자연 황사에 산업 활동에 주로 발생하는 중금속이 포함돼 농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8년 대전에서 채취한 초미세먼지의 전자현미경 사진 - 검은색으로 보이는 검댕(black carbon) 사이사이에 흰색으로 보이는 납이 엉겨 붙어 있다. 황사 속 중금속의 87%가 ‘중국산’ 최근 국내 연구진이 국내 초미세먼지 속 중금속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평구 박사, 국제저널 Environmental Pollution 2016년 3월호) 결과부터 확인해 보면 평소에는 초미세먼지 속 중금속의 95%가, 어제오늘처럼 황사가 밀려올 때는 87%가 '중국산'임이 드러났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13%를 제외하면 황사 시기에도 대부분의 중금속이 중국에서 발생한 인위적인 오염 물질이란 뜻이다. 87% 중 중국 내 석탄 연소로 인한 오염이 72%, 산업 활동으로 인한 오염이 15%를 차지한다. 연구를 주도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평구 박사는 중금속 물질의 기원을 찾기 위해 중국과 한국에서 사용하는 납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했다. 납은 어떤 장소에서 언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동위원소비(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를 뜻한다. 각각의 물질은 고유한 동위원소비를 가지고 있어 물질의 기원을 밝히는 데 사용된다)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국내에서 채취한 초미세먼지 속의 납 동위원소비를 국내에서 사용된 납과 중국에서 사용된 납의 동위원소비와 비교해보면 그 기원을 알 수 있다. 지난 2007~2008년 ①대전 지역에서 45회 채취한 초미세먼지 ②대전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충남 서해안 일대 3곳 발전소에서 발생한 석탄재 ③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채취한 미세먼지에서 납 동위원소비(206Pb/207Pb)를 측정해 보았다. 비교 결과 놀랍게도 대전 지역 초미세먼지 속 납 동위원소비는 충남 서해안 화력발전소가 아닌 중국 대도시의 초미세먼지와 매우 유사하게 나타났다. 중국에서 발생한 중금속이 대전 지역의 초미세먼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이러한 동위원소비를 이 박사가 국내에 특허 등록한 오염기여도 계산식에 대입한 결과 앞서 본 것처럼 중국의 기여도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동부의 공업 지대가 ‘중금속 주범’ 그렇다면 황사에 어떻게 중국에서 발생한 중금속이 섞여 날아오게 된 걸까? 황사가 발원하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이나 고원 지대의 모래에서는 납과 같은 중금속의 농도는 매우 낮다. 그러나 모래 먼지는 대기권으로 떠올라 편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공기 중의 여러 입자들과 뒤섞이게 된다. 모래 먼지가 베이징과 톈진, 상하이 등 중국 동부의 대도시와 공업 지대를 지날 때 대기 중의 여러 가지 중금속을 함유한 초미세먼지와 섞이고, 이온화돼 있던 중금속과 엉겨 붙으면서 중금속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 이 박사의 설명이다. 이렇게 중금속에 오염된 황사가 한반도로 날아와 '독성 황사'가 된 것이다. 지도의 1(타클라마칸 사막), 2(알라샨 고원), 3(황토 고원) 등에서 주로 발생한 황사는 14(베이징), 19(상하이) 등 중국 동부 대도시 상공을 거쳐 한반도로 날아온다. [출처 : 이평구 박사 논문] 이번 연구 결과는 처음으로 국내 초미세먼지 속 중금속의 책임 소재를 정량적으로 산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그동안 국경을 넘는 환경 오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객관적으로 밝히고 피해 보상이나 대책 마련으로 이어진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실제 중국에 책임을 묻거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얻어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부도 중국과 연구 등 협력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을 뿐, 실제 중국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사업은 미약한 상황이다. 올해 중국 산둥성에 있는 제철소 3개를 선정해서 국내 기업이 미세먼지 저감 사업을 하고 있고, 향후 화력 발전소나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사업장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어느 만큼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예보 정확도 ‘뚝’ 결국 인체에 유해한 미세먼지와 중금속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예측과 경보를 통해 대응이라도 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이후 올해 1월까지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는 86.7% 수준,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는 61.6%로 뚝 떨어진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5% 이상 낮은 수준이다. 미세먼지 예보를 담당하고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은 정확도 향상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실시간 오염도 자료를 수신하고 배출량 자료를 확보하는 한편,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미세먼지 모델을 2020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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