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농사 ‘나진하산 프로젝트’ 접었다

입력 2016.03.0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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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공조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이 나온지 불과 2주 만에 정부가 독자적인 제재를 추가로 마련했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오늘(8일) 오후 서울 정부청사에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여한 북한의 단체와 개인 70여곳에 대해 금융제재를 취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오늘(8일) 오후 서울 정부청사에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조치에서는 금융제재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처음으로 북한의 단체와 개인이 포함돼 북한 단체 24곳과 개인 38명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해외자금조달을 담당하는'일심국제은행', 대량살상무기의 물품 조달 담당인 '대외기술무역센터', '선봉기술총회사' 등이 대상이다.



개인으로는 군부 핵심 인물로 대남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포함됐다. 김영철 비서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미국 소니사 해킹,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철 당 군수공업부 1부부장과 홍영칠 중앙위 부부장, 김낙겸 전략군사령관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여한 인물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김정은 국방위 1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등 이른바 로열 패밀리, 북한 정권의 2인자로 알려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가 발표한 독자적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된 북한 측 고위 관리들. 정부가 발표한 독자적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된 북한 측 고위 관리들.


외국 선박이 북한에 들른 뒤 180일 안에 국내 입항하는 것도 전면 불허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철강이나 잡화를 싣고 북한에 들렀던 66척의 제3국 선박들이 104차례 국내 항만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선박은 6개월 이상의 계약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취항하려는 외국 선박들은 북한과 운송 계약을 피할 것이라는 게 정부 생각이다. 제3국 국적인데도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소유하는 이른바 '편의치적(便宜置籍) 선박'의 국내 입항도 금지하기로 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사실상 중단

관심을 모았던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 여부는 발표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프로젝트 중단을 사실상 확정하고 이를 러시아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 등을 철도로 북한 나진항까지 운송한 뒤 배에 실어 남한의 부산이나 포항으로 실어오는 남·북·러 복합 물류 사업이다. 2008년 포스코와 현대상선, 코레일 등 3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러시아와 북한의 합작기업인 '라손 콘트란스'의 러시아측 지분 49%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참가를 타진해 왔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추진을 재확인한 뒤 '5.24조치'의 예외로 인정됐고 정부가 남북협력기금 등 예산 지원을 검토하기도 했었다. 특히 동방 중시 정책의 일환으로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공을 들여온 러시아는 지난 3일 통과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 2270호에서도 북한 나진항을 통한 광물 수출 허용을 강력하게 요구해 관철시킨 바 있다.

2015년 12월, 백두산 지역에서 우리 기업이 생산한 생수가 북한 나진항을 거쳐 부산신항에 도착했다. [출처=연합뉴스]2015년 12월, 백두산 지역에서 우리 기업이 생산한 생수가 북한 나진항을 거쳐 부산신항에 도착했다. [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정부는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 가운데 '북한에 들른 외국 선박의 국내 입항 불허' 방침을 포함하면서 더 이상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5.24조치'의 예외로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상 협력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본다. 향후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을 경우 사업 재개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주관사인 러시아 철도공사(RZD)는 "한국 측이 빠질 경우 다른 파트너를 찾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중단이 사실상 확정됐다.

'실효성'보다 '상징성'..."북한 식당 이용도 자제해달라"

이번 조치는 실효성보다는 '대북 압박'이라는 상징성을 노린 측면이 크다. 대북 교역 대부분은 2010년 시작된 '5.24 조치'로 이미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북한의 단체와 개인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제재 범위를 확대하고 국내 금융과 재산 거래를 금지했지만, 북한 측 인사들이 국내에서 재산을 갖거나 금융거래를 하는 일은 없다는 점에서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도 실효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북한 변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선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정부도 새로운 내용보다 시행 6년 째를 맞으면서 느슨해진 '5.24 조치'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제재안을 발표했다. 신규 조치 외에도 북한산 물품이 제3국을 우회해 국내로 위장반입되지 않도록 통제를 강화하고 남북 간 물품 반출입 통제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국민들에게는 북한의 해외 식당 등 영리시설 이용 자제를 요청했다. 정부는 북한이 해외 12개국에 130여 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수익은 1,000만 달러 내외 정도 된다고 보고 있다. 또 우리 국민이 제재 대상과 거래를 할 경우 처벌도 받게 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억 원(또는 위반 금액의 3배)의 벌금형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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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 농사 ‘나진하산 프로젝트’ 접었다
    • 입력 2016-03-08 20:04:06
    취재K
국제사회가 공조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이 나온지 불과 2주 만에 정부가 독자적인 제재를 추가로 마련했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오늘(8일) 오후 서울 정부청사에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여한 북한의 단체와 개인 70여곳에 대해 금융제재를 취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오늘(8일) 오후 서울 정부청사에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조치에서는 금융제재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처음으로 북한의 단체와 개인이 포함돼 북한 단체 24곳과 개인 38명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해외자금조달을 담당하는'일심국제은행', 대량살상무기의 물품 조달 담당인 '대외기술무역센터', '선봉기술총회사' 등이 대상이다.



개인으로는 군부 핵심 인물로 대남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포함됐다. 김영철 비서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미국 소니사 해킹,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철 당 군수공업부 1부부장과 홍영칠 중앙위 부부장, 김낙겸 전략군사령관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여한 인물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김정은 국방위 1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등 이른바 로열 패밀리, 북한 정권의 2인자로 알려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가 발표한 독자적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된 북한 측 고위 관리들.

외국 선박이 북한에 들른 뒤 180일 안에 국내 입항하는 것도 전면 불허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철강이나 잡화를 싣고 북한에 들렀던 66척의 제3국 선박들이 104차례 국내 항만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선박은 6개월 이상의 계약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취항하려는 외국 선박들은 북한과 운송 계약을 피할 것이라는 게 정부 생각이다. 제3국 국적인데도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소유하는 이른바 '편의치적(便宜置籍) 선박'의 국내 입항도 금지하기로 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사실상 중단

관심을 모았던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 여부는 발표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프로젝트 중단을 사실상 확정하고 이를 러시아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 등을 철도로 북한 나진항까지 운송한 뒤 배에 실어 남한의 부산이나 포항으로 실어오는 남·북·러 복합 물류 사업이다. 2008년 포스코와 현대상선, 코레일 등 3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러시아와 북한의 합작기업인 '라손 콘트란스'의 러시아측 지분 49%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참가를 타진해 왔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추진을 재확인한 뒤 '5.24조치'의 예외로 인정됐고 정부가 남북협력기금 등 예산 지원을 검토하기도 했었다. 특히 동방 중시 정책의 일환으로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공을 들여온 러시아는 지난 3일 통과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 2270호에서도 북한 나진항을 통한 광물 수출 허용을 강력하게 요구해 관철시킨 바 있다.

2015년 12월, 백두산 지역에서 우리 기업이 생산한 생수가 북한 나진항을 거쳐 부산신항에 도착했다. [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정부는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 가운데 '북한에 들른 외국 선박의 국내 입항 불허' 방침을 포함하면서 더 이상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5.24조치'의 예외로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상 협력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본다. 향후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을 경우 사업 재개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주관사인 러시아 철도공사(RZD)는 "한국 측이 빠질 경우 다른 파트너를 찾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중단이 사실상 확정됐다.

'실효성'보다 '상징성'..."북한 식당 이용도 자제해달라"

이번 조치는 실효성보다는 '대북 압박'이라는 상징성을 노린 측면이 크다. 대북 교역 대부분은 2010년 시작된 '5.24 조치'로 이미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북한의 단체와 개인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제재 범위를 확대하고 국내 금융과 재산 거래를 금지했지만, 북한 측 인사들이 국내에서 재산을 갖거나 금융거래를 하는 일은 없다는 점에서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도 실효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북한 변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선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정부도 새로운 내용보다 시행 6년 째를 맞으면서 느슨해진 '5.24 조치'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제재안을 발표했다. 신규 조치 외에도 북한산 물품이 제3국을 우회해 국내로 위장반입되지 않도록 통제를 강화하고 남북 간 물품 반출입 통제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국민들에게는 북한의 해외 식당 등 영리시설 이용 자제를 요청했다. 정부는 북한이 해외 12개국에 130여 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수익은 1,000만 달러 내외 정도 된다고 보고 있다. 또 우리 국민이 제재 대상과 거래를 할 경우 처벌도 받게 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억 원(또는 위반 금액의 3배)의 벌금형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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