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놓고 나폴리와 도미노의 한판 승부

입력 2016.03.10 (17:05) 수정 2016.03.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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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플라멩코와 우리나라 김장김치, 그리고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차이점이라면 플라멩코가 2010년에, 김장김치 제조법이 2013년에 각각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에 등재됐지만, 나폴리 피자 제조법은 아직 후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왼쪽부터 스페인 플라멩코(등재 2010년), 대한민국 김장 문화(등재 2013년),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등재신청)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왼쪽부터 스페인 플라멩코(등재 2010년), 대한민국 김장 문화(등재 2013년),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등재신청)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5일 나폴리 피자 제조법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의 주도 아퀼라의 제천의식이 도전장을 냈지만, 나폴리 피자가 전 세계적으로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음식'이라는 점이 고려돼 등재 신청후보로 최종 선정됐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왕비 이름?

나폴리 피자의 근원은 18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얇은 도우(납작한 빵) 형태로 길거리에서 판매된 피자는 아무런 토핑이 없었지만 그 자체로 쫄깃한 식감이 있었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 당시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여러 도시국가와 주변 나라의 식민지로 쪼개져 있었는데, 사부아 왕가가 다스리던 사르데냐 왕국을 중심으로 통일하게 된다.

이탈리아의 마르게리타 왕비 ‘Margherita Maria Teresa Giovanna of Savoy-Genoa’이탈리아의 마르게리타 왕비 ‘Margherita Maria Teresa Giovanna of Savoy-Genoa’


이후 1889년 통일 2대 황제의 움베르토 1세가 부인인 마르게리타 왕비와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 당대의 유명 요리사가 황제 부부의 나폴리 방문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마르게리타 왕비의 이름을 붙인 피자를 개발했다. 이때 요리사는 바질과 모차렐라 치즈, 그리고 토마토소스를 활용해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피자를 만들어 여왕에게 접대했고, 이것이 바로 유명한 마르게리타 피자가 탄생한 배경이다.

[바로가기] ☞ 나폴리 피자의 탄생-유네스코 홈페이지

나폴리 피자로 인정받으려면 나폴리피자협회(AVPN)가 제시하는 8가지 엄격한 기준을 지켜야 한다. △반드시 장작 화덕 사용 △굽는 온도 485도 △둥근 형태 △수제 크러스트 반죽 △2㎝ 이하의 크러스터 두께와 한가운데 두께는 0.3㎝ 이하 △토마토소스와 치즈 토핑 △쫄깃한 촉감 △쉽게 접을 수 있는 두께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렇게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피체리아’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피자는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졌다. 하루 500만 개가 구워진다는 이탈리아 피자, 그중에서도 나폴리는 피자의 본고장인 셈이다.



미국 피자의 역습...승자는?

이탈리아의 자부심, 피자가 현재 미국 피자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식, 시카고식, 캘리포니아식 등으로 발전시켰다. 1905년 조반니 룸바르디라는 이탈리아인이 뉴욕에 최초로 낸 나폴리 피자집이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피자는 미국인의 식습관에 맞게 풍부한 토핑과 큰 사이즈로 변형을 거듭했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도미노, 피자헛 등의 체인점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심지어 이탈리아에서도 도미노 피자를 배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도 미국식 피자에 대항해 이탈리아 피자의 자부심을 되찾겠다는 의도가 있다. 이탈리아 중소기업협회인 콘페세르첸티는 “피자는 이탈리아 요리와 문화의 상징이지만 세계화의 부작용 때문에 보존해야 할 유산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도 "피자는 전 세계적인 음식이 됐지만 많은 나라들이 피자가 이탈리아 것임을, 또는 나폴리에서 시작됐음을 까맣게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미국 역시 최근 미국식의 피자 제조법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이제 자존심을 건 한 판 승부만 남았다.

피자 순수주의자들은 여전히 이탈리아 피자를 최고로 친다. 하지만 세계인이 소비하는 상당수의 피자는 미국식 피자이다. 세계문화유산 신청안은 세계 200개국이 검토하며 최종 결론은 내년이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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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자 놓고 나폴리와 도미노의 한판 승부
    • 입력 2016-03-10 17:05:39
    • 수정2016-03-10 17:53:51
    취재K
스페인의 플라멩코와 우리나라 김장김치, 그리고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차이점이라면 플라멩코가 2010년에, 김장김치 제조법이 2013년에 각각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에 등재됐지만, 나폴리 피자 제조법은 아직 후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왼쪽부터 스페인 플라멩코(등재 2010년), 대한민국 김장 문화(등재 2013년),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등재신청)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5일 나폴리 피자 제조법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의 주도 아퀼라의 제천의식이 도전장을 냈지만, 나폴리 피자가 전 세계적으로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음식'이라는 점이 고려돼 등재 신청후보로 최종 선정됐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왕비 이름?

나폴리 피자의 근원은 18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얇은 도우(납작한 빵) 형태로 길거리에서 판매된 피자는 아무런 토핑이 없었지만 그 자체로 쫄깃한 식감이 있었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 당시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여러 도시국가와 주변 나라의 식민지로 쪼개져 있었는데, 사부아 왕가가 다스리던 사르데냐 왕국을 중심으로 통일하게 된다.

이탈리아의 마르게리타 왕비 ‘Margherita Maria Teresa Giovanna of Savoy-Genoa’

이후 1889년 통일 2대 황제의 움베르토 1세가 부인인 마르게리타 왕비와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 당대의 유명 요리사가 황제 부부의 나폴리 방문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마르게리타 왕비의 이름을 붙인 피자를 개발했다. 이때 요리사는 바질과 모차렐라 치즈, 그리고 토마토소스를 활용해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피자를 만들어 여왕에게 접대했고, 이것이 바로 유명한 마르게리타 피자가 탄생한 배경이다.

[바로가기] ☞ 나폴리 피자의 탄생-유네스코 홈페이지

나폴리 피자로 인정받으려면 나폴리피자협회(AVPN)가 제시하는 8가지 엄격한 기준을 지켜야 한다. △반드시 장작 화덕 사용 △굽는 온도 485도 △둥근 형태 △수제 크러스트 반죽 △2㎝ 이하의 크러스터 두께와 한가운데 두께는 0.3㎝ 이하 △토마토소스와 치즈 토핑 △쫄깃한 촉감 △쉽게 접을 수 있는 두께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렇게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피체리아’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피자는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졌다. 하루 500만 개가 구워진다는 이탈리아 피자, 그중에서도 나폴리는 피자의 본고장인 셈이다.



미국 피자의 역습...승자는?

이탈리아의 자부심, 피자가 현재 미국 피자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식, 시카고식, 캘리포니아식 등으로 발전시켰다. 1905년 조반니 룸바르디라는 이탈리아인이 뉴욕에 최초로 낸 나폴리 피자집이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피자는 미국인의 식습관에 맞게 풍부한 토핑과 큰 사이즈로 변형을 거듭했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도미노, 피자헛 등의 체인점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심지어 이탈리아에서도 도미노 피자를 배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도 미국식 피자에 대항해 이탈리아 피자의 자부심을 되찾겠다는 의도가 있다. 이탈리아 중소기업협회인 콘페세르첸티는 “피자는 이탈리아 요리와 문화의 상징이지만 세계화의 부작용 때문에 보존해야 할 유산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도 "피자는 전 세계적인 음식이 됐지만 많은 나라들이 피자가 이탈리아 것임을, 또는 나폴리에서 시작됐음을 까맣게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미국 역시 최근 미국식의 피자 제조법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이제 자존심을 건 한 판 승부만 남았다.

피자 순수주의자들은 여전히 이탈리아 피자를 최고로 친다. 하지만 세계인이 소비하는 상당수의 피자는 미국식 피자이다. 세계문화유산 신청안은 세계 200개국이 검토하며 최종 결론은 내년이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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