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시선] 영화 흥행, 개봉 시점에 달려있다?

입력 2016.03.0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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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영화평론가: 영화 흥행이라는 게 아주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마련입니다. 일단 어떤 배우가 나오느냐가 중요할테고요. 또 얼마나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느냐도 흥행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한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개봉 시점인데요. 언제 개봉했느냐, 이것이 영화 흥행에 아주 큰 역할을 한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까칠한 시선에서는 때를 잘못 만났거나 때를 잘 만난 영화들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설 연휴에 맞춰서 개봉했던 영화죠. ‘검사외전’. 이미 900만 명을 넘어서 천만까지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고요. ‘검사외전’을 보신 많은 분들이 그러더군요. ‘아무리 황정민과 강동원이 주인공이 나왔다고 할지라도 이게 과연 이 정도 흥행을 할 정도로 완성도를 갖춘 영화냐?’ 사실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검사외전’이야 말로 정말 때를 잘 만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예년의 명절 시즌에는 한국 영화들이 한꺼번에 개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관객들이 여러 영화로 분산되기 마련이었죠. 그걸 의식해서였는지 올해 설에는 영화들이 오히려 명절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설에 개봉해도 괜찮을 뻔한 ‘오빠 생각’이나 ‘로봇, 소리’같은 휴먼 드라마 영화도 일찌감치 1월에 개봉을 했고요. 설 한 주 전에 개봉한 ‘쿵푸 팬더 3’도 뒷심이 약화될 무렵이었으니까, 설 연휴 기간은 사실 ‘검사외전’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연출된 것이죠.

이렇게 개봉 시점을 잘 만나서 흥행에 성공한 경우, ‘광해: 왕이 된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는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대선 정국으로 달아오르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대선 정국에는 당연히 리더십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죠.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가짜 왕인 ‘하선’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서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한 관객들의 열망과 기막힌 접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경우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비수기의 틈새를 파고들어서 흥행에 성공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작품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비수기 시즌인 11월에 개봉했는데요. 영화가 개봉 초반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 탄력이 붙었고요, 그 탄력이 성수기인 12월 말까지 꾸준한 상승세로 이어져서 폭발력을 만들어 낸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11월이 아닌 12월 중순 이후에 개봉했다면 다른 큰 영화들에 치이면서 500만 가까운 흥행을 연출해 낼 수 있었을까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아마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반대로 개봉 시점을 잘못 잡는 바람에 참패한 경우도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황해’가 그런 경우라고 볼 수 있죠. 영화 ‘황해’는 대단히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근데 영화가 연말 시즌에 개봉을 했죠. 연말에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뭔가 가슴 따뜻해지는 그런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합니다. 당연히 ‘황해’는 철저히 외면을 당하고 말았죠. 총 제작비 100억 원을 들인 이 영화는 그래서 손익분기점의 반타작에도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내고 말았습니다.

영화인들 입장에선 개봉 시점을 잡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일단 경쟁작들이 언제 개봉하느냐 눈치 작전을 해야 되고요. 그리고 그 당시에 정치 사회적인 이슈, 이것도 민감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정말 뛰어나다면, 누가 봐도 수작이라면 개봉 시점 가지고 그다지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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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칠한 시선] 영화 흥행, 개봉 시점에 달려있다?
    • 입력 2016-03-09 11:03:36
    까칠한 시선
최광희 영화평론가: 영화 흥행이라는 게 아주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마련입니다. 일단 어떤 배우가 나오느냐가 중요할테고요. 또 얼마나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느냐도 흥행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한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개봉 시점인데요. 언제 개봉했느냐, 이것이 영화 흥행에 아주 큰 역할을 한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까칠한 시선에서는 때를 잘못 만났거나 때를 잘 만난 영화들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설 연휴에 맞춰서 개봉했던 영화죠. ‘검사외전’. 이미 900만 명을 넘어서 천만까지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고요. ‘검사외전’을 보신 많은 분들이 그러더군요. ‘아무리 황정민과 강동원이 주인공이 나왔다고 할지라도 이게 과연 이 정도 흥행을 할 정도로 완성도를 갖춘 영화냐?’ 사실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검사외전’이야 말로 정말 때를 잘 만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예년의 명절 시즌에는 한국 영화들이 한꺼번에 개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관객들이 여러 영화로 분산되기 마련이었죠. 그걸 의식해서였는지 올해 설에는 영화들이 오히려 명절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설에 개봉해도 괜찮을 뻔한 ‘오빠 생각’이나 ‘로봇, 소리’같은 휴먼 드라마 영화도 일찌감치 1월에 개봉을 했고요. 설 한 주 전에 개봉한 ‘쿵푸 팬더 3’도 뒷심이 약화될 무렵이었으니까, 설 연휴 기간은 사실 ‘검사외전’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연출된 것이죠.

이렇게 개봉 시점을 잘 만나서 흥행에 성공한 경우, ‘광해: 왕이 된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는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대선 정국으로 달아오르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대선 정국에는 당연히 리더십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죠.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가짜 왕인 ‘하선’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서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한 관객들의 열망과 기막힌 접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경우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비수기의 틈새를 파고들어서 흥행에 성공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작품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비수기 시즌인 11월에 개봉했는데요. 영화가 개봉 초반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 탄력이 붙었고요, 그 탄력이 성수기인 12월 말까지 꾸준한 상승세로 이어져서 폭발력을 만들어 낸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11월이 아닌 12월 중순 이후에 개봉했다면 다른 큰 영화들에 치이면서 500만 가까운 흥행을 연출해 낼 수 있었을까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아마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반대로 개봉 시점을 잘못 잡는 바람에 참패한 경우도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황해’가 그런 경우라고 볼 수 있죠. 영화 ‘황해’는 대단히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근데 영화가 연말 시즌에 개봉을 했죠. 연말에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뭔가 가슴 따뜻해지는 그런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합니다. 당연히 ‘황해’는 철저히 외면을 당하고 말았죠. 총 제작비 100억 원을 들인 이 영화는 그래서 손익분기점의 반타작에도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내고 말았습니다.

영화인들 입장에선 개봉 시점을 잡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일단 경쟁작들이 언제 개봉하느냐 눈치 작전을 해야 되고요. 그리고 그 당시에 정치 사회적인 이슈, 이것도 민감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정말 뛰어나다면, 누가 봐도 수작이라면 개봉 시점 가지고 그다지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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